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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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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01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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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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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3-41.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2)

DUMMY

주연은 그 옛날 자신이 잘 나가던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자신은 분명 잘생긴 외모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학창시절부터 주변에 여자들이 끊이질 않았다.


사귀고 있는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이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며 자신에게 대시해오는 여자들이 늘 서너명 씩 존재했다. 가는 버스 안 붙잡고, 오는 택시 안 떠나보낸다는 자신의 연애관 때문이었을까. 남들이 알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겠지만 주연은 그렇게 자신이 좋다고 먼저 다가오는 여자들을 애써 거부하거나 마다하지 않았다.


주연은 여자들과 만날 수 있는 대로 만나며, 그녀들과의 관계를 가질 수 있을 때마다 관계를 즐기며 살았다.


그렇게 카사노바와 다를 바 없는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즐겼다.


사업이 쫄딱 망하고,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빈털터리 신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의 주변엔 여자들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사업이 망해 알거지가 되었다 말해 주어도 오히려 자신이 먹여 살릴 테니 함께 살자고 자신을 붙잡던 여자도 있었다.


그런 여자들의 마음을 이용해 주연은 자기가 좋다는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했으나 점점 그 금액의 액수와 여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주연은 도망치듯 이곳 봉화에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채꾼을 비롯한 빚쟁이들을 피해 돈을 피해 그리고 여자들을 피해 겸사겸사 봉화로 숨어 들어온 주연이었다.


하지만 무서움은 무서움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은 가녀린 여자 목소리에 또 다시 아랫도리가 불끈해지며 욕정(欲情)이 솟구치고 있었다. 평상시였다면, 불끈 솟아오르는 성욕에 당장이라도 한걸음에 2층으로 뛰어올라갔을 주연이었다.


하지만 지금 주연은 이상하게도 성욕보다는 배고픔을 느끼는 식욕이 더 급했다.


평상시에 배고프다는 느낌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 그였지만, 불현 듯 저 여자 목소리에 이끌리다보니 장이 뒤틀리듯이 배가 요동치며 지금은 미친 듯이 배가 고파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 있는 화분 속 풀이라도 뜯어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이 허기가 졌다.


- 갑자기 왜 이렇게 배가 고프지? 이상하네. 그런데 저 여자가 내 이름 아는 거 보면.... 날 아는 여자인가? 나 보러 왔다가 2층에 갇힌 건가. 배고파 죽겠는데, 같이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말해 볼까... 흠... 한번 올라가볼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주연이 어느새 2층을 향해 다시한번 계단을 밝으려는 순간이었다.


또 다시 주연의 등 뒤에서 밝은 플래시 불빛과 함께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경비가 보였다.


“뭐하는 거요! 거 누구요!”


이번엔 입구 초소에 있던 경비 ‘곽씨 아저씨’가 아니었다.


“아... 여기 1층에 매점에서 일하는 알바인데요. 제가 그만 잠들어버려서... 집에 가려는데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요.”


이번에도 무슨 여자목소리가 들리냐며 자신을 타박한다면, 이건 분명 귀신의 장난이 백프로 확실하다.


시험 삼아 그를 살짝 떠보기 위해 내심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그 경비 유니폼을 입은 나이든 중년 남자가 주연의 얼굴을 플래시로 비추며 신경질적으로 소리 질렀다.


“여기 원래 밤이면 이상한 소리 종종 들리고 해요! 무시하고 그냥 집에 얼른 가세요! 오늘 늦게 퇴근한 사유에 대해서는 내일 경비팀에 들려서 경위서 작성하고 가요!”


살짝 공포심이 섞인 그의 말엔 짜증과 귀찮음이 한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분명 그 역시 어둠이 짙게 내린 박물관 내부가 무서운지 살짝씩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귀신이라면 저런 목소리 톤이나 떨림이 있을 리가 없다.


아니, 무엇보다 늦게 퇴근하는 자신을 향해 경위서를 작성하고 가라며 귀찮은 목소리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연이 귀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이내 안심했다는 듯이 옅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2층으로 향하던 몸을 돌려 로비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번엔 주연 자신이 앞에 서고, 경비를 자신의 등 뒤에 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주연은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박물관 숙직 담당으로 보이는 경비와 보폭을 맞춰 나란히 걷고 있었다.


로비 입구 출입문에 거의 도달한 주연이 ‘수고하세요.’ 하고 말하며 경비에게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이었다.


순간 경비의 눈동자가 하얗게 빛나더니 주연을 향해 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빨리 도망쳐!”


그리고 주연은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덮치고 있는 것을 느끼곤 또다시 의식이 희미해져 기절을 하고 있었다.


- 도대체 오늘 몇 번을 기절하는 거야. 차라리 그냥 죽여라 죽여!


주연은 의식을 잃는 와중에도 서서히 감기는 눈을 간신히 들어 올려 자신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1층과 2층 계단이 이어지는 로비 한가운데는 노란 형광불빛 두 개와 하얀색 불빛 두 개가 마치 춤추듯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정신없이 날뛰고 있었다.


멀리서보면 마치 레이저 불빛으로 이리저리 돌려대며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였다. 노란 불빛과 하얀색 불빛은 서로 쫓고 쫓기듯이 날쌔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박물관 1층 로비 곳곳을 미친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 저것들이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하는구나! 그냥 죽여라 죽여!


주연은 그 생각을 끝으로 다시 한번 또다시 의식을 잃으며 그렇게 그대로 기절하고야 말았다.







당장이라도 쪄죽을 것 같은 여름 늦더위가 물러가고, 어느새 찾아온 선선한 가을바람에 수희는 몸이 한껏 가벼웠다.


여름만 되면 화마의 기운을 쓸 때마다 왼팔이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나마 겨울이 되면 사정은 나았다. 이제 곧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이었다.


수희는 얇은 베이지색 가디건으로 자신의 몸을 꽁꽁 에워싸며 차에 난방 온도를 살짝 올렸다.


화마의 기운을 쓸 때마다 팔이 뜨거워서 아픈 것은 아픈 것이었고, 지금 당장은 초가을이었지만 오한이 들며 살짝 추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희는 지금 승주가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원래 승주와 수희는 차가 없었다.


수희 자신은 귀신의 기운을 종종 느끼며 보았기 때문에 운전을 하다가 귀신들 때문에 자칫 사고라도 날까봐 두려워서 아예 운전면허를 딸 생각을 하지 못했고, 승주는 아주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있었던 교통사고의 트라우마로 인해 운전면허는 있었지만 평소에 운전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들에게 거의 억대에 달하는 비싼 외제차가 새로 생긴 것은 명동 백마녀의 통 큰 선물 때문이었다.


수희는 가평에서의 수살귀 사건을 해결하고, 집에서 모처럼만에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승주 역시 어머니 요양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번역 알바를 끝마치고 수희와 함께 집에서 늘어지게 푹 쉬고 있던 터였다.


둘은 피곤에 축 쳐진 몸으로 어지럽혀진 집안 청소조차 하지 못했기에 집안 꼴은 개판으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런 둘이 소파에 몸을 파묻고 미주알고주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 저녁을 어찌 해결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였다.


갑자기 아파트 현관에서 ‘띵똥’하고 벨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언니... 우리 누구 찾아올 사람 있나?”


“있겠냐? 우리 택배도 안 시키는데... 흠... 일단 조심!”


승주와 수희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희 가족을 몰살한 화마에 대해 늘 들어온 승주는 짐짓 귀신일까 싶어 수희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주었고, 승주는 나름대로 사람이라면 자신이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미리 구비해둔 무기를 꺼내고 있었다.


승주가 소파 앞에 놓인 협탁에서 전기충격기와 호신용 스프레이를 뒤적거리고 있었고, 수희는 오른팔로 왼팔의 스카프를 살며시 걷으며 서로 준비가 되었다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둘이 하나 둘 셋 하고 구호를 맞춰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순식간에 열려는 찰나였다.


순간 익숙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다! 문 좀 빨리 열어봐! 노인네 다리 기운 없다!”


카랑카랑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백마녀였다.


그녀는 칠십에 가까운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하나만큼은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처럼 우렁차게 컸다.


수희와 승주가 서로 마주보며 너털웃음을 지었고, 이내 수희가 쪼르르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양손 가득 커다란 비닐봉투를 든 검정 양복차림의 상현과 편안한 개량한복 차림에 지팡이를 쥔 채 문 앞에 서있는 백마녀가 있었다.


“아니...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왔어요?”


수희가 똥그래진 눈으로 그런 둘을 바라보자 상현은 머쓱한지 수희의 시선을 피했고, 백마녀는 껄껄 웃으며 수희가 들어오라는 말도 없었지만, 어느 새인가 휘적휘적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서 오라는 소리도 없이 여긴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하냐? 배고파서 밥 먹으려고 왔다! 밥 좀 차려봐!”


너무나도 당당하게 밥 좀 내놓으라는 백마녀의 태도에 수희와 승주는 아연실색하며 서로 쳐다보았다.


마치 저녁밥을 미리 맡겨놓기라도 한 것처럼 당당히 요구하는 백마녀의 무대뽀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상현이 그런 둘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와 거실과 주방 사이 놓인 식탁에 무언가 가득 담겨있는 장바구니 봉투 두 개를 올려놓고 수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어르신께서 지난 일에 대해서 감사 인사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고기 좀 사왔습니다. 같이 식사하시죠.”


상현이 내려놓은 비닐봉지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빵빵했고, 그 안에는 돼지고기, 소고기, 오리고기, 닭고기 등을 비롯해 고기란 모든 고기가 종류별로, 또 부위별로 가득 차 있었다. 흘끗 봉투 안을 바라본 수희는 정육점 하나를 통째로 도둑질해 털어오기라도 한 것일까 싶었다.


- 아니, 여자 둘이 사는 집에 무슨 고기 뷔페 집을 차리려고 왔나. 돈 많은 할망구가 자기 돈 많다고 돈 자랑하고 있네!


수희는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고, 승주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재빨리 그 봉지를 받아 고기를 정리하려 했다.


하지만 봉지 안에 들어있는 고기 내용물의 엄청난 무게에 그만 승주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만큼 상현이 든 봉지 속의 고기 양은 상당했다.


상현은 승주가 휘청거리며 정리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가 승주가 집어 든 봉지를 다시 빼앗아 손에 쥔 채 말했다.


“제가 정리 하겠습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예의바른 상현이 허락을 구한 뒤, 조심스럽게 부엌 냉장고를 열고 그 안에 차곡차곡 고기 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런 상현을 보며 승주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안전부절하고 있었고, 수희는 팔짱을 끼고 그런 둘을 재미있다는 듯이 킥킥대며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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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챕터3-42.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1) 23.11.26 47 1 11쪽
» 챕터3-41.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2) 23.11.25 48 1 11쪽
40 챕터3-40.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1) 23.11.25 47 1 11쪽
39 챕터2-39(완).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4) 23.11.25 49 1 12쪽
38 챕터2-38.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3) 23.11.25 48 1 12쪽
37 챕터2-37.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2) 23.11.25 47 1 11쪽
36 챕터2-36.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1) 23.11.25 48 1 13쪽
35 챕터2-35.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3) 23.11.25 45 1 12쪽
34 챕터2-34.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2) 23.11.25 47 1 12쪽
33 챕터2-33.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1) 23.11.25 46 1 12쪽
32 챕터2-32.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3) 23.11.24 47 1 14쪽
31 챕터2-31.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2) 23.11.24 49 1 13쪽
30 챕터2-30.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1) 23.11.24 49 1 12쪽
29 챕터2-29.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3) 23.11.24 48 1 12쪽
28 챕터2-28.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2) 23.11.24 49 1 12쪽
27 챕터2-27.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1) 23.11.24 50 1 12쪽
26 챕터2-26.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3) 23.11.24 49 1 13쪽
25 챕터2-25.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2) 23.11.24 49 1 12쪽
24 챕터2-24.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1) 23.11.24 50 1 12쪽
23 챕터2-23.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2) 23.11.23 50 1 14쪽
22 챕터2-22.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1) 23.11.23 55 1 14쪽
21 챕터2-21. 수살귀(水殺鬼)- 악몽(2) 23.11.23 53 1 12쪽
20 챕터2-20. 수살귀(水殺鬼)- 악몽(1) 23.11.23 56 1 13쪽
19 챕터1-19(완). 금기- 대수대명(4) 23.11.23 55 1 12쪽
18 챕터1-18. 금기- 대수대명(3) 23.11.23 57 1 13쪽
17 챕터1-17. 금기- 대수대명(2) 23.11.23 56 1 12쪽
16 챕터1-16. 금기- 대수대명(1) 23.11.23 55 1 12쪽
15 챕터1-15. 금기- 새타니(3) 23.11.22 56 1 18쪽
14 챕터1-14. 금기- 새타니(2) 23.11.22 5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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