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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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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74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6 09:0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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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3-42.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1)

DUMMY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다 쓸어왔다. 고기 좀 구워먹자. 늙어도 자주 고기같은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 해!”


백마녀의 당당한 말에 수희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지금 막 저녁 먹으려던 찰나였는데. 삼겹살에 쐬주! 괜찮죠?”


그렇게까지 막 정겹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상현은 워낙 말이 없이 과묵했고, 승주 역시 싹싹한 편이 아니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기에 식사 분위기는 조용한 적막만이 가득했다.


상현이 양복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심히 가위질을 하며 삼겹살을 굽고 있었고, 백마녀는 수희의 앞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를 천천히 부어주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 가평에서 고생 많이 했다지?”


백마녀가 수희를 향해 말하자, 수희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상현을 쳐다보았다.


분명 상현이 백마녀에게 보고한 것이 분명했다.


- 아이 참... 말하지 말라니까. 그새 또 다 보고했구만? 아들도 아니면서 마마보이야 뭐야....


수희가 상현을 살짝 흘겨보자 상현은 그런 수희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헛기침을 몇 차례하고는 말없이 고기를 집게로 집어 백마녀와 수희, 그리고 승주 접시에 한 점씩 건네주고 있었다.


“그만 흘겨봐라! 상현이 얼굴 닳겠다. 어차피 내가 알아야 해결할 일 아니었냐. 영(靈)적인 부분은 너가 해결한다 쳐도... 인간 세계의 일은 내가 해결하는 게 빠르고 편하지! 이 세상에 돈 앞에 장사 없다. 어쨌든 어찌 저찌 잘 해결된 거 같으니 상현이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마라.”


백마녀가 소주잔을 입안에 털며 조용조용 차분히 말하자 수희는 알겠다는 듯이 두 손을 어깨위로 치켜들어 올리고는 자신 역시 백마녀가 따라준 소주잔에 담긴 소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그나저나... 그 때 한정식 집에서는 워낙 경황이 없어서 몰랐구만. 이 쪽에 앉은 조용한 아가씨가 그 때 수희 너가 말한 종우 살려준 부적 썼다는 그 부적술사 아가씨인가?”


백마녀는 인자한 표정이었으나 눈빛만큼은 서슬퍼런 날카로운 기세로 승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승주가 백마녀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


“네, 제가 부적 쓰는 사람입니다! 저도 일전에 수희 통해서 대충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종우라는 손주 분께 제가 도움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승주가 멋쩍은 듯이 말하자 백마녀는 그런 승주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 가슴 절절한 사연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나도 수희 통해서 대충 들었다만 너도 마음고생 많았을 테지... 그래 어머님은 요양원에 계시다고?”


백마녀에게 미주알고주알 모두 보고 했다고 눈을 힐쭉거리며 상현을 째려본 수희였지만, 그 누구보다 입이 가벼운 것은 수희였다.


사실 수희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남들에게 다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었으나, 워낙 다양한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수희였기에 수희 주변 사람들은 늘 수희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수희 주변 사람들이 모두 수희에 대해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수희에게 도움을 받았기에 수희 주변 인물들은 그녀가 큰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든 수희를 도우려했다. 그 과정에서 수희에게 일어난 일이나 주변 사람들을 둘러싼 사건의 경위를 물어보는 통에 수희는 웬만해선 그들에게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 가급적 쉽게 다 설명해주는 편이었다.


승주가 백마녀의 소주잔에 두 손으로 공손하게 소주병을 들고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네, 수희 통해서 들으셨겠지만... 집안에 안 좋은 일로 어머니 한분 살아남으셨습니다. 지금 경북 봉화 쪽에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계세요.”


“어머님 연고가 그쪽이신가?”


“네 고향이 그쪽이셔서 말년에 고향 그리워하실 것 같아 굳이 그쪽으로 모셨습니다.”


“고생이 많구먼... 그럼 어머님 뵈러 어찌 가지?”


“한 달에 한 두 번 씩 어머니 보고 싶을 때 찾아갑니다. 동서울 종합터미널에서 춘양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요. 그거 타고 가서, 터미널 앞에서 택시타고 가면 요양원까지 금방 갑니다.”


수희는 옆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춘양버스터미널까지 버스로만 3시간이 넘게 걸리고, 터미널에서 다시 요양원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 시간 역시 적게 걸리는 편이 아니었다. 한번 가려면 넉넉히 대여섯 시간은 족히 잡아야하는 길인데 그것을 금방 간다고 말하고 있는 승주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차가 한 대 있으면 가는 게 훨씬 편하겠군... 잘 됐네! 상현아 건네줘라.”


백마녀가 조용히 승주의 말을 듣고 있다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현을 향해 말했다.


상현은 백마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차키를 꺼내 승주에게 공손히 건넸다.


“이게... 뭐예요?”


젓가락으로 불판 위에 지글지글 익고 있는 고기 한점을 뒤집으며 입에 한가득 고기를 넣고 오물거리던 수희가 궁금하다는 듯이 승주의 손바닥 위에 놓인 키를 보고 말했다.


“너희들 쓰라고 차 한 대 새로 뽑았다. 편하게 써라!”


“에?!”

“네?”


승주와 수희가 서로 쳐다보며 동시에 놀라 소리치자, 백마녀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니, 복수한다는 것이 차도 없이 전국을 어찌 다니려고 하누. 상현이야 수희 니가 부르면 한걸음에 바로 달려간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상현이만 부려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얘도 나름 명동에서 유명인사인데다가, 할 일이 많아서 바쁜 놈이다!”


백마녀가 상현을 쳐다보며 말하는 동안 상현은 고기 불판의 열기 때문인지 아니면 수희가 부르면 바로 달려간다는 뼈가 담긴 말 때문인지 귓볼이 점점 바알갛게 물들고 있었다.


“그건 그렇지만.... 저희 차 없어도 버스나 지하철로 잘만 쏘다녀요!”


수희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하자 승주 역시 옆에서 수희의 말을 거들었다.


“예, 어르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너무 과합니다.”


“내 성의를 무시할 셈이냐? 그냥 종우 목숨 값이라 생각해라. 이 정도는 종우 목숨 값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마!”


백마녀가 짐짓 화가 난 듯이 소주잔을 탁하고 식탁 위에 거칠게 내려놓자 승주는 어쩔 줄 몰라하며 옆자리에 앉은 수희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수희는 백마녀에게 있어 차 한 대 값 정도는 껌값이며 그녀에게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승주의 성격에 차 한 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수희는 그런 승주의 착한 성품 역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 참... 이거 안 받는다고 하면 어쩌시게요? 정말 심하게 성깔 부릴 거죠? 깽판치려나?”


수희가 백마녀의 눈길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자 백마녀가 수희의 말에 응수했다.


“역시 무당아가씨라 그런가 내가 어찌 나올지 잘 아는구먼! 좋게 말할 때, 그냥 넙죽 받아라!”


“언니, 그냥 이거 받아. 이 할머니한테 이 정도는 그냥 껌값이니까... 성의 무시하지 말고 고맙게 받아. 이 할머니 성깔 진짜 보통 아니야. 안 받으면 나나 언니나 그냥 이 자리에서 깨꼬닥하고 뒤질지도 몰라. 그리구 언니 덕분에 저승사자 한번 물리쳤잖아. 그것도 대단한 거야. 언니 목숨 값도 들어...”


순간 큰 말실수를 했다는 듯이 아차 싶은 수희였지만, 승주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수희 옆자리에 묵묵히 앉아있었다.


백마녀 역시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소주잔에 스스로 소주를 따라 천천히 들이 키고 있었다.


“그러면... 어르신. 차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신 저도 부탁이 있습니다. 제가 틈틈이 어르신께 부적을 써드리는 것으로 하지요. 제 피로 쓰지는 않겠습니다. 굳이 제 피가 아니라, 닭피나 경면주사로 쓴 부적도 나름 효험이 있다고 하니 제가 틈나는 대로 운수대길을 기원하거나 안 좋은 것들을 피하는 부적을 써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으시겠지요?”


백마녀는 승주의 제안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대고 호탕하게 웃으며 승주의 빈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주었다.


수희는 활짝 웃어보이며 상현의 어깨를 가볍게 탁하고 쳤다.


상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열심히 불판위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얼떨결에 생긴 비싼 외제차를 타고 둘은 신나게 고속도로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수희의 얼굴은 지금 짜증과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언니! 여기까지 와서! 내가! 응!!!”


“제발 좀 진정해, 수희야! 이러다가 사고나!”


갓 도로연수를 마친 승주였기에 아직은 빠른 속도로 달려야하는 고속도로 운전이 두려운 승주였다.


승주는 핸들을 두 손이 하얗게 될 정도로 꽉 움켜쥔 채 앞만 바라보며 운전 중이었기 때문에 지금 옆자리 조수석에 앉은 수희의 얼굴을 쳐다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씩씩 거리고 있을 수희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사실 승주는 어린 시절 당한 교통사고 트라우마로 인해 운전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다만 백마녀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거의 한달에 걸친 피나는 노력 덕분에 겨우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매일같이 울며불며 기절하지 않은 게 용할 정도로 악다구니를 쓰며 배운 운전이었지만 말이다.


면허가 있긴 했지만, 장롱면허로 지낸 세월이 길다보니 운전면허학원에서 개인적으로 강습비를 주고 강사에게 도로연수를 받았다. 그 와중에 강사 몇 명을 갈아치웠는지도 모를 승주였다. 대개 강사들은 승주의 발작 같은 비명에 혀를 내두르며 못 가르치겠다고 수업을 그만두었지만, 악바리 같은 끈기와 노력으로 결국 승주는 차 운전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자신보다 성질머리가 더 더러운 인간 하나가 자신의 운전대 옆에서 엄청난 불평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탓에 가뜩이나 운전하는데 온 신경을 곤두서고 있는 승주는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언니! 내가 기껏 여기까지 와서 소떡소떡을 못 먹는 게 지금 말이 되냐고! 게다가 오늘 월요일인데 아니 무슨 월요일에 소떡소떡이 품절이냐고! 이건 말이 안 돼! 분명 귀신이 장난질치고 있는 거 같아!”


잔뜩 열이 받아서, 숨도 쉬지 않고 마치 래퍼라도 된 것처럼 연달아 따다다 쏘아붙이며 말하고 있는 수희 때문에 승주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다들 소떡소떡 먹고 싶어서 너처럼 휴게소 들렸나부지. 아니면 주말에 다 소진되서 재고가 없거나 했을 거야. 무슨 귀신이 소떡소떡을 없애? 그게 말이 되니?”


“아니, 내 소떡소떡!!! 어떻게 하냐고! 먹고 싶다고!”


수희는 자신의 머리를 살짝 쥐어뜯으며 안타까움에 몸부침치며 소리질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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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챕터3-43.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2) 23.11.26 46 1 11쪽
» 챕터3-42.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1) 23.11.26 47 1 11쪽
41 챕터3-41.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2) 23.11.25 47 1 11쪽
40 챕터3-40. 창귀(倀鬼)-백두대간 수목원(1) 23.11.25 47 1 11쪽
39 챕터2-39(완).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4) 23.11.25 49 1 12쪽
38 챕터2-38.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3) 23.11.25 48 1 12쪽
37 챕터2-37.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2) 23.11.25 47 1 11쪽
36 챕터2-36. 수살귀(水殺鬼)-회자정리 거자필반(1) 23.11.25 48 1 13쪽
35 챕터2-35.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3) 23.11.25 45 1 12쪽
34 챕터2-34.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2) 23.11.25 47 1 12쪽
33 챕터2-33. 수살귀(水殺鬼)-색정귀와 수살귀(1) 23.11.25 46 1 12쪽
32 챕터2-32.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3) 23.11.24 47 1 14쪽
31 챕터2-31.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2) 23.11.24 49 1 13쪽
30 챕터2-30. 수살귀(水殺鬼)- 넋 건지기(1) 23.11.24 49 1 12쪽
29 챕터2-29.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3) 23.11.24 47 1 12쪽
28 챕터2-28.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2) 23.11.24 49 1 12쪽
27 챕터2-27. 수살귀(水殺鬼)- 천수도령(1) 23.11.24 49 1 12쪽
26 챕터2-26.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3) 23.11.24 49 1 13쪽
25 챕터2-25.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2) 23.11.24 49 1 12쪽
24 챕터2-24. 수살귀(水殺鬼)- 의용소방대 연수(1) 23.11.24 50 1 12쪽
23 챕터2-23.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2) 23.11.23 50 1 14쪽
22 챕터2-22. 수살귀(水殺鬼)- 가평 용소계곡(1) 23.11.23 54 1 14쪽
21 챕터2-21. 수살귀(水殺鬼)- 악몽(2) 23.11.23 53 1 12쪽
20 챕터2-20. 수살귀(水殺鬼)- 악몽(1) 23.11.23 56 1 13쪽
19 챕터1-19(완). 금기- 대수대명(4) 23.11.23 54 1 12쪽
18 챕터1-18. 금기- 대수대명(3) 23.11.23 57 1 13쪽
17 챕터1-17. 금기- 대수대명(2) 23.11.23 56 1 12쪽
16 챕터1-16. 금기- 대수대명(1) 23.11.23 55 1 12쪽
15 챕터1-15. 금기- 새타니(3) 23.11.22 56 1 18쪽
14 챕터1-14. 금기- 새타니(2) 23.11.22 5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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