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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31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10:42
조회
1,502
추천
50
글자
18쪽

23화. 무인을 꿈꾸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거세게 쏟아지는 빗물 속으로 어두운 하늘이 갑자기 대낮처럼 밝아졌다. 그리고 수없이 번쩍거리는 번개······.


그러더니 갑자기 울리는 소리!


쿠아아아앙!!


천지를 울리는 천둥소리가 오십 장쯤 떨어져 있는 커다란 고목나무에서 들려왔다. 나무에 번개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자 큰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가 주변을 밝히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쥬맥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철퍼덕 주저앉았다.


“자연의 힘은 참으로 크구나! 우리 인간도 저처럼 큰 힘을 낼 수 있을까? 저처럼 큰 힘? 비록 견주지 못하겠지만 인간도 무예(武藝)를 배우면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들었어. 하늘도 날 수 있다던데? 그럼 나도 무예를 배우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혼자 무엇에 취한 듯이 중얼거리다가 문득 가져온 봇짐에도 무공서(武功書)와 검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실은 매일 보면서도 식량 준비에 이것저것 급한 것부터 챙기느라고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쏟아지는 빗속에 서서 천지의 힘과 대자연(大自然)의 한없는 위대함을 느끼며 쥬맥은 자신도 이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그 무언가’ 라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가지고 있는 무공서와 검으로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이고.


“그래! 나는 무인(武人)이 될 것이다. 저 하늘처럼 높고 저 광활한 대지처럼 드넓은 기상(氣像)을 지닌 무인이 될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 아니 꼭 해내고야 말 것이다. 나는 용감한 아이 쥬맥이니까.”


조그만 가슴이지만 뜨거운 피가 용솟음친다. 벌거벗은 맨몸으로 빗속에 선 쥬맥은 작은 두 주먹을 움켜쥐고 암천(暗天)을 향하여 부르짖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하늘같이 높고 대지같이 넓은 무인이 될 것이다!”


“나는 용감한 아이 쥬맥이니까!”


큰 소리로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니 자신도 모르게 용기가 생기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自信感)이 생겼다.


그러자 마치 하늘도 알았다는 듯이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이 우르릉 댄다.


지난번에 우르표범과의 조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고, 어린 나이에 인생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첫 번째 각성을 하였다면, 오늘은 천둥소리와 천지의 힘, 그리고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무인으로 탈바꿈하는 두 번째의 각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오늘의 이 인식 변화가 앞으로 쥬맥이 살아갈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을 이루고 있었다.


쥬맥은 빗속에서 물러나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몸을 닦고 새 옷을 입은 뒤, 가져왔던 봇짐을 끌렀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검과 무공서를 꺼내어 조금 높은 곳에 놓은 뒤에,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신에게는 스승이 없다. 오직 저 검과 저 무공서가 자신의 스승일 뿐!


경건한 마음으로 검과 무공서를 향하여 삼배(三拜)를 올리고 스스로의 마음속에 맹세를 하며 다짐하였다.


“나 쥬맥은 이 검과 무공서를 스승 삼아 홀로 무예를 닦겠지만, 하늘 아래서 가장 위대한 무인이 될 것이다.”


우선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의 넓적하고 평평한 돌을 주워서 밑에 작은 돌들을 받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상(卓床)을 만들었다.


검은 우선 동굴 벽의 적당한 바위를 찾아서 안치시키고, 나중에 걸어 놓을 수 있는 검가(劍架, 검좌대)를 나무로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월광석을 몇 개 들고 나와 탁상 위에 비치하였다. 형설지공(螢雪之功)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밤에 서책을 보는 데 지장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이렇게 홀로 무인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시작하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미 처음에 대충 보았지만 한 권씩 자세히 훑어보니, 한 권은 무공서가 아니라 식용과 약용이 가능한 식물들이 그림과 함께 설명이 붙어 있는 식물도감이었다. 영초나 독초도 있었고.


독성이 매우 강한 것들도 있어서 요긴하게 쓰일 것 같았으나 당장 필요하지는 않아서 일단 제일 아래에 두었다.


나머지 두 권이 모두 무공서인데 한 권은 심법(心法)과 장법(掌法), 권법(拳法), 경신술 등이 적힌 것이고, 한 권은 검술과 보법에 대한 것이었다.


다행히 천령문으로 적혀 있어서 쥬맥이 이해하기가 쉬웠다. 천인족이 처음에 사용했던 태을문은 뜻글이라서 어린 쥬맥이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웠는데.


무인이 되려면 먼저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육체를 단련(鍛鍊)하는 여러 방법과 심법 등이 들어 있는 책을 먼저 집어 들고, 자세히 읽으며 공부를 시작했다.


한 권의 표지는 태을현천신공(太乙玄天神功)이고 또 한 권은 태을현천검법(太乙玄天劍法)이라고 쓰여 있는데, 후미에 부가적인 잡다한 것들이 수록(收錄)되어 있었다.


이 책들이 얼마나 뛰어난 무공서인지는 모르나 지금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실 이 무공서들은 천인족이면 누구나 쉬 구할 수 있는 서적이었다.


내용이 알기 쉽게 그림과 같이 설명되어 있어서 무예의 기초를 다지기에는 가장 좋은 책이라 널리 쓰였다.


그러나 이름처럼 그렇게 상승의 무공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쥬맥이 지도해 주는 사부도 없는데 혼자 상승의 절학(絶學)을 익힐 수 있겠는가?


지금의 쥬맥에게는 이 정도가 딱이었다. 쥬맥은 이 무공서들을 읽고 또 읽었다. 오로지 위대한 무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렇게 혹독한 일곱 살의 겨울이 지나고 여덟 살의 새로운 봄이 오기까지 책이 닳도록 수십 번을 읽었고, 어려운 말은 수없이 되세기며 그 뜻을 궁리하였다.


낮에는 무공서에 나온 대로 육체를 단련하며 쉼 없는 훈련과 수행을 거듭하고, 밤에는 늦게까지 책을 읽으니 책이 어느새 손때가 묻어 새까매졌다.


이제는 책을 보지 않고도 전 내용을 술술 외우고 있었다. 눈을 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책 내용을 독송하였고.


육체를 단련하는 중에 수많은 상처를 입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동굴 안에 버섯처럼 붉게 자라는 영초(靈草)를 열흘에 한 번 꼴로 복용했다.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몸에 좋은 것 같았고, 무엇보다 꿈에 형이 먹여준 것이었으니까.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는지 참을 만하였으나, 그래도 온탕과 한탕을 오가며 몸을 담그고 단전호흡(丹田呼吸)을 해야만 했다.


세 살 때부터 배운 토납술은 가장 기초이면서 선인과 무인이 될 자질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태을현천신공을 익힌 뒤로는 먼저 토납술을 행한 뒤 신공에 따라 운기를 했다.


아직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이 융통되지 않았지만 소주천(小周天)을 행한 뒤에는 의식으로 대주천(大周天)을 행하며 미세하나마 기를 순환시켰다.


이어서 전신에 골고루 기를 퍼뜨린다. 전신이 편안해지면 신공에 적시한 혈맥을 순서에 따라 의식으로 계속 진기를 돌리며, 그 신공의 오의(奧義)를 깨닫기 위해서 깊은 명상에 잠겼다.


매일 늦은 밤까지 수많은 시간을 수련하느라 보내니, 어떻게 날이 새고 해가 지는 지 무감각(無感覺)하게 지나는 날이 많았다.


오늘도 그렇게 여덟 살의 봄날이 간다.


이제는 제법 손바닥과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배기고 팔과 다리에도 근육(筋肉)이 많이 생겼다. 노력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이제 절벽을 오르내리는 것도 수월하게 뛰어다닐 정도로 숙련이 되었다.


여러 번 떨어지고 다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상처가 아물고 아문 상처는 더 단단한 피부가 되어 주었다.


이제는 점박이가 가끔씩 스스로 찾아와 낭떠러지 위에서 울면, 쥬맥이 달려 나가 서로 경주를 하듯이 힘껏 산과 들을 달렸고, 때로는 점박이의 등에 타서 비호(飛虎)처럼 멀리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점박이는 고양이과 동물인지 비린내가 나는 물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쥬맥도 점박이와 가끔 물고기를 잡았고, 단검을 들고 때로는 키보다 깊은 곳까지 들어가 큰 물고기를 잡아서 둘이 다정하게 나누어 먹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깊은 물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참고 물고기를 잡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수공(水功)의 기초를 닦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점박이와 함께 붙어 다니는 쥬맥을 보고 주변의 동물들이 슬슬 피하니, 의도치 않게 호가호위(狐假虎威)를 하는 형국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아끼는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뿐이다.


* * * * *


지금 천인족의 주거지도 봄을 맞아서 새로운 농사를 짓기에 분주하다.


그나마 그동안 큰 사고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아서 조금씩 안심들은 하고 있지만, 모두가 종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종족수(種族數)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에는 암묵적(暗默的)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전에는 주로 서른 살 전후에 결혼을 하였으나 열아홉 살이 넘어 성인이 되면 바로 결혼하는 사람이 늘었다. 천인족은 나이를 평소에도 만으로 세니 물론 만 열아홉 살이다.


전에는 마흔다섯 전에 출산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예순 살이 넘도록 출산을 하면서 인구(人口)가 굉장히 빠르게 늘기 시작했고······.


“여보게! 자네 늦둥이 보았다면서?”


“그럼! 요즘 그게 대셀세. 늦둥이 없으면 이제 우리 모임에 끼지 말게.”


“이거 원 서러워서 살겠나? 나도 얼른 마누라를 졸라야지, 내 원 참!”


이렇게 되니 너도 나도 늦둥이를 보았다. 마치 빠르게 번지는 유행병처럼.


수명(壽命)이 이백 살이라 맘만 먹으면 일흔 살까지도 임신이 가능했다. 배가 부른 여자들이 늘고, 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온 동네 이 집 저 집에서 울려 퍼졌다.


이런 추세(趨勢)라면 십 년만 지나도 제법 인구가 많이 늘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덧 일 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환시력 이 년이 되었고, 일 년 동안 해의 움직임과 별자리를 살핀 결과 월력과 시간 제도가 확정되었다.


일 년 열두 달을 이십사 절기로 나누고, 그에 따라 하루를 열두 시진으로 정했다. 또 시진을 삼 등분하여 초(初) 중(中) 말(末)로 나누어 세분화시켰다.


문제는 시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측정하고 유지 관리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것은 비교적 쉽게 해결되었다.


이전에 아리별에서 사용하던 수정시계를 개조하여 사용하기로 한 것.


수은과 비슷한 액체 금속을 길고 가늘며 중간이 병목처럼 들어간 모래시계 같은 통에 넣은 다음, 진공처럼 기구를 이용하여 최대한 공기를 빼낸다.


액체 금속이 미세하게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표시한 눈금에 닿으면 그 표시된 글자를 시간으로 읽는 것이다.


성반을 이용하여 이미 적도를 찾았기 때문에 절기별로 적도의 위치에서 성반을 이용해, 해 그림자가 완전히 막대와 일치하는 시간을 오시 중반(中半)으로 기준하여 표준 시계를 만들었다.


다른 시계들은 이 표준 시계(標準時計)에 맞춰서 보정해 나가기로 했고···.


그리고, 병목에도 미세한 조절 장치(調節裝置)를 두어서 시간을 단시간에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문제는 하루에 한 번씩 반대로 뒤집어 주어야 한다는 것!


제때에 뒤집지 못하면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표준 시계를 장인(匠人)들이 관리하게 했다. 그들이 자시와 오시 중반(中半)에는 광장 중앙에 있는 큰 종을 한 번씩 치는데, 그때 종소리에 맞추어 모두 시간을 보정하는 것이다.


장인들이 아리별에서 사용했던 수정시계 수백 개를 개조하여 중요 사용처별로 우선 배정하자, 비로소 시간 관리(時間管理)가 시작되었다.


이로써 시간 개념에 대한 기준이 마무리되니, 전체적인 시간 약속이나 경계병의 교대 근무 등 시간과 관련된 모든 업무가 이제야 제대로 틀을 잡고 빈틈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반인들은 열두 시진(時辰)의 초(初), 중(中), 말(末) 구분을 무시하고 해와 달의 기울기를 기준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것은 오랜 습관 때문이니 쉬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변화점이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는 세 살부터 일곱 살 때까지 기초 교육과 함께 토납술 등을 하루 몇 시진씩 가르쳐 왔다.


그 과정이 끝나면 선인의 자질이 있는 아이들을 선별하였고. 그래서 영근을 배양하기 쉬운 아이들은 선인들이 별도 육성을 해 왔지만, 그 수가 천에 한 명 수준이라 선택을 받지 못한 일반 아이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 일반 아이들에 대해서도 좀더 배움의 욕구를 채워 줄 후진 양성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여덟 살에서 열두 살까지 오 년 과정의 교육 과정(敎育課程)을 새로 만들었다.


그래서 무술 수련과 함께 천인족의 역사, 전통과 문화, 각종 기술과 필요한 항목들을 가르치기로 하였다.


담당은 천사장 산하의 선인들이 맡되 무술 교육은 천령대에서 무사를 파견하여 수련(修鍊)시키기로 했고······.


쥬맥의 친구들이 이렇게 최초로 만들어진 ‘아룡관(兒龍館)’에 올해부터 입관하여, 무술과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니 모두 들떠 있었다.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 원하는 아이들은 모두 입관할 수 있었고 야수르와 하유리도 그 생도가 되었다.


“수르야! 너도 아룡관에 들어 왔니? 정말 잘됐다. 그지?”


“그래, 유리야. 나도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나는 의술을 배우고 싶어. 난 신의(神醫)가 되고 말 거야.”


“맥이 살아 있었으면 우리랑 함께 배울 텐데······. 아~ 보고 싶다.”


“너는 왜 그딴 소리를 하니? 죽은 애는 빨리 잊어야지.”


“그래두, 내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쥬맥을 생각하는 듯 수르의 눈에 물기가 번지는데 유리는 애써 외면한다.


“아! 속상해.”


그러면서 혼자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천인족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지난 전쟁 때 잡아서 결계(結界)속에 가두었던 반인족의 포로 백 여 명을 그들의 주거지로 돌려보냈다.


물물 교환소를 설치하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방면한 지가 벌써 두 달.


그들이 좋아라 하면서 반인족의 주거지인 리반에 도착했으나, 모두 자유를 잃고 다시 구속(拘束)되고 말았다.


대추장 울트가 천인족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정보 취급자 몇 명을 시켜 돌아온 포로들을 한 명씩 마치 고문이라도 하듯이 세밀히 조사했다.


모두 보고 들은 것을 빠짐없이 실토하는데···, 마침내 탈출을 시도했던 미야루의 차례가 되었다.


“야, 미야루! 너는 탈출하려고 하다가 붙잡힌 적이 있다면서?”


“글씨 그걸 어떻게 알았어유? 챙피허게.”


“임마! 똥오줌도 지렸다면서? 벌써 소문이 파다하다. 너만 모르고 다 알아. 그러니까 모든 것을 이실직고해.”


“혼자서 도망갈라고 혀서 죄송혀유. 그래도 우리 종족을 위해서 뭔가 알려야 한다고 생각혀서 충성심(忠誠心)에서 그랬는디, 충성심에서······.”


“여시 같은 누가 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고? 쯧쯧! 아니야, 정말 잘했다. 너 큰 상을 줄 테니까 진인지 결계인지 네가 보고 겪은 것들을 하나도 빼지 말고 모두 자세하게 얘기해 봐.”


“실은 요~ 바다가 이렇고······. 절벽이 갑자기 저렇고······. ······그랬어유. 정말로 지는 우리 종족을 위헌 맴으로 충성심에서 그랬다니께유.”


“그래, 정말 잘했다. 너의 충성심을 인정하고, 충성하면 어찌되는지 널리 알리기 위해서 본보기로 큰 상을 줄 테니까 나를 따라와.”


미야루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자기 대장과 숙덕숙덕 얘기를 하더니 시리낙타를 관리하는 막사로 들어갔다.


“여보게! 여기 미야루에게 시리낙타를 열 마리만 내주게. 이미 대장님과는 얘기가 다 끝났네.”


“아니, 뭐를 했길래 낙타를 열 마리나 내줘? 무슨 큰일을 했남?”


“자네는 몰라도 돼. 기밀이야 기밀!”


“쳇, 걸핏하면 그놈의 기밀 기밀! 알았다. 너는 나를 따라와.”


이렇게 해서 미야루는 졸지에 시리낙타를 열 마리나 받고 부자가 되었다. 그만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충성하면 상을 준다는 본보기로 삼은 덕이다.


반인족에서 시리낙타 열 마리면 부자에 속했다. 기세가 등등해진 미야루가 낙타를 받아서 집에 넣은 뒤, 여시 같다던 애인을 찾아갔다.


그런데 재수없게도 문 앞에서 어떤 놈과 신나게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어라?


‘아니 저놈은 뭐야?’


혼인 관계가 없는 종족이다 보니 그새를 못 참고 새 애인을 사귄 모양이다. 벌써 쳐다보는 눈길이 시큰둥하다.


“어이 엘리! 나 돌아왔네. 잘 지냈제?”


“흥! 똥오줌을 지렸다던디 잘 살아왔네 잉. 벌써 좋던 세월은 흘러갔는디.”


그러자 옆에 있는 남자가 꼬리로 여자의 허리춤을 살살 만지며 거들었다.


“남자가 창피한 줄 알아야 하는 기라. 나 같으먼 혀 깨물고 콱 자빠져 디져 삐릿다. 안 그렇나 마?”


“뭐라꼬? 싸나이 일편단심 충성심을 고로케 모욕허먼 안 되제 잉. 우리 종족을 위한 뜨거운 이 충심에 낙타를 열 마리나 상으로 주었는디.”


낙타 열 마리의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여시 여자 엘리의 눈빛이 달라졌다.


“뭐시여? 낙타를 열 마리나 받았다고? 워메 이제 부자네 잉.”


옆에 있는 남자의 꼬리를 허리에서 풀어내더니 등을 밀어서 매몰차게 내친다. 여자 마음은 갈대라더니······.


“자기는 내가 지금 쪼깨 바쁜게 이따가 보드라고 잉.”


그러더니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다가왔다.


“미야루는 재주도 좋네 이. 일편단심(一片丹心) 충성심이 얼매나 대단허기에 상을 받았데? 근디 나는 안 보고 싶었남? 나는 거기가 보고 싶어서 여러 번 울었는디이~”


그러면서 엘리는 금방 눈물을 닦는 시늉을 했다. 눈물에 약한 것이 남자 마음이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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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10.21 20:03
    No. 1

    꼬리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잠시 잊고 있었네요. 근데 왠지
    경상도 느낌이 팍~ 드는 게 정감이 더 가는 건 왜 일지 후후
    지금의 일곱살과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홀로서기에 성공하였네요.
    아직은 한창 보살핌이 필요할 때인데... 그래도 저렇게 혼자여서
    더 강해지겠죠. 조금 더 지켜봅니다. 한울님께서도 지켜보실테니..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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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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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무인을 꿈꾸다 +1 21.06.29 1,503 50 18쪽
22 22화. 동굴 속의 기연(奇緣) +1 21.06.29 1,507 50 18쪽
21 21화. 새 친구 점박이 +1 21.06.29 1,483 50 18쪽
20 20화. 새로운 안식처(安息處) +1 21.06.29 1,488 49 19쪽
19 19화. 우르표범과의 조우 21.06.29 1,467 47 19쪽
18 18화. 홀로 숲에 버려진 아이 +1 21.06.29 1,470 49 18쪽
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5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5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78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68 50 18쪽
13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504 50 17쪽
12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61 50 17쪽
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07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16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91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59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5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5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68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93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43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38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64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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