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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95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1.06.28 09:33
조회
2,387
추천
53
글자
18쪽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어쩔 수 없이 이주 과정에서 큰 아픔들을 겪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힘든 고난을 이기며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이 지구별에 도착했다.


그러니 처음 맞이하는 저 찬란한 태양이 종족의 앞날을 밝혀 주는 것 같았고 반가이 맞아 주는 것도 같았다.


이에 한울은 뿌듯함과 아울러 벅찬 감동이 솟아올라 두 손을 꼭 쥐고 태양과 산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보라! 저 밝고 찬란한 태양을!


보라! 저 상서로운 기운으로 가득 찬 산과 들을!


우리 천인족이 비록 큰 위기를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이 별에 왔으나, 위기가 또한 기회인 법이거늘······.


새로운 이 땅에서 새로운 생명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리라.


생명을 중시(重視)하고 이 땅의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대하며, 그들과 이웃되어 살아가리라.


천신이시여!


이 땅의 모든 생명과 저희 종족을 돌보소서. 이 별에서 신의 뜻대로 살아가게 하소서. 오 천신이시여!’


혼자 가만히 두 손을 모으고 기원(祈願)을 드린 한울이 천사장과 대신녀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우리가 이 별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이 산을 앞으로 하늘이 숨어 있다는 뜻으로 천둔산(天遁山)이라 칭하며, 우리 종족의 성산(聖山)으로 봉하고자 하는 데 두 분의 뜻은 어떠십니까?”


그러자 천사장이 서기를 머금은 산 아래의 전경(全景)을 내려다보았다.


“예,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왕이면 천령수도 이 산에 좋은 자리를 잡아서 심고 환시도 가까운 곳이 좋을 듯한데, 이미 태을 선인이 자리를 찾고 있을 테니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녀께서도 천신의 계시(啓示)를 받아 보시고 함께 살펴봅시다.”


이에 대신녀가 봉목(鳳目)에 신기(神氣)가 가득한 눈을 들어서 한울과 천사장을 바라보더니, 또 산 아래를 바라보며 얼굴에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우선 임시 거처라도 정한 뒤에 신단을 차리고 천신의 계시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 산은 산세도 장엄하고 영기(靈氣)가 어렸으며, 우리가 첫 발걸음을 내디딘 곳이니 종족의 성산으로 정해도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자 한울과 천사장은 안심이 된다는 듯이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지었다.


한울은 다시 벅찬 가슴으로 드넓은 산 아래를 바라보며 마음속의 깊은 울림을 느끼고 있었다.


한울이 그런 울림을 느끼며 산하를 바라보는 동안에 사람들은 모두 공간균열 속에서 빠져나왔고, 산을 내려간 사람도 벌써 반수(半數)가 넘었다.


쥬맥과 고아들은 아직도 인솔하는 신녀가 할 일이 남아 있어서 가자는 소리를 하지 않으니,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추위에 달달 떨고 있었고······.


한울을 포함한 지도부의 뒤에 서서 나누는 대화를 그저 귓등으로 들을 뿐이다.


그때 아직도 틈이 닫히지 않은 공간균열을 바라보던 한울이 천사장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물었다.


“참! 우리 종족과 유대 관계가 깊은 신수(神獸)들도 이번에 함께 이동하기로 했는데 어찌되었습니까?”


“신수들은 몸이 커서 인간과 함께 움직이면 위험한지라 다른 공간균열을 통하여 오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도착했을지도 모르지만 자리가 안정되면 찾아서 연락을 취해야 할 듯합니다. 신수들은 마음대로 통제가 안되니, 5대 신수 외에 다른 신수들도 함께 섞여서 들어올 것 같습니다.


신수들이 연 공간균열은 바로 닫히지 않고 어느 시간 동안 열려 있어서, 마수(魔獸)나 요괴(妖怪)들까지 일부 뒤따라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서 걱정입니다.”


“그리되면 어쩔 수 없지요. 우리의 힘만으로는 많은 희생이 따를 것이니 5대 신수와 협력해서 없애거나 한곳으로 몰아 결계를 치고 가두는 수밖에요”


“예, 그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그때 갑자기 한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처음 명을 받들었던 천령대 대장이 뛰어와 한울 앞에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읍하며 보고를 올리려고 하는데 마음이 급한 한울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사고라도 난 게야?”


한울이 묻자 대장은 죄송한 듯이 고개를 수그리고 사정을 고(告)했다.


“가지고 온 태을현철을 옮기던 중에 다섯 덩이 중에서 두 덩이가 높은 절벽 아래로 떨어졌사옵니다. 그런데 계곡이 너무 깊어서 찾을 수가 없사옵니다. 큰 금속덩이라 너무 무거워서······.”


“이런 이런 이런······ 쯧쯧쯧! 그 중요한 것을 잃다니! 그것으로 칼을 만들면 못 베는 것이 없다는 신의 금속이 아니더냐?


아깝구나 너무 아까워. 그 어떤 불로도 녹일 수가 없어서 신수에게 부탁하여 청룡(靑龍)의 숨결로 겨우 녹여서 가져온 그 귀한 것을 잃다니······.


어쩔 수 없다. 나중에 찾아보도록 하고 우선 이동에 전념하도록 하여라.”


“죄송하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천령대 대장은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읍하고 서둘러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선발대로 산을 내려가던 천령대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바로 키가 엄청나게 큰 거대한 괴인들과의 조우(遭遇)였다.


당초 오백 명으로 출발한 선발대는 산을 내려오면서 두 곳의 중간 휴식 지점을 정하고 각각 백 명의 인원을 남겨 준비를 시켰다.


두 군데 모두 주변에 울창한 침엽수가 하늘 높이 자라서 하늘이 제대로 안 보일 지경이었다.


세 번째 휴식처로 정하려던 이곳은 정상에서 천오백 장(4,500m)쯤 내려온 곳으로 이제 산 밑을 이백 장(600m)쯤 남겨 둔 지점이었다. (* 1장-약 3m)


근처에 높은 나무가 없고 고사리과 식물이 듬성듬성 자라며, 한 뼘 길이의 짙은 갈색과 녹색의 이끼류가 섞여서 푹신한 느낌을 주는 곳인데······.


키가 작은 나무들에 이름 모를 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고, 아름다운 벌과 나비가 수없이 날아다니는 곳이었다.


벌써 중천(中天)에 떠오른 햇빛을 받아서 약간 비스듬한 넓은 둔덕은 마치 천상(天上)의 정원과도 같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에 돌 같으면서도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큼직한 물체들이 흩어져 있으니, 천령대 몇 명이 확인을 하기 위해서 조심히 다가갔다.


그런데?


“으악! 이게 뭐야?”


확인하러 간 대원이 갑자기 기겁(氣怯)을 하면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마치 무엇에 크게 놀란 것처럼 말이다.


그 소리에 돌 같던 물체의 둥근 부분이 눈을 번쩍 뜨더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아닌가?


마치 이매망량(魑魅魍魎) 산도깨비 같은 모습에 모두가 깜짝 놀라는 사이에, 괴물 같은 거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데 자기도 엄청 놀란 모양이다.


“우아~악!”


거인이 갑자기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 순간, 맙소사! 여기저기에 누워서 쉬고 있었는지 돌덩이처럼 보이던 물체들이 커다란 거인(巨人)이 되어서 벌떡벌떡 일어섰는데······.


대부분 사십 척(12m) 전후의 커다란 키와 우람한 몸체에 하반신은 세 치 전후의 번지르르한 흑갈색 털로 뒤덮여 있었다. (* 1척,1자 - 30cm)


그래도 가랑이 사이는 짐승의 가죽으로 보이는 것으로 옷처럼 엉성하게 가리고 있으니 부끄러움은 아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나름대로 생각하는 이성을 가졌다는 것이었고.


상반신은 털이 하나도 없는 흰 피부에 밖으로 튀어나온 커다란 두 눈은 당혹감이 잔뜩 어려 있어서 그들도 무척 놀란 듯 보였다.


실은 이들은 추운 남극 지방 가까이에 사는 거인들 중에서 돌목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인데, 앞으로 튀어나온 눈이 어릴 땐 하나였다가 열여덟에서 스무 살에 이르러 성인이 되면 둘로 나뉘는 종족이었다.


여기 있는 거인들은 이제 갓 성인이 된 돌목들인데 거인들은 어른 한 명이 일 년 정도 대륙을 함께 돌아다니며 성인 수련을 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 수련 중에 여기까지 와서 잠깐 누워 쉬는데, 갑자기 대륙에서 생전 처음 보는 종족이 나타나 대치를 하게 되었으니 그들로서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그리고 사는 곳이 추운 지방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상반신에 털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머리에도 털모자를 썼다. 그런데 온도가 높은 아열대 지역으로 오다 보니 더워서 모자와 상의를 모두 벗어 버린 모양이다.


예기치 않게 갑자기 벌어진 사태로 삼백 명의 천령대와 십여 명의 거인들이 각각 하나로 뭉쳐서 서로를 마주 보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 와중에 거인들이 땅바닥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주워 들었는데, 길이가 거의 삼 장이 넘고 손잡이 쪽은 조금 얇으나 아랫 부분이 굵은 나무 몽둥이였다.


굵은 통나무를 통째로 꺾어서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매우 위압적이어서 수가 많은 천령대도 감히 어쩌지 못한 채 긴장하여 마주 보는데······.


이렇게 서로 어찌할지 모르고 상대의 눈치만 보는 대치가 잠시 이어졌다.


이때, 거인들의 지도를 맡은 돌목족의 율리타가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서더니 몽둥이를 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모두 전투를 준비하라!”


그러자 덩치는 크지만 아직 소년티가 남아 있는 돌목들이 일제히 큰 몽둥이를 치켜들고 율리타의 둘레로 모여들면서 사방을 둘러쌌다.


커다란 몽둥이를 움켜쥔 산 같은 거인들이 십여 명이나 한곳으로 뭉치자 그 위세가 실로 대단하였다.


이에 천령대도 백여 명은 한쪽에 말들을 모아서 경계의 진을 치고, 이백여 명이 십여 명씩 조를 이루어서 진법을 구축한 뒤 거인족을 둘러쌌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가 갑자기 흉흉해지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때 천령대를 지휘하던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빛나는 은빛 갑주에 칠 척에 가까운 대검(大劍)을 들고 있는 무거운 중무장임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인들 앞으로 나섰다.


그는 천령대 대장 중의 한 명이지만 한울의 차기 수신호위장을 맡기로 내정(內定)된 안율이었다.


천인족이 살던 별이 파괴되어 공간균열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한울을 지키려다가 백 명이 넘던 수신호위와 그 대장이 모두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안율은 또한 현재 한울을 맡고 있는 안상의 아들이었다.


천인족 중에서도 태을검법을 십 성까지 익혀서 적수를 찾기 어려운 무예의 고수였고, 아버지의 품위에 손상이 갈까 봐 항상 몸 가짐을 엄정히 하여 조심스레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천인족은 수명이 길어서 보통은 이백 살까지 살았다. 그러니 한울이 중년처럼 보여도 이미 백 살이 넘었고 안율도 젊어 보이지만 오십 살을 넘긴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이주 시 공간균열 속에 있을 때, 한울과 천사장은 새로운 별에 가더라도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말고, 특히 이미 정착해서 살고 있는 종족이 있으면 최대한 싸움을 삼가라고 일렀다.


어쩔 수 없이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목숨을 거두어 원한으로 인한 전쟁으로 치닫게 하지 말라던 당부를 떠올린 안율은, 어떻게든 서로 피 흘리며 싸우지 않고 좋게 끝내려고 하였다.


이는 이주해 오는 천인족이 만오천여 명에 이른다고 해도, 토착하여 살고 있는 종족이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면 그 전쟁은 이란격석(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는 무모함에 앞서 자칫 멸족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였고.


당부를 상기한 안율이 뽑았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아 포권(抱拳)을 하면서 허리를 가볍게 숙이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우리는 다른 별에서 이주해 온 천인족이라고 합니다. 그대들도 서로 언어로 말하는 것을 보니 문명을 가진 종족인 듯한데, 우리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울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러자 정중하게 말하는 안율을 율리타가 위에서 사납게 노려보았다.


“뭐라고 하는 거냐? 우리가 무섭지?”


언어가 달라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완전히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율리타는 상대의 태도로 보아 싸움을 꺼린다는 느낌에서 자기네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숫자는 많지만 자기네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는 키 작은 난쟁이들이라 우습게 보였고.


“모두 쳐라! 이참에 우리 거인족의 무서움을 단단히 보여 주자!”


그러자 거인들이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며 돌진(突進)했고, 갑자기 서로 간에 피가 튀기는 싸움이 시작되었다.


키가 사십삼 척(12.9m)에 이르는 우람한 거인 율리타가 앞장서서 몽둥이를 휘두르자 윙윙 소리가 나며 바람이 일어나 주변의 나뭇잎이 휘날리는데······.


그 기세(氣勢)가 마치 한 방에 바위라도 깨부술 듯하니 천령대는 힘으로 맞붙지 못하고 거리를 확보하면서 그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그러나 거인들의 긴 몽둥이와 거친 돌격에 피할 틈이 별로 없었다.


“으아악!”


비명 소리와 함께 어느새 세 명이나 몽둥이에 얻어맞아서 삼 장을 휙 하고 날아가더니 쿵! 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몽둥이가 길고 빨라서 이형환위(移形換位)의 보법(步法)으로 피하는 것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결국 모두 황급히 도검을 뽑아 들고 싸우는데 거인들의 몽둥이가 너무 길어서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무술이 초일류에 접어든 천령대원들도 별 방법이 없으니···, 결국 안율이 대검을 뽑아 들고 검첨을 지면과 비스듬히 사선으로 기울이며 태을검법(太乙劍法)의 기수식을 취했다.


“대기중인 5조 6조는 부상자를 돌보며 또 다른 적들이 오지 않는지 주변을 경계하라. 1조에서 4조까지는 각 오십 명 단위로 무량미리진을 펼쳐서 대항한다. 가능한 죽이지 말고 제압하라.”


안율의 명령이 떨어지자 천령대원들이 갑자기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진을 구축하고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원래 전투에서 아군의 사기를 올리고 적에게는 혼란과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 어디서나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위압감을 주기에는 서로의 덩치 차이가 너무 컸다. 그래도 진법을 전개하자 그 기세가 대단하여 대번에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오십 명 단위로 둥글게 원을 그려서 네 겹으로 거인들을 감싸고, 각각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도검이 서로 튀어나왔다가 들어가니 눈부신 빛이 번쩍거렸다.


그리고 그때 네 명이 구궁(九宮) 중에서 이궁, 태궁, 진궁, 감궁의 위치에 주술문이 오색빛으로 흐르는 금빛 나는 기석(基石)을 땅에 박아 넣었다.


거인들이 몽둥이로 한쪽을 치려고 하면 나머지 삼 면에서 도검이 날카롭게 들이닥치니, 키가 작다고 무시하지 못하고 둥글게 모여서 자신들의 앞만 경계를 할 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주술이 가미된 진법인 듯 둥글게 둘러싼 천령대의 주위로 뿌연 안개 같은 운무가 일어나서 감싸 주니 움직이는 모습조차 점점 희미해졌다.


그러자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지 거인 율리타가 앞으로 나서서 몽둥이를 한 손으로 잡고 거세게 좌우로 휘저으며 천령대에 부딪쳐 왔다.


이에 천령대원 다섯 명이 도검을 뻗어 몽둥이를 이화접목(移花接木)으로 흘리고, 좌우 측면의 두 명은 어기충소(御氣衝溯)로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번개처럼 도검의 날로 허리를 공격했다.


순간 빛이 번쩍거리며 도검이 허리를 사선으로 베어 내니 양 허리가 길게 갈라지면서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율리타가 놀란 와중에도 침착하게 몸을 다시 뒤로 물리면서 허리의 상처를 눌러 지혈(止血)을 하는데도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 피를 바라보던 젊은 거인들은 얕보던 난장이들이 자기네 대장에게 상처를 입히자 울컥하고 화가 치밀었다.


“으아아! 모두 죽여 버려!”


여럿이 소리를 지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세 명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튀어나오고 그 옆을 다른 거인들이 지키면서 측면 공격을 차단했다.


돌아가는 상황이 아무래도 오늘 이 싸움은 한쪽이 패해서 물러나기 전에는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은 조짐이다.


진법을 지휘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안율은 비록 거인들의 힘이 무시무시하지만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결심을 하자마자 바로 달려 나가면서 태을검법의 첫 번째 초식인 태을일검(太乙一劍)을 펼쳤다.


“하압!”


태을보를 밟으며 땅을 가볍게 박차고 날아오르더니, 자신의 발등을 찍고 한 번 더 도약을 하면서 천령대의 네 겹 진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그러자 그 높이가 이 장에 이르렀다.


그 순간 공중에서 그대로 부챗살처럼 은빛 검영을 뿌리며 거인들의 몽둥이를 향해 일검을 사선으로 베어 냈다.


쉬익!


베어 낸 움직임은 분명 한 번인데 검영이 세 거인들의 몽둥이를 향해서 각각 날아들더니 중간 부분과 부딪쳤다.


파바박!


그러자 충돌음과 함께 직경이 한 자가 넘는 몽둥이 세 개가 단칼에 잘려서 ‘쿵!’ 하고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한 세 거인이 어쩔 수 없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자, 이번에는 뒤쪽에 몰려 있던 거인 여덟 명이 모두 안율이 없는 쪽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르르 뛰쳐나왔다.


“야! 이 조그만 녀석들아! 오늘 우리와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자.”


거인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몽둥이를 흉맹하게 윙윙 휘두르니 마침내 천령대와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천인족의 진법이 비록 기이하기는 하지만 거인들과는 덩치와 무기의 크기가 너무 차이가 나서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거대한 괴인과 소인의 싸움이니······.


일각(15분)도 지나기 전에 여기저기를 다쳐서 바닥으로 쓰러지는 사람과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가 난무하니 꼭 치열한 전쟁터 같았다.


순식간에 천령대원 수십 명이 몽둥이에 얻어맞아 널브러지고, 거인들도 몇 명이 안율의 검에 맞아서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이대로 계속 싸우다가는 양쪽 다 상하는 양패구상하기 쉬운 상황!


그런데 이때 갑자기 멀리서 위엄이 실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멈추어라!”


잘 보이지도 않는 먼 곳에서 무언가 하얀 점이 비호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을 향해서······.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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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8 철없는사과
    작성일
    21.08.07 00:05
    No. 1

    오늘은 집중이 조금은 흩트러져 일일이 검색해서 공부하고
    다시 매진하네요. 아무리 거대하 키와 몸집이 무기라고는 하나
    어설픈 정열도 그렇고 각기 으라샤하는 분위기를 봐선
    아무래도 천인의 승리가 눈에 보여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중 등장인물..
    진심 궁금해집니다. ㅎㅎ 오늘도 야심한 밤에 살포시 다녀갑니다^^/

    찬성: 9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2.10.21 14:12
    No. 2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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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화. 무인을 꿈꾸다 +1 21.06.29 1,501 5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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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새 친구 점박이 +1 21.06.29 1,482 50 18쪽
20 20화. 새로운 안식처(安息處) +1 21.06.29 1,486 49 19쪽
19 19화. 우르표범과의 조우 21.06.29 1,465 47 19쪽
18 18화. 홀로 숲에 버려진 아이 +1 21.06.29 1,469 49 18쪽
17 17화. 풍토병(風土病) +2 21.06.29 1,464 48 18쪽
16 16화. 화해협상(和解協商) +1 21.06.29 1,464 49 19쪽
15 15화. 핏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2 21.06.29 1,475 50 18쪽
14 14화. 협상 결렬과 힘겨루기 +2 21.06.29 1,465 50 18쪽
13 13화. 울트의 읍참마속(泣斬馬謖) +2 21.06.29 1,501 50 17쪽
12 12화. 반인족 선발대와의 전투 +2 21.06.29 1,558 50 17쪽
11 11화. 대륙지도 작성 +2 21.06.29 1,606 49 21쪽
10 10화. 비월족과 검치범 +2 21.06.29 1,615 48 19쪽
9 9화. 들개 떼의 습격 +2 21.06.28 1,690 49 18쪽
8 8화. 반인족과의 격돌(激突) +2 21.06.28 1,757 48 19쪽
7 7화. 사건의 발단(發端) +2 21.06.28 1,863 50 19쪽
6 6화. 첫 주거지 +2 21.06.28 2,013 52 18쪽
5 5화. 선인과 거인(巨人) +3 21.06.28 2,165 50 18쪽
» 4화. 거인족과의 조우(遭遇) +2 21.06.28 2,388 53 18쪽
3 3화. 천인족의 대이동(大移動) +3 21.06.28 2,640 55 18쪽
2 2화. 서장(2) 탈출(脫出) +3 21.06.28 2,835 56 19쪽
1 1화. 서장(1) 탄생(誕生) +5 21.06.28 4,656 5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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