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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347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7.11 10:22
조회
1,337
추천
42
글자
19쪽

83화. 화해 협상의 결렬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초병이 잠시 뒤에 온몸이 갈색털로 덮여 있는 설인족을 대동하고 나타났는데, 거인이지만 제법 영민해 보였다.


“군사를 맡고 있는 챵커테입니다.”


[나는 천인족의 천사장이오. 화해를 요청하러 왔소. 선어로 얘기하니 드러내 말하기 어려운 것은 입으로 말하지 말고 머릿속으로만 말해도 되오.]


“아~ 그렇습니까? 참으로 신기한 비술입니다. 그럼 이리 따라오시지요.”


챵커테가 앞장서서 가는데 선어(仙語)를 접하고 한결 태도가 공손해졌다. 뒤를 따라가면서 보니 넓은 공터는 거인들의 잠자리로 쓰이는 모양인지 풀들이 모두 바닥에 드러누웠다.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천막형 막사로 안내해서 들어가니, 바위로 된 탁자 가운데에 총대장이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하얀 털과 빨간 갈기털을 손으로 고르며 뭐하러 왔느냐는 듯이 힐끗 흘겨보면서.


“어서 오시오. 총대장 샤리네요.”


[천인족의 천사장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거인족의 말을 모르니 그냥 선어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천인족은 여러 가지로 나를 놀라게 하는군. 크기는 주먹만 한데 재주가 많아. 전에 안다 선인도 그렇고. 그래 늙은 몸으로 여기까지 무엇 하러 왔소?”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것이오. 그래서 화해를 청하러 왔소.]


“화해? 무슨 화해? 우리 선발대를 다 죽여 놓고 이제 와서 화해라니?”


아직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눈을 희번덕거리며 거칠게 말을 내뱉았다.


[그대들이 침략해 오지 않았다면 그와 같은 참사는 없었을 것이오. 우리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한 방편(方便)일 뿐이었소.]


“하하하하! 내 부하들을 다 죽여 놓고 이제 와서 방편이라고? 당신들은 지난번에 내가 사절단으로 갔을 때도 우리를 거렁뱅이 취급하고 푸대접을 하였소.


심지어 안다 선인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우리 애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겁을 주고 으름장을 놓았지. 그래 놓고 이제 와서 화해를 하자고?”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수많은 목숨을 건 전쟁을 꼭 해야 한단 말이오? 우리뿐만이 아니라 거인족도 수없이 죽을 것이요. 누가 죽든 모든 목숨은 소중하니까요.]


“이미 수많은 우리 동족이 죽었소. 반인족과 야차족에게도 많이 죽었는데, 그 원인을 살펴보니 밑바탕에는 모두 천인족이 관계되어 있었소. 그 원흉이 모두 당신들이었단 말이오!


만약 이번 전쟁을 하고 싶지 않으면 이십만 명의 천인족 머리를 내놓으시오. 그동안 천인족 때문에 죽은 우리 동족이 이천 명이 넘으니 덩치와 전력으로 비교해서 일 대 백으로 쳐서 말이오. 아니면 나에게 멸족을 당하든지!”


[이번 전쟁으로 이천 명이 아니라 수천 명이 더 죽을 것이오. 그리고 당신들은 결코 우리를 멸족시킬 수 없소. 우리를 보호하는 신수(神獸)들이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니.]


“하하하! 신수? 이제 안될 것 같으니까 신수를 들먹이는가? 그러면 우리가 겁낼 줄 아는 모양이지? 이 위대한 우리 거인들이 말이야.


우리 덩치를 한번 보시오. 이 덩치에 어떤 짐승이 무섭겠는가? 그까짓 신수 따위는 우리들 몇 명만 달라붙어도 끝장이 날 것이오.”


[아직 그대들이 신수를 알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오. 또한 우리가 비록 덩치는 작으나 법술에 주술과 마법(魔法)까지 가지고 있소.


생명을 소중히 여겨서 사용을 자제하지만 막판에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될 것이오. 그러면 거인군 수만 명이 와도 모두 비참하게 죽을 텐데······.]


“그만! 입만 살아서 나불대지 마시오. 사자(使者)랍시고 안심하긴 이를 텐데? 수 틀리면 사자고 뭐고 오늘이 당신의 제삿날이 될 것이야.”


눈을 부라리며 으름장을 놓는 샤리네. 그러나 천사장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이 죽은 뒤에는 후회해도 이미 늦소. 이유 없는 살생을 금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니 지금이라도 그만두시오. 그것이 또한 거인족과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닌가?


작다고 우리를 만만히 보다가는 큰코다칠 것이오. 그러다가 우리를 친다고 거인족의 힘이 약해지면 다른 종족에게 잡아먹히지 않겠소?]


“뭐라? 나를 위해? 거인족을 위해? 달콤한 언변으로 살아 보려는 당신들이 아니고? 보자 보자 하니까 혼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지, 엉?”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마침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여봐라! 이놈을 붙잡아 매달아라!”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군사 챵커테가 나서서 구슬리듯이 말렸다.


“샤리네님, 조금만 참으시지요. 전시에도 사자를 그리 대하면 안 됩니다.”


“듣기 싫다! 빨리 매달아!”


군사역을 맡고 있는 챵커테는 자신도 언제든지 사자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자의 신변은 보장해 줘야 한다는 입장에서 말렸지만, 샤리네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대여섯 명의 거인들이 들이닥쳐서 천사장을 포위하더니 거대한 손으로 잡아채려고 했다.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병아리를 손으로 덥석 움켜쥐려고 하듯이.


그러나 가만히 있는 듯한 천사장은 아무리 붙잡으려고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허상(虛像)이었을 뿐······.


급기야 쇠못이 박힌 몽둥이까지 가지고 와서 휘둘러 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런 것은 아무런 위협도 못 되는 것이오.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오? 마음을 비우고 전쟁을 멈추시오!]


“아니, 이 늙은이가 감히 아직도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가?”


결국은 샤리네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가락을 흔들며 삿대질을 했다.


“여봐라! 당장 활과 그물망을 가지고 와서 이놈을 붙잡아 피똥을 싸게 하라!”


그러자 또 몇 명이 우르르 달려와서 천사장을 붙잡기 위해 고기 잡는 그물 같은 것을 던지고 활을 쏘는데···, 그래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치 애들의 그림자놀이처럼 말이다.


[진정으로 그대가 꼭 전쟁을 해야겠다면 나는 이만 돌아갈 것이오. 그러나 싸운 뒤에 반드시 후회를 할 것이니 한 번만 더 생각하시오.]


“오냐! 나는 반드시 싸워야겠다. 너희들이 멸족된 뒤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한번 보자. 쥐톨만 한 것들 같으니라고. 한 번에 깡그리 쓸어 주마.”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사자를 보내시오. 그럼 이만.]


이리하여 결국 화해는 물 건너갔고, 천사장은 씁쓸한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길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거인들이 천사장을 붙잡기 위해 뒤에서 활과 그물망을 던지고 막판에는 대형 활 대력궁까지 쏘아 댔지만 결국은 놓치고 말았다.


샤리네는 조그만 난쟁이에게 우롱을 당했다며 또 난리를 피웠다. 결국 거인족은 천인족을 멸족시키겠다며 전쟁을 불사(不辭) 하였고.


이렇게 양 종족은 수많은 목숨을 건 전쟁을 향해서 달려가게 되었다.


천사장의 화해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적진에서 직접 보았던 여러 가지 무기들에 대하여 상세한 내용이 전해지자, 천인족 주거지는 멸족의 위기에 더욱 침울해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투 준비를 급히 서둘렀다.



화해 협상이 결렬된 다음 날.


샤리네는 천인족의 주거지를 향해서 우르고원 2차 거점을 떠나 진군을 시작했다. 커다란 징을 울리면서.


쿠앙! 쿠앙! 쿠앙!


" 자~ 원수를 갚으러 가자!"


"우와~ 원수를 갚자!"


이에 맞서 이미 적을 맞을 전장을 마련한 천인족은 무사들이 순차적으로 주거지를 떠나서 전투용 진지로 출발했다.


두두둥~ 두두둥~ 두두둥~


"천령 1대부터 출발하라!"


"출발!······출발!"


또한 본대를 지원하고 보급대와 의료대를 맡은 천사장 산하의 선인과 현자 성자들, 그리고 대신녀 산하의 의료 및 간호를 맡은 신녀들까지 대부분이 주거지를 떠났다.


이제 주거지는 은퇴한 노(老)무사들과 일부 여(女)무사들만이 노약자들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주거지를 떠난 자나 남은 자나 마음이 무겁기는 매한가지. 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일까?



쥬맥도 백호대 무사들 오천과 담당 소족내 무사들 일천, 총 육천 명의 무사들을 거느리고 전쟁(戰爭)에 참여했다.


이번 전쟁에 투입된 인력은 총 팔만 명, 그중에서 직접 백병전에 뛰어드는 인력이 육만이고 이만은 천궁이나 궁수, 의무 및 보급대 등 지원 인력이었다.


거인 선발대와의 1차전에서 일천의 고수로 그들을 격파하였다고 거인들 구천 명의 병력을 쉽게 볼 수는 없었다.


천인족의 핵심 고수층은 오천 명 정도인데 이를 걷어내면 중급이나 하급 무사로는 거인족과 싸우기가 쉽지 않았다. 나머지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었으니.


이미 거인족 선발대 일천 명을 공격하느라고 초일류고수를 육백팔십여 명이나 잃었다.


구천 명과 여러 가지 신무기를 상대하려면 그 열 배 이상의 고수가 필요하다고 봐야 하니 쉽지 않은 상황인 것!


설사 핵심 고수층(高手層) 오천으로 거인족의 이번 침략을 무사히 막아 낸다고 해도, 또 다른 이종족의 침략이 있으면 그때는 방법이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천인족은 과연 어떤 전략과 전술로 대응할 것인가?


멸족의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것인가?


그 걱정에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천인족의 천령대와 각 부족의 무사들이 속속 전장에 속속 도착했다.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모두 긴장감이 흘렀고.


총지휘는 구자룬 총대장이 맡고 군사 역할은 천사장과 비율신 대족장이 하고 있었다.


한울도 수신호위를 거느리고 참여하여 핵심 사항은 즉시 결정을 내려 주니 일들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천사장도 작전 계획을 함께 협의하면서 선인들을 통하여 진법이나 지원을 진두지휘했다.


이번에 대신녀가 의식을 통하여 신의 계시를 받았으나 혼돈(混沌)을 염려하여 한울과 천사장 외에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는데······.


비거(飛車)는 수시로 하늘을 날면서 적의 동태를 파악했다. 그러는 가운데 천인족은 현장을 세밀히 답사하고, 사전에 땅에 묻을 것과 여러 주술을 활용하기 위한 기석을 설치하는 등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부대별로 정해진 신호에 대한 교육과 진법 설명, 전투의 초기, 중기, 후기별 대응 계획과 인력의 운용, 후퇴 시의 집결지와 진지 구성 등 다양한 내용들이 전달되었다.


그리고 전투 시에 전개할 진법들은 실제처럼 연습이 이루어졌고 말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는 거인족이 사흘 뒤에 다다를 예정인데 그 전에 완전히 전투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마침내 사흘이 지날 무렵.


거인족이 근처까지 다가왔을 때, 천인족은 삼천 명의 유인대를 투입했다.


무기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계속 거인 전사들에게 시위성 공격을 하면서, 천인족이 사전에 마련한 전장으로 그들을 유인(誘引)했다.


공격을 당하면 바로 후퇴하고 멈춰 서면 다시 발 빠른 공격을 하면서······.


그렇게 서서히 적이 이성을 잃게 하면서 진을 빼고 예기를 꺾어서 상대의 전투력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그 결과, 해가 질 무렵에 거인족 구천 명이 비록 지쳤지만 위풍당당한 거대한 몸집을 끌고 시야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숫자로는 구천 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사십 척이 넘는 장신(長身)에 우람한 체격을 가지고 있어서, 온 들판이 꽉 차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미 해가 서산으로 기울고 있으니 거인족도 더 이상은 진군이 어려웠다.


더구나 천인족이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전진을 멈추었다. 적과 마주했으니 결판이 나기 전에는 그 자리를 쉽게 뜰 수도 없는 상황.


잘못하여 뒤를 보이는 날에는 큰 우환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자리에 진지를 구축했다.


불시에 천인족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우선 끌고 온 거차(거대한 마차 같은 것.)를 진지 앞쪽에 나란히 늘어 놓았다. 마치 성벽을 쌓듯이, 방어진(防禦陣)을 펼친 것처럼······.


거차가 엄청나게 크니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거차마다 거인들이 한 명씩 올라타서 경계를 펼쳤다.


그러는 동안에 나머지는 휴식을 취하면서 식사를 준비하니 드넓은 벌판이 순식간에 거인들의 천지가 되었다.



천인족은 거차 앞 백 장 지점에 1차 저지선인 전군 오천을 배치했다. 그 백 장 뒤에 또 중군 오천을 배치하여 불시의 기습에 대비했고.


이렇게 기본 배치를 마치고 지금 내일 전투를 위한 전략 회의가 한창이다.


지난번에 반인족과의 물물 교역소에서 정보가 누설되는 과정을 조사하면서, 거인족은 다른 종족들보다 밤눈이 어둡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전투도 주로 낮에 한다는 것!


이 야간 전투를 꺼린다는 약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금 한창 묘안을 협의 중인 것인데······.


“거인족은 밤에 활동하기를 꺼린다고 하니 오늘 밤 습격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좋을 듯한데 어떻습니까?”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많은 무사를 투입하여 야간 전투를 벌이다가 뜻밖의 복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소수 정예로 기습대를 보내서 소리는 크고 요란하게 공격합시다.”


“반격하면 물러서고 물러가면 다시 공격하기를 반복해서, 저들이 밤새 잠들지 못하게 합시다. 그럼 내일 전투력이 크게 떨어질 것 아닙니까?”


“불화살로 현란하게 저들의 눈을 가립시다.”


총대장과 대족장을 비롯한 중추적인 고위직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으며, 좀더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론은, 경공술과 내공이 뛰어난 고수급 오백 명으로 야간에 수면을 방해하는 작전(作戰)을 수행하자는 것!


어둠 속도 훤히 볼 수 있는 고수들에게 소형 전고를 주어서 근처에서 계속 북을 치며 근접하게 하는 것이다.


적이 반격하면 재빨리 뒤로 물러서고, 물러서면 다시 공격하면서······.


그리고 천인족에는 실제로 비상(非常) 상황이 발생하면 알리는 북소리를 정하여, 그 소리가 없는 한 신경 쓰지 말고 휴식과 수면을 취하게 했다.



한편 여기는 거인족 진영.


샤리네가 군사 챵커테를 포함하여 천인대장(千人大將) 아홉 명과 함께 앞으로의 전투에 대해서 회의를 하는 중이다.


“오늘 천인족의 군세를 보니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종족의 수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미 여기까지 와서 그냥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고, 또 우리 거인대 구천과 신무기들을 동원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내일은 아침을 먹고 총공격을 개시할 것이니 군사는 세부적인 전략을 하달하여 숙지시키도록 하라.”


“예, 우선 우리 거인족이 이제 막 도착하였기 때문에 진지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천인대장들께서는 우선 밤이 좀 늦더라도 기본적인 정비를 마쳐 주시고, 특히 주요 무기인 거차나 대력궁 등에 대한 야간 경계를 철저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종족은 밤눈이 어두워서 야간에 적의 기습이 있으면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경계병을 평소의 두 배로 늘리고 염탐을 전담하는 인력들을 진지 주변에 배치하여 적의 야간 기습을 사전에 탐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해 주세요.”


“그거야 당연한 얘기지요.”


“정탐 인력은 토납술 경력이 많은 고참 전사들을 투입해 주세요. 그리고 내일 전투 진행은 처음은······. 중반에······. 후반에······. 비상 후퇴 시······.”


“마지막으로······.”


이렇게 여러 가지 내용들이 천인대장들에게 전달되고 협의가 되었다. 그리고 중간에 샤리네가 직접 순찰을 돌면서 문제가 발견된 부대는 엄히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를 했고······.


야간 경계에 이어 보급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이의 제기가 있었다. 거인족은 덩치만큼이나 식성이 좋아서 식량을 포함하여 보급품(補給品)의 부피가 크고 많기 때문이었다.


이번 지원은 데카논과 샤이먼이 맡아서 하기로 했지만 파밀산맥 뒤에서 이곳까지 제대로 보급을 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장거리 이동에 육류는 상할 수도 있었고, 기일(期日)에 맞추어서 공급하는 것도 어려웠고 말이다.


식량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심도 있게 거론하여 비상시에 식량을 조달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오늘밤은 그믐.


그믐달은 새벽에 뜨기 때문에 새벽까지는 달빛이 없어서 사방이 캄캄하다.


다른 빛이 없으니 하늘에는 은하수와 온갖 별들이 총총히 빛났다. 마치 수많은 보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그때 어둠을 뚫고 천령대에서 차출한 오백 명의 기습대(奇襲隊)가 조용히 진지를 출발했다.


거인족에서 경계 병력을 늘리고 주변에 정탐 인력을 깔았지만, 초일류고수급으로 구성된 기습대는 들키지 않게 은신술로 은밀히 적진으로 접근했다. 근처의 초계병을 하나씩 제거하고 거인족 진지의 우측을 돌아서······.


그리고 이제 막 잠들기 시작하는 거인족 진지에 접근하자 함성과 함께 소고(소형 전고)를 울리며 공격을 개시했다.


“거인족을 모두 죽여라!”


퉁퉁퉁퉁~ 퉁퉁퉁퉁~ 퉁퉁퉁퉁~


“와! 공격하라!”


대충 겨누어서 화살을 날렸다. 맞아도 그만, 안 맞아도 그만이다. 이에 거인군에는 전원 비상이 걸리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반격(反擊)을 위한 채비를 갖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천인족은 몇 개의 막사에 불을 지르고 함성을 지르며 공격하다가 반격이 시작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제 물러갔나 하고 다시 잠들려고 하는데, 이제는 좌측에서 습격을 하며 소고(小鼓)를 울려 대는데······.


“공격하라!”


퉁퉁퉁퉁~ 퉁퉁퉁퉁~ 퉁퉁퉁퉁~


“좌측이다! 적이 좌측에 있다!”


그러자 또 허둥지둥 잠자리에서 일어나 반격을 가하니 금방 썰물처럼 물러갔다. 그렇다고 대대적인 공격도 없고 큰 피해도 없는데 자꾸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하려니까 짜증이 나서 못살겠다.


“이런 제기랄!”


차라리 싸움이라도 한판 시원하게 했으면 좋으련만, 겁 많은 녀석들이 일어나면 쥐새끼처럼 도망가 버린다.


“별 볼 일도 없는 것들이······, 에잇! 모르겠다. 오든지 말든지······, 피곤해서 죽겠는데 잠이나 실컷 자자.”


거인들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우리들을 멍청한 바보로 아나?’ 하고 끌끌 혀를 차면서······.


거인들도 이제는 천인족이 본격적인 공격이 아니라 밤새 괴롭히려 한다는 것을 알고, 소고 소리가 울리든 말든 잠에 취해서 자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물러간 것처럼. 천인족 기습대는 공격할 때마다 계속 소고를 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거인들을 공격과 소고 소리에 둔감하게 만든 다음에, 은밀하게 본격적인 공격을 시도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이후 공격에는 소고를 울리지 않고 은신술로 접근하여 암습을 감행했다. 소리도 없는 죽음의 사신처럼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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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화. 화해 협상의 결렬 +1 21.07.11 1,338 42 19쪽
82 82화. 참혹한 전투(戰鬪) 21.07.10 1,339 42 20쪽
81 81화. 선발대와의 접전 +1 21.07.09 1,323 44 19쪽
80 80화. 거인족의 침략 21.07.08 1,341 43 20쪽
79 79화. 남은 자의 몫 +1 21.07.07 1,355 44 20쪽
78 78화. 사랑의 절규 +1 21.07.06 1,316 43 20쪽
77 77화. 불타는 것은 재를 남기고 21.07.05 1,322 45 19쪽
76 76화. 뜨겁게 타오르는 불 21.07.04 1,325 45 18쪽
75 75화. 사랑의 불씨 +1 21.07.03 1,347 46 18쪽
74 74화. 새로운 인연 +1 21.07.02 1,349 47 18쪽
73 73화. 최연소 소족장이 되다 21.07.01 1,339 45 18쪽
72 72화. 신의와의 새로운 인연 21.06.30 1,351 45 19쪽
71 71화. 점박이 별이와의 재회 21.06.29 1,337 45 18쪽
70 70화. 피 끓는 혈전 21.06.29 1,330 46 19쪽
69 69화. 백호대와 야차족의 전투 21.06.29 1,340 47 19쪽
68 68화. 백호대 대장이 되다 +1 21.06.29 1,330 46 19쪽
67 67화. 비월족과 소인족의 격돌 21.06.29 1,344 46 19쪽
66 66화. 유리의 결혼 21.06.29 1,342 47 18쪽
65 65화. 금령파와 금령신공 21.06.29 1,358 47 19쪽
64 64화. 백호제마검의 비밀 21.06.29 1,354 47 19쪽
63 63화. 마린챠 모녀의 복수 21.06.29 1,352 47 19쪽
62 62화. 새로운 출발 21.06.29 1,378 44 19쪽
61 61화. 기다리는 지혜를 배우다 21.06.29 1,350 46 19쪽
60 60화. 야차족과의 충돌 21.06.29 1,336 46 18쪽
59 59화. 길거리 생사결(生死決) 21.06.29 1,339 47 18쪽
58 58화. 영웅(英雄)이 되다 21.06.29 1,347 48 21쪽
57 57화. 비루먹은 망아지라고? 21.06.29 1,349 47 18쪽
56 56화. 영웅대회(英雄大會) 21.06.29 1,354 46 18쪽
55 55화. 선배들의 신고식 21.06.29 1,348 48 19쪽
54 54화. 의무 복무 입대 21.06.29 1,340 4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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