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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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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202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3 12:42
조회
55
추천
1
글자
12쪽

챕터1-16. 금기- 대수대명(1)

DUMMY

절체절명의 다급한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것은 저승사자들이었다.


저승사자 무리가 순식간에 수십 명이 나타나 엄청난 속도로 뜯어진 금줄 결계 안에 있는 항아리 단지 앞에 다가갔다.


저승사자들은 도망가려는 고양이 귀신들을 붙잡아 하나씩 소중히 들어 올려 자신의 품에 안고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본래 살아있는 짐승들이 죽으면, 그 동물의 영(靈)을 저승으로 데려가는 저승사자들이 따로 있었다.


국가 공무원들이 부처가 나뉘어 서로 다른 일을 하듯이 사람의 영혼을 데려가는 저승사자와 동물들의 영혼을 데려가는 저승사자 역시 따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태가 사태인 만큼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저승사자들 손까지 빌려 한꺼번에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나타나 수희와 상현을 공격하고 있던 고양이 귀신들을 저승으로 인도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타났던 것이다.


수십 명의 저승사자들이 무리를 지어 지하실에 있던 고양이 귀신들을 수거함은 물론, 지하실 입구로 내려오는 계단 담벼락에 숨어있던 고양이 귀신들까지 일제히 수거해 저승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 그래그래! 옳지! 잘한다.


어느새 긴장이 풀린 것인지 두 팔을 축 늘어뜨린 수희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이 웃어 보이며 추임새를 넣자 커다란 검은 그림자 하나가 수희를 향해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수희 앞에 서서 수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검은 그림자 하나는 바로 ‘감재사자’였다.


- 그대는?!


수희를 보고 놀란 감재사자가 수희를 향해 말했다.


그들은 지금 영혼끼리 의사소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전음(全音)으로 대화 중이었다.


흔히 귀신 혹은 영력(靈力)이 있는 무당들은 서로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마음속의 울림으로도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흔히 ‘전음(全音)’이라고 불렀다.


- 그대가 대신의 몸주인가?


- 호오! 보는 눈이 있으시네. 다들 그렇다고 합디다? 왜요? 뭐 문제있나?


저승사자인 자신을 보고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향해 당당히 할 말을 해대는 되바라진 수희를 보며 감재사자는 당혹스러웠다.


보통의 무당들은 저승사자들을 보는 순간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무서워서 벌벌 떨기 마련이었다.


눈앞에 이 젊은 여자는 아무리 대신의 몸주라고 할지라도 저승사자인 자신을 보고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으니 오히려 저승사자인 자신이 더 당황스러웠다.


- 그대의 수호령 같아 보이는 저 할머니 영가의 부탁으로 묘귀들은 데려간다만... 저 위에 신당 안 있는 새타니는 우리가 데려갈 수 없다. 그 이유는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


감재사자는 수희를 향해 말하며, 수희의 등 뒤쪽 지하실 입구에 우두커니 서있는 흐린 형체의 할머니 영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을 따라 수희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기운이 다 한 것인지 거의 소멸 직전인 것처럼 흐릿한 형체의 할머니 영가가 수희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이 활짝 웃어 보이는 할머니 영가는 매우 지쳐 보이고 힘들어보였다.


감재사자의 말에 수희는 갑자기 나타난 저승사자들이 자신의 수호령인 할머니 영가가 데려온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사실 수희 앞에 서있는 감재사자 역시 수희의 수호령인 할머니 영가 때문에 놀란 것은 매한가지였다.


자신의 눈앞에 서서 저승사자인 자신을 향해 되바라지게 맞서고 있는 이 여자도 보통내기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찾아온 저 할머니 영가 역시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귀신이라면 저승사자들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에 저승사자를 직접 찾아올 수도 없거니와, 저승사자를 마주치면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기 급급했다. 하지만 불쑥 나타나 겁도 없이 자신의 팔을 붙잡고 무작정 가야한다며 끌고 온 곳이 바로 이 남양주 박수무당의 집이었다.


남양주 전원주택으로 움직이는 동안에도 저 할머니 영가는 자신을 향해 강림도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호통을 치질 않나, 저승사자들이 떼거지로 오지 않으면 다 죽는다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질 않나 감재사자는 자신에게 이렇게 겁 없이 구는 귀신은 처음 보았다.


미친 노인이 죽어서 된 영가인가. 치매가 걸린 영가인가 싶은 감재사자였다.


그런 할머니 영가를 무시하고 사라지려는 찰나, ‘대신의 몸주’를 살려야한다는 할머니 영가의 외침에 퍼뜩 놀라 주변에 있는 다른 선배 저승사자들까지 불러 그들을 이끌고 온 감재사자였다.


역시 신출내기 초보에 불과한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선배 저승사자들을 향해 감재사자는 동방삭의 부적에 대해 보고를 누락한 것과 대신의 몸주를 찾았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 당장 강림도령에게 찾아가 보고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해 겨우 선배 저승사자들도 이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눈앞에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얼굴은 하얗게 질려 쓰러지기 직전으로 보이는 대신의 몸주라는 이 젊은 여자를 보면서 감재사자는 저 할머니 영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보통이 아닌 이 여자의 수호령이니 저승사자들인 자신에게 호통을 치며 이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구나 싶었다.


감재사자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수희는 새타니를 데려갈 수 없다는 사자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새타니의 영혼은 왜 거부하는 거예요? 아니 무슨 카카오 택시기사가 배차 손님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저승사자가 그래도 돼요? 그리고 그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아요?


- 저 새타니의 운명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우리가 저승으로 인도할 수 없다.


- 그게 무슨 소리예요?


- 이승과의 연줄이 끊기지 않아서 데려갈 수 없다는 소리다.


- 나참!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해야지. 죽은 영혼인데 연줄이 있다는 게 무슨 개소리야.


- 아직 죽어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는 뜻이다.


감재사자의 조용한 말에 수희는 순간 흠칫 놀라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감재사자의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 그럼...


- 그래. 죽어서는 안 되는 아이가 죽었으니 우리는 저 새타니를 아직 살아있는 아이로 여긴다. 하여 지금 우리가 데려갈 수 없다는 뜻이다. 때가 될 때까지 이 곳에 머무르다 저 새타니가 죽어야 하는 때가 되면 우리가 다시 데리러 올 것이다. 그리고 저 새타니는 데려갈 수 없지만, 저 할머니의 피붙이는 조만간 꼭 데려갈 것이다!


수희는 속으로 이를 어쩌나하고 고민 중이었다.


남자 박수무당이 죽인 것이 분명한 어린 아이의 영혼 새타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종우라는 어린 남자아이만 조만간 죽게 생겼다. 혹 떼려다가 혹 붙인 것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일까.


수희는 난감해하고 있었다.


- 종우라는 애는... 꼭 데려가야 해요? 사정 들어보니 딱한 아이던데...


- 어디 사연 없는 인생이 있더냐. 이미 사자밥을 비롯해 가짜 장례까지 치러 우리 차사들을 농락한 자이다. 이 정도로 끝내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감재사자의 무겁고도 엄숙한 태도에 수희는 할 말을 잃고 가만히 서있었다.


당장이라도 목숨을 빼앗아 갈 것 같던 불길하고 사악한 기운이 갑자기 일순간 모두 사라지자 백마녀와 상현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허공을 향해 한참 고개를 치켜세우고, 어떤 존재와 대화하는 겉 같은 모습의 수희를 보고 백마녀와 상현은 묵묵히 수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화가 길어지는 것 같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백마녀가 수희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며시 물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게야? 니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다만... 이제 좀 잠잠해진 걸 보니 끝난 거 아니냐?”


“그게 할머니 문제가... 좀...”


수희가 백마녀에게 말을 꺼내는 사이, 감재사자는 수희에게 말을 꺼낸 백마녀를 한번 흘끗 쳐다보고는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아이 조카신발! 저건 아직 내가 말도 안 끝났는데 사라지네!”


분명 다른 저승사자들이 보았다면 길길이 날뛰며, 입에 개거품을 물만한 말이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저승사자에게 ‘조카신발’이라는 욕지거리를 하고. 저승사자를 향해 ‘저건’이라는 말을 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그 대단한 ‘대신의 몸주’라지만 수희는 버릇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 2층... 2층... 돈을 챙겨가거라...


유독 다른 때보다 기운이 없이 약하고, 숨도 헐떡거리는 듯한 할머니 수호령의 목소리가 수희에게 들려왔다.


수희는 할머니 영가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싶어 의아했다.


사실 저승사자들 앞에서 할머니 영가는 자신의 영적인 기운을 거의 다 소모하고 말았다.


보통 귀신들이라면 저승사자 앞에서 말을 섞거나, 저승사자와 접촉한 것만으로도 그 기운이 다해 진즉에 소멸됐을 터였다.


“우리 할머니 수호령이 그러는데 여기 2층 다락방 가면 돈이 있대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챙겨가요 전부 다!”


백마녀는 상현에게 눈짓했고, 수희의 말을 상현 역시 주의 깊게 듣고 있었던 터라 단번에 상현은 두세 계단씩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 전원주택 2층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희와 백마녀는 기운이 없어 털래털래 천천히 계단을 올라 남자 박수무당이 있던 집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순간 정신을 차린 남자 박수무당이 집 밖으로 도망을 치려는 순간 그것을 발견한 수희가 남자 박수무당에게 다리를 걸어 거실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고선 재빨리 남자 박수무당의 손을 자신의 운동화로 찍어 누르고, 오른손으로 에코백 안에 있던 하나 남은 엄나무 가지를 꺼내 있는 힘껏 남자 박수무당의 머리에 후려갈겼다.


“으악!”


수희의 운동화에 찍힌 손가락과 이마에 박힌 엄나무 가시의 고통에 박수무당이 비명을 질렀다.


“니가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여 버리고 싶은데, 뭐 그래도 지킬 선이 있지.”


운동화로 있는 힘껏 질근질근 밟아대는 수희 때문에 손가락이 짓이겨지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박수무당이 크게 소리질렀다.


“살려줘! 내가 가진 돈 다 줄게! 다 주면 되잖아!”


“이야! 돈이면 다 돼? 어차피 그 돈 다 이 할머니한테서 나온 돈 아니야? 원래 주인이 다시 가져가는 건데 니 새끼 말하는게 졸라 웃기네? 야! 내가 원래 너 찢어죽일 수 있는데 지금 참고 있는 거야. 귀신보다 사람이 우선이니까. 그러니까 입 싸물고 가만히 있어! 살려는 줄게! 대신 넌 곱게 죽지는 못할 거야. 알고는 있어라?”


1층 거실에서 남자 박수무당의 비명소리를 들은 상현이 순식간에 2층에서 뛰어 내려왔다.


도망가려는 박수무당을 발견한 상현은 그의 손가락을 질근질근 밟은 채 담배꽁초를 손에 쥐고 불을 붙이는 수희를 어이없게 쳐다보고 있었다.


상현은 그대로 자신의 오른쪽 발을 있는 힘껏 들어 올려 남자 박수무당의 얼굴을 걷어찼고, 상현의 발길질에 얼굴을 쳐맞은 남자 박수무당은 그대로 ‘억’소리를 내며 또 다시 기절했다.


“오빠! 나이스 샷!”


수희가 상현의 거친 발길질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환하게 웃어 보이며 손뼉을 쳤다.


상현은 그런 수희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지만 수희를 바라보는 상현의 얼굴이 순간 잠시 바알갛게 물든 것 같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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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챕터3-42.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1) 23.11.26 48 1 11쪽
41 챕터3-41.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2) 23.11.25 48 1 11쪽
40 챕터3-40.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1) 23.11.25 47 1 11쪽
39 챕터2-39(완).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4) 23.11.25 49 1 12쪽
38 챕터2-38.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3) 23.11.25 48 1 12쪽
37 챕터2-37.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2) 23.11.25 47 1 11쪽
36 챕터2-36.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1) 23.11.25 48 1 13쪽
35 챕터2-35.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3) 23.11.25 45 1 12쪽
34 챕터2-34.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2) 23.11.25 47 1 12쪽
33 챕터2-33.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1) 23.11.25 46 1 12쪽
32 챕터2-32.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3) 23.11.24 47 1 14쪽
31 챕터2-31.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2) 23.11.24 50 1 13쪽
30 챕터2-30.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1) 23.11.24 49 1 12쪽
29 챕터2-29.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3) 23.11.24 48 1 12쪽
28 챕터2-28.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2) 23.11.24 49 1 12쪽
27 챕터2-27.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1) 23.11.24 51 1 12쪽
26 챕터2-26.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3) 23.11.24 49 1 13쪽
25 챕터2-25.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2) 23.11.24 49 1 12쪽
24 챕터2-24.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1) 23.11.24 50 1 12쪽
23 챕터2-23.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2) 23.11.23 50 1 14쪽
22 챕터2-22.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1) 23.11.23 55 1 14쪽
21 챕터2-21. 수살귀(水殺鬼)- 악몽(2) 23.11.23 53 1 12쪽
20 챕터2-20. 수살귀(水殺鬼)- 악몽(1) 23.11.23 56 1 13쪽
19 챕터1-19(완). 금기- 대수대명(4) 23.11.23 56 1 12쪽
18 챕터1-18. 금기- 대수대명(3) 23.11.23 57 1 13쪽
17 챕터1-17. 금기- 대수대명(2) 23.11.23 56 1 12쪽
» 챕터1-16. 금기- 대수대명(1) 23.11.23 56 1 12쪽
15 챕터1-15. 금기- 새타니(3) 23.11.22 56 1 18쪽
14 챕터1-14. 금기- 새타니(2) 23.11.22 5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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