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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들의 벽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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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okkoma
작품등록일 :
2023.11.21 15:32
최근연재일 :
2024.01.31 19:00
연재수 :
222 회
조회수 :
7,124
추천수 :
253
글자수 :
1,186,938

작성
23.11.29 18:0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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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DUMMY

난감한 듯이 말하는 수희를 바라보며 준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죄송한데... 침구아귀가 뭔데요? 침대 뭐 가구 이런 건가? 제가 한문에 약해서...”


- 한결 씨 친구라 그런가? 드립이 정말 유치해서 정말 못 들어주겠네. 에휴...


수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짜증 섞인 말투로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있잖아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개소리고, 요즘은 모르면 죄가 되는 시절이에요. 모르면 찾아서 공부를 좀 하셔야해요. 침구! 말 그대로 입이 바늘처럼 좁아졌다구요. 배는 산처럼 부풀어 올라서 터지기 일보직전인데, 목구멍은 바늘구멍처럼 작아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물조차도 마시지 못해요. 그런 흉물스러운 존재가 됐다구요! 당신 부모님 중에 한분이요!”


남들이 들으면 경악에 찰만한 내용이었지만, 수희는 무덤덤하게 말하고 있었다.


수희의 설명을 들은 준희 역시 그래서 뭐 어쨌다는 듯이 귀를 후벼 파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준희는 이내 수희의 말이 다 끝나자 덤덤한 목소리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요? 그 사람들이 아귀가 돼서 뭐 어쩌라구요?”


자신의 부모님을 향해 그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준희를 보며 수희는 약간 오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낸들 아나요, 보통 전생에 탐욕스럽고 인색해서 보시(布施)도 안하고, 어려운 사람 돕지도 않으면서 불법(佛法)까지 믿지도 않았던 자들에게 내려진 형벌인데. 당신 부모라는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내가 모르니까...”


남일처럼 말하는 수희와 준희를 경악스럽게 쳐다보던 한결이 한껏 높아진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수희 씨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 보면 뭐 불태우고 그러면 그거 귀신들한테 간다고 하던데 음식 상 같은 거 제사상 차려서 드리면 안 돼요? 그거 태우면 준희 부모님 드실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굳이 뭐 하러 그래.”

“될 리가 있겠어요?”


동시에 말한 수희와 준희는 두 사람 모두 정말 알지도 못하는 제3자의 일인양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이 사람들이 미쳤나 싶은 표정으로 한결은 수희와 준희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한결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그렁그렁한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


“둘 다 진짜 너무하네! 옆집 개가 아파도 걱정되고 안부가 궁금한 게 사람 이치인데. 어쩜 옆집 개만도 못하듯이 말해요! 너무한 거 아니야? 두 사람 다?”


한결의 화난 듯한 말에 수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아무 말이 없었고, 준희는 그런 한결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남들한테는 내가 패륜아로 보이겠지만, 난 부모 둔 적 없어. 둘 다 내 부모 아니야, 내 부모는 진작에 죽었어.”


그의 목소리는 작고 낮았지만 엄청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수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이며 한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본인이 됐다 잖아요. 한결 씨가 오지랖 부리지 말아요.”


그녀를 한동안 매섭게 쳐다보던 한결이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병실 문을 쾅 닫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분명 준희 혹은 수희 아니 두 사람 모두에게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


- 어라? 한결 씨도 은근 성질머리 있네? 착한 줄만 알았더니...


수희는 어느새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닫힌 문을 보는 수희 마음 한구석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수희는 시선을 돌려 준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준희 역시 한결이 닫고 나간 문을 보다가 어느새 수희의 시선을 느꼈는지 수희와 마주보았다.


“왜요? 뭐라고 말하게요?”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요? 근데... 내가 한 가지만 말해줄게요. 준희씨 ‘굴레’가 뭔지 알아요?”


“헛! 나 오늘 공부 많이 하네. 또 뭐 알려줄게 있어요? 그게 뭔데요?”


어느새 냉소적인 목소리로 변한 준희가 수희를 쏘아보며 물었다.


부모의 이야기를 들은 탓일까, 준희의 목소리는 친절하고 주눅들어있던 아까와는 사뭇 다른 말투였다.


“굴레라는 건, 사람이 말이나 소를 부리기 위해서 머리나 목에서부터 고삐에 걸쳐 얽어매는 줄을 말해요. 그걸 왜 굴레라고 하냐하면, 부자연스럽게 얽어매는 줄이라서 그래요. 준희 씨한테는 부모라는 존재가 그런 굴레 같아보는데....”


“그래서요, 그게 뭐가 어쨌다고요?”


“그거 알아요? 굴레는 원래 남들이 벗겨주기 전까지 벗을 수 없어요. 그래서 운명의 굴레이니 하는 말을 쓰는 거에요. 내 생각엔 준희 씨 한테는 가족의 굴레가 있는 거 같은데 본인이 벗기 힘들면 남한테 도와달라고 해야 벗어날 수 있어요 그 굴레라는 건... 벗어야만 잘 살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도 용기인 거에요. 알겠죠?”


수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병실문을 열고 준희의 병실을 빠져나갔다.


“한결 씨! 여기 있었구나?”


수희가 어느새 병원 1층 뒤켠에 있는 자판기 앞에 쭈그려 앉아 있는 한결을 보고 반갑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수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판기에서 음료수 두 캔을 뽑아 하나는 한결에게 건네고 하나는 뚜껑을 따 한 모금 들이켰다.


에코백 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불을 붙이며 수희가 말했다.


“에이, 남자가 소심하게 삐져 가지구.... 한결 씨! 한결 씨가 아까 말한 그 제사상 같은 건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설령 제사상을 차려서 준희 씨 부모님에게 음식이 닿는다 해도 음식을 목구멍 속으로 넘기면 불길로 변해 다 토해버리기 때문에 소용없어요. 아귀라는 존재는 그렇게 언제나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는 게 그 형벌인 존재거든요.”


“그럼... 방법이 아예 없어요? 준희 부모님 그렇게 끔찍한 상태로 계속 있으셔야 해요?”


“그게 끝이 아닌데... 한결 씨 그 정도로 불쌍히 여기면 안돼요. 몸은 불에 구워지고 동시에 모기, 나방, 해충 등의 공격까지 받으며 괴로워해야 해요. 그냥 간단히 말해서 뭘 먹을 때마다 온몸이 돼지 통구이처럼 불에 태워지면서 온몸에 달라붙은 벌레들 때문에 살이 파헤쳐진다고 봐야 해요. 아 근데... 돼지 바비큐 이야기 하니까 바비큐 먹고 싶네.”


“수희 씨 진짜 나쁜 사람이네... 아무리 남의 일이라지만 어떻게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바비큐 이야기를 해요? 정말 실망이에요.”


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속상한 듯 말하는 한결을 향해 담배 연기를 입으로 ‘후’하고 내뱉은 수희가 말했다.


한결은 그런 수희의 연기 때문에 ‘콜록콜록’ 거리며 눈이 매운 듯이 손사레를 치고 있었다.


“한결 씨가 너무 올곧고 바르게 그리고 착하게 자라 와서 그런가본데. 준희 씨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자세히 모르죠?”


“네? 그게 무슨... 준희가.... 왜요?”


“난 다 보이거든요? 그래서 준희 씨가 부모님에 대해 저렇게 적대적이고, 남처럼 무심한 거 다 이해가 가요. 나라면 더 심했을 거예요.”


“뭘 어쨌는데요? 준희 부모님이 준희한테 뭐 큰 잘못이라도 했어요? 무슨 잘못을 어떻게 했길래 애가 저러는 건데요?”


“이런 건 원래 당사자한테 직접 들어야하지 않나? 내가 이렇게 막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그리고 당사자가 밝히고 싶지 않다면요?”


수희의 말에 한결은 풀이 죽은 강아지마냥 쭈그려 앉은 한결 자신의 무릎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 아유... 이 남자 정말 철부지없는 강아지 같네. 뭘 이렇게 큰 리트리버처럼 굴어?


하는 짓이 순간 귀여워서 볼이라도 잡아 비틀고 싶은 수희였다.


수희는 이내 한결 옆에 쭈그려 앉아 마저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며 결심한 듯이 한결에게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긴 이야기가 될 거예요. 나도 뭐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준희 씨 동의 없이 내 마음대로 한결 씨한테 들려주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준희 씨한테는 비밀로 하고 내가 알려준 거 한결 씨만 알고 있도록 해요.”


“네! 꼭 약속할게요. 준희한테 말 안하고, 꼭 저만 알고 있을게요!”


“흠... 쓰읍... 그래두... 내가 얘기 안해주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뭔데요! 빨리 말 좀 해봐요! 제발 좀요! 준희한테 절대 말 안할게요! 약속한다니까요!”


한결은 참지 못하고 수희의 옷소매를 잡아 흔들며 애원했다.


한결이 진지한 태도로 말하자 수희는 깊게 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화경(畵境)에 비춰진 준희의 유년 시절에 대해 한결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듣기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어요. 잘 들어요. 한결 씨. 준희 씨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개고생이란 개고생은 다 하고 자란 외로운 사람이에요. 준희 씨 어머니가 준희 씨가 막 초등학교 입학했을 즈음 집을 나간 모양이에요.”


“네? 전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그렇겠죠. 준희 씨 자존심에 이런 이야기 남들한테 했을 것 같지 않아요. 암튼.... 사연이 있어 보이는데 자세한 건 나도 몰라요. 그냥 몇몇 이미지들이 스쳐지나가면서 보이는 걸 토대로 나도 유추하고 짐작할 뿐이라서...”


“네. 그런데요? 계속 들려주세요.”


“문제는 준희 씨 어머니가 준희 씨가 어린 나이에 집을 나가고 그 이후에요. 준희 씨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에 취해 준희 씨를 때리면서 학대한 거 같아요. 이미지 속에 보면 형편도 넉넉지 않았나본데... 10평 남짓? 아니 그보다도 더 작아 보이는 단칸방 그것도 곰팡이 가득 핀 반지하 방에서 거의 10여년 가량을 아버지에게 맞으며 학대 받으며 산 거 같아요.”


“뭐라고요?”


동그래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한결이 두 눈을 꿈뻑이며 물었다. 수희는 이내 에코백 안에 덤덤한 표정으로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곤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말을 이어나갔다.


“제 눈에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보였어요. 준희 씨 아버지라는 사람은 매일같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면 준희 씨를 잘근잘근 밟아댔고, 준희 씨는 살려달라고 빌며 울었지만 울면 더 맞았기 때문에 억지로 울음을 참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일부러 얼굴 말고 보이지 않게 몸뚱아리 위주로 때리는 게 보이네요. 참 대단하다...”


“이런 아가씨발냄새! 가.족.같.은!”


성질을 못 참고 한결이 이내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질렀다.


항상 예의바르고 친절하고 다정했던 한결의 입에서 거친 욕지거리가 나오자 수희는 깜짝 놀라 커진 눈으로 한결을 쳐다보았다.


이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 수희가 낮은 목소리로 덤덤히 말을 계속 했다.


“아직 안 끝났어요. 한결 씨가 준희 씨랑 고등학교 친구라고 했었나? 암튼... 초등학교 중학교 유년시절 내내 집에서 그렇게 학대도 받고, 학교에서 거의 왕따처럼 따돌림도 받았나 봐요. 아이들은 준희 씨 행색을 보고 엄마 없는 자식이다, 가난한 없는 집 자식이다 손가락질했고, 준희 씨는 매일매일이 죽고 싶었을 거에요.”


“이런 씨! 근데 고등학교 때 준희는 전혀 그런 기색이며 모습이 없었어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그랬다면 내가 그걸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구요!”


한결의 질문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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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챕터4-73(완).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5) 23.11.30 36 1 11쪽
72 챕터4-72.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4) 23.11.30 40 1 12쪽
71 챕터4-71.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3) 23.11.30 38 1 12쪽
70 챕터4-70.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2) 23.11.30 38 0 11쪽
69 챕터4-69. 불가(佛家)-사모곡(思母曲) (1) 23.11.30 37 1 12쪽
68 챕터4-68.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3) 23.11.30 39 1 12쪽
67 챕터4-67.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2) 23.11.30 39 1 12쪽
66 챕터4-66. 불가(佛家)- 우란분재와 목련존자(1) 23.11.29 40 1 12쪽
65 챕터4-65. 불가(佛家)- 진실(2) 23.11.29 37 1 12쪽
64 챕터4-64. 불가(佛家)- 진실(1) 23.11.29 37 1 12쪽
» 챕터4-63.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2) 23.11.29 39 1 12쪽
62 챕터4-62. 불가(佛家)- 가족이라는 굴레(1) 23.11.29 41 1 11쪽
61 챕터4-61. 불가(佛家)- 걸신(乞神)(4) 23.11.28 42 1 11쪽
60 챕터4-60. 불가(佛家)- 걸신(乞神)(3) 23.11.28 42 1 11쪽
59 챕터4-59. 불가(佛家)- 걸신(乞神)(2) 23.11.28 41 1 12쪽
58 챕터4-58. 불가(佛家)- 걸신(乞神)(1) 23.11.28 42 1 11쪽
57 챕터3-57(완).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2) 23.11.28 44 1 14쪽
56 챕터3-56. 창귀(倀鬼)-전생의 업보(業報) (1) 23.11.27 44 1 12쪽
55 챕터3-55. 창귀(倀鬼)- 재회(再會) (2) 23.11.27 46 1 12쪽
54 챕터3-54. 창귀(倀鬼)- 재회(再會) (1) 23.11.27 44 1 12쪽
53 챕터3-53.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3) 23.11.27 44 1 12쪽
52 챕터3-52.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2) 23.11.27 45 0 12쪽
51 챕터3-51. 창귀(倀鬼)- 호식총(虎食塚) (1) 23.11.27 43 1 11쪽
50 챕터3-50. 창귀(倀鬼)- 토끼몰이 (3) 23.11.27 46 1 12쪽
49 챕터3-49. 창귀(倀鬼)- 토끼몰이 (2) 23.11.26 47 1 12쪽
48 챕터3-48. 창귀(倀鬼)- 토끼몰이 (1) 23.11.26 47 1 11쪽
47 챕터3-47.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3) 23.11.26 46 1 12쪽
46 챕터3-46.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2) 23.11.26 46 1 11쪽
45 챕터3-45. 창귀(倀鬼)- 호랑이와 여우 (1) 23.11.26 44 1 12쪽
44 챕터3-44. 창귀(倀鬼)- 마두명왕(馬頭明王)(3) 23.11.26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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