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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36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23 10:20
조회
1,325
추천
33
글자
19쪽

95화. 수련에 몰두하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분위기가 다시 술을 마시는 것으로 돌아왔다. 모두 한잔 술에 끔찍했던 경험과 아픔을 잊으려고 왔으니까.


“자, 모두 술잔 채우세요. 미루 씨는 대장님께서 한 잔 따라 주시구요.”


모두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며 건배를 하니, 순식간에 술병이 오가고 또 더 나오고······.


모두 얼큰하니 취해서 자리가 끝났다.


결국 쥬맥과 상미루만 남기고 책임지라는 듯이 모두 휑하니 돌아가 버렸다. 마치 서로 사전에 짜기라도 한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쥬맥이 상미루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는데, 둘만 있으니 또 조금 서먹서먹해진다.


“미루, 오늘 미안해. 동료들이 너무 짓궂어서······.”


“아니에요. 저는 오라버니가 곁에 있어서 좋았어요.”


“내가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나 봐. 조그만 기다려 줘.”


“알아요. 저는 항상 곁에 있으니까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그러면서 용기를 내어 쥬맥의 손을 잡으니 따스한 기운이 전해져 온다.

쥬맥도 차마 뿌리치지 못한 채 마주 잡고 걷는데···, 미루의 마음은 그동안 가슴앓이를 해 온 것이 한 번에 날아간 것처럼 너무 홀가분하니 좋았다.


그동안 가슴을 짓누르고 힘들게 했던 것들은 봄바람에 날리는 깃털 구름처럼 어디론가 가볍게 날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달콤한 기분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머리를 쥬맥의 어깨에 기대고 행복을 만끽했다. 앞으로는 나날이 맨날 오늘만 같으면 좋으련만······.


* * * * *


······세월이 흘러 쥬맥의 나이 어느덧 서른세 살.


어느새 천인족에서는 나이 많은 노총각 중에 한 사람이 되어 버렸는데······.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수르는 아들과 딸을 낳고 자식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일과만 끝나면 집으로 달려가니 요즘 시간이 남는 쥬맥은 가끔 미루를 만나지만, 아직도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는지 이렇다 할 큰 진전은 없었다.


그래도 이제 사정을 다 아는 미루는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 주었다.


오늘은 쉬는 날이라 어지러운 집안을 이것저것 정리했다. 아직도 여러 개 남아 있는 월광석(月光石)을 잘 넣어두고, 옷들도 막 뒤섞여 있어서 계절별로 나누어 넣었다.


정리를 하다 보니 지난번에 거인족과의 전투에서 선발대를 치러 갔을 때, 수맥을 찾기 위해 캤던 불로초가 나온다. 다행히 손질을 잘하여 그늘에 건조시킨 덕분에 보관 상태가 양호했다.


‘내가 직접 영단을 한번 만들어 볼까? 앞으로 필요할지도 모르니······.’


그런 생각으로 영약을 연단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책을 뒤졌다. 다행히 좋은 자료를 찾을 수 있어서 직접 연단(煉丹)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불로초(不老草)는 노화를 완전히 막아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신체 전체의 노화를 늦춰 주는 영초(靈草)다.


더구나 이렇게 수백 년을 자란 영초는 약성(藥性)이 뛰어나서 수명도 거의 이 할 가까이나 늘려 주었고.


몸에 이상이 있을 때도 빠른 시간 내에 속성으로 회복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지라 구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리고, 무예를 익히는 사람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서 의술에 대한 기본 상식이 필요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그러니 후일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영단 제련법의 공부를 겸해서 스스로 연단을 해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래서 약효를 증진시키기 위해 의원에 가서 서적에 나온 몇 가지 약초를 더 샀다.


우선은 영단을 제련하는 데 쓰이는 연단기(煉丹器)를 가장 좋은 것으로 한 벌 사고, 연기가 나지 않으면서도 불 조절이 비교적 쉬운 숯을 준비했다.


다음은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다가 솥처럼 생긴 작은 연단기(煉丹器)에 넣고 연단을 시작했는데······.


이슬을 약한 불로 팔팔 끓이고···, 정해진 순서대로 약초(藥草)를 넣고···, 물이 반쯤 줄어들 때까지 불 조절을 해 가며 은근한 불로 졸였다.


점점 약초에서 진한 색상의 물이 스며 나오자 약초가 흐물흐물해진다.


그중에 보조로 넣은 딱딱한 약초는 약성이 모두 빠지자 조심히 건져 냈다. 한참을 더 가열(加熱)하니 물이 점점 줄어서 마치 묽은 죽처럼 되었고······.


그때 진기를 양손에 모아 손에 수강을 맺은 상태로 단지를 들어올렸다.


그 후 삼매진화로 단지 안의 불순물을 서서히 걸러 내고, 정순한 약성(藥性)의 기운만 남게 더 정련을 가했다.


그러자 수분이 증발되면서 양이 점점 줄어들고 전체가 은빛을 띠더니 표면에 영기가 어리는 듯한 광채가 난다.


다행히 연단이 잘된 듯했다. 단지를 서서히 식히면서 굳어 가는 영액을 금령의 크기로 떼어 내 진기를 두른 손으로 둥글게 환(丸)을 만들었다.


그것을 또 깨끗한 진령닥 종이에 늘어놓고 그늘에 말려서, 열기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수분을 증발시키고······.


그리고 산패(酸敗)를 막기 위해서 그 위에 두껍게 밀랍을 입히니 마침내 영단(靈丹)이 한 알씩 완성되어 갔다.


오랜 시간 진땀을 흘리고 겨우 20여개의 영단을 만들었는데, 한 알씩 진령닥 종이로 몇 겹을 싸서 옥(玉)으로 만든 병에 넣었다.


사실 쥬맥은 어려서부터 산에 살면서 여러 가지 좋은 영초와 영기(靈氣)가 충만한 물고기 같은 것을 먹고 살았기 때문에, 이런 영단을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럴 욕심도 없었고 말이다.


단지 만약을 위하여 공부도 하고 싶었고, 혹시 나중에 주변이나 가족 중에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몰라서 연단을 해 본 것이다.


한 번 연단을 직접 해 보니 이제는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영초를 찾으면 자신이 직접 연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난번에 거인족이나 천망과의 사투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소중(所重)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특히 거대한 괴물과 싸우면서 모두 잘났다고 우쭐대는 인간의 힘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절실히 느꼈다.


비록 천인족 내에서는 무술이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그것은 인간들끼리의 비교일 뿐이니······.


이번에 싸운 천망 외에도 아리별에서 따라 들어온 신수들과 몰래 숨어든 마수와 요수가 수없이 많은데, 나중에 서로 살아남겠다고 충돌할 게 뻔했다.


그때는 이번 천망(天蟒)의 재앙보다 더 큰 재앙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신수 주작이 화정과 내공의 일부를 단전에 봉인(封印)했지만 그동안 사실은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큰일을 겪고 나니 이제는 빨리 그 힘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수련의 강도를 높여서 무술 연마에 정진하기로 했고.


틈이 날 때마다 좌정을 하고 운기조식과 심상단련(心相鍛鍊)도 거듭했다.


이미 7단계 전신(戰神)이라 부르는 화경의 경지를 넘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깨달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니.


화정(火晶)에 묶여 있는 내공이라도 연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오늘도 연공실에 들어가서 수련에 여념이 없었다. 좌정하여 소주천과 대주천을 이루고, 천둔미리신공(天遁迷離神功)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먼저 심법으로 신공의 진결을 외우며 순서에 따라 혈맥으로 진기를 돌리고, 점점 심상(心想)의 세계로 빠져드니 모든 잡념을 잊었다. 그때······,


주변에서 영기가 바람이 일렁이듯 몰려들더니 몸 주변으로 푸루스름한 연무(煙霧)처럼 막을 이루며 맴돌았다.


그 기운이 피부를 통하여 서서히 몸속으로 스며들고, 몸에서 점차 오색의 광채(光彩)가 뿜어져 나와 몸을 감싸고 휘도는데······.


숨결은 이제 너무 느려져서 겉으로 봐서는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몸이 마치 바람에 구름이 일듯 살살 흔들리다가 깃털처럼 두둥실 떠오른다.


······이렇게 부공삼매경에 빠져 선정(禪定)에 드니 세상사 모든 것을 잊었다.


상단전과 중단전 그리고 하단전에 각각 희고 붉고 파란 광채가 어리더니 서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며 돌아간다.


아리별을 그리며 불렀던 아리랑의 한 가락처럼,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서 잉태된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한 몸에서 우주의 모습으로 발현하니, 이게 바로 삼화취정(三花聚頂)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직 오행(五行)의 기운까지 감돌지 않는 것을 보니 예전의 수행을 다 회복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한 시진이 넘게 심상의 세계에서 천지만물의 이치를 궁극(窮極)하며 시간이 가는지 모르게 보내다가, 조용히 눈을 뜨고 현실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어서 천둔미리신공과 혼원은하무량신공에 수록된 여러 가지 무공(武功)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연마하니, 이제는 꽤 넓은 연공실이 비좁기만 했다.


그래서 집밖으로 나와 주거지를 벗어나니 광활한 벌판이 보인다.


쥬맥은 혼신의 힘으로 보법과 신법을 밟으며 숨이 막힐 지경까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힘차게 내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고······.


금방 주거지가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달리고 또 달리며 육체를 단련하고, 신법과 보법을 극상으로 끌어 올렸다. 그렇게 한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이름모를 산 앞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넓고 수심이 깊은 강 같은 하천이 흐르고, 주변에는 집채보다도 더 큰 암석들이 여기저기에 널렸다.


풍덩!


쥬맥은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동굴 속 깊은 연못에서 뱀장어 같은 물고기를 잡으며 수련을 했듯이,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수중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등에 맨 백호제마검의 검수에서 크게 거품이 일더니 주변의 물이 모두 밀려났다. 자그마치 직경 십 장 주변의 물이 모두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검수 백호 두상(頭像)의 눈에 박힌 피수주(避水珠) 때문이었다.


피수주 때문에 수련에 방해가 되자 다시 물 위로 올라와서 검을 물가의 바위 사이에 숨기고 다시 뛰어들어 갔다.


주변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놀라서 피하는데 곧이어 손과 발로 여러 가지 무공을 시전하니, 애꿎은 물고기들이 날벼락을 맞고 기절하여 배를 하얗게 뒤집고 물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서 좌정(坐定)을 하고 앉더니, 숨도 차지 않는지 물 밑에서 또 운기조식을 한다.


얼마나 숨을 오래 참는지 나올 생각을 안 하더니 두 식경이 지나서야 수면(水面) 위로 떠올랐다.


다시 검을 찾아 등에 메고 앞쪽에 있는 커다란 암석들을 적으로 삼아 천둔미리탄지를 펼치니, 지강이 집채만 한 바위에 구멍을 내며 그 속으로 사라졌다.


탄지를 수십 번 시전하더니 이어서 혼원은하무량신공에 실려 있는 혼원벽력공으로 권에 진기를 실어 첫 초식 유성일타(流星一打)를 시전했다.


그러자 묵빛 강기가 빗살처럼 퍼져 나가며 팔십일변의 변화로 집채보다 더 큰 바위를 강타(强打)했는데······.


꽈앙!


쩌저적~~


뇌전 소리와 함께 바위가 두 쪽으로 쪼개져 버렸다. 이어서 옆의 바위를 향해 팔십일변의 변화를 실어 두 번째 초식 혼원벽력(混元霹靂)을 내지르니······.


꽈광!


퍼버버벅!


굉음과 함께 바위가 산산이 부서져서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이번에는 뒤의 바위를 향해 세 번째 초식 마라뇌격(魔羅雷擊)을 펼쳤다. 그러자···.


푸석!


푸스스스~~


마치 모래를 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바위가 고운 가루가 되어 내려앉았고, 바람결에 그 먼지가 하늘로 흩날린다.


다시 진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리며 네 번째 초식 은하무량(銀河無量)을 내질렀다.


퍼억!


스스스~~~


그런데 이제는 웬일인지 미세한 소리만 나고 바위의 외양(外樣)이 멀쩡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백호제마검을 꺼내 들고 검강을 발현하더니 천지양단(一劍兩斷)으로 바위를 내리치자, 그 큰 바위가 두 쪽으로 쩍 갈라졌다.


그런데··· 세상에나!


바위 안쪽이 곱게 부서져서 모두 가루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혼원벽력권의 은하무량 초식이 바위의 내부만을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으로 산산이 부순 것이다.


쥬맥은 만족한 듯이 검을 수납하고 이어서 손에 수강(手罡)을 일으켜 검처럼 사용하며 혼원신수를 시전했다.


첫 초식 혼세일단.


쩌적!


그 소리와 함께 바위가 둘로 나뉘고.


두 번째 초식 혜천무량.


쩌저저저적!


이번에는 바위가 수십 개로 쪼개졌으며······.


세 번째 초식 혜성무적에 수강이 빗발치듯 쏟아져 나가니, 펑펑대는 소리와 함께 큰 바위를 아예 풍비박산을 내 버렸다.


이어서 혼원은하장을 시전하자 손바닥 가운데에 백색나선은하(白色螺旋銀河)와 같은 형상이 나타나고 그 둘레에는 묵빛의 광채가 어린다.


그 손바닥으로 번개처럼 빠르면서도 가볍게 큰 바위를 때리자 ‘푸석’ 하는 소리와 함께 팔꿈치까지 손이 바위를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뒤돌아 다시 내리치니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또 한 번 내리치는데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러더니 바람결에 때린 곳에서 먼지가 휘날리면서 큰 구멍이 반대쪽까지 들여다보이게 뻥 뚫려 버렸다.


사실 오늘 쥬맥은 혼원은하무량신공 십일성, 천둔미리신공 십성에 이르러서 그 성과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인데···.


이 정도 속도면 이제 예전에 올랐던 7단계 전신(戰神)의 경지를 회복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


쥬맥은 하루의 일과 중에 직접 해야 하는 일 외에는 수르에게 모두 일임하고 이렇게 수개 월을 수련에 매달렸다.



오늘도 만사를 제치고 수련에 빠졌다.


깊은 심상의 세계로 끝없이 침잠해 들어가니 지난번과 같은 부공삼매(浮空三昧) 현상과 삼화취정(三花聚頂)의 단계를 거쳐서 그 주위를 영롱한 오색의 광휘가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마침내 삼화취정과 오행의 기운에 둘러싸인 오기조원(五氣朝元)의 경지에 이르니, 주변에 몰려든 천지의 영기가 오색의 광휘와 함께 주맥의 몸으로 스며들어, 몸 안에 있는 백 맥(百脈)이 모두 터져 나갔다.


이렇게 백 맥이 융통되니 진기가 혈맥을 타고 물밀듯이 전신을 질주한다.


화정에 봉인되었던 내공이 풀려나 전신을 휘도니, 마침내 7단계 전신의 경지인 화경(化境)에 이르렀다. 현재 천인족에서는 한울에 이어 두 번째로!


아직도 화정은 일부가 연화(軟化)되지 않고 단전 한곳을 차지하고 있어서, 다 연화가 끝나면 어느 경지에 다다를지 알 수 없는 상황.


다만, 처음 화경에 이를 때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루고 피부가 수차례 벗겨지며 흉터가 거의 없어졌는데,


이번에는 한 번 경험한 경지로 되돌아오는 원복이라 그런지 환골탈태가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다.


쥬맥의 의식은 육체를 빠져나와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며 부상하더니, 전처럼 천지자연에서 영기의 이어짐과 흐름이 드러났다. 그리고 점점 더 위로 떠올라 지구를, 태양계를, 은하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수많은 은하가 가득 찬 광활(廣闊)한 우주가 한눈에 들어온다.


“우와~ 우주는 정말 장대하구나!”


비록 의식이지만 절로 감탄사를 쏟아내는데, 이 장대(張大)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의식이 갑자기 어느 곳으로 정신없이 실처럼 길게 늘어나며 빨려 들어갔다. 마치 태풍에 휘말린 것처럼!


검은 연무같이 어두운, 상상할 수도 없는 심연의 무저갱을 지나서···, 다시 실뭉치가 뭉치듯이 점점 의식이 본래대로 뭉치는 것이 아닌가?


다시 본래의 의식을 회복하는데···, 그곳은 또 다른 우주(宇宙)였다. 아니, 여러 우주의 경계라고 할까? 우리 우주와 다른 우주들의 사이 말이다.


이렇게 천신께서 창조하신 우리의 우주인 생계(生界)를 벗어나 팔천계(八天界)의 경계를 이루는 곳에 서니, 위대한 신의 작품인 팔천세계(八天世界)가 한눈에 다 드러나 보인다.


모두 여덟 개로 나누어진 우주!


너무 광대하여 눈에 담을 수가 없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우와~ 어떻게 이럴 수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장대함과 성스러움, 그리고 숭고함과 신비함에 생각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고개가 숙여졌다. 그 위대함에······.


이 광활함에 비하면 한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티끌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먼지만도 못한 하나의 생명이 이처럼 신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 먼지 같은 영혼 속에 신의 위대함이 깃든 것이리라.


쥬맥은 도저히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세상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의식이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움직였다.


넓은 세상을 더 바라보고 싶었지만 의식이 다시 왔던 곳으로 점점 실처럼 늘어져서 빨려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영기(靈氣)의 하얀 연무가 넘실대는 심연(深淵)을 통해서였다.


순식간에 다시 생계로 돌아온 의식은 은하수를 건너서 태양계가 보이더니 찬란하게 빛나는 지구를 행해 곤두박질치며 떨어져 내렸다.


“으아악!”


마치 우주에서 유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듯한 충격으로 눈을 번쩍 뜨니 눈에서 마치 뇌전이 치는 듯 신광(神光)이 번쩍거렸다.


“아이고~ 죽는 줄 알았네.”


서서히 눈빛을 갈무리하니 정기와 현기가 가득 어리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신비스러운 눈빛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마치 깊은 바다를 품은 듯한 유현(幽玄)한 눈빛이었으니······.


쥬맥은 이로써 오늘부로 예전의 경지를 다시 회복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신의 섭리와 우주만물(宇宙萬物)의 법칙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벌써 시간이 이리 흘렀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동녘 하늘에 아침노을이 불게 물들더니, 찬란한 태양이 빛을 뿌리며 힘차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분명히 어제와 같은 태양이건만 오늘 아침에 보는 태양은 또 남다르다.


푸른 하늘과 들판도 마찬가지.


풀잎에 맺힌 이슬 하나까지도······.


하나의 경지를 넘어서니 주변의 세상도 또한 달라 보이는 것이었으니!


경지를 넘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하고 홀로 되뇌일 뿐이다. 마치 남들은 모르는 비밀을, 엄청난 보물을 가슴에 품은 기분이랄까?


‘어떻게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군.’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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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8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2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0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3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4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1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3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6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8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8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49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6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29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38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28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1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1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6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3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0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6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48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4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7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6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6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3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6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38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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