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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718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8 09:47
조회
1,689
추천
49
글자
18쪽

9화. 들개 떼의 습격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주변을 모두 수색하고 철수하는데 못 보던 짐승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전장의 피 냄새를 맡고 인근(隣近)의 육식 동물들이 모여들어 무리를 이루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무리가 늘어나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수색대는 서둘러 본진으로 귀환(歸還)하였고, 목책의 방어 병력을 추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촉각(觸覺)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하는데, 목책 밖에는 벌써 수십 마리씩 짐승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고 있었다.


한 시진쯤 시간이 더 흐르자 이제는 그 수가 수백 마리로 늘어났고······.


생김새를 자세히 살펴보니 거대한 늑대처럼 생겼으며 머리에는 털이 없고 튼튼한 갑각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귀는 마치 악마의 귀처럼 뾰족하게 서서 이리저리 소리를 따라 움직이는 게 소리에 아주 예민해 보인다.


긴 꼬리에 몸통 두께는 두 자, 길이가 여섯 자 정도인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렸다.


때로는 먹이를 두고 다투는지 자기네들끼리 싸우기도 하면서 점점 목책 쪽으로 코를 킁킁거리며 피 냄새를 따라 다가오기 시작했다.


결국 목책에 막혀서 여러 무리가 떼를 이루더니, 털에 푸른 빛이 돌고 덩치가 제일 큰 녀석이 근처의 높은 바위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마치 명령을 내리듯이 큰 소리로 울부짖었는데······.


“커어~엉! 컹!”


그러자 이 녀석이 우두머리인지 나머지 녀석들도 하늘을 바라보며 일제히 따라서 큰 소리로 울어 대기 시작했다.


“커어엉! 커엉!”


순시간에 천인족 주거지의 목책 주변은 큰 짐승들의 울음으로 가득 찼다.


근처에서 서성대던 다른 육식 동물들은 모두 꼬리를 말고 도망가고 일대는 온통 이 한 가지 짐승의 울음소리뿐이다!


이 짐승들은 뒤에 천인족이 ‘에피온 개’라고 이름 붙인 들개들이었다.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떼를 지어서 서식(棲息)하며 사납기가 그지없는데, 수백 마리가 집단으로 공격하면 모든 동물들이 달아나기에 바빴다.


드디어 주변에 있던 모든 들개 떼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목책 앞으로 집결을 했는데, 목책의 진법 때문에 진로(進路)가 가로막혔다.


진법을 발동시켜 안개에 둘러싸이자 목책에 접근하면 미로를 헤매다가 다시 돌아 나오니, 미물(微物)들이 안으로 뚫고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목책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으니 이제는 둘레를 빙빙 돌면서 어떻게든 안으로 뚫고 들어갈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땅한 길을 찾지 못하자 다시 낮은 구릉(丘陵) 위에 모여 들었고, 이제는 무리가 늘어서 그 수가 자그마치 수천 마리에 이르렀는데······.


천인족 내부에도 긴장감이 감돌면서 노약자는 모두 천막 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았고, 남녀 가리지 않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전원 무기를 들었다.


쥬맥도 아픈 몸을 이끌고 신녀들을 따라서 천막 안으로 들어가 문을 내렸다. 그리고 일부 덩치가 큰 형들은 몽둥이를 들고 문 앞을 지켰다.


“어른들이 잘 지켜 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금방 끝날 거야.”


신녀가 아이들을 달랬지만 이주하면서 험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모두 긴장감(緊張感)에 휩싸였다.


“신녀님! 왜 짐승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거예요?”


쥬맥이 궁금해서 조심스럽게 묻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신녀가 대답했다.


“굶주린 들짐승이라 아마 우리들을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모양이다.”


“예에? 짐승이 사람을 잡아먹어요?”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을 지키던 덩치 큰 형들의 손에는 힘이 더욱 들어갔고. 들짐승이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말에 모두 조금씩 겁을 집어먹었다.


어른들 중에서 무기가 없는 사람은 몽둥이나 낫 등 농기구를 들고나왔다.


천령대의 일부는 완전 무장을 한 채 목책 위를 수비하였고, 나머지 인력은 시원마를 타고 목책 뒤에 늘어서서 제2의 방어진(防禦陣)을 구축했다.


낫과 농기구를 들고 모여선 사람들이,


“대(大)천인족이 이제는 한갓 들짐승하고 싸우다니!”


하면서 헛웃음을 짓는다. 힘이 약해지니 짐승들까지 사람을 우습게 보는 모양이다.


이때 우두머리로 보였던 녀석이 다시 주변에서 제일 높은 곳에 올라서더니 수천의 무리를 향해서 마치 뭔가를 명령하듯이 크게 울었다.


“컹! 커어~엉”


그러자 주변에 몰려 있던 들개 떼가 일제히 목책 쪽을 향해서 돌아섰다.


“커엉~컹!”


그리고 모두 힘차게 울면서 목책으로 달려들었다. 앞에 달려오던 녀석들은 안개에 앞이 가려 보이지 않음에도 마치 눈뜬 장님처럼 일직선으로 내달렸고···, 목책에 부딪치면서 쓰러졌다.


그 뒤를 이어 다른 녀석들이 계속해서 돌진(突進)하면서 점차 쓰러진 들개가 무덤처럼 높이 쌓여 갔다.


어떤 녀석은 함정에 빠져 죽고 어떤 녀석은 비밀 장치에 꿰뚫려 죽으면서도.


그러자 뒤따라오던 다른 녀석들은 그 무덤을 밟고 공중으로 도약하여 목책을 뛰어넘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처음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쓰러진 무리가 작은 산처럼 경사를 이루고 쌓이니 이제 한두 마리씩 목책을 뛰어넘어 진을 뚫고 침투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과 짐승의 피 튀기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펼치듯이 짐승들도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서 용감하게 앞으로 돌진했다.


목책을 넘은 녀석이 한두 마리가 열댓 마리, 수십 마리, 수백 마리로 불어나는 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천 마리를 넘어섰고······.


중간 무렵에 우두머리가 목책으로 올라가 다시 한 번 길게 울부짖자 남아 있던 들개 떼가 더 죽자사자 목책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덤벼들었다.


이렇게 점점 인간과 짐승의 싸움은 피를 뿌리며 치열해지고 피 냄새가 퍼지자 더욱 광분하기 시작했는데······.


야생에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본능 속에 살아온 들개들은 사람과 달리 비호처럼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천령대로서도 단칼에 베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뒷걱정이 없도록 몇 명씩 둥글게 서서 도검으로 베어 넘기고, 시원마를 탄 무사들은 이리저리 내달리며 언월도 비슷한 장창으로 공격하니, 벌써 수백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죽어 가는 들개가 늘어서 싸움이 불리해지자 우두머리가 다시 울부짖었고, 그 소리에 목책(木柵) 근처로 이천여 마리가 진을 이루듯 둥글게 모였다.


그때 구릉 위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한울이 길게 한숨을 쉬더니 수신호위장 안율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비록 짐승이라고는 하나 잔인하게 전부를 죽일 수는 없다. 그러려고 하다 보면 우리 사람들도 많이 다칠 터. 목책 뒤쪽의 통로를 열고 일시(一時) 진법을 거두게 하라. 그쪽으로 빠져나가게 몰이를 하면 될 것이야.”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수신호위 한 명이 명을 전하러 달려나가자 한울은 천사장을 바라보았다.


“허허~참!”


겸연쩍게 헛웃음을 치며 이어지는 말.


“우리 종족이 아무리 사람이 줄어들어서 어렵게 된 처지라고는 하나, 이제는 짐승들까지 우리를 먹이로 알고 덤비려고 하는 군요.”


“쯧쯧, 그러게 말입니다. 출산 장려 정책을 더 강화해서 빨리 종족의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러다가 다른 종족과 이번보다 더 큰 싸움이라도 나면 정말 큰일입니다.”


“아이고, 어쩌다가~”


두 사람이 혀를 차며 얘기를 나누는데, 대신녀는 조용히 들으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망연히 먼 곳만 바라본다.


서글픈 눈빛으로 먼 산과 들판을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티 없이 푸른 하늘을 본다. 눈을 아래로 내리니 그곳에서는 짐승들과 사람들이 피나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로 살겠다고······.


‘에그! 이제는 짐승들까지 우리를 얕보는구나.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지난날의 성세(盛世)를 다시 이룰 수 있을까?’


처한 현실(現實)과 종족의 앞날을 생각하니 그저 끝없이 한숨만 나온다.


한울의 명령이 전달되자 진법을 잠시 해제한 뒤 한쪽 출입구의 문이 열렸다.


그쪽으로 시원마에 타고 있는 천령대가 몰이를 하고, 말을 타지 않은 사람들이 뒤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감싸니, 짐승들도 어쩔 수 없이 열린 문을 통해서 밖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다시 문을 닫고 진법을 가동하니 문제는 일단락되었으나, 사방에 죽어 있는 짐승이 천 마리가 넘고, 물리고 다친 사람도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나마 죽은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쥬맥과 고아들도 그제야 천막 문을 올리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여기저기에 죽어 있는 들개들을 구경했다.


덩치가 모두 사람만 하고 어떤 것은 사람보다 더 큰 것도 있었으니, 이 짐승들이 잡아먹으려고 달려든다 생각하자 끔찍해서 눈을 꼬옥 감았다.


짐승들과의 전투가 끝나자 한울이 주관(主管)하는 종족 대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는 천령수와 환시의 위치를 찾으러 나섰던 태을 선인과 비율신 대족장도 참석하여 좌측에 나란히 앉았고, 부족장급 이상이 모두 참석하였으며 수신호위장인 안율은 한울의 뒤에 섰다.


어제와 오늘 벌어진 싸움의 뒤처리에 대해서 여러 가지 내용이 협의되었고, 천령수와 환시의 위치에 대한 태을 선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선안이 열린 태을 선인이 근방 이천오백 리 범위를 두루 살펴서, 영기의 흐름과 풍수지리(風水地理)가 좋은 위치를 선정한 것이다.


종족의 성수(聖樹)인 천령수를 심을 위치는 영기가 가장 농밀하게 흐르는 천둔산의 중턱으로 정했다.


성도(聖都)인 환시의 위치는 지금 임시 주거지에서 동쪽으로 오백 리 정도를 더 가서 드넓은 대평원의 가까이에 있었다.


강줄기 수준의 큰 하천이 좌우로 나뉘어 흐르니 수량(水量)이 풍부하여 물 걱정이 없고, 진을 구축하면 다른 종족이나 짐승들이 침략할 때 방어하기가 무척 쉬운 곳이었다.


그리고 드넓은 대평원이 옆에 있으니 식량 조달이 무척 쉽고, 만약의 경우에는 후퇴하는 길까지 고려되었다.


게다가 영기의 흐름도 좋아서 종족들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점까지 여러 가지를 종합적(綜合的)으로 참고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현안(懸案)을 협의하고 결정한 뒤, 한울이 참석한 지도자급 인사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그동안 수고하신 태을 선인과 비 대족장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 종족이 사람이 상하는 여러 가지 일을 겪었습니다.


그중에 많은 수가 죽기도 하였는데, 이렇게 가다 보면 우리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큰 어려움이 닥쳐올 수도 있습니다.


타 종족이든 짐승이든 사람이 상하는 싸움은 최대한 회피하고, 피치 못하게 싸워야 하는 경우에도 우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합시다. 종족의 생존이 최우선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말을 끊고 잠시 천사장과 대신녀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령수는 확정한 위치에 바로 심되, 환시는 지도를 작성하러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전체적인 모습을 더 확인하고 건설합시다.


천사장님! 지금 사람도 부족한데 성도를 건설하다가는 더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주변에 기초 작업을 하면서 준비를 하다가 인구가 조금 더 늘어난 뒤에 하시지요.”


“그러면 천령수는 우리 종족 최우선 과제이니 내일이라도 진행할 조를 꾸립시다. 선인과 신녀 각각 세 명, 수호대 열 명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천사장님과 대신녀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신녀는 그 정도면 될 것 같군요.”


“어차피 그 둘레에 선인들이 주술로 넓게 환술진을 치고, 생로(生路)를 알지 못하면 들어올 수 없도록 할 것이니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내일 당장 출발해서 가져온 묘목을 심고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위치는 태을 선인이 함께 가서 잡아 주도록 하세요. 괜찮겠지요 태을 선인?”


“예, 별문제 없습니다. 위치도 잡고 진법도 설치해야 하니까 제가 함께 가야지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고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한울이 다시 대신녀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다친 사람들이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신녀들 중에서 의술이 뛰어난 사람들을 모두 붙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신의(神醫)께도 중상자들의 치료를 당부 드려 주세요.”


“이미 모두 불러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신의도 함께하고 있고요. 중상을 입은 사람들이 아니면 이주 시에 가지고 온 좋은 약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금방 일어날 거예요.”


“고맙습니다.”


한울은 비록 최고(最高) 수장이지만 겸손하게 정중히 인사하였다. 그리고 몇 가지 더 토론을 마친 뒤 회의가 끝나자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이렇게 큰일들이 생기고 나서 며칠은 조용히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아픈 쥬맥은 계속 열이 내리지 않았고 열꽃 반점도 그대로였다.


몸은 아파도 움직이는 데는 별 지장이 없으니 나가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지만, 신녀들이 못 나가게 말리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오늘도 수르와 유리가 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데려가려 했지만, 신녀들이 안 된다고 호통을 치니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시무룩해져 돌아가 버렸다.


혼자 천막에 남아서 들추어진 들창문 틈으로 더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친구를 생각했다가 돌아가신 엄마 아빠와 형을 생각하기도 하면서, 침울한 생각에 잠기니 눈가에 눈물이 감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아버지가 외치던 말이 떠오르자 울지 않으려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도 어린아이라 어쩔 수 없는지 끝내 조그만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는데······.


“아빠가 난 용감한 아이랬어. 절대로 울지 않을 거야.”


스스로에게 최면이라도 걸어 보려고 나직이 중얼거려 보지만, 어린 마음이 어디 생각대로 되겠는가?


눈물이 점점 더 많아져서 결국은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코를 훌쩍이며 소리 죽여 울음을 삼키는데···, 멀리서 몰래 바라보던 신녀의 눈에도 그 가련한 모습에 눈물이 번진다.


신의가 한 번 다녀 갔으나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이라 고개만 젓고 돌아갔다. 아마 지구에 와서 생긴 풍토병이리라.


* * * * *



며칠 뒤, 천둔산에서 서쪽으로 천이백 리 정도 떨어진 산등성이 위에서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멀리 뒤쪽으로는 까마득히 높은 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데, 여기가 바로 대륙(大陸) 제일의 산맥이다.


산중턱이라고 해도 천둔산의 정상에 버금 갈 높이였다. 벌써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으니 산 위에 쌓인 눈도 많이 녹아내렸다.


천둔산 뒤의 서쪽에 위치하여 남북으로 길게 고봉(高峯)들이 늘어선 저 산맥을 천인족이 지도를 작성하면서 우르산맥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지금 그곳에서 대붕(大鵬) 같기도 하고 엄청나게 큰 독수리 같기도 한 날것이 앞에서 날아가는데, 큰 새 같은 무리 수십이 그 뒤를 쫓고 있었다.


앞서가던 날것이 뒤의 무리에게 따라잡힐 듯하자, 갑자기 고도(高度)를 낮추면서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다가 급선회를 하며 옆으로 빠져나간다.


그래도 쫓아가는 무리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자세히 보니 앞서가는 것은 천인족의 비거로,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서 가볍고 탄력 있는 유령수의 목재로 만들어 하늘에 띄웠던 기구가 아닌가?


그럼 저 뒤를 쫓아가는 새 같은 무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비거를 뒤쫓는 무리는 나중에 밝혀졌지만 천인족이 비월족(飛月族)이라고 이름 붙인 종족이었다.


몸체는 사람과 같으나 등에 커다란 날개가 있어서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족이다.


비월족은 지구에서 진화한 종족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한 번에 백 리 이상도 날 수 있었고.


남녀 공히 키가 칠 척(2.1m)에 이르고 등 좌우에는 길이가 일곱 자(2.1m)에 이르는 아름다운 날개를 가졌다. 날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형태가 인간과 아주 유사했다.


전신에는 윤기 나는 융과 같은 고운 털이 촘촘히 나 있고, 가랑이 부분은 네 치 전후의 긴 털로 덮여 있어서 의복(衣服)을 입지 않았다. 의복은 하늘을 나는 데 불편을 초래할 뿐이니.


원숭이처럼 발가락이 길고 나뭇가지나 물건을 움켜쥘 수 있게 발달하여 대부분 나무 위에서 생활했다.


따뜻한 북서쪽 끝에 있는 아열대(亞熱帶)의 숲에서 모여 사는데, 그들이 멀고 먼 여기까지 왜 왔을까?


그들만의 언어도 있고 새 울음소리를 암호처럼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간단한 기호형 표기문자도 있어서 제법 문명을 이룬 종족에 속했다.


비월족은 색상에 따라서 은비월, 금비월, 적비월, 오색비월로 나뉘지만 신분(身分)에 차이가 없이 함께 섞여 살았다. 단지 결혼할 때만 같은 색상의 비월을 선호할 뿐이다.


한 번 반려자를 맞으면 죽을 때까지 배신하거나 버리지 않고 서로를 돌보는 사랑이 가득한 종족이었다.


달을 숭상하여 월식이 일어날 때는 떼를 지어 하늘을 날며 군무(群舞)를 추는데, 이는 달이 빨리 나오기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


일 년에 한 번 가장 큰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은, 성인들이 모두 반려자와 함께 하늘 높이 날아올라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군무를 추었다.


드높은 창공에서 서로 끌어안고 사랑을 나누며 춤추는 군무는 가히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마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처럼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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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2 무림존자
    작성일
    21.07.01 14:29
    No. 1

    세상에! 들개가 얼마나 많으면 천인족과 진을 치고 싸우네요. 하기사 동물이 판치는 지구의 초기 대륙이라면 그럴 수도 ... 동영상으로 그려지면 재미 있을 것 같은데 ...

    찬성: 36 | 반대: 0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08.14 23:18
    No. 2

    그림을 잘 그리는 게 아니다 보니 비월족을 상상해보느라..
    애쓰고 있네요 ^^;; 매번 볼때마다 느끼는 건데 눈 감고 상상하면
    조금씩 모습이 보이는 게 너무나도 묘사가 좋아서 읽을때마다
    기분이 좋네요. 마치 같이 나는 것도 같고 달릴 땐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쥐게 되서 언젠가 저도 절경을 묘사할 날을 한번 그려봅니다.^^

    찬성: 7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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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06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15 48 19쪽
»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90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57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3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1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65 50 18쪽
4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87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39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35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52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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