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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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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208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5 13:0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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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챕터2-35.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3)

DUMMY

천수도령의 간절한 외침 덕분이었을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수희를 생각한 천수도령의 마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저 멀리서 자신의 차 경적 소리가 여러 차례 시끄럽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수희가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수희가 일을 해결하고 급하게 차를 몰며, 차 경적소리로 자신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천수도령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


“거기 아저씨들! 와서 밧줄 끝에 잡고 하나 둘 셋 에 좀 당깁시다!”


그의 외침에 소방대원들은 무슨 줄다리기 대회 놀이라도 하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천수도령에게 다가왔다.


“아니, 뭐 장난하세요? 지금 계곡에서 뭐하시는 겁니까?”


다른 소방대원 하나가 그들에게 가까이 가자 검은 물속에서 수박통만한 동그란 얼굴 하나가 튀어나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형식 역시 천수도령의 말을 따라 같이 소리 질렀다.


“됐고! 와서 뒤 좀 잡고, 당기라고요!”


힘에 겨운 형식의 짜증 가득 섞인 말에 소방대원들은 잠시 당황하고 이내 밧줄 뒤로 다가가 있는 힘껏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한결 역시 그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맨 뒤에 가서 밧줄을 있는 힘껏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천수도령이 구호에 따라 장정 여섯이 힘을 주어 밧줄을 있는 힘껏 세게 잡아당기자 갑자기 물속에서 줄이 팽팽해지더니 결국 쨍그랑 소리와 함께 물 밖으로 밥그릇 하나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반대쪽에서 힘을 푼 탓일까. 밧줄의 반동으로 인해 건장한 남자 여섯이 일제히 계곡 자갈돌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한결 역시 바닥에 우당탕하고 넘어지려는 순간이었다.


“꺄악! 아이씨! 아가씨발냄새 조카신발크레파스 십팔색!”


수희가 내지르는 앙칼진 비명소리와 뒤섞인 그녀의 욕지거리와 함께 한결은 수희 위로 그대로 넘어지고야 말았다.


수희는 한결에게 깔려 넘어지는 와중에 마치 래퍼처럼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얼떨결에 수희를 쿠션처럼 깔고 뭉갠 한결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수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반동 땜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안 다치셨어요?”


구구절절이 자신이 넘어질 수 밖에 없었음을 설명하는 한결은 자신이 내민 팔을 붙잡고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엉덩이를 거칠게 툭툭 털어대는 수희를 보고 놀란 토끼눈이 되어 외쳤다.


“어랏?! 또 보네요?”


놀란 한결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희는 재빨리 천수도령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빠! 이제 꺼낸거야? 고생했어, 정말!”


“겨우 꺼냈다. 저 사람들 아니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근데 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이대로 물귀신 되는 줄 알았네!”


“미안 미안... 나도 죽을 뻔 했거든! 사연이 좀 있어. 졸라 긴 사연이 있었어.”


“으이구! 퍽이나! 나 죽었으면 수희 너도 데려갈 거야!”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들이었지만, 사실 물귀신이 되어 상대방을 데려간다는 것만큼 무당들 사이에서 무서운 말은 없었다.


수희와 천수도령은 서로 마주보며 활짝 웃어보였다.


계곡에 있는 형형색색의 둥근 돌자갈 바닥 사이에 내동댕이쳐진 밥그릇은 뚜껑이 살짝 벌어져 흰 생쌀이 보였다.


신기하게도 물속에 있던 그릇 안으로 단 한 방울의 물도 들어가지 않은 모양인지 생쌀은 하나도 젖어있지 않은 그냥 건조한 생쌀 그 자체였다.


“여기 좀 와보시죠.”


천수도령이 고생했다는 듯이 수희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고 말했다.


다급한 마음에 수희는 날다람쥐처럼 잽싸게 뛰어서 계곡에 도착했지만, 상현과 예나는 수희보다 천천히 계곡을 향해 걸어온 탓인지 이제 막 계곡 입구에 도착하는 중이었다.


수희를 쫓아 뒤늦게 지금 막 도착한 예나가 천수도령의 말에 가까이 다가섰고, 천수도령은 그런 예나에게 바닥에 떨어진 밥그릇을 건네주었다.


예나가 천천히 밥그릇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하나도 젖지 않은 생쌀이 보였고, 엉켜있는 머리카락 몇 가닥도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동그란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었다.


“꺼내보세요.”


어느 틈엔가 자신의 옆에 다가선 수희의 말에 예나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오른쪽 손을 넣어 그릇 안에 들어있는 반짝이는 물체를 꺼냈다.


그것은 작고 얇은 금반지였다.


예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계곡 자갈 바닥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예나의 등 뒤로 슬며시 다가온 형식이 그런 예나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거리고 있었다.


“동식이가 너 주려고 산거야... 찾아봐도 집에 없던데... 여기 있었구나.”


형식은 동식의 사고 이후, 동식이 예나에게 주려고 샀던 반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반지를 예나에게 전해주려 동식의 방 이곳저곳을 쥐 잡듯이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끝내 반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반지가 사실 이 계곡 폭포 속에 있었다니 그것도 뚜껑이 닫힌 이 밥그릇 속에 생쌀 안에 놓여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실 넋 건지기 굿에서는 죽은 이의 넋을 찾기 위해 놋그릇을 사용하곤 했다.


보통 그 사람이 빠져 죽은 곳으로 가서, 밥그릇에 쌀과 그의 생일, 생시, 주소 이름을 적은 종이를 뚜껑으로 덮고 무명 끈으로 묶어 던지곤, 무당은 바다를 보며 혼을 부르며 용왕신(龍王神)에게 간절하게 빌기 시작한다.


무사히 넋 건지기가 성공하면 물속에서 꺼낸 그릇 안에 그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물건이나 머리카락 혹은 손톱과 같은 신체의 일부가 딸려 들어온다. 그러면 넋건지기 굿은 성공한 것이다.


예나가 집어든 반지를 보면, 이번 넋 건지기 역시 성공한 셈이다.


예나가 그렇게 동식이 자신에게 주려고 했던 금반지를 붙들고 울고 있을 때, 수희와 천수도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바라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수희는 간단히 악귀(惡鬼)의 정체가 색정귀 였음과 그녀의 살아생전 기구한 사연을 천수도령에게 말했고, 천수도령 은 수희의 말을 전해 듣고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자신이 여태껏 수많은 수살귀들을 경험해봤지만, 다른 악귀에게 사람의 목숨을 전해 받아 그 기운이 더 강해진 수살귀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보통의 악귀라면 소멸시키면 되겠으나 수희는 꼭 두 악귀를 모두 천도 시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지금 니 몸에 그 색정귀는 실려 있는 거고?”


천수도령의 말에 수희는 아무 대답 없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걷이 굿은 오래 담고 있으면 안 되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지?”


그의 말에 수희는 다시한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으로 억울하게 죽거나, 갑자기 죽은 영혼은 자신이 죽은 자리에 매달려 있어서 쉽게 하늘로 천도시킬 수 없다.


그럴 경우 무당은 그 혼을 자신의 몸에 실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영혼이 원하는 장소에 데려다주며 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을 흔히 ‘자리걷이 굿’이라고 부르는데, 특히나 험하게 객사한 사람은 자리걷이 굿을 해야만 천도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수희는 사실 지금 커다란 모험 중이었다.


색정귀가 되어버린 여인의 영혼과, 수살귀가 되어버린 그 아들의 영혼 둘 다 모두 천도하려 하고 있었다.


소멸시키는 간단한 방법보다 천도라는 힘든 길을 선택한 것이다.


“너... 원래 수살귀 잡아서 화마랑 싸움 붙이려고 했던 거 아니야? 그건 포기하게?”


아까 큰 용소계곡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자신의 계획을 모두 천수도령에게 털어놓았던 수희였다.


화마와의 싸움을 붙이기 위해 수살귀를 포섭해 혹은 협박해 붙잡으려던 수희의 계획은 이대로라면 물거품이 될 것이 뻔했다.


이대로 수살귀를 자신의 복수에 이용할 수 없을거라는 천수도령의 말에 수희의 갈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시 고민하는 듯한 수희는 이윽고 세차게 자신의 고개를 이리저리 양옆으로 돌리며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착’하고 두세번 연달아 내리쳤다.


“오빠! 수살귀를 잡으려던 내가 븅신이었던 거 같아! 그리구... 지금은 내 복수보다... 이 여자랑 이 여자 아들이 너무 불쌍해. 그냥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번 해볼래. 그러니까 오빠가 좀 도와줘! 응?”


수희가 슬픈 목소리로 내뱉는 말에서 수희의 진심을 눈치 챈 것일까.


천수도령이 조용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그래, 니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게 맞겠지! 저 위쪽인 거 같아. 거기서 느껴져.”


천수도령이 알려준 수살귀의 기운은 계곡 위쪽이라고 했다.


천수도령의 말에 수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쪽을 향해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에고... 내 팔자야. 저길 언제 올라가...”




그 때였다.


짐짓 심각해진 분위기 속에 엉덩이를 탈탈 털며 바닥에서 일어나 사태를 파악한 다른 소방대원 세 명이 그들을 내쫓으려는 순간이었다.


어둠을 헤치고, 상현이 나타났다.


상현은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상현은 그 커다란 덩치로 여기는 자신들이 알아서 정리할 테니 다치기 싫으면 이대로 사라져주었으면 한다고 낮은 목소리로 소방대원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다행히 아까 동균을 폭행하며 그의 하얀색 셔츠 옷에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살벌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은 순순히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눈에 비친 상현의 모습은 피칠갑이 된 조폭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도망간 소방대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한다거나 다른 소방대원 동료들을 더 불러올 위험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이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상현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굴던 특유의 목소리와 행동으로 앞에 나선 것이었다.


수희가 재빨리 계곡 상류 쪽으로 올라가려 몸을 틀었을 때, 어떤 남자 하나가 수희의 앞을 가로 막아섰다.


그것은 한결이었다.


“왜요? 계곡 위로 올라 가시게요?”


사실 한결은 다른 소방대원 동료들이 상현에게 지레 짐작 겁을 먹고 도망간 그 순간에도, 함께 도망가지 않고 주변에서 천수도령과 수희의 대화를 유심히 엿듣고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무언가 해결하려면 저 계곡 상류 위로 올라가야하는 것처럼 들렸다.


한결은 자신이 눈앞에 서있는 수희를 꼭 도와주고 싶었다.


아니 도와야만 할 것 같았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결의 말에 수희가 됐다고 말하려던 찰나, 상현이 어느틈엔가 다가와 수희를 붙잡은 한결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뿌리쳤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가시죠!”


상현이 앞장서 수희 앞에 나서자 한결 역시 상현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저기요! 저 이래 뵈도 소방대원이거든요?”


서로 티격태격대며, 서로를 쳐다보며 당장이라도 싸움을 할 것 같은 두 남자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 수희는 혀를 끌끌 찬 채, 그 둘을 그대로 내팽겨둔 채 쪼르륵 계곡 위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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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챕터3-42.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1) 23.11.26 48 1 11쪽
41 챕터3-41.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2) 23.11.25 48 1 11쪽
40 챕터3-40.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1) 23.11.25 47 1 11쪽
39 챕터2-39(완).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4) 23.11.25 49 1 12쪽
38 챕터2-38.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3) 23.11.25 48 1 12쪽
37 챕터2-37.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2) 23.11.25 47 1 11쪽
36 챕터2-36.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1) 23.11.25 48 1 13쪽
» 챕터2-35.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3) 23.11.25 46 1 12쪽
34 챕터2-34.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2) 23.11.25 47 1 12쪽
33 챕터2-33.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1) 23.11.25 46 1 12쪽
32 챕터2-32.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3) 23.11.24 47 1 14쪽
31 챕터2-31.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2) 23.11.24 50 1 13쪽
30 챕터2-30.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1) 23.11.24 49 1 12쪽
29 챕터2-29.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3) 23.11.24 48 1 12쪽
28 챕터2-28.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2) 23.11.24 49 1 12쪽
27 챕터2-27.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1) 23.11.24 51 1 12쪽
26 챕터2-26.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3) 23.11.24 49 1 13쪽
25 챕터2-25.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2) 23.11.24 49 1 12쪽
24 챕터2-24.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1) 23.11.24 50 1 12쪽
23 챕터2-23.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2) 23.11.23 50 1 14쪽
22 챕터2-22.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1) 23.11.23 5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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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챕터2-20. 수살귀(水殺鬼)- 악몽(1) 23.11.23 5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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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챕터1-17. 금기- 대수대명(2) 23.11.23 56 1 12쪽
16 챕터1-16. 금기- 대수대명(1) 23.11.23 56 1 12쪽
15 챕터1-15. 금기- 새타니(3) 23.11.22 56 1 18쪽
14 챕터1-14. 금기- 새타니(2) 23.11.22 5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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