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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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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008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9 12:00
조회
39
추천
1
글자
11쪽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DUMMY

수희 그녀의 말에 한결은 아까까지만 해도 풀이 다 죽은 강아지 같은 커다란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수희를 향해 신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희 씨 뭐 좋아하세요? 제가 사드릴게요!”


“아무거나 다 잘 먹는데. 일단 삼겹살이 최애긴 한데. 날도 쌀쌀하니까 포장마차 같은데서 꼼장어에 가락우동 어때요?”


“좋죠!”


좋다고 말하며 신나는 듯이 양팔을 휘적이며 한결이 앞장서자 수희는 걱정되는 눈빛으로 잠든 것처럼 기절한 채 누워있는 준희의 얼굴을 흘끗 내려다보고는 한결을 뒤쫒아 병실 밖으로 나가면서 생각했다.


- 분명 그 때 나랑 부딪혔던 그 연꽃냄새 나던 남자구나. 지금 보니... 걸신(乞神)이라기엔 악귀(惡鬼) 같은데... 그 때는 왜 몰랐지? 참...


수희와 한결은 병원 인근 포장마차에서 가락우동과 꼼장어에 소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중이었다.


한결은 소방대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겪은 황당한 사건 사고들을 수희에게 무용담처럼 늘어놓았고, 수희 역시 이에 질세라 자신이 귀신들을 쫓거나 위험에 처한 사건 사고들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경쟁하듯이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진짜 별의 별 신고 전화가 다 온다니까요? 저번에 어떤 할아버지는 자기가 화장실 문이 잠겨서 화장실 안에 갖혀서 전화했다는데. 문 따러 올 때 소주 한 병만 사가지고 와달라고 하질 않나... 또 어떤 아줌마는 남편이 바지에 똥을 쌌는데 더러워서 못 치우겠으니까 와서 치워달라고 신고를 하지 않나... 가끔 이 직업에 정말 회의를 느낀다니까요!”


“아 지금 우동 먹는데 드럽게 똥 얘기에요?”


수희가 눈을 샐쭉 가늘게 뜨며 한결을 쳐다보자 한결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수희에게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 훗.. 한결 씨는 항상 그렇게 매사 늘 조심스럽고, 진지해요? 한결 씨도 참 인생 재미없게 사네. 혹시 진지충이에요? 왜케 매사 진지해요? 재미없게...”


수희가 소주병을 들어 자신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려 하자 한결에 잽싸게 소주병을 낚아채 수희에게 잔을 따라주고 있었다.


수희는 그런 한결을 보고 있노라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웃음이 슬며시 지어졌다. 수희는 목을 좌우로 꺾어대며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물었다.


“아주머니! 여기서 담배 펴도 돼요?”


“아가씨! 되겠어? 저 뒤로 가서 펴요!”


수희를 향해 나무라는 듯이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가 말하자 한결이 죄송하다는 듯이 가게주인을 향해 목례를 했다.


수희는 ‘에잇’하며 잠시 담배 한 대 피고 온다며 자리를 일어섰다.


수희가 막 담배에 불을 붙이고 포장마차 뒤쪽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한결이 종이컵에 물을 담아 수희에게 건네며 따라 앉았다.


수희는 그런 한결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종이컵 안에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한결을 향해 말했다.


“솔직히 말해 봐요.”


“네? 뭘요?”


“나 좋아하죠?”


수희의 갑작스런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술에 취한 탓인지 한결은 순간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아얏’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한결을 보며 수희는 깔깔대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말구요. 그냥 그래 보이길래...”


“아니요. 저... 좋아합니다. 저 수희 씨한테 남자로... 이성으로 관심 있습니다. 그래도 됩니까?”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좋아할 거에요?”


일초의 고민이나 망설임도 없이 안 된다는 듯이 말하는 수희였다.


술기운이 확 얼굴에 달아오른 탓일까 붉게 물든 얼굴로 한결은 멍하니 수희를 바라보았다.


수희 역시 옅게 상기되어있었는데 한결은 수희의 앵두처럼 작고 붉은 입술을 보고 그만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들이밀어 키스를 하려했다.


수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에 가까워오는 한결의 두 눈을 바라보다 얼굴을 슬며시 옆으로 돌렸다. 한결의 얼굴이 다가오면서 그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고 한결이 하려는 키스를 받아줄 뻔 했던 그녀였다.


그녀가 얼굴을 돌려 키스를 피하자 한결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수희 씨가 안 된다고 해도 계속 좋아할 겁니다. 이미 전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럼 왜 나한테 물어봐요? 혼자 좋아하면 되지. 가끔 한결 씨 보면 웃긴다니까.”


수희가 왼손에 쥐고 있던 다 타들어가는 담배를 마저 훅 빨아 들이키고는 한결이 준 종이컵에 담배꽁초를 탈탈 털어내며 말했다.


“나는요. 난 지금 한가하게 연애따위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안 돼요! 나는요! 우리 가족이 산채로 타죽는 걸 내 눈으로 지켜봤어요. 그래서 산채로 타 죽은 내 가족의 복수를 위해 내 남은 인생 전부를 다 써야 해요. 그러니까 한결 씨가 나 좋아한다고 해도 난 지금 연애 같은 거 할 상황이 안 돼요. 그러니까 단념하고 평범한 여자 만나서 남들처럼 알콩달콩하게 연애도 하고 그러면서 지내요.”


이내 자신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수희는 엉덩이를 탈탈 털며 일어나 포장마차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희는 한결과 먹은 술값을 계산한 뒤 병원 내부로 털래털래 걸어가고 있었다.


한결은 멍하니 그런 수희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 가족이.... 산 채로 불에 타 죽었다고?


한결은 자신을 좋아하지 말고 평범한 여자를 만나라는 수희의 말보다, 가족이 산채로 타죽었다는 말이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복수를 한다면 그 대상은 또 누구인가. 한결은 수희에게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차마 수희를 쫓아가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결에게 덤덤하게 남일처럼 말하고 있는 수희의 눈동자에는 그렁그렁한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기 때문이다.


수희는 분명 울고 있었다.







한결이 수희를 쫓아 병실로 들어갔을 때, 수희는 이미 준희가 입원한 병실에 하나 남은 환자 베드에서 쿨쿨 거리는 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한결은 준희의 침대 밑에 보호자용 간이 침대에 누워 불편한 듯이 몸을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수희는 작게 코까지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숙면을 취하고 있는 듯 했지만 한결은 사실 심란한 마음 탓인지 잠이 오질 않아 비몽사몽하고 있었다.


어제 수희가 포장마차 뒤에 공터에서 말한 가족의 복수에 대한 말 때문에 한결은 밤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야! 너 왜 여기서 자고 있냐?”


정신없이 나른한 상태로 비몽사몽하고 있는 한결의 귀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준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희는 어느 새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침대에 반쯤 기대어 자신의 침대 밑에 누워있는 한결을 보고 말했다.


“일어났냐? 너 어제 일 기억나?”


한결이 졸린 듯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준희를 바라보았다.


분명 어제 다 죽어가는 시체 같은 몰골은 아니었다. 살이 많이 빠지고 야윈 얼굴에 다크써클도 있긴 했지만 어제보단 혈색이 돌아온 것만 같았다.


“어제? 어제 너 왔었어?”


한결은 그런 준희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준희 반대편 쪽에 있는 환자 베드를 향해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스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일어났어요!”


수희가 이내 헛기침을 하며 말하자 한결은 ‘아 깜짝이야!’라고 말하며 머쓱하다는 듯이 자신의 머릿결을 정돈했다.


이내 수희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에코백 짐을 챙겨 준희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문수희라고 합니다. 우리 구면(舊面)이죠?”


이내 사무적인 목소리로 준희를 바라보며 말하는 수희는 조심스레 준희의 몸에서 악귀(惡鬼)나 아귀(餓鬼)의 기운이 느껴지나 살피고 있었다. 그런 수희를 바라보던 준희가 놀란 듯이 말했다.


“어! 그때 그 미친년?”


준희가 동그래진 눈으로 수희를 손가락으로 가키며 말했다.


“아니, 이 새끼가 뭐래! 수희 씨 보고 미친년이라니? 이게 미쳤나!”


한결이 화들짝 놀라 준희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한 대 치며 말했다.


“아니, 저번에 나한테 자기가 미친년이라고...”


“아니 이게 진짜 미쳤나. 왜 자꾸 미친년이래?”


그럼에도 준희가 수희를 보며 고개만 갸웃거리자 한결이 준희의 목에 팔을 걸고 목을 장난스럽게 조르며 말했다.


“수희 씨, 미안해요! 준희가 공시 시험 준비한다고 공부만 해서 머리가 잠깐 헤까닥 해서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래요! 아니면 어제 제가 너무 세게 발로 차서 이 새끼 머리가 좀 돌았나봐요. 제가 준희 대신 사과할게요! 죄송합니다!”


한결이 재빨리 수희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사과하자 수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지난번에 제가 저 분 보고 스스로 내가 미친년이라고 했거든요. 근데 여기서 다보네요?”


수희가 눈을 가볍게 흘기며 준희를 바라보자 준희가 헛기침을 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안녕하세요. 미친년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저 한결이 친구 박준희 라고 합니다.”


“아이씨! 또 미친년이라네. 이 새끼가..”


주눅들은 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준희를 보며 한결은 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수희도 한결처럼 속으로 난감해하고 있었다.


수희가 난감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준희에게서 그 어떤 귀신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제 비방해놓은 부적 때문에 귀신이 피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준희 몸을 다시 차지하러 귀신이 접근했을 때 부적이 색이 바래는 등의 이상현상이 나타나야했지만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


귀신이 준희에게 접근을 피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일부러 숨죽여 숨어있는 것만 같았다.


“흠... 다른 환자들 깨고, 의사 회진 돌고 그러기 전에 말할게요. 제가 원래 에둘러서 말하는 성격이 못 되서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테니 자세한 건 한결 씨한테 들으시고.... 일단 준희 씨라고 했나? 준희 씨 몸에 귀신이 붙었어요. 종류는 잘 모르겠는데 아귀(餓鬼) 같아요.”


“아귀요? 아구찜할 때 쓰는 그 아구? 아귀?”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엉망이 되 헝클어진 머리를 북북 긁는 준희를 향해 한결이 나무라듯이 팔꿈치로 그의 명치를 한 대 쳤다.


“이 새끼가 진짜 머리가 돌았나보네... 하하... 안 되겠다. 너 약 좀 먹어야겠다.”


한결은 지금 이순간도 모든 신경이 온통 수희에게 쏠려 있었다.


어제부터 한결은 숨 쉬는 일분 일초 모든 신경이 수희에게 가 있었다.


수희는 그런 한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크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수희는 잔뜩 찌푸려진 인상으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현생에 죄를 지으면 죽어서 되는 게 아귀예요. 준희 씨라고 했죠? 당신 부모님 중에 한분이 아귀가 된 거 같아요. 그것도 침구아귀(針口餓鬼)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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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챕터4-73(완).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5) 23.11.30 36 1 11쪽
72 챕터4-72.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4) 23.11.30 40 1 12쪽
71 챕터4-71.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3) 23.11.30 38 1 12쪽
70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23.11.30 37 0 11쪽
69 챕터4-69.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1) 23.11.30 37 1 12쪽
68 챕터4-68.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3) 23.11.30 39 1 12쪽
67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23.11.30 39 1 12쪽
66 챕터4-66.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1) 23.11.29 39 1 12쪽
65 챕터4-65. 불가(佛家)- 진실(2) 23.11.29 37 1 12쪽
64 챕터4-64. 불가(佛家)- 진실(1) 23.11.29 37 1 12쪽
63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23.11.29 37 1 12쪽
»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23.11.29 40 1 11쪽
61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23.11.28 42 1 11쪽
60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23.11.28 42 1 11쪽
59 챕터4-59. 불가(佛家)- 걸신(乞神)(2) 23.11.28 41 1 12쪽
58 챕터4-58. 불가(佛家)- 걸신(乞神)(1) 23.11.28 42 1 11쪽
57 챕터3-57(완).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2) 23.11.28 44 1 14쪽
56 챕터3-56.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1) 23.11.27 42 1 12쪽
55 챕터3-55. 창귀(倀鬼)- 재회(再會) (2) 23.11.27 45 1 12쪽
54 챕터3-54. 창귀(倀鬼)- 재회(再會) (1) 23.11.27 44 1 12쪽
53 챕터3-53.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3) 23.11.27 44 1 12쪽
52 챕터3-52.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2) 23.11.27 44 0 12쪽
51 챕터3-51.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1) 23.11.27 43 1 11쪽
50 챕터3-50. 창귀(倀鬼)- 토끼몰이 (3) 23.11.27 46 1 12쪽
49 챕터3-49. 창귀(倀鬼)- 토끼몰이 (2) 23.11.26 46 1 12쪽
48 챕터3-48. 창귀(倀鬼)- 토끼몰이 (1) 23.11.26 47 1 11쪽
47 챕터3-47.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3) 23.11.26 45 1 12쪽
46 챕터3-46.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2) 23.11.26 46 1 11쪽
45 챕터3-45.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1) 23.11.26 44 1 12쪽
44 챕터3-44.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3) 23.11.2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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