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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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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207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8 22:00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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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DUMMY

준희의 식판에는 정말 산더미 같은 양의 밥과 반찬들이 가득했다.


그마저도 부족한지 오른쪽 국그릇 자리에 올려 진 국그릇에는 찰랑 거리며 흘러넘치기 직전의 엄청난 국과 건더기로 가득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식판을 들고 있는 준희의 오른손 말고 다른 한쪽 왼손에도 국 그릇이 들려있었는데 그곳에는 반찬으로 나온 제육볶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녀석!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왜 이러는 거야? 평소에도 삼촌이 밥 좀 많이 사줘야겠다!”


준희의 외삼촌 지호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외삼촌 지호는 지금 웃고 있었지만 거의 석 달 만에 다시 본 조카의 얼굴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먹먹한 슬픔에 젖어 들고 있었다.


누나 옥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렸지만 준희는 장례식장에 찾아오지 않았다.


그는 엄마가 죽었다는 말에도 엄마를 찾지 않는 매정한 조카를 보며 자신은 그 어떤 욕도 할 수 없었다.


준희가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았는지 그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버린 옥희 누나를 생각하면 준희가 장례식에 와줬으면 했지만 결국 준희는 장례식장에 오기는커녕 누나가 안치된 납골당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천천히 먹어라! 이 녀석! 체중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니네. 더 빠진 거 같기도 하고...?”


외삼촌 지호는 유심히 준희를 살펴보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지금 식판에 담긴 양만큼 먹는다면 준희의 체중이 엄청나게 불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준희는 오히려 살이 빠진 것 같고, 또 눈 밑은 왜인지 모르게 '퀭'해서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이고 아파 보였다.


“삼촌 일단 저 밥 좀 먹구요! 배고파서 죽겠어요!”


준희는 그 말을 끝으로 허겁지겁 숟가락으로 제육과 밥을 입안에 우겨 넣으며 씹지도 않고 음식을 삼키는 듯이 급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새 가득 담았던 식판이 바닥을 드러내 보이며 숟가락과 식판이 부딪히며 경쾌한 쇳소리가 났다.


“삼촌! 여기 더 먹어도 되죠? 자율 배식인 거 같은데. 저 한 그릇 더 떠 올게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천천히 드시고 계세요!”


이내 총총 걸음으로 다시 배식 줄로 다가가는 준희를 보고 외삼촌 지호는 깜짝 놀랐다.


분명 준희가 걷고 있는 걸음걸이는 어디선가 본 것만 같았다. 아니 분명 알고 있는 걸음걸이가 확실했다. 외삼촌 지호는 배식 줄로 걸어가는 준희의 걸음걸이에 그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절뚝거리며 뒤뚱뒤뚱 걷는 모습은 남들이 보면 준희의 왼쪽 다리에 쥐가 나서 저러나 보다 싶었겠지만 외삼촌 지호의 눈에 비친 모습은 분명 자신이 아는 그 걸음걸이였다.


그렇게 외삼촌 지호는 아무 말 없이 준희를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자신에게는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식이(食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소화기 내과를 예약해달라고 했었다.


자세한 증상이나 병명은 말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먹는데 문제가 있다고만 했다.


동료 의사에게 부탁해 어렵사리 자리를 빼 진료를 보게 해주었지만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분명 조카 준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 혹시.... 혹시 정신적인 문제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외삼촌 지호는 혹시나 준희의 저런 이상 식이 현상이 정신적인 충격에 말미암아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미운 엄마가 죽었다 해도, 자신의 엄마다. 자신이 전화를 걸어 옥희 누나가 죽었다고 말했을 때조차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래서요’라고 말했던 준희였다. 아무 감정이 없는 듯 했지만, 사실 정신적으로는 괜찮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자식에게 있어 엄마라는 존재를 신(神)과 같다.


신이 없는 세상은 결국 멸망하고야 만다.


- 정신과로 트랜스퍼 해야 하나... 어쩌지... 어째야 할까.. 누나... 옥희 누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해...


지호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고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이었던 누나를 애타게 불렀다.





어느새 자리로 들어온 준희의 식판은 아까보다 더 늘면 늘었지 그 양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


준희가 담아온 식판을 보며 기함을 한 외삼촌 지호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준희야! 너 이러다 큰일 나겠다!”


외삼촌 지호의 외침에 주변 의사와 간호사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고, 이내 준희의 식판을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삼촌, 괜찮아요! 이렇게 먹어도 저 체중이 하나도 안 는다니까요? 오히려 줄어요. 저 살 빠진 것 좀 보세요!”


준희가 양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티셔츠를 외삼촌 지호만 볼 수 있게 앞쪽으로 살짝 들어 올리자 준희의 배는 앙상하게 갈비뼈가 보이며 말라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자세히 본 준희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핼쭉한 몰골에 눈 밑에는 어느새 없던 다크써클까지 길게 내려 앉아있었다.


그것은 이제 막 20대 중반의 푸릇푸릇한 생기 있는 청년의 얼굴이 아니었다. 푸석푸석 어디라도 아픈 중환자의 얼굴처럼 생기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좀 전까지 와는 전혀 다른 얼굴 모양새에 외삼촌 지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래도, 이건 아니야. 그만 먹어! 삼촌이 아니라 의사로서 하는 말이니까. 그만 먹자!”


“삼촌! 원래 의사들이 하는 말은 반 정도 깎아서 듣는 거래요. 이렇게 먹어도 저 안 죽어요! 진짜 괜찮다니까요!”


아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준희는 외삼촌 지호를 바라보았다.


“의사인 삼촌 앞에서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 그래도 준희야. 일단... 외삼촌 부탁이야. 한번만 한번만 이 삼촌 부탁 들어주면 안 될까? 입원해서 정밀 검사 좀 받아보자. 너 이대로 있으면 안될 거 같아서 그래.”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하는 외삼촌의 간곡한 부탁에 준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안에 제육볶음을 씹어 삼키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에게 남은 친척이라고는 이제 눈앞에 지호 삼촌 하나 밖에 없다. 외삼촌의 부탁이라면 이 정도 부탁은 들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준희였다.






준희가 외삼촌 지호의 부탁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준희는 틈틈이 외삼촌에게 연락을 해서 정말 괜찮다고 병원 진료와 검사를 거절하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외삼촌 지호는 절대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준희의 체중은 75킬로에서 어느새 10킬로 이상 빠져 이제 곧 60킬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알바를 하는 도중에 기운이 없어 휘청거릴 정도였으니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준희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그의 외삼촌 말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간단한 옷가지와 생필품을 챙겨 병실에 들어가 정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외삼촌 지호가 어느 새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삼촌!”


“그래, 입원 수속은 잘 했고? 짐 정리 중이니?”


“네, 뭐 옷가지도 몇 개 없고 그냥 공시 공부도 안하고 이틀 정도 푹 쉰다 생각하려구요!”


“그래, 잘 생각했다. 그냥 이번 기회에 이것저것 검사 받으면서 좀 쉰다 생각해. 그래봐야 이틀 정도니까 그냥 아무 생각 말고 푹 쉬어라.”


그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외삼촌 지호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사실 그는 속으로 조카 준희가 혹여나 ‘암’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이유 없는 갑작스런 체중 감소는 암일 가능성이 높았다. 요즘 들어 식습관 및 생활 습관의 변화로 젊은 층 사이에서도 암 발생률이 유행병처럼 늘어나고 있다. 일단은 PET-CT를 찍어 흡수율을 살펴 보아야했다.


- 옥희 누나... 준희마저 죽으면 안 돼. 누나가 좀 지켜줘....


간절하게 누나의 이름을 부르며 그는 환자를 보기 위해 1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준희는 그 이후로 대변, 소변 검사를 비롯해 혈액 검사와 흉부 X-선, 위와 대장 내시경, 복부 초음파 등 거의 하루 종일 수많은 검사를 했다.


내시경 검사를 위해 전날 금식을 하는 동안 준희는 배고픔을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준희는 얼른 검사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금식 했을 뿐인데 준희의 얼굴은 더 초췌해져 얼굴에 생기는 커녕 얼굴 살가죽 조차 없어 보였다.


병원 입원실에서의 식사 시간은 칼같이 정해져 있었다. 6시라는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친 준희는 간호 데스크로 휘적휘적 걸어가 간호사를 향해 물었다.


“저 이거 밥 좀 더 먹고 싶은데 괜찮나요?”


그의 말에 간호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급식판을 배부하고 있는 아주머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분한테 말씀하세요. 병원비에 포함되서 추가금 나옵니다.”


그녀의 말에 준희는 고개를 꾸벅 끄덕이며 환자들에게 급식판을 배부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준희는 이내 환자식 급식판을 3판이나 더 먹고도 아쉬운 듯이 입만 '쩝쩝' 다신 채 침대에 누웠다.


분명 내일은 PET-CT와 몇 가지 검사가 더 남아 있다고 했다. 준희는 또다시 6시간 전에 금식을 해야 할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6시간은 커녕 지금 당장도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영화 한편을 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때우고 나니 어느새 밤이 찾아와 병실 벽에 걸린 시계는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준희의 배에서는 연신 계속해서 ‘꼬르륵’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배가 고파 요동치면서 나는 소리가 쉴 새없이 울려 대는 통에 마치 남들이 들으면 핸드폰 수면 알람인 줄 알 것 같았다.


- 아... 씨... 진짜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배고파 죽겠네. 어쩌지... 한결이한테 부탁할까... 6시간 전부터만 금식이면 된다고 했으니까 새벽 3시 전에 먹어 치우면 되지 않을까? 에라 모르겠다...


준희는 자신의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 중이었다. 수만가지 생각은 많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준희는 잽싸게 충전 중인 핸드폰을 손에 쥐고, 친구 한결에게 카톡을 보냈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채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던 준희에게 한결이 도착한 것은 거의 한시간 정도 시간이 흐른 뒤였다.


시간은 어느새 밤 11시를 훌쩍 넘겨있었다.


“야! 이 새끼 얼굴 몰골이 왜이래? 너 진짜 어디 심하게 아픈거야 뭐야?”


한결이 양손 가득 든 봉지를 살짝 내려놓은 채 준희를 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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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챕터4-73(완).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5) 23.11.30 37 1 11쪽
72 챕터4-72.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4) 23.11.30 42 1 12쪽
71 챕터4-71.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3) 23.11.30 38 1 12쪽
70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23.11.30 38 0 11쪽
69 챕터4-69.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1) 23.11.30 37 1 12쪽
68 챕터4-68.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3) 23.11.30 39 1 12쪽
67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23.11.30 40 1 12쪽
66 챕터4-66.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1) 23.11.29 40 1 12쪽
65 챕터4-65. 불가(佛家)- 진실(2) 23.11.29 37 1 12쪽
64 챕터4-64. 불가(佛家)- 진실(1) 23.11.29 37 1 12쪽
63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23.11.29 39 1 12쪽
62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23.11.29 41 1 11쪽
61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23.11.28 42 1 11쪽
»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23.11.28 42 1 11쪽
59 챕터4-59. 불가(佛家)- 걸신(乞神)(2) 23.11.28 42 1 12쪽
58 챕터4-58. 불가(佛家)- 걸신(乞神)(1) 23.11.28 42 1 11쪽
57 챕터3-57(완).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2) 23.11.28 44 1 14쪽
56 챕터3-56.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1) 23.11.27 44 1 12쪽
55 챕터3-55. 창귀(倀鬼)- 재회(再會) (2) 23.11.27 46 1 12쪽
54 챕터3-54. 창귀(倀鬼)- 재회(再會) (1) 23.11.27 44 1 12쪽
53 챕터3-53.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3) 23.11.27 44 1 12쪽
52 챕터3-52.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2) 23.11.27 45 0 12쪽
51 챕터3-51.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1) 23.11.27 4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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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챕터3-48. 창귀(倀鬼)- 토끼몰이 (1) 23.11.26 47 1 11쪽
47 챕터3-47.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3) 23.11.26 47 1 12쪽
46 챕터3-46.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2) 23.11.26 46 1 11쪽
45 챕터3-45.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1) 23.11.26 44 1 12쪽
44 챕터3-44.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3) 23.11.2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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