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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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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18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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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DUMMY

한결과 준희가 놀라 바라보니 어떤 거뭇거뭇한 두 형체가 암자 문 앞에 서있는 듯 했다.


준희 엄마 옥희의 영가는 그런 그들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이내 준희에게 다가가 그를 한번 안아준 뒤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엄마 이제 가야해. 잘 살아야해 준희야. 엄마 생각 하지 말고, 잘 살아야해. 넌 너의 인생을 사는거야. 알았지? 엄마랑 약속해!”


진공청소기가 바람을 빨아들이듯이 강력한 위압감의 기운에 옥희의 영혼이 서서히 암자 문 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암자 방 안에 차려진 제사상은 바닥에 나동댕이 치면서 엉망이 되었고 수희와 한결, 그리고 준희의 머리카락은 물론 입고 있는 옷까지 바람에 정신없이 사방팔방 펄럭일 정도였다.


수희가 거센 바람에 실눈을 뜨고 유심히 지켜보니 그것은 나찰이 분명했다.


‘나찰’이라 함은 불교에서 원래 악귀였다가 불법(佛法)에 귀의하며 부처님을 믿고 갱생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산스크리트어 원명으로는 ‘락샤사(Rakshasa)’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흔히 한국에서는 ‘아방나찰’이라고도 부른다. 이들은 부처와 염라의 명령으로 지옥을 지키는 옥졸 즉 간수를 뜻하는데 사람과 같은 모습이지만 머리만큼은 보통 소머리나 말머리를 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지금 수희 눈앞에 비치는 모습은 소와 말머리를 한 도깨비 형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형상들은 소머리를 했다가 갑자기 푸른빛의 안광을 가진 도깨비 형상이었다가, 계속해서 얼굴이 사람과 짐승머리를 바꿔가며 반복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수희가 자신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나찰 중 하나가 이내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어 수희를 노려보며 낮은 중저음으로 전음을 시작했다.


- 우리를 볼 수 있는가. 막지마라. 너희가 죽는다.


그의 말에 수희가 흠칫 몸을 떨었다.


지난번 남양주 박수무당 사건 때 만난 저승사자들과는 기운이나 음색이 차원이 달랐다. 엄청난 위압감과 공포심에 수희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분명 준희 어머니 영가는 이대로 끌려간다면 지옥으로 끌려 갈 것이 분명했다.


- 어쩌지... 승주 언니 부적을 써야하나. 아니면 화마의 기운으로 막을 수 있을까?


수희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 중이던 찰나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반대편에 서있던 말머리를 한 형상이 소리질렀다.


- 어딜 감히 막으려 하는가! 생시에 불효를 저지른 자, 천륜을 끊고 자식을 버린 자. 스스로 불구덩이에 빠져 들었으니 영겁의 시간동안 흑암지옥(黑闇地獄)에 빠져야 한다!


나찰이 말하는 흑암지옥은 저승 지옥의 시왕(十王) 중 하나인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이 다스리는 곳으로 가족과 관련된 죄를 지은 죄인은 낮도 밤도 없이 숨 막히는 적막 속에 갇혀 억겁의 시간을 외로이 보내야했다. 그리고 생전의 업보에 따라 '육도윤회'의 길로 가게 된다.


수희가 고민하고 있던 찰나, 엄마의 영혼이 문 앞에 있는 검은 존재들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을 눈치 챈 준희가 그 앞을 가로막고 서서 소리쳤다.


“안 돼! 못 데려가! 차라리 나를 데려가!”


그의 외침에 수희와 한결이 준희를 쳐다보았을 때, 수희 눈에 보이는 것은 소머리를 한 형상의 나찰이 품에 차고 있던 거대한 방망이로 준희의 머리를 내리치는 모습이었다.


그 쇠방망이는 엄청난 크기에 곳곳에 가시가 박혀 있었는데 그대로 맞았다가는 즉사(卽死)할 것만 같았다.


“피해요!”


수희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준희는 결국 그 방망이질에 머리를 맞았고, 이내 머리에서는 수박 터지는 ‘퍽’소리와 함께 준희의 머리에서 굵은 핏방울이 우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마 한가운데를 타고 흐르는 피로 인해 눈앞이 붉게 보여 정신이 하나도 없던 준희가 두려울 것이 없다는 듯이 그 검은 존재들을 향해 발을 내딛자 한결이 그의 팔을 붙잡고 이내 암자 문 옆으로 그를 끌어내렸다.


하지만 준희는 아귀가 되어버린 그의 외할아버지 때문에 체중이 급속히 줄어 왜소한 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의 힘을 버티며 문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말리지 마! 한결이 너는 비켜서서 뒤로 가있어!”


준희의 매서운 외침에 한결이 주춤했다.


“에라 모르겠다.”


한결 역시 준희 옆에 골키퍼처럼 문을 막아서고 있었다.


이번에는 말머리를 한 형상의 나찰이 품안에서 긴 야구방방이처럼 길죽한 방망이를 꺼내 그들을 향해 휘두르려 하던 순간이었다.


“안 돼, 준희야 비켜! 엄마가 가면 돼. 이러지 마!”


옥희의 영혼이 준희와 한결을 향해 울부짖었지만 한결과 준희는 비켜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내 그들을 향한 나찰들의 무자비한 매질이 시작되었다.


준희의 어깨와 팔에 ‘퍽퍽’소리와 함께 몽둥이질이 시작되었고, 함께 맞고 있는 한결 역시 엄청난 충격에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준희의 머리는 이미 피로 흥건히 젖어 얼굴 전체가 피칠갑이었다.


이윽고 품안에서 날카로워보이는 기다란 창을 꺼낸 말머리의 나찰이 그들을 향해 쇠창을 찌르려 하던 순간이었다.


순간 수희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왼팔을 내밀고 화마의 기운을 가득 뿜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희의 왼팔이 새빨갛게 변하면서 후끈한 열기가 가득 풍겨져나오자 나찰들이 흠칫 몸을 굳히며 쇠창을 든 손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 니가 아무리 화마의 몸주라고 하더라도, 저승의 섭리를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 물러서라!


두 나찰은 다시한번 분노에 찬 음성으로 소리쳤지만 수희는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그들을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산전수전 육해전 공중전 다 겪은 년이야! 하나도 안 무섭거든? 어디 한번 나 죽여보던지? 남들이 그러던데? 나 죽으면 화마가 풀려나서 세상이 엉망진창이 된다고? 어디 한 번 해봐! 빨리 해 보라고!”


바락바락 악을 쓰며 무서울 것 하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러대는 수희의 모습에 나찰들은 혀를 내둘렀다.


순간 한결이 수희의 앞을 가로막으려는 순간, 소의 머리를 한 나찰 하나가 순식간에 자신의 머리에서 기다란 무언가를 꺼내어 한결의 몸에 던졌다.


그것은 순식간에 새까만 뱀의 형상으로 변해 한결의 목덜미를 물려는 듯이 아가리를 벌렸다.


‘컥’하고 무언가 물린 것 같은 소리가 들렸고, 한결이 놀라 뒤를 바라보자 어느틈인가 자신의 등 뒤에 달려든 수희가 오른손으로 수희 자신의 뒷목을 붙잡은 채,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희 씨!?”


놀란 한결이 외치자 수희의 입에서 짜증과 고통스러움이 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결 씨 때문에 뱀에 또 물렸잖아요!”


수희의 말에 한결의 맑고 커다란 두 눈동자가 한층 커진 채 수희를 향해 되물었다.


“또라뇨? 전에도 뱀에 물린 적이 있어요?”


한결의 질문에 수희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랏? 아닌데... 나 뱀 물린 거 처음인데 내가 왜 그렇게 말했지? 아 몰라요! 지금 정신 하나 없으니까... 시비걸지 말고 앞이나 잘 막고 있어요! 우리 이러다가 죄다 죽게 생겼네!”


수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등을 돌려 자신의 목덜미를 문 뱀을 왼손으로 잡고 물린 상처를 화마의 불로 짓이기며 나찰을 노려보았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 한번 해보자는 거지?”


수희가 소리치자 말 머리를 한 나찰이 소리쳤다.


- 기어코 니가 앞을 가로막아선다면 우리도 너희를 죽일 수 밖에 없다.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마라!


“하늘의 뜻이고, 뭐고 난 모르겠고! 당신 댁들 피도 눈물도 없네! 이렇게 안타까운 모자지간을 기어코 생이별 시켜야 맘이 편하겠어?”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날카롭게 소리치는 수희를 향해 나찰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각자 손에 든 방망이와 쇠창을 움켜쥐는 것이 보였다.


수희와 한결은 그 모습에 침을 꼴깍 삼켰고, 그들의 등 뒤에서 간신히 서서 몸을 휘청거리며 머리에서 끊임없이 피를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는 준희가 그들을 밀치며 앞을 가로막아섰다.


“준희야!”


한결이 준희를 붙잡아 놀라 소리쳤다.


준희가 두 눈이 스르륵 감기며 쓰러지려는 순간, 나찰들이 그들을 향해 몽둥이와 쇠창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암자 앞마당에서 ‘털썩’하고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잔잔한 목탁소리 그리고 스님의 경을 읊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희와 한결이 놀라 쳐다본 마당에는 화련스님이 암자 앞 흙마당에 그대로 주저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불경을 읊는 모습이 보였다.


“스님!”

“화련스님!”


수희와 한결이 동시에 외쳤고, 화련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두 눈을 꾹 감고 기도만을 올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화련의 등 뒤로 이십여명 가까운 스님들이 떼를 지어 가부좌를 튼 채 화련을 따라 경을 읊고 있었다.


스님들이 암자 앞마당에서 그렇게 경을 읊어대자 두 나찰은 잠시 흠칫 몸을 떨더니 그 기세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들은 가만히 서서 그런 스님들을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두 나찰 역시 스님들의 기도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눈치였다.


-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군. 속세(俗世)와 연을 끊은 자들이 후세(後世)와는 연을 이으려하는가?

- 끼어들지 마라. 아무리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이들이라 해도 그럴 권한은 없다!


소머리 형상의 나찰이 화련에게 전음하자 화련 역시 조용히 대답했다.


- 사람이 제 몸뚱이를 가진 것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 나무의 가지와 줄기처럼 한 기운이 이어져있으니 아무리 멀리 있다한들 줄기의 아픔을 어찌 가지가 모르겠습니까.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청컨대 굽어 살피소서...


화련의 말에도 두 나찰은 물러서지 않고, 주춤했던 기운을 끌어올리는지 또다시 위압감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한결과 준희를 향한 매질은 이미 멈춘 상태였고, 스님들과 나찰은 팽팽한 기싸움 중이었다.


불경을 읊어대는 스님들 얼굴에 한두방울씩 땀방울이 맺히며 고통스러운 듯이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내 정신을 추스린 한결은 얼굴이 피떡이 되 정신이 혼미해지는 준희를 붙잡고 있었고, 수희는 화마의 기운을 이끌어내려 노력 중이었으나 지난번처럼 기운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 아이 씨! 왜 화마 기운은 안 올라와! 어쩌지... 어쩌지!!! 스님들이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만은 없는데...


수희가 난감해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 어디 한번 가보자. 어디 보이기만 해! 아주 가만 안 둬!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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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챕터4-73(완).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5) 23.11.30 36 1 11쪽
72 챕터4-72.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4) 23.11.30 40 1 12쪽
71 챕터4-71.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3) 23.11.30 38 1 12쪽
»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23.11.30 38 0 11쪽
69 챕터4-69.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1) 23.11.30 37 1 12쪽
68 챕터4-68.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3) 23.11.30 39 1 12쪽
67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23.11.30 39 1 12쪽
66 챕터4-66.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1) 23.11.29 40 1 12쪽
65 챕터4-65. 불가(佛家)- 진실(2) 23.11.29 37 1 12쪽
64 챕터4-64. 불가(佛家)- 진실(1) 23.11.29 37 1 12쪽
63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23.11.29 37 1 12쪽
62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23.11.29 40 1 11쪽
61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23.11.28 42 1 11쪽
60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23.11.28 42 1 11쪽
59 챕터4-59. 불가(佛家)- 걸신(乞神)(2) 23.11.28 41 1 12쪽
58 챕터4-58. 불가(佛家)- 걸신(乞神)(1) 23.11.28 42 1 11쪽
57 챕터3-57(완).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2) 23.11.28 44 1 14쪽
56 챕터3-56.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1) 23.11.27 43 1 12쪽
55 챕터3-55. 창귀(倀鬼)- 재회(再會) (2) 23.11.27 45 1 12쪽
54 챕터3-54. 창귀(倀鬼)- 재회(再會) (1) 23.11.27 44 1 12쪽
53 챕터3-53.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3) 23.11.27 44 1 12쪽
52 챕터3-52.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2) 23.11.27 44 0 12쪽
51 챕터3-51.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1) 23.11.27 43 1 11쪽
50 챕터3-50. 창귀(倀鬼)- 토끼몰이 (3) 23.11.27 46 1 12쪽
49 챕터3-49. 창귀(倀鬼)- 토끼몰이 (2) 23.11.26 47 1 12쪽
48 챕터3-48. 창귀(倀鬼)- 토끼몰이 (1) 23.11.26 47 1 11쪽
47 챕터3-47.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3) 23.11.26 46 1 12쪽
46 챕터3-46.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2) 23.11.26 46 1 11쪽
45 챕터3-45.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1) 23.11.26 44 1 12쪽
44 챕터3-44.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3) 23.11.2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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