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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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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58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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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챕터3-43.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2)

DUMMY

조수석에 앉아 한참동안이나 소떡소떡 타령을 하는 수희를 위해 승주는 굳이 다음 휴게소까지 들렸지만 결국 수희는 다음 휴게소에서조차 소떡소떡을 먹을 수 없었다.


승주가 겨우 달래고 달래서 소떡소떡 대신 산 것은 호두과자와 알감자였다.


수희는 자신의 작은 입을 한껏 벌려 호두과자와 알감자를 동시에 쑤셔 넣으며 웅얼거렸다.


“언니... 원래 고속도로 휴게소에 오면 가락우동을 꼭 먹어야한댔어.”


“누가?”


“우리 수빈이 오빠가...”


수희는 잠시 슬픈 표정이 스쳐지나갔지만, 입에는 터질 듯 알감자를 연달아 넣고 오물거리며 말했다.


음식을 한없이 우겨넣으며 씹고 있는 수희가 문득 슬퍼 보이는 것 같은 눈치에 승주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서둘러 말했다.


“그래두 이렇게 내가 엄마 보러 가는 길에, 때마침 니가 필요로 하는 곳에 데려다 줄 수도 있게 되고... 백마녀 할머니 덕분에 우리가 이런 비싼 외제차도 타보고... 우리 참 호강에 겨웠다. 그치?”


승주가 수희를 쳐다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수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꺄르르 웃었다.


“근데, 언니! 이 비싼 외제차타고 남자 좀 꼬셔라! 우린 뭐 맨날 가족 보러 가고, 귀신 잡으러 다니고 차가 아깝다, 차가!”


“근데 수희야.”


“어 언니. 왜?”


“귀신 잡으러 간다는 소리가 나와서 말인데.... 그 화재 현장마다 니가 찾아가도 너가 찾는 그 화마가 없었다며?”


“응, 거의 없었지? 십년이 다 되가는데 있던 적이 손에 꼽아. 대부분 다른 화귀였지. 갑자기 그건 왜?”


수희는 불이 났다하면 가보지 않은 화재현장이 없었다.


처음에는 커다란 인명사고가 났던 대형화재사건 장소나, 혹은 뉴스에 보도 될 만큼 끔찍한 화재현장 장소에 찾아가 염사(念寫)를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별다른 화마의 기운은 찾지 못했다.


혹여나 느껴지는 화귀(火鬼)의 기운은 자신의 가족을 죽인 그 화마(火魔)의 기운이 아니었다.


“그러면 거긴 그냥 불이 난거야? 니가 찾는 화마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


“보통... 어떤 경우엔 지귀가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그냥 병신 같은 방화범이 불 지른 게 다일 때도 있고 그래. 그런데 그건 왜?”


“지귀도 불귀신 종류의 하나랬지? 그럼 그 화마라는 귀신은 일반적인 화귀 그러니까 불귀신이 아니라 좀 더 쎈 불귀신인 거야?”


“그렇다고 하더라고. 근데 나는 또 엄청 쎄고 강한 화귀라고 해서 국가적으로 큰 인명 피해나 사건 사고에 나타나는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어.”


의외라는 듯한 눈으로 수희를 쳐다보던 승주가 되물었다.


“아니라고? 그러면? 그렇게 대단한 불귀신을 화마라고 하는데 대형 사건사고가 아니면?”


“그냥 어이없게 그냥 평범한 일반 가정집 화재 현장에서 느낀 적이 딱 한번 있어. 그거 보면 참 이상해. 어디서 나타날지 예상조차 안 돼!”


“그래도, 니가 느낀 화마의 기운을 정리해보면 뭔가 규칙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큰 화재가 일어난 발생 년도라던가... 장소라던가... 뭐 그런 거? 그냥 마구잡이로 나타날 거 같지는 않단 말이야?”


수희는 승주가 물어보는 질문은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는 편이었다.


가끔씩 툭툭 내뱉는 승주의 말에서 실마리를 얻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수살귀 가평 사건 때도 그랬다. 물귀신과 화마를 싸움 붙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승주의 아이디어 덕분에 화마와 싸울만한 색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흔히 무당이나 민속학, 무속 교수들에게 해법을 물어보면 틀에 박힌 정제된 해결책 밖에 제시하지 않았지만 승주는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일까 때때로 수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신박한 질문이나 실마리를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화마에 대한 자료도 찾기 쉽지 않은 마당에 수희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시도해보고 도전해 봐야했다.


수희는 지금까지 화마의 기운을 찾으려 전국사방팔방 곳곳을 찾아가곤 했다.


하지만 승주의 말처럼 화재 사고에 대한 규칙성을 찾으려 한 적은 없었다. 지금 승주의 말을 들어보니 발생장소 혹은 발생연도와 같은 규칙성은 단 한 번도 의심하거나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수희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승주가 말한 화재들의 규칙성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자, 손님~ 도착했습니다.”


택시기사처럼 수희를 향해 능글맞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요금을 내라는 듯 손바닥 제스처를 보이던 승주에게 수희는 손바닥을 맞대며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수희는 승주를 향해 애교 섞인 윙크를 보냈다.


“언니, 고마워! 어머니 잘 뵙고, 좋은 시간 보내다가 조심히 올라가!”


승주가 한참을 달려 수희를 내려준 곳은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이 자리 잡은 문수산 근처 산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작은 휴게소였다.


수희는 손을 흔들며 승주에게 인사했고, 승주는 서둘러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요양병원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병원은 수희가 내린 문수산 휴게소 언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요양병원은 이곳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한적한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던 탓에 승주는 요양원에 가는 길에 때마침 수희를 차로 데려다줄 수 있었던 것이다.


- 가끔 보면 나랑 승주언니 인연도 보통은 아니라니까.


수희는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산 쪽으로 발길을 내딛으며 생각했다.


우연이라도 치기엔 너무 나도 수상쩍었다.


승주의 어머니가 요양하는 요양원이 하필 또 자신이 가야하는 장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또한 그녀가 쓴 부적으로 종우의 생명을 구하는 과정에서 저승사자들의 수장인 강림도령을 만났고, 승주의 신박한 아이디어로 수살귀를 잡으러 갔다가 색정귀를 퇴치하기도 하였다.


- 나랑 언니랑도 아마 보통 인연은 아닌가보네. 암튼.... 이쪽으로 올라가면 되는 건가. 아, 힘들어 뒤지겠다. 이 놈의 산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높기는 참 더럽게도 높아요. 난 바다가 좋지, 산은 진짜 싫은데...


연신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줄기를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투덜거리고 있는 수희가 그렇게 가쁜 숨을 내쉬며 이십 여분 가량 산을 올랐을까.


처음에는 등산객들도 몇몇 보이는 듯 하고, 나물을 캐는 듯한 마을사람들의 인적도 드문드문 보였으나 어느새 주변을 돌아보니 좁은 산길 하나만 구불구불 펼쳐져있었고, 그 주변엔 개미새끼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수희는 이내 도착하고야 말았다는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즈넉한 기운이 가득한 서낭당 나무 주변에 멈추어 섰다.


색이 바래 낡고 찢어진 오방기가 너풀너풀 걸려 있는 서낭당 나무 주변으로는 은은한 향냄새가 났다. 그 주변은 마치 폐허와 다를 바 없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만큼은 알 수 없는 신성한 기운과 경건함이 가득 묻어나오고 있었다.


수희의 반듯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말려주고 싶기라도 하듯, 선선한 산들바람이 살포시 수희 이마를 간질이며 수희의 긴 머리를 살랑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던 수희는 나지막이 말을 꺼냈다.


-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고우시고, 우아하시고, 또... 음... 뭐라고 칭찬을 해드려야 기분이 좋으실라나?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버릇없이 쏘아붙이는 말투가 한데 뒤섞인 수희의 칭찬에 반응하는 것인지, 서낭당의 오래된 고목(古木)에서 서서히 백색 빛이 맺히더니 서서히 사람의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갈한 흰색 저고리를 입은 채, 머리에 곱게 쪽을 진 단아한 차림의 여인 하나가 수희 앞에 나타났다.


그 존재는 수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용조용하게 말하고 있었다.


- 어쩐 일이신가. 귀한 대신의 그릇께서 여기까지 행차하시고....


수희는 그런 그녀를 본채 만 채 하며 서낭당 주변에 연신 막걸리를 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아까 휴게소에 들려 소떡소떡 타령을 한 것은 핑계였고, 수희는 휴게소 매점에 들려 막걸리와 북어포를 간단히 사서 산에 오르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수희는 이내 막걸리를 다 뿌렸다는 듯이, 허리를 펴 힘껏 기지개를 하곤 볼멘소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수희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귀하긴 뭘 귀해요. 하는 일은 그냥 저 높으신 곳에 있는 양반 딱까리에 시다바리 인 것을... 그냥.. 그냥요. 오랜만에 지나는 길에 잠시 들렀어요.


- 그냥 지나는 길은 아닌 거 같네만...


진중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수희를 한참 쳐다보던 서낭당 신을 향해 수희는 그녀가 짐짓 그렇게 말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 에이! 역시 다 알면서 그러시네. 뭣 좀 물어 볼라고요. 그래도 돼죠?


- 안 된다고 하면 묻지 않을 것인가?


- 그건 아니죠, 헤헤... 혹시 최근에 여기 범 귀신이 돌아다녀요?


그렇게나 단아하고 차분했던 서낭당의 주인의 눈빛이 범 귀신이라는 수희의 말에 잠시 흔들렸다.


수희가 이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슬쩍 끄덕이며 서낭당 신을 향해 다시한번 되물었다.


- 뭘 보긴 보셨나본데? 아시면서 말씀을 안 해주시는 건 아니죠?


수희가 매서운 눈초리로 서낭당 여신을 쏘아보자 그녀가 이내 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그대가 해결하려 하는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사실 수희가 이곳 봉화군 깊은 문수산 산꼭대기까지 찾아오게 된 것은 수희가 어젯밤 새벽녘에 꾼 꿈 때문이었다.


수희는 원래 예지몽(豫知夢)을 꾸는 일이 흔치 않았다.


어제 수희가 꾼 꿈은 미래를 알려주는 예지몽이라기보다, 신(神)이 나타나 직접 공수를 내려주는 현몽(現夢)에 가까웠다.




수희는 꿈속에서 어떤 낡은 절의 극락전에 있었다.


이 전각은 지어진지 수세기는 되보일 법한 낡은 곳이었는데 극락전의 내부에 양쪽 벽은 금각역사(金剛力士)가 그려져 있었다.


8대 보살로 불리는 금강역사는 마두명왕, 대륜명왕, 군다리명왕, 보척명왕, 강삼세명왕, 대위덕보살, 부동명왕, 무능승명왕으로 8대 명왕을 말한다.


명왕은 보통의 방법으로 교화하기 어려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거의 폭력적인 방법을 행했기 때문에, 대개 탱화 속에선 무서운 분노한 얼굴의 형상을 띠고 있다. 모습 또한 조직폭력배처럼 살벌한 무기를 들고, 윽박지르듯이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탱화 속 그림을 보면 무섭다고 우는 경우도 흔치 않게 있었다.


수희는 극락전 내부를 한참이나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이윽고 환한 금색 빛을 한가득 뿜어내는 어떤 탱화 앞에 멈추어 섰다.


- 무슨 말씀 하시려고 현몽(現夢)하신 거예요? 죄송하지만 들어드리기 힘든 부탁이면 미리 거절할게요. 혹시 도와주신다는 거면 그 도움은 기꺼이 받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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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챕터3-42.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1) 23.11.26 46 1 11쪽
41 챕터3-41.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2) 23.11.25 47 1 11쪽
40 챕터3-40.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1) 23.11.25 47 1 11쪽
39 챕터2-39(완).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4) 23.11.25 49 1 12쪽
38 챕터2-38.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3) 23.11.25 47 1 12쪽
37 챕터2-37.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2) 23.11.25 47 1 11쪽
36 챕터2-36.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1) 23.11.25 48 1 13쪽
35 챕터2-35.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3) 23.11.25 45 1 12쪽
34 챕터2-34.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2) 23.11.25 47 1 12쪽
33 챕터2-33.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1) 23.11.25 46 1 12쪽
32 챕터2-32.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3) 23.11.24 47 1 14쪽
31 챕터2-31.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2) 23.11.24 48 1 13쪽
30 챕터2-30.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1) 23.11.24 49 1 12쪽
29 챕터2-29.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3) 23.11.24 47 1 12쪽
28 챕터2-28.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2) 23.11.24 49 1 12쪽
27 챕터2-27.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1) 23.11.24 49 1 12쪽
26 챕터2-26.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3) 23.11.24 49 1 13쪽
25 챕터2-25.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2) 23.11.24 49 1 12쪽
24 챕터2-24.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1) 23.11.24 50 1 12쪽
23 챕터2-23.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2) 23.11.23 50 1 14쪽
22 챕터2-22.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1) 23.11.23 54 1 14쪽
21 챕터2-21. 수살귀(水殺鬼)- 악몽(2) 23.11.23 53 1 12쪽
20 챕터2-20. 수살귀(水殺鬼)- 악몽(1) 23.11.23 56 1 13쪽
19 챕터1-19(완). 금기- 대수대명(4) 23.11.23 54 1 12쪽
18 챕터1-18. 금기- 대수대명(3) 23.11.23 57 1 13쪽
17 챕터1-17. 금기- 대수대명(2) 23.11.23 56 1 12쪽
16 챕터1-16. 금기- 대수대명(1) 23.11.23 55 1 12쪽
15 챕터1-15. 금기- 새타니(3) 23.11.22 56 1 18쪽
14 챕터1-14. 금기- 새타니(2) 23.11.22 5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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