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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70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18 09:17
조회
1,329
추천
37
글자
19쪽

90화. 동명이인(同名異人)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맥아인의 아버지는 소족장을 하다가 물러나서 농사를 지으시는데 형제 자매가 자그마치 열이나 된다고 한다.


식구가 많아서 다시 부족의 일을 할까 한다는데, 조부모에 부모 형제까지 열네 명 삼대(三代)가 함께 살고 있었다.


식구가 많다 보니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못해서 맥아인도 무사(武士)의 길로 들어선 것이고.


요즘 전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 나가니 자식들을 많이 낳아서 열 명은 흔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땅은 개간(開墾)을 하면 그게 다 내 땅이 되니 농사가 힘들지 먹고 사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헤어지면서 쥬맥이 예쁜 보자기에 싼 조그만 나무상자 같은 것을 맥아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수르의 형으로서 주는 만남의 선물이니 별것 아니지만 받으세요.”


그 말에 나서서 면박을 주는 수르.


“야, 겨우 한 달 가지고 친구 사이에 또 무슨 형 타령이냐?”


그러자 쥬맥이 웃으면서 술값으로 협박을 했다.


“너 지난번에 내가 형을 하라고 했잖아. 그럼 오늘 술값을 네가 낼래?”


“아니다 아니야, 너 잘났다. 네가 형 해라.”


그래서 쥬맥이 술값을 치르는 데 자그마치 금령이 두 개나 나갔다.


“오늘 반가웠어요. 또 봐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예, 오늘 감사합니다. 선물도 고맙구요. 조심히 가세요.”


“야, 맥아! 고맙다. 앞으로도 좀 자주 사라.”


“아인 씨하고 같이 오면 내가 사지.”


“너 약속했다! 귀빈처럼 끝까지 있어도 돼.”


그러자 쥬맥이 피식 웃으며 아직도 그 뜻을 모르느냐고 손으로 수르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쥬맥이 먼저 떠나고 수르가 맥아인을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고 따라 나섰다.


모르는 척 슬그머니 애인의 손을 잡으니 움찔 놀란다. 그래도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수르가 기분이 좋아서 히죽히죽 웃으며 어깨를 일부러 살짝살짝 부딪쳤다.


“아까 맥이가 무슨 선물 줬어?”


“모르겠는데요. 안 열어 봤어요. 오라버니가 열어 보실래요?”


“무슨 소리셔. 선물을 받은 사람이 열어 봐야지 왜 내가 열어 봐.”


“그럼 지금 여기서 열어 보죠 뭐.”


그러면서 얼른 손을 빼더니 주머니에서 예쁜 보자기로 싼 것을 꺼내어 풀어 보았다. 그 안에서 조그만 나무상자가 나오자 뚜껑을 살짝 열어 보는데 안에서 달빛 같은 광채가 새어 나온다.


“어? 이건 월광석인데! 이 녀석이 이런 걸 함부로 주고 그래. 으이그······.”


수르가 월광석을 알아보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표정은 매우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으니······.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좋은 선물을 준 것은 곧 친구인 자신의 얼굴을 봐서 결혼 비용을 배려한 것이 아니겠는가?


“와! 너무 예뻐요! 이게 월광석이에요? 비싸겠다. 오라버니가 선물 고맙다고 대신 전해 주세요.”


“그 녀석이 마치 시어머니가 될 사람처럼 집안 사정을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아인이 결혼시키려면 부모님의 등이 휠까 봐서 준 건가 봐.


이거 절대 쥬맥에게 받았다고 말하지 말고 비싼 거니까 아버님께 드려. 조용히 처분해서 살림에 보태 쓰시라고 해. 우리들의 결혼 비용은 내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 쓸 것 없어.”


“네, 알았어요. 오라버니의 친구는 너무 좋으신 분 같아요. 그런데 비싼 거면 너무 부담스럽지 않아요?”


“내 하나밖에 없는 친구니까 그건 걱정 말고 그냥 받아도 돼. 그 녀석이 마음도 넓지만 오지랖이 좀 넓거든.”


그렇지 않아도 결혼하려면 부모님이 힘들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비싼 것이라고 하니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에 맥아인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월광석을 품에 꼭 보듬고 어서 가서 아버지께 드리고 걱정을 덜어 드릴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그러니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쥬맥은 수르가 애인과 같이 가도록 두고 먼저 주점을 나서서 걸어오는데, 뒤에서 누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았다.


뒤돌아보면 얼굴을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데 그 모습이 머리를 길게 기른 다 큰 아가씨다. 키가 제법 늘씬하고 등에는 검을 메고 있는 여(女)무사.


‘내가 너무 예민한가? 괜히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을 오해한 것인가?’


고개를 몇 번 젓고 걸어가는데 골목이 몇 번 바뀌어도 계속 따라왔다. 걸음을 조금 빨리 해 보니 더 빠르게 쫓아오고 천천히 가면 또 천천히······.


그래서 아무래도 수상하니 확인을 해 보기 위해 길이 굽은 곳에서 가지 않고 숨어 있다가 갑자기 앞으로 불쑥 나섰다.


“어머! 놀래라. 왜 그러세요?”


“누구신데 내 뒤를 따라오세요?”


“따라가는 것 아닌데요. 우리집이 이쪽이라서 가는 건데요.”


“그래요? 나는 나를 미행이라도 하는 줄 알고······. 미안해요.”


“그런데 저······ 혹시 쥬맥 대장님이 아니세요?”


“예, 맞습니다만. 내가 쥬맥입니다.”


“고맙습니다. 지난번에 거인족과 싸우면서 제가 위험할 때 구함을 한 번 받았거든요. 저는 상미루라고 합니다.”


“예에, 뭐요? 이름이 진짜 미루예요?”


“왜 그러세요? 뭐가 잘못되었어요? 제 성은 상가고 이름은 미루입니다.”


“미루라는 이름을 또 만나네요.”


“저하고 이름이 같으신 분을 아시나 봐요. 혹시 여자친구세요?”


그러면서 물어보는 상미루의 얼굴에 긴장감이 어렸다. 큰맘 먹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핑계로 따라왔는데 만약에 여자친구가 있다면 정말 낭패가 아닌가?


“하하하! 아닙니다.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죠.”


그제야 상미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서 얘기를 슬쩍 다른 것으로 돌렸다.


“네, 그러세요. 지난번 전쟁 때 예쁜 악기로 무기처럼 공격하시던데 처음 보는 것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악기로도 그렇게 공격이 가능한 것인가요? 저도 좀 배울 수 없을까요?”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악기로 사람을 해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 실수로 음공을 만들었지만, 별로 전수할 생각은 없습니다. 미안해요.”


쥬맥은 금령파를 떠올리면 미루를 가슴에 안고 가르치던 생각이 나고, 더구나 앞에 선 여자도 이름까지 미루라고 하니 아픈 상처를 헤집는 것 같아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쉽네요. 꼭 배워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라도 혹시 마음이 바뀌시면 좀 알려 주세요. 악기도 너무 맘에 들어서요.”


“예, 그렇게 하지요. 그럼 잘 가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조심히 가세요.”


여무사는 마치 다음 만남을 예약이라도 한 듯이 말을 남기고 먼저 떠났다.


쥬맥은 여무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가만히 서 있다가 천천히 걸러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이번 전쟁에서 구해 준 사람이 부지기수라 정말 자신이 구해 준 사람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좀 전의 여(女)무사는 쥬맥이 주점에 들어설 때 일 층에 여무사들 다섯 명이 앉아 있었는데, 그때 쥬맥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가씨였다.


긴 흑발에 일부를 살짝 붉게 염색한. 집이 근처이기는 하지만 일부러 빙 둘러서 쥬맥을 따라온 것이다.


쥬맥을 마음에 들어 했지만 지난번 미루에 대한 상심(傷心)으로 아직도 마음이 닫혀 있으니 어찌 하겠는가?


하필이면 이름까지 똑같은 미루라니!


쥬맥은 거처로 돌아와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찬물에 목욕을 했다. 술기운을 모두 진기로 몰아서 뿜어낸 뒤 연무실(演武室)에 좌정하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숨을 천천히 깊게 그리고 무겁게······.


전쟁 전에 6단계 투신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더 안정을 시켜야 한다. 소주천과 대주천을 마치고 천둔미리신공을 운기하며 점점 깊은 심상(心想)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한 시진 동안 운기조식을 하고 일어나서 천둔미리탄지와 천둔미리보를 연습(練習)하고, 이어서 검을 들고 혼원은하무량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강기로 검탄이나, 검강을 뭉쳐 검환(劍丸)을 발출할 수 있으니 일곱 번째 초식 팔천제혼(八天制魂)을 다시 펼칠 수 있게 되었다.


팔천제혼은 일대다수(一對多數)의 적이나 수천의 적에게 포위당했을 때, 사방팔방으로 수천의 강기 검탄이나 검환을 발사하여 다수의 적을 공격하며, 동시에 검막(劍幕)으로는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초식이다.


날아가는 검탄마다 적의 목과 심장을 일격에 필살(必殺)하니 수천의 적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바로 팔천제혼의 위력이었다.


더구나 황색의 진무가 일어나 적의 시야를 차단하고, 수없이 널부러진 적의 시신에 방해받지 않도록 몸은 두 자 가까이나 허공에 뜬 채로 전진한다.


그러니 진기 또한 많이 소모되었고······. 내공이 사 갑자를 넘지 않으면 시전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무서운 초식!


첫 초식부터 일곱 번째 초식까지를 반복하여 펼치고 여덟, 아홉 번째 초식은 형(形)은 알고 있으나 아직 의(意)를 완전히 깨우치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형만을 연습했다.


이어서 혼원은하무량신공에 들어 있는 혼원은하장과 혼원은하신지, 혼원벽력권, 은하무량금나수, 은하무량후, 그리고 혼원신수까지 연달아 펼치니 어느덧 밤이 깊어 사경 말(3시)에 접어들었다.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점점 맑아진다. 온몸에 땀이 흘러서 옷을 다 적셨고···. 다시 수욕을 하고 좌정해서 운기조식에 빠져드니 시간이 금방 갔다.


눈을 뜨자 어느덧 날이 밝아 와서 온 밤을 수련으로 보냈다.


‘허, 시간이 벌써 이리 되었나?’


신수 주작이 봉인한 화정과 내공의 일부가 아직도 단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풀어질 줄 모른다.


그러나 때가 되면 모두 해결되리라 생각하고 성급하게 마음먹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 보니 주작의 말대로 인생이 무공만 높다고 좋은 것이 아님을 알겠다. 그토록 목말라 했던 무공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여러 가지 중에 하나일 뿐!


무공만 높아서 어울리는 사람도 없이 혼자 외롭게 독불장군처럼 살다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암수에 걸려 쓰러진다면 너무도 허망하지 않겠는가?


자기 만족은 할지 모르나 결코 행복한 삶은 아닐 것이다.


곧 자기만 혼자 만족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


삶이라는 것에는 조화가 필요하다.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이니까!


과연 언젠가 눈을 감을 때, 자기 만족한 삶과 더불어 행복하게 산 삶 중에서 어느 쪽이 후회가 적겠는가?


물론 때로는 상황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큰 물결에 휩쓸려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스스로의 영혼을 지키고자 하는 심지가 굳다면 어떤 세파(世波)에도 꿋꿋하게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주변과의 어울림 속에서 함께 행복을 추구하면서 말이다. 천신께서 오롯이 나에게 주신 시간이지만, 누구든 인내하며 살아내야 하는 자기 몫의 삶이지만 말이다.


혹자는 한 번 왔다가 가는 인생에 자기 뜻대로, 하고 싶은 대로 멋지게 한번 살다 가라고 얘기한다.


듣기에 좋고 그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그런데······ 삶이라는 게 어디 그처럼 호락호락 하던가?


그리고 정말 그처럼 살다가 간 이가 이 세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쥬맥은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아침을 간단히 먹고 맡은 업무를 보기 위해서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시간은 금방 흘러서 어느덧 환시력 이십사 년이 되었고, 쥬맥과 수르도 입지(立志)라는 서른 살이 되었다.


수르의 꿈 같은 연애 시간이 흘러가고 결혼식(結婚式)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더니, 또 금방 시간이 흘러서 사흘 앞으로 바짝 다가왔는데······.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하니 수르는 좋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총각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쉬운지 자꾸 쥬맥과 술자리를 갖곤 하였다.


오늘도 곧 결혼할 녀석이 쥬맥을 끌고 또 천경루를 찾아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쥬맥 대장님.”


“어이! 자네는 나는 안 보이는 모양이지. 맨날 쥬맥 대장만 불러대네.”


“죄송합니다 야수르 참모장님. 어서 오십시오.”


“어? 자네가 나를 어떻게 알아?”


“쥬맥 대장님의 단짝 친구,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야수르님이시죠.”


“그래, 맞다. 내가 바늘이고 저 친구는 실이야. 알았지?”


“넵! 알겠습니다.”


“됐고, 좋은 자리나 하나 줘.”


“오늘은 이미 이 층이 다 차서 아래층에서 드셔야겠습니다.”


“알았으니까 빨리 자리나 안내해.”


“쥬맥 대장님, 이리 따라오십시오.”


“그래도 저 친구가 계속 너만 찾는다. 뭐 뇌물이라도 줬냐?”


“세상만사가 다 맨입으로 되는 게 있나? 다 가는 만큼 오는 것이지.”


“어쩐~지, 에잇! 황금충이 판치는 세상, 정말 싫다 싫어 응.”


둘이 주고받으며 점원을 따라가니, 손님이 다 차고 구석진 곳에 팔인용 좌석만 하나 남아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여기에 있는 팔인용 좌석으로 넓은 곳에 모시겠습니다.”


그러면서 부지런히 뒤로 돌아가서 앉기 편하게 쥬맥의 의자만 살짝 빼 준다.


“오늘은 어떤 요리를 드릴까요?’


“그냥 백령 하나하고 좋은 안주로 두 가지만 내와.”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점원이 가고 나자 수르가 쥬맥이 들으란 듯이 투덜거렸다. 점원이 자기와 쥬맥을 돈으로 차별 대우한다는 신세타령이다.


“아이고, 이놈의 세상! 어디를 가나 돈이 있어야 대접을 받네그려. 저놈은 같이 왔는데도 나는 의자도 안 빼 주네. 에이, 미운 놈!”


“너는 임마 여우 같은 마누라가 곧 생기잖아? 나 같은 노총각보다는 백배 낫다. 나는 네가 너무 부럽다. 부모 형제에 예쁜 마누라에······.”


둘이 서로 신세한탄 비슷하게 하고 있는데 여(女)무사 다섯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빈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쥬맥과 수르가 마지막 자리를 차지했으니 빈 자리가 있을 리 없다. 대부분의 좌석이 꽉 찼는데 쥬맥이 있는 곳만 팔인용에 두 명이 앉아 있었고.


점원은 차마 쥬맥에게 합석하라고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여무사들 중에서 하나가 용감하게 쥬맥 앞으로 오더니 합석을 부탁했다.


“죄송하지만 빈자리가 없는데 같이 합석 좀 하면 안 될까요?”


“뭐 그렇게 하시죠. 둘이 먹기엔 너무 넓네요.”


“감사합니다. 조용히 먹을게요.”


그러더니 일행을 손짓해서 부른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가 쥬맥 옆에 앉으려고 하다가 멈칫하더니 인사를 했다.


“어머, 쥬맥 대장님 아니세요? 지난번에 뵈었던 상미루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우연히 또 뵙네요.”


“오! 저분이 쥬맥 대장님이셔? 안녕하세요? 우린 미루 친구예요.”


“정말 이름이 미루라구요? 정말이에요? 미루가 또 있네.”


그러면서 수르가 쥬맥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이름 때문에 친구가 기억이 되살아나서 또 상심할까 봐서다.


그때부터 남자처럼 건장한 여무사를 시작으로 너도 나도 쥬맥에게 말을 거는데, 쥬맥은 누가 말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재발재잘···재잘······.


“우리도 악기 좀 가르쳐 주세요. 미루에게 가르쳐 준다고 하셨다면서요. 악기는 어디서 사셨어요?”


“내가 언제? 마음이 바뀌면 가르쳐 주실지도 모른다고 그랬지.”


입장이 난처해진 미루가 옆에 앉은 친구를 손으로 꼬집으며 그만하라고 눈짓을 했다. 얼굴도 붉어지면서······.


“그 말이 그 말이지. 미루 친구시면 우리도 친구하면 안 돼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에이, 모른 척하시기는······. 우리들 다 미루랑 동갑이란 말이에요.”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동생 같은 사람들이랑 무슨 친구예요.”


“어려요? 그럼 쥬맥 대장님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나는 벌써 서른이거든요.”


그러자 서로 작은 소리로 속닥거렸다. (어머! 서른이래. 딱 좋다 얘.)


“아이고, 죄송합니다! 오라버니뻘이시네요. 우린 스물일곱이거든요. 미루 너는 오라버니라고 불러야겠다.”


자기네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니, 쥬맥과 수르는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돌아가는지 영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그때 점원이 쥬맥네 안주와 술을 가지고 와서 내려놓았다.


“오늘은 아이엘사슴구이 하고 실비오닭찜 요리를 가져왔습니다. 맛이 괜찮을 테니 한번 드셔 보십시오.”


“그래, 고마워. 잘 먹겠네.”


술을 따서 수르에게 한 잔 권하는데 옆에 앉아 있던 상미루가 나섰다.


“제가 한 잔 따라 드릴게요.”


잽싸게 술병을 빼앗아서 쥬맥에게 먼저 따라 주더니 이어서 수르에게도 한 잔 따라 주었다.


“얼결에 받았는데 고맙습니다.”


그러자 건너편에 앉아 있던, 얼굴이 남자처럼 선이 굵은 여무사가 말했다.


“아이, 얼른 드시고 미루도 한 잔 주셔야지, 오라버니라면서요.”


“아~ 예, 알겠습니다.”


둘이 술잔을 비우고 이번에는 수르가 상미루에게 술을 따라 주려고 했다.


그런데······.


“뭐예요? 오라버니가 따라 줘야지 왜 눈치도 없이 옆에서 나서세요.”


눈치를 주면서 앞서 말했던 여무사가 툭 핀잔을 주었다. 즉, 당신은 초 치지 말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얘기다.


“예? 나도 맥이랑 동갑이라 오라버니뻘인데요?”


“에이, 이렇게 눈치가 없으셔. 미루 오라버니가 쥬맥 대장님이지 누구예요? 대신에 내가 오라버니라고 부를까요?”


“예? 뭐라고요? 안······.”


“얘들아~ 아이 난 몰라.”


“아이고 참! 오늘은 어디를 가나 나만 푸대접이네. 야! 맥이 네가 따라라.”


수르가 머리를 긁으며 술병을 쥬맥에게 넘겨주니 쥬맥은 어쩔 수 없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진 상미루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자! 한 잔 하세요. 오늘 어쩌다가 자리가 이상하게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하하하하! 괜찮아요.”


“호호호호! 거봐, 미루야. 괜찮다고 하시잖니. 이제 역사는 이루어지는 거야. 군불 땔 일만 남았다. 호호호호!”


남자처럼 선이 굵은 아가씨는 둘의 맞은편에 앉아서 뭐가 그리 좋은지 말하면서 계속 웃어 댔다.


“얘, 그만해!”


그러자 점점 더 얼굴이 빨개지는 상미루. 역사는 무엇이고 군불은 무엇일까? 두 남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 3권 끝, 4권으로 이어집니다 --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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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4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5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4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0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39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29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2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7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1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7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49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5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8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7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7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39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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