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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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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71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30 12: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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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DUMMY

어느새 외삼촌 지호가 도착한 것을 눈치 챘는지 준희는 더욱더 발광을 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고, 한결은 양손에 더 힘을 주고 준희가 벗어나지 못하게 올가미처럼 옭아맸다.


외삼촌 지호가 조심스레 준희의 곁으로 가서 그의 등에 부적을 붙이려던 때였다.


“개 같은 새끼! 그렇게 먹여 살렸건만. 이 애비를 죽이려고 그러냐! 밟아 죽일 새끼! 개같은 새끼!”


그의 외침에 부적을 붙이려면 외삼촌 지호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


귓가에 꽂히는 목소리는 분명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이 새끼 좀 풀어봐! 개처럼 또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릴테냐! 빨리 좀 와서 풀어봐!”


준희의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소리는 분명 익숙한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부적을 쥔 외삼촌 지호의 손이 점점 더 심하게 떨려왔다.


“아...아버지...?”


“그래 나다! 이 새끼 좀 빼봐. 숨 막혀 꼼짝을 못하겠네.”


외삼촌 지호는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손을 바들바들 떨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흔히들 덩치가 큰 코끼리가 자신보다 한참 작은 인간 사육사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코끼리를 사육하는 곳에서는 코끼리가 새끼였을 때부터 말뚝에 묶어놓고 움직일 수 없게 한다.


처음에는 새끼 코끼리가 탈출하고자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를 하며 두들겨 맞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매번 실패를 하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면 그것이 성체가 된 코끼리한테 이어진다. 성체가 된 코끼리의 가벼운 동작 하나로 말뚝이 뽑힐 수 있지만, 그 작은 말뚝에 감히 얼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폭행에 새겨진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인 아버지를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폭언을 내뱉자 어느새 중년이 되버린 외삼촌 지호의 몸 역시 코끼리처럼 굳어버렸다.


“네 애미도 바람나서 서방이랑 자식들 버리고 가서 내 찾아가 칼로 찔러 죽였다! 그건 몰랐지? 근데 기껏 자식이라는 것들 먹여서 다 키워놨더니 다 죽어가는 애비 버리고, 죽어서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 아비마저 외면해서 쫄쫄 굶는 걸귀로 만들어? 개같은 새끼들! 육시랄 것들!”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준희의 목소리를 쇳소리가 가득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카랑카랑한 기운이 가득했고, 호통을 치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외삼촌 지호는 그만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을 싹싹 빌며 용서해달라고 흐느꼈다.


준희는 그런 그를 뚫어져라 노려보니 다시 소리 질렀다.


“이 새끼 좀 빼봐. 이 새끼 좀 죽여! 답답해서 몸을 못 움직이겠네. 가뜩이나 이 손주새끼 몸안에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옥희 그 개같은 년이 못 들어오게 다리를 붙잡고 방해를 하더만. 죽어서도 애비를 못살게 구는구나!”


옥희누나가 준희를 지키려고 했다는 말을 듣자 외삼촌 지호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한결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옳지! 와서 벽돌이든 뭐든 이새끼 좀 후려쳐봐!”


준희의 몸에 들어온 아버지 영가가 천천히 다가오는 외삼촌 지호를 보며 잘하고 있다는 듯이 외쳤다.


방금 전까지 깔깔 웃으며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놀던 한결이 여전히 준희를 고목나무에 매미처럼 달라붙어 껴안은 채, 천천히 다가오는 외삼촌 지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한결은 갑자기 웃던 표정을 지우고 무표정한 말투로 말했다.


“아조씨... 이 할부지, 무서워 하지마요. 아이들은요... 아이들은요.... 항상 엄마 아빠를 용서해요.... 엄마 아빠가 무슨 잘못을 해도요. 용서해주는 거에요. 그러니까요. 아조씨... 아조씨도... 이제 이 할부지 그만 무서워하고, 용서해주면 안되까여? 아빠잖아요! 불쌍하게 생각해주떼여.”


그의 말에 외삼촌 지호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눈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어린아이처럼 통곡하는 외삼촌 지호는 왼손으론 가슴을 부여잡은 채 천천히 걸어와 아직도 난동을 피우며 벗어나려 애쓰는 준희의 이마에 손을 벌벌 떨면서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부적을 붙였다.


“아버지, 용서는 못해요. 그래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살아볼게요. 이제 그만... 떠나세요. 조심히 가세요. 아부지...”


외삼촌 지호의 말을 끝으로 검은 존재가 준희의 입 밖으로 나오더니 공중에서 서서히 불타는 듯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이마에 붙은 부적은 어느새 새까맣게 색이 변해버렸다.


순식간에 준희가 기절한 듯 축 늘어지자 한결 역시 그의 가슴 명치에서 손깍지를 풀르고 준희를 외삼촌 지호에게 안겨준 뒤 벌떡 일어나 주차장 출입구 계단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희가 숨을 고르고 지호를 뒤쫓아 지금 막 지하주차장으로 통하는 비상문을 열었을 때, 한결은 수희가 내려올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이 미리 조용히 입구 쪽 문앞에 서 있었다. 한결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수희가 올 때까지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수희가 숨을 헐떡거리며 주차장 입구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나! 누나 누나! 누나! 너무 보고 싶었어.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누나 주려고 약과도 숨겨놨었는데... 못줘서 미안해. 누나! 누나! 잘 지내야 해! 나 이제 가야해! 오래 못 있어! 우리 꼭 다시 만나! 안녕!”


그 말을 끝으로 한결 역시 준희처럼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 지하주차장 바닥으로 쓰러졌고, 그런 한결이 다칠새라 수희가 재빠른 몸놀림으로 한결을 안아들었다.


지하주차장에서는 이제 진료를 보려고 하나둘씩 차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수희는 알 수 없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준희와 외삼촌 지호 쪽을 바라보았다. 외삼촌 지호가 통곡을 하며 준희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희는 깊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자신의 품안에 기절한 채 누워있는 한결을 내려다보았다.


수희가 조용히 손을 들어 한결의 오른쪽 뺨을 살며시 그리고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속으로 생각했다.


- 고생했어요. 한결씨.


수희는 정말 어린 아이 볼을 만지듯이 소중히 그리고 천천히 한결의 볼을 쓰다듬었다.







한결과 준희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삼십분 정도가 흐른 뒤였다.


점차 병원에 사람들이 몰릴 시간이었기에 수희는 상대적으로 체중이 빠져 가벼운 준희를 질질 끌고갔고, 지호는 덩치가 큰 한결을 질질 끌어가며 힘겹게 겨우 비상계단 쪽으로 그들을 숨겨 놓은 뒤였다.


수희와 외삼촌 지호는 사람들 눈을 피해 구석진 비상계단 창고 쪽으로 그들의 몸을 숨기고 준희와 한결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찰나였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수희가 걱정스럽게 한결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미 외삼촌 지호는 한결과 준희의 눈을 까뒤집어보며 호흡과 맥박, 그리고 몸 상태를 꼼꼼히 살핀 뒤였다. 경비나 의료진을 호출하려던 외삼촌 지호를 수희가 제지했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없이 어둡고 습한 지하주차장 구석에서 그들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어디에요?”


커다란 눈을 꿈벅거리던 한결이 이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대(大)자로 뻗어있는 엉망진창 옷차림의 자신과 준희의 모습을 발견했다. 둘은 가뜩이나 더러운 지하주차장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으니 그들의 옷은 이미 새카만 것들이 잔뜩 묻어 거지몰골이 따로 없었다.


“지하주차장 비상계단이에요. 아무도 여기 안 오는 거 같아 일단 여기로 옮겼어요. 몸은 괜찮아요? 어디 아픈덴 없어요?”


수희가 조심스레 묻자 한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막 깨어나 눈을 깜빡거리는 준희에게 다가갔다.


수희 역시 한결을 따라 준희에게 다가섰다.


“삼촌... 저 의식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기억이 나요. 그 분... 삼촌한테 소리지르던 그 분... 외할아버지.... 이신 거죠?”


외삼촌 지호의 얼굴이 또다시 울그락 불그락해지더니 굵은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또 다시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외삼촌 지호를 준희가 말없이 다가가 안아주었다.


“삼촌도... 엄마도 많이 힘들었겠네... 죄송해요.”


“아니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수희와 한결이 말없이 그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희가 어느새 한결의 등과 바지에 묻은 더러운 것들을 손바닥으로 털어주자 한결이 놀란 눈빛으로 수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희씨...!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짓이라뇨! 우씨! 잘 해줘도 이러네?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요! 한결 씨 의식 잃을 때마다 이렇게 거지몰골이라 제가 보기 좀 그렇네요!”


수희가 난감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말하자 한결이 껄껄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수희 씨한테 도움이 돼서 다행이에요.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내가 의식은 없지만 제가 수희 씨 이번에도 살린 거 맞죠? 준희도 구한 거고요?”


그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수희를 똑바로 바라보자 수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감정이 추스러졌는지 차분한 얼굴로 수희와 한결을 외삼촌 지호가 바라보자 준희 역시 시선을 돌려 그런 그 둘을 바라보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희 씨... 정말 감사합니다. 한결아 고마워.”


준희가 말하자 수희는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한결은 오른손을 뻗어 준희의 어깨를 몇 번 다독거린 뒤 준희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준희가 수희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수희에게 무릎을 꿇었다.


“수희 씨... 염치없지만 죄송하지만... 이렇게 도와주신 거 한 가지 더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부탁드립니다.”


간절한 목소리에 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준희를 보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희 씨 무슨 말 할지 대충 알겠는데... 불가능한 일일 거에요....”


한결은 수희와 준희 한가운데 서서 수희를 바라보고 말했다.


“수희 씨, 무슨 부탁인지 듣지도 않았는데 불가능이라뇨...?”


“딱 보면 몰라요? 어머니 구제해달라는 거죠?”


수희가 매서운 눈으로 준희를 바라보자 준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들으세요. 준희씨... 불교에서는 인과율(因果律)이라는 게 있어요. 모든 일이나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 즉 '인과(因果)'가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준희 씨 어머니는 악귀(惡鬼)가 된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당신을 지키려고 모든 걸 포기했어요. 이제 다시 환생도 못하고 그냥 지옥에서 소멸도 못하고 영겁의 시간동안 고통 받아야만 해요. 그냥 종신형이라고 보면 돼요. 근데 그걸 내가 빼낼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저승의 규칙이에요...”


차분하게 설명하는 수희의 말에 준희의 눈에서는 어느 새 눈물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고, 그의 외삼촌 지호 역시 그의 옆에서 수희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든지 다 할게요! 죽으라면 죽을게요! 제 모든 걸 다 바칠게요! 그러니 엄마 좀 구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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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챕터4-73(완).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5) 23.11.30 36 1 11쪽
72 챕터4-72.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4) 23.11.30 40 1 12쪽
71 챕터4-71.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3) 23.11.30 38 1 12쪽
70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23.11.30 37 0 11쪽
69 챕터4-69.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1) 23.11.30 37 1 12쪽
68 챕터4-68.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3) 23.11.30 38 1 12쪽
»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23.11.30 39 1 12쪽
66 챕터4-66.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1) 23.11.29 39 1 12쪽
65 챕터4-65. 불가(佛家)- 진실(2) 23.11.29 37 1 12쪽
64 챕터4-64. 불가(佛家)- 진실(1) 23.11.29 37 1 12쪽
63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23.11.29 37 1 12쪽
62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23.11.29 39 1 11쪽
61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23.11.28 41 1 11쪽
60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23.11.28 42 1 11쪽
59 챕터4-59. 불가(佛家)- 걸신(乞神)(2) 23.11.28 41 1 12쪽
58 챕터4-58. 불가(佛家)- 걸신(乞神)(1) 23.11.28 42 1 11쪽
57 챕터3-57(완).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2) 23.11.28 44 1 14쪽
56 챕터3-56.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1) 23.11.27 42 1 12쪽
55 챕터3-55. 창귀(倀鬼)- 재회(再會) (2) 23.11.27 45 1 12쪽
54 챕터3-54. 창귀(倀鬼)- 재회(再會) (1) 23.11.27 44 1 12쪽
53 챕터3-53.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3) 23.11.27 44 1 12쪽
52 챕터3-52.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2) 23.11.27 44 0 12쪽
51 챕터3-51.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1) 23.11.27 43 1 11쪽
50 챕터3-50. 창귀(倀鬼)- 토끼몰이 (3) 23.11.27 46 1 12쪽
49 챕터3-49. 창귀(倀鬼)- 토끼몰이 (2) 23.11.26 46 1 12쪽
48 챕터3-48. 창귀(倀鬼)- 토끼몰이 (1) 23.11.26 47 1 11쪽
47 챕터3-47.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3) 23.11.26 45 1 12쪽
46 챕터3-46.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2) 23.11.26 45 1 11쪽
45 챕터3-45.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1) 23.11.26 44 1 12쪽
44 챕터3-44.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3) 23.11.2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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