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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70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9 09:28
조회
1,556
추천
50
글자
17쪽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인족은 무예의 5단계 경지인 제신부터는 몸신(身)자가 아닌 귀신신(神)자를 붙였다.


이 귀신神자가 붙는다고 해도 무인이 신선처럼 신이 되어서 영체(또는 원영)가 선계(仙界)로 비승한 전례(前例)는 없었다. 칼을 들고 사는 무인이 전혀 생명을 죽이지 않고 혼자 수행만 하여 경지가 오르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지기는······.


실제로 무인의 경우 전투나 대결에서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동격의 수많은 생명체를 죽이게 된다. 그것이 또한 칼을 든 무인의

숙명(宿命)이고. 그러니 영혼이 많이 오염될 수밖에!


그것도 전쟁 등으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 고의로 많은 사람을 죽이면, 결국은 영혼이 악기(惡氣)나 사기(邪氣)에 심하게 물들어서 죽으면 유계의 지옥불에 던져지기 십상이었다.


이것이 또한 천신을 믿는 천인족의 종교 사상(宗敎思想)이었고······.


8단계 무신의 경지에 이르면 속세의 일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산수 좋은 곳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이유가, 무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영혼(靈魂)에 물들어 버린 오염(汚染)을 닦아 내기 위함이었다.


* * * * *


천인족이 반인족과의 대규모 전쟁이 닥쳐오는지 모른 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자구책(自救策)을 보완하고 있는 와중에, 벌써 반인족의 선발대 이천오백 명이 천인족과 치렀던 싸움터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쵸룬은 복수할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에 몸과 마음이 들떠 있었고 말이다.


때는 이미 한여름이라 아열대 지역도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사방에 우거진 숲에는 모기와 날파리가 들끓었다.


출발할 때 삼천이었던 인원에서 식량이나 무기 이송 등을 위하여 중간에 설치한 거점 다섯 군데에 백 명씩을 배치하다 보니 오백 명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눈에 띄기 쉬운 병력이어서 들키지 않도록 주변 숲속에 분산 배치(分散配置)하고 본대를 맞이할 준비에 심혈을 쏟았다.


천인족 정찰(偵察)을 통한 정보 수집, 본대가 거주할 위치 선정, 전투 시 사용할 장비의 사전 준비 등등.


본대가 오기도 전에 전투가 벌어지면 불리하기 때문에 낮이나 밤에도 불을 피우지 않고 생식을 하거나 비상식량을 먹게 하였다.


조리가 꼭 필요한 것은 연기가 안 나오는 숯을 이용했고······.


선발대가 도착한 지 벌써 사흘째.


선발대장 터타우가 지휘소 천막에서 휘하의 장수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면서 진행 사항을 점거하고 있었다.


“쵸륜! 여기서 적의 기지(基地)까지는 얼마 정도나 걸리는가?”


“걸어서 한 시진 정도의 거리입니다.”


“적의 수와 동태는 어떠한가?”


“현재까지 관측(觀測)하기로는 대략 만에서 이만 명 사이입니다. 아직 우리가 도착한 것을 모르는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지 주변에 목책이 쳐져 있는데, 이상하게 안개 같은 것이 둘레를 감싸고 있어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끔 목책 문이 열릴 때만 잠깐씩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더 자세하게 파악하게. 전투에 있어서는 정보가 생명이야. 적을 전혀 모른 채 싸울 수는 없지. 지난번에 자네가 왔을 때하고는 매우 사정이 달라.


그때는 정규군 병사도 아니고 젊은이들이 수련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무기나 지휘 체계도 어설펐겠지만, 이번에는 정규군 병사들이 모든 전투 수단을 총동원하여 싸우는 전쟁일세 전쟁!”


“정찰병을 배로 늘려서 더 자세한 정보(情報)를 수집하겠습니다.”


“그리고 적의 주 무기나 무장 상태, 정규병의 숫자, 지난번에 펼친 진법 등에 대해서도 더 파악해서 정리하게.


그리고, 우르베 부대장은 적의 목책을 공략할 수 있도록 높은 사다리와 투석(投石) 무기 등을 우거진 숲속에 숨어서 최대한 많이 제작하도록.


돌로 높게 쌓은 성이 아니니 밖에서 공격하거나 타고 넘기에 좋게 말이야. 또한 모든 화살에는 독을 묻혀서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열흘 이내로 대군이 도착할 것이니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지시가 떨어지고 하나씩 전투준비(戰鬪準備)가 진행되었다.



천인족이 삼일 뒤 반인족의 침략(侵略)을 알아차린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지난번에 지도 제작을 위하여 만든 비거 중 한 대가 거의 파손되어 근처까지 돌아왔는데, 그것을 겨우 고쳐서 시험 비행(試驗飛行)을 하는 중이었다.


지난번에 전투가 있었던 곳 상공(上空)을 날다가 타 종족이 숲속 여기저기에 모여서 무언가 하는 것을 발견하여 긴급히 보고를 한 것이다.


그래서 추가로 비거를 띄워서 좀더 멀리까지 정찰을 한 결과, 이미 이삼천의 병력이 도착하였고 멀리서 수만의 대군(大軍)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전체에 비상(非常)이 걸렸다.


그래서 목책 주변으로 높은 망루를 세워서 진 밖의 상황을 감시하는 한편, 다가올 전투 준비에 전력을 쏟아 부었다.


노약자들까지 모두 뛰었다. 이 정도 규모의 전투면 천인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니 모두 발 벗고 나설 수밖에!



그때 반인족의 선발대 진영(陣營)에서는 몇 명이 하늘을 바라보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커다란 새 같은 것이 떠서 머리 위로 날아갔다.


반인족은 기구를 이용하여 하늘을 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비거를 마치 큰 날짐승으로 알았다.


“우와! 저기 날아가는 큰 새 좀 봐. 정말 엄청 크네.”


“독수리보다 훨씬 큰데······. 혹시 저 북쪽에 살고 있다는 대붕(大鵬)이 여기까지 날아온 것 아닐까?”


“대붕은 훨씬 크다던데······.”


“니가 대붕을 봤어? 봤냐고? 보지도 못한 게 아는 체는······.”


“아! 나는 저 큰 새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가고파~.”


‘저 새를 타고 하늘 위에서 네 녀석의 머리 위에다 똥을 싸고 싶다 왜?’


“응? 그래? 저 새를 타고 가장 친한 친구인 나를 보러 오고 싶은 거지?”


“그야 당연하지 말이라고 해?”


‘네가 나를 보러 와? 어림없지. 내가 없을 때 내 애인을 꼬시러 가겠지.’


‘흥! 네놈의 머리 위에다 똥을 싸고 내 애인을 만나러 갈런다 이눔아!’


반인족답게 겉말과 속말이 다른 대화가 또 한참을 오간다.



긴급회의(緊急會議)가 소집된 한울의 막사 안에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숨막히는 긴장감(緊張感)이 감돌았다.


대형 지도를 놓고 적의 수와 위치 등을 표시하며 머리를 맞대고 다가올 전투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는데······.


“적의 병력이 오륙만 명에 이르면 아무리 우리 무사들이 무예(武藝)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맞붙어서 싸우는 것은 무리입니다. 잘못하면 멸족(滅族)을 당할 수 있는 위기예요.”


“우선 정찰대를 보내서 정보(情報)를 더 수집하도록 합시다.”


“이레 정도 뒤에는 적의 본대가 선발대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텐데, 그 전에 선발대를 쳐서 사전에 준비한 것들을 박살을 내야 합니다.”


“신수들을 불러서 겁을 주어 쫓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싸워보지도 않은 상태로 신수들을 부르는 것은 시기상조(時機尙早)입니다. 신수들은 진짜 멸족의 위기를 맞지 않은 한 나서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여러 번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제대로 연락이 안 되어서 부를 수도 없는 상태이고요.”


“그럼 다른 신수는 어렵다니 근처에 있다는 해타(海駝) 신수라도 불러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합시다.


해타는 그동안 우리와 가까이 지내어 친화력이 높으니, 살생을 부탁하지 않는 한 우리의 요청을 들어줄 겁니다.”


“그럼 그 건은 천사장께서 선인들을 동원하여 준비해 주세요.”


“적이 우리 주거지를 둘러싸게 되면 현재 주술진(呪術陣)으로 목책을 보호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번 짐승들처럼 인해전술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거리용 공성무기(攻城武器)의 공격에는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시급히 보완이 필요합니다.”


“안다 선인을 필두로 주술진에 밝은 선인들을 보내어 진을 이중으로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 외에도 수많은 협의 중에, 내일 동이 트는 새벽녘에 적의 선발대를 급습(急襲)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서 일류고수로 기마대를 꾸리고, 그 뒤를 받쳐 줄 후속 군으로 보병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세부 전술은 모두 기밀에 부쳐졌다.


우선 선제공격(先制攻擊)을 통하여 선발대가 준비한 것들을 무력화시키고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그 첫번째다.


다음은 그것을 바탕으로 본대가 도착했을 때 가능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그 두번째고.


협상이 불가하면 전투가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하여, 최대한 피해를 줄이며 속전속결로 초반에 제압을 해야 한다.


싸울 수 있는 병력의 수에서 열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니, 개개인의 능력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천인족의 멸족은 당연한 것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어느새 밤이 지나고 동이 터 오기 시작할 무렵, 공격대(攻擊隊)는 어둠을 이용하여 반인족의 선발대에 접근하고 있었다.


기마대는 소리가 나지 않게 말에 재갈을 물리고, 말발굽에는 헝겊과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신겼다.


빛이 반사할 수 있는 것들은 무기나 얼굴 할 것 없이 모두 색을 칠하거나 검은 천을 씌워서 위장(僞裝)하였고, 적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은밀히 이동하여 활엽수의 그늘 아래로 숨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대장의 신호와 함께 기마대가 먼저 말에 올라서 소리 없이 검을 들고 돌격 준비를 갖추었다.


적이 눈치를 채기 전에 불시에 들이쳐서 적의 기본 방어선을 무너뜨려야 그 후방을 칠 수 있다.


1차 방어선을 뚫지 못하고 미적거리면 전열을 정비한 적군이 반격을 가할 것은 불 보듯 자명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반인족도 전투를 치른 경험이 많아서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선발대의 대장 터타우는 야간 기습이 주로 방심하기 쉬운 새벽녘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젯밤에 부대장 우르베를 불러서 밤 오경(五更: 3시~ 5시)부터 적의 야습에 대비하여 오백 명의 전사를 선발대 앞쪽에 매복시키게 했다.


만약에 적이 기습(奇襲)을 하면 전투를 준비할 시간을 벌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뿌연 아침 안개 속에 동녘이 노을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직 어둡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시야(視野)가 확보되었다.


그러자 활엽수가 군데군데 군집을 이룬 넓은 산야가 어슴푸레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만물이 깨어나기 전에 깊은 꿈속을 헤매는 시간이다. 적을 기습하기에는 최적의 시간!


그때 소리 없이 움직이는 천인족.


마침내 오늘 기습을 총지휘하는 금년 예순한 살의 보돈타 대족장이 앞으로 나섰다. 갑주를 걸치고 중무장한 모습으로 말 위에 오른 모습이 위풍당당했다.


시원마 위에서 사나운 눈빛으로 주변을 쓸어 보더니 적진을 향하여 검을 든 손을 가만히 위로 치켜 올렸다.


모두 긴장하여 그 손을 바라볼 때 다시 아래를 향해서 힘차게 내리긋는 손!


드디어 숨죽이며 기다린 돌격 신호다. 진형은 바로 추야안익진(秋夜雁翼陣)!


“와! 돌격하라!”


“적을 단칼에 베어라!”


“히히히잉!”


시원마가 재갈이 빠진 입으로 투레질과 함께 높은 울음을 토해 내며 앞으로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순식간에 사방이 천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자욱한 먼지, 병사들의 함성(喊聲)과 말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전쟁터로 변해 버렸다.


일 천의 기마대가 화살처럼 양 날개를 펼치고 질풍(疾風)같이 내달리며 반인족 선발대 진영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그제야 코앞에 닥친 적을 발견한 반인족 매복군이 허둥지둥 칼과 창을 움켜쥐고 일어서며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갑주로 중무장(重武裝)하고 말과 함께 부딪쳐 오는 기마대를 어찌 맨몸으로 당할 재간이 있겠는가?


“적이다!”


“적을 막아라!”


“한 놈도 뒤로 보내지 마라!”


조장들이 입으로는 목이 아프게 큰 소리로 외치건만, 노도(怒濤)처럼 밀려오는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서 몸은 벌써 허둥대기 일쑤였다.


그러한 적을 높은 말 위에서 일류급(一流級) 고수들이 진기가 가득 실린 장창과 도검으로 번개처럼 베어 낸다.


맞대는 창과 칼이 속절없이 잘려 나가고, 적의 머리가 단칼에 잘려서 떠오르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후위의 아군을 지키기 위해서 방패가 되어야 할 매복군을, 기마대가 순식간에 중앙을 뚫으며 휩쓸고 지나갔다.


양쪽으로 다시 기마대가 들이치니 일각(15분)도 지나지 않아서 매복군이 붕괴되고 말았다. 벌써 수백 명이 머리가 잘려 바닥에 뒹굴고, 기마대는 달려가는 힘 그대로 후위의 선발대를 치고 들었다.


막 아침잠에서 깨어나려던 선발대 대장 터타우는, 들려오는 비명(悲鳴) 소리에 번개처럼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려고 급히 칼을 움켜잡는데, 누군가 천막을 들추고 안으로 뛰어들며 목청껏 외친다.


“대장님! 적의 기습입니다.”


“매복군이 시간을 끄는 동안에 빨리 무장을 하고 진을 치라 일러라!”


그러면서 급히 천막 밖으로 나서는데, 이번에는 쵸륜이 황급히 뛰어왔다.


“말 같은 것을 탄 적에게 이미 매복군(埋伏軍)이 무너지고 적이 들이치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천장(天將)인양 무장한 적군들이 눈앞에 파도처럼 밀려들며, 황급히 대항(對抗)하는 반인족을 마치 두부를 베 듯이 단칼에 목을 날리는 모습이 눈에 비쳤다. 터타우는 등짝에 소름이 쭉 끼쳤다.


그렇지만 싸워보지도 못하고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으니 부대장 우르베를 바라보며 외쳤다.


“활과 투창(投槍)으로 원거리에서 견제하고 빨리 방어진을 구축하라!”


명령이 전달되니 여기저기에서 황급히 조치가 이루어졌다.


“활을 쏘아라!”


“창으로 말을 먼저 죽여라!”


“긴 창을 사선(斜線)으로 박아서 돌진하지 못하게 막아!”


떠드는 소리가 아군이 죽어 가면서 내지르는 비명 소리와 섞여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허둥지둥 진을 갖추는데, 언제 다가왔는지 기마대가 벌써 중앙을 돌파(突破)하며 훑고 지나갔다.


사방에 목이 잘려 쓰러진 반인족만 즐비한데, 뒤이어 바로 보병이 들이닥쳤다.


보병 이천이 방패를 앞세우고 밀려오더니 중앙으로 반인족을 양단(兩斷)했다. 마치 큰 배가 물결을 가르듯이······.


그리고 오십여 명씩 조를 이루어 나선은하진(螺線銀河陣)으로 서로 맞물려 빙글빙글 돌면서, 그 틈새에 끼인 반인족을 가차없이 쳐 냈다.


그 틈에서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싸워 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한 번 치고 나갔던 기마대가 다시 되돌아오며 양쪽을 치고 들어왔다.


이미 전세가 기울어 위나 아래나 싸울 의욕을 상실하였고, 이제는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선으로 보였다.


본대는 지원을 받기에 너무 멀리 있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 죽어 가는 부하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 급선무(急先務)가 아니겠는가?


“모두 흩어져라! 나무를 이용해서 후퇴하라!”


터타우가 외치니 각 조장(組長)들이 또 여기저기에서 복창하며 외쳤다.


“나무를 타고 후퇴하라!”


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 반인족이 산개(散開)하여 사방으로 퍼지면서 나무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원숭이가 나무를 타듯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평소에 그만큼 나무를 많이 탄다는 것이다.


꼬리로 나뭇가지를 잡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그네를 타듯이 건너뛰어 도망가니, 천인족 기습대(奇襲隊)도 어이가 없어서 뒤쫒아 가다가 바라만 보았다.


또 한쪽에서는 사각족 수백 명이 등 위에 이각족을 태우고 바람처럼 내달리며 도망을 치니, 기마대도 수십 리를 쫓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에 보병대(步兵隊)는 미처 도망치지 못한 적군들을 생포(生捕)하고, 버리고 간 여러 장비와 전사자, 물품들을 정리하였고······.


전투는 생각보다 쉽게 천인족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러나 몰려오고 있는 수만의 대군과는 이런 식으로 싸울 수 없기 때문에, 승리의 기쁨도 잠깐이고 얼굴은 쉬 펴지지 않았다.


천인족 기습군은 보돈타 대족장의 지휘 아래 전황(戰況)을 정리했다.


천령대 총대장 구자룬은 한울과 천사장, 비율신 대족장과 함께 반인족 본대와의 전투를 위한 전략(戰略)을 수립 중이라, 이번 기습은 보돈타 대족장이 주관(主管)하여 진행한 것이다.


아군의 피해는 전사자(戰死者)가 열한 명에 부상자는 쉰세 명이었고, 시원마 열 마리가 죽거나 다쳤다.


반면에 반인족은 매복해 있던 오백 명이 모두 죽고, 후위에 있던 선발대도 팔백오십 명 정도가 죽었으며, 백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살아서 도망친 자는 겨우 천여 명에 지나지 않았는데······.


절반이 넘게 죽거나 잡혔으니 천인족 입장에서는 대승(大勝)이라 할 수 있었지만, 이것이 적 본대의 보복전(報復戰)으로 이어진다면 결코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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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2 무림존자
    작성일
    21.07.01 14:40
    No. 1

    본 것 중에 지도나 삽화가 들어 있으니 참 좋았어요. 무협소설 읽다 보면 위치가 어디 쯤인지 궁금할 때가 무척 많거든요. 앞으로도 좀 보여 주세용. 꾸벅!

    찬성: 36 | 반대: 0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08.24 12:10
    No. 2

    이번 편은 제법 짜릿했어요.
    전개도 빠르고 기습을 위한 준비가 긴장감을 고조시켜줘서
    더욱 좋았어요~ 전투씬도 큼직큼직한 묘사라서 확실히
    빨리 따라갈 수 있었네요. 기왕이면 대장을 생포해서
    협상안을 만들 기회가 사라져 보복위기가 올테지만 아직은
    승리를 조금은 만끽하면 좋겠네요^^

    찬성: 5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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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무인을 꿈꾸다 +1 21.06.29 1,501 50 18쪽
22 22화. 동굴 속의 기연(奇緣) +1 21.06.29 1,506 50 18쪽
21 21화. 새 친구 점박이 +1 21.06.29 1,482 50 18쪽
20 20화. 새로운 안식처(安息處) +1 21.06.29 1,486 49 19쪽
19 19화. 우르표범과의 조우 21.06.29 1,464 47 19쪽
18 18화. 홀로 숲에 버려진 아이 +1 21.06.29 1,469 49 18쪽
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4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4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75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64 50 18쪽
13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500 50 17쪽
»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57 50 17쪽
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06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15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89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57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2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1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64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87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39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35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51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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