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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6,977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8 23:00
조회
41
추천
1
글자
11쪽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DUMMY

한결은 환자복은 입은 준희의 얼굴을 보고 경악에 차 있었다.


준희는 몰라보게 말라있었다. 눈 밑은 퀭한 것이 살가죽도 없어보여 마치 해골 같아 보였다.


“야, 너 괜찮아? 진짜 어디 심하게 아파 보여! 큰일이네 이거...”


한결이 입원실 내에 다른 환자들을 의식한지 조금 낮은 목소리로 준희를 향해 말하자 준희는 겨우겨우 몸을 추슬러 한결을 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준희는 지금 제 몸 하나 가누기 힘겨워보였다. 그가 겨우 웃어 보이며 한결에게 말했다.


“됐고! 내가 사오라는 건 다 사왔냐?”


이내 한결의 두손 가득 들려있는 봉지를 보고 준희는 번개처럼 빠른 동작으로 그 봉지들을 낚아채고는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준희는 슬리퍼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지으며 한결이 잽싸게 그런 준희의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입원실 복도를 아무리 찾아봐도 준희가 보이질 않았다.


그 때였다.


갑자기 복도 끝에 있는 비상계단 출입문이 ‘쾅’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 저쪽이구나! 준희 저 새끼! 맛이 갔네 맛이 갔어. 에휴...


한결이 전속력으로 달려 비상계단 출입문을 열고 어두운 계단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비상대피 안내등만 초록빛으로 어둠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한결은 비상계단 어둠 속에서 시야가 적응하는데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이내 어둠에 눈이 뜨인 한결이 아래쪽 계단을 바라보자 5층 계단과 4층 계단 중간 지점에 있는 평평한 바닥에 앉아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허겁지겁 먹고있는 준희가 보였다.


한결은 준희가 보낸 카톡을 보고 준희가 부탁한 음식들을 사서 병원에 찾아온 것이었다.


준희는 한결에게 ‘족발과 막국수, 떡볶이순대세트, 피자, 치킨, 해물찜’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손님이라도 온 것인지 친구들이라도 대접하기 위함인지 한결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족발과 피자 그리고 치킨만 사서 병원에 들렸던 것이다. 부족한 음식들은 배달이라도 시키라고 말하려던 한결은 이 모든 음식을 준희 혼자서 먹기 위함임을 알고 경악을 했다.


한결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하얗게 눈이 까뒤집혀진 준희가 한결을 흘끗 노려보더니 그대로 입 안에 족발이며 피자 그리고 치킨을 한 번에 우겨넣었다. 그의 입안은 햄스터가 먹이를 입 안에 가득 넣듯이 양볼 모두 음식물로 가득 차 마치 가득 부풀어오른 풍선 같은 모양이었다.


기괴한 모습을 보며 한결이 한발자국씩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준희가 어느새 음식물을 다 삼켰는지 쇳소리처럼 갈라지는 중년의 남자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다 먹을거야! 오지마! 건들지마! 다 내 꺼야!”


그러고선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깔깔 웃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결은 도저히 지켜만 볼 수 없어 이내 결심을 하고 준희에게 다가가 준희의 팔을 잡으려는 순간 준희가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넓적다리 족발 뼈로 한결의 머리를 후려쳤다.


“야! 이거 진짜 미쳤네!”


한결의 반응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렸다면 분명 족발로 머리를 가격당해 크게 다쳤을 것이 분명했다. 한결은 잽싸게 몸을 틀어 머리를 피했고, 족발뼈는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준희는 한결을 향해 족발뼈를 휘두른 것에 멈추지 않고, 갑자기 몸을 꺾어 개처럼 네발로 걸으며 한결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의 양손은 음식물들을 맨손으로 만져서인지 갖은 양념과 소스로 범벅이었고, 눈은 하얗게 뒤집혀진 상태였기에 네발로 걸어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일반인들이라면 아마 바로 기절을 하거나 비명을 질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수희와 몇몇 사건 사고를 겪으면 이런 영(靈)적인 현상에 노출된 탓일까. 한결은 지금 이 끔찍한 상황을 보고도 차분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쩌나 하는 마음이 컸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크게 쉰 뒤, 한결은 있는 힘껏 발을 들어 준희의 얼굴을 발로 까버렸다.


준희는 이내 ‘으억’소리를 내며 그대로 대자로 뻗어버렸다.


한결은 중고등학교 시절 축구 동아리 부원이었고 요즘도 주말마다 소방대원 축구 조기동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었다. 체구도 크고 몸도 좋은 소방대원인 한결이 있는 힘껏 발을 차 준희의 얼굴을 날려버렸으니 턱뼈가 부서지거나 이빨 서너 개 쯤은 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온 힘을 다해서 발길질에 얻어 차인 준희가 이내 머리를 개가 물을 털어내듯 몇 번 흔들며 좌우로 이리저리 털어내더니 벌떡 일어나 자신을 향해 뒤뚱뒤뚱 걸어오기 시작했다.


왼쪽 발목이 부러진 것처럼 덜렁덜렁 절뚝이는 걸음걸이를 보니 한결은 팔뚝에 털이 곤두섰다.


- 에이... 어쩔 수 없나.


한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준희가 내동댕이 친 족발 뼈를 들고 있는 힘껏 준희의 머리 위를 내리쳤다.


이내 바닥에 기절하듯이 뻗은 준희는 잠잠해졌다.


- 영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게 되네? 헐... 이게 돼? 일단 이 새끼부터 조용히 만들고.... 수희 씨를 불러야할 것 같은데...


한결은 기절한 준희의 상태를 잠시 살핀 뒤, 핸드폰을 들어 수희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한결이 수희에게 어색하게 인사를 하며 도움을 구하고 있을 때, 준희의 어깨에 붙어있던 검은 안개 같은 형체가 재빨리 병원 비상계단의 벽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한결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걸려온 전화를 보고, 수희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한결과 자꾸 우연처럼 마주치고 그와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는 것이 수희는 영 불안했다.


자신은 지금 가족의 복수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만큼 정신이 없었다. 한결은 분명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을 눈치 챘기에 수희는 한결을 대하기가 껄끄러웠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수희가 전화를 받았다.


“어! 받았다! 수희 씨 저에요!”


“네, 알아요. 무슨 일인데요? 내가 진짜 위급상황 아니면 전화하지 말랬죠?”


“네, 저도 알아요! 위급상황이라 전화 드린 거예요.”


“위급상황이라는 게 뭔데요?”


심드렁하게 말하는 수희를 향해 한결은 자신의 친구 준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희는 그런 한결의 설명을 듣고는 나직이 말했다.


“택시 타고 갈 거니까 병원 입구 앞에서 기다려요. 택시비 없으니까 한결씨가 준비하고...”


“당연히 그래야죠. 조심해서 오세요!”


마치 놀이공원에 가는 신난 아이 같은 목소리로 해맑게 말하는 한결을 보며 수희는 대책 없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의 성격에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을 보태서 말할 리가 없었다.


한결의 말이 사실이라면 분명 한결의 친구 몸에는 아귀(餓鬼) 혹은 악귀(惡鬼)가 붙은 것이 확실했다. 이대로 더 두었다가는 금새 친구의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보통 귀신이 사람 몸에 붙어 해코지를 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그 사람에게 붙어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죽이는 유형, 두 번째는 붙은 사람의 건강을 해치거나 결국 그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는 것, 세 번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 사람을 이용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세 가지 경우 모두 귀신이 붙은 당사자 혹은 주변사람은 큰 피해를 보고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는다.


수희는 재빨리 자신이 즐겨 쓰는 에코백 안에 부적이 든 장지갑과 벽조목 그리고 팥과 소금을 챙겼다.


승주는 밤늦게까지 번역을 하다 지쳐 잠들었는지 소파에 기대 잠들어 있었기에 수희는 조심스레 까치발을 들어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스레 집 밖으로 나갔다.


늦가을이라 그런지 어느새 밤공기는 차가웠다.


시원함을 느끼며 깊게 숨을 한번 들이마신 수희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수희가 병원 내부로 들어섰을 때는 벌써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수희가 한결에게 미리 일러둔 탓일까. 한결은 준희의 양손과 양발을 음식을 담아온 비닐로 꽁꽁 묶어 비상계단 한켠 벽에 기대어놓고 나오는 길이었다. 한결은 추운지 양손을 비벼가며 동동걸음으로 병원 입구에서 애타게 수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희는 한결과 전화를 마친 뒤 삼십여 분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수희가 택시에서 내리자 한결이 반가운 듯이 뛰어가서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지불한 뒤 수희를 바라보았다.


“수희 씨! 잘 지냈어요? 반가워요!”


그의 인사를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수희가 쌀쌀맞은 표정으로 어디냐는 듯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한결은 푹 죽은 강아지마냥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한결의 등 뒤에서 수희는 그런 한결이 귀엽다는 듯이 살짝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것을 재빨리 입술을 깨물며 꾸욱 참고 그를 따라 걷고 있었다.


이내 한결의 안내로 찾아간 비상계단에서 수희는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분명 빙의된 숙주인 준희가 기절하자 그 몸을 더 이상 사용 못한다고 판단해서 영가는 도망간 것 같았다.


“악귀(惡鬼)는 도망가고 없어요. 이러면 천도를 시키던 소멸을 시키던 뭘 할 수가 없는데... 일단 기절했으니 병실로 옮겨야할 것 같아요. 내일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수희의 말에 한결은 초조한 듯 맞잡은 자신의 양손을 뻗어 준희를 업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아니, 이 새끼 왜 이렇게 가벼워. 체중이 얼마나 빠진거야... 사람 속상하게...


속상한 마음에 한결의 표정을 더 굳어져만 갔고, 수희는 이내 바닥에 널부러진 배달음식들을 대충 정리해 들고 한결을 따라갔다.


한결이 준희를 들쳐 업고 병실로 가 눕힌 다음 수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은 걸까요? 지금은 그냥 기절한 거죠? 귀신 때문은 아닌 거죠?”


“귀신은 지금 빠져나가고 없다니까 그러네. 걱정마요. 괜찮아요. 정신 차릴 거예요.”


“그나저나 죄송해요. 저 때문에 늦은 시간에 이렇게 병원까지 오셨는데... 다시 집에 가셔야죠? 제가 택시 잡아드릴게요.”


한결이 말하자 수희는 괜찮다는 듯이 손사레를 치며 병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4인실 병실 안에는 다른 두 명의 환자만 있었고 병실 베드 하나는 비어있었다.


준희 말고 다른 두 명의 환자는 이미 깊숙이 잠이 든 모양이었다.


수희는 이내 안심한 듯이 자신의 에코백 안에 부적 한 장을 꺼내 준희의 베개 밑에 두고, 한 장은 라이터 불을 붙여 준희 몸 위에 태웠다.


어느새 부적이 탄 연기가 준희 몸에 스며들자 수희는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결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밤은 길고... 아까 배달음식 보니까 나도 출출한데. 우리 쏘주나 한잔 하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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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챕터4-73(완).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5) 23.11.30 36 1 11쪽
72 챕터4-72.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4) 23.11.30 40 1 12쪽
71 챕터4-71.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3) 23.11.30 38 1 12쪽
70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23.11.30 37 0 11쪽
69 챕터4-69.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1) 23.11.30 37 1 12쪽
68 챕터4-68.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3) 23.11.30 38 1 12쪽
67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23.11.30 39 1 12쪽
66 챕터4-66.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1) 23.11.29 39 1 12쪽
65 챕터4-65. 불가(佛家)- 진실(2) 23.11.29 37 1 12쪽
64 챕터4-64. 불가(佛家)- 진실(1) 23.11.29 37 1 12쪽
63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23.11.29 37 1 12쪽
62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23.11.29 39 1 11쪽
»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23.11.28 42 1 11쪽
60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23.11.28 42 1 11쪽
59 챕터4-59. 불가(佛家)- 걸신(乞神)(2) 23.11.28 41 1 12쪽
58 챕터4-58. 불가(佛家)- 걸신(乞神)(1) 23.11.28 42 1 11쪽
57 챕터3-57(완).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2) 23.11.28 44 1 14쪽
56 챕터3-56.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1) 23.11.27 42 1 12쪽
55 챕터3-55. 창귀(倀鬼)- 재회(再會) (2) 23.11.27 45 1 12쪽
54 챕터3-54. 창귀(倀鬼)- 재회(再會) (1) 23.11.27 44 1 12쪽
53 챕터3-53.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3) 23.11.27 44 1 12쪽
52 챕터3-52.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2) 23.11.27 44 0 12쪽
51 챕터3-51.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1) 23.11.27 4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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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챕터3-48. 창귀(倀鬼)- 토끼몰이 (1) 23.11.26 47 1 11쪽
47 챕터3-47.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3) 23.11.26 45 1 12쪽
46 챕터3-46.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2) 23.11.26 45 1 11쪽
45 챕터3-45.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1) 23.11.26 44 1 12쪽
44 챕터3-44.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3) 23.11.2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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