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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님의 서재입니다.

건물상속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도원경]
작품등록일 :
2021.03.06 17:38
최근연재일 :
2021.04.09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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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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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029

작성
21.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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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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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사기꾼 잡는 기술 (1)

DUMMY

나는 청해 건물로 들어가는 내 작은아버지 천재용을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친조카를 등쳐먹으려고 해?’

[상속인.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지금 저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상속인의 작은아버지가 우연히 저 건물로 들어간 걸 수도 있습니다. 제가 건물 내부에 있는 CCTV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심호흡하고 쉬세요.]

디오티마의 말대로 나는 지금 분노에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서버실을 나간 나는 차가운 얼음물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돌아와 보니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 있었다.

[상속인. 안타깝습니다. 상속인의 작은아버지는 관악산파와 한패가 맞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나는 디오티마가 띄어놓은 CCTV 영상을 보며 몸서리쳤다.

화면 속의 천재용이 방금 나를 찾아왔던 문석민 과장이란 작자와 함께 뭔가를 논의 중이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사진에는 킹덤 타워로 들어가는 내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와. 어떻게 사람이 저러냐? 디오티마.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세상엔 피를 나눈 가족이 남보다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상속자는 너무 억울해하지 마세요.]

평소의 디오티마와 다르게 그녀는 웬일인지 진심으로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디오티마에게 지금까지의 내 울분을 털어놓았고, 그녀는 끝까지 내 말을 다 들어주고 위로의 말도 건넸다.

처음 당했을 때는 주위에 하소연할 곳도 없고 혼자 분을 삭여야 했는데 이렇게 디오티마가 내 곁에서 나를 위로해주니 맘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 편이 생긴 것 같다고나 할까?

그때 디오티마가 내게 말했다.

[이제 좀 진정이 된 것 같군요.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죠?]

‘당연하지. 내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라 당한 거야. 이번엔 절대 그냥 못 넘어가.’

[제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말해 봐.’

[첫 번째는 경찰에 신고하는 겁니다. 관악산파는 경찰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니 잡히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두 번째도 있어? 그건 뭔데?’

[두 번째는 제가 상속인을 도와 함께 잡는 거죠.]

‘오.’

머리로는 첫 번째인 경찰에 신고해야 한 다였으나, 속마음은 두 번째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 할 수 있어. 이번에는 내가 잡는다.

예전의 내가 아니야.

디오티마가 함께 해준다면 내가 직접 잡을 수 있다고.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디오티마에게 말했다.

‘좋아. 내가 직접 잡으러 간다. 디오티마. 너를 꺼내주는 일은 잠시 미뤄도 될까?’

[저는 괜찮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면 됩니다.]

‘고마워. 디오티마. 부탁할게.’

[좋습니다. 상속인. 제가 도울게요.]


***


일주일 뒤, 디오티마와 함께 모든 준비를 마친 내가 관악산파의 문석민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내 전화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는데 내가 일부러 받지 않고 버티다 이제야 전화를 건 것이다.

통화음이 몇 번 가지도 않고 문석민 과장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내가 누구인지 뻔히 알면서도 누구냐고 물어보는 저 치밀함.

나는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그의 행동을 비웃으며 내 앞에 적어놓은 대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청해 인베스트먼트 문석민 과장님이시죠?”

[예. 맞습니다. 누구시죠?]

“저는 천재민이라고 합니다.”

[누구요?]

“지난번에 한국대로 저를 찾아오셨었죠?”

[아. 그 천재민 씨요? 기억납니다. 그런데 웬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지난번에 주셨던 투자서를 다 봤습니다.”

[그렇군요.]

문석민 과장은 예상외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진짜로 투자하고자 해서 전화를 걸었다면 문석민의 반응에 당황해서 그들이 하자는 대로 다 했을 거 같았다.

“랜드마크 타워에 대해서 조사 해봤는데 번동 일대에 실제로 주상복합 건축에 대한 소문이 돌긴 하더군요. 몇몇 건물주들이 실제로 건물을 팔라는 제의도 받았고요.”

[연락이 없으시다 했더니 사전 조사를 치밀하게 진행하셨군요.]

“맞습니다. 기사 한 줄 뜨지 않은 일이라서 신중해지더군요.”

[벌써 기사가 뜨면 어중이떠중이들이 너무 모여서 될 일도 안 되는 법입니다.]

“하긴 그렇긴 하겠네요. 벌써 랜드마크가 세워질 곳의 부동산이 들썩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제 시작이죠. 조만간 기사도 뜰 겁니다.]

“아무튼 제가 확인해 보니 확실한 사업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투자하면 좋을 거 같아서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조금만 더 빨리 연락을 주시지 그랬습니까?]

“왜요? 지금은 안됩니까?”

[어제부로 투자자를 모두 모았습니다.]

“벌써요? 초고층 건물을 짓는 건데 이렇게나 빨리요?”

[강남땅의 10%는 가지고 있다는 거물급 투자자가 들어왔습니다.]

“그럼, 저는 투자를 못 하는 건가요?”

나는 지금 실시간으로 디오티마에 의해 내 눈앞에서 수정되고 있는 대사를 그대로 읊고 있다.

내가 연기자가 아닌 관계로 어정쩡한 목소리에 말투도 어색했는데 이게 또 투자를 못 할까 봐 당황한 기색으로 상대방에게 비쳤다.

문석민 과장은 관악산파 동료들을 바라보며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얼마를 투자하려고 하셨습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없습니다.”

[투자하신다고 전화하셨으면서 돈이 없다니요.]

“제가 지금 가진 돈이 모두 네온에 물려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처분해서 투자금을 만들까 합니다.”

[네온 주식을 처분한다고요?]

“다 처분하는 건 아니고 일부만요. 지금 큐브가 네온에 투자한다고 해서 회사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거든요. 네온이 상장사도 아니고 직원들과 일부 투자자들만 주식을 들고 있어서요. 네온에 투자를 원하는 사람에게 판다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말이 끝나고도 문석민 과장에게서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빨리 미끼를 물어라.

나는 두 손을 꼭 쥐고 문석민 과장이 미끼를 물기를 기도했다.

짧은 침묵이 끝나고 이윽고 문석민 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청해 인베스트먼트에서도 네온에 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청해에서요?”

[예. 그렇습니다.]

“청해는 부동산 쪽에만 투자하지 않나요? 홈페이지를 보니까 그렇던데요. 네온은 IT 기업입니다.”

[벌써 우리 회사 홈페이지까지 다 찾아보셨군요. 청해가 건설 쪽으로 시작한 것 맞지만 IT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으로 투자처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청해가 천재민 씨가 가지고 있는 네온 주식을 사면 어떨까요? 저희가 주식 처분 대금을 천재민 씨에게 드리면 그걸 가지고 다시 랜드마크 타워에 투자하고 말입니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주식은 얼마나 처분하실 생각입니까?]

“그냥 조금만 처분하려고요. 한 50억 정도?”

[50억인데도 가지고 계신 주식의 일부군요.]

“아시다시피 큐브 때문에 회사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어서요. 지금 제국 전자에서도 네온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실 여기서 회사를 팔아도 지금 네온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떼부자가 됩니다.”

[허허. 어린 나이에 대단하십니다.]

“과장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일 바로 만나지요.]

“좋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네온에서 직접 주식을 양도하죠. 이제 대주주가 되실 건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거 좋네요. 아주 좋습니다.]

문석민의 껄껄대는 웃음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그럼, 제가 시간이랑 장소를 문자로 넣어놓겠습니다.”

[그러시죠.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로 함께 성장해 봅시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


문석민 과장이 전화를 끊자 주위에서 스피커 폰으로 함께 듣고 있던 관악산파 일당이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전화를 내려놓은 문석민이 웃으며 말했다.

“기가 막히네. 알아서 네온 주식 퍼준다고 하는데 받아줘야지 어쩌겠어.”

옆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송미령이 맞장구쳤다.

“스물한 살이라더니 완전 애야. 우리가 말 꺼내지도 않았는데 더 큰 걸 가져와서 제발 가져가 달라고 사정하잖아. 도박 말고 부동산 사기에 처음 뛰어든 건데 거물이 걸려버렸어.”

“송 대리. 내일 나랑 같이 가자. 배우가 한 명이 더 필요할 거 같아.”

몸에 꽉 끼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앉아 있던 송미령이 한쪽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뭐야? 나 대리인 거야?”

“내일 알아서 잘 차려입고 와. 화장도 신경 쓰고.”

“내가 배우 한두 번 해보나. 걱정하지 말아.”

문석민이 구석 자리에서 컴퓨터에 얼굴을 박고 있는 박치수를 불렀다.

“야. 치수야. 너 이리 와봐.”

“예. 형님.”

쫄래쫄래 문석민 앞으로 다가온 이는 박치수.

관악산파의 유일한 기술자이며 동시에 해커였다.

“네온 정보 알아낸 거 다 출력해서 가져와. 내일 네온에 가야 하니까 당장 처리해.”

“예. 형님.”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송미령이 청해 인베스트먼트의 사장이자 관악산파의 보스인 관범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빠. 그 천재용인가 하는 사람한테는 얼마나 떼줄 거야?”

송미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석민이 한소리를 했다.

“그 자식이 한 게 뭐가 있다고 돈을 줘?”

“정보를 줬잖아. 우리도 일이 성사되면 10% 떼준다고 했고.”

“정보는 무슨. 천재용이 알려준 건 네온 투자자가 천재민이라는 거 하나야. 나머지는 다 기술자가 알아낸 거라고.”

“하긴 그러네. 그럼, 천재용이 또 찾아오면 어떻게 해?”

그때 잠자코 있던 관범이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왜? 오빠? 천재용 어디 갔어?”

“기술자한테 물어봐.”

관범은 말을 마치고 일어섰다.

“깔치. 너는 내일 가서 잘하고 와라.”

“형님. 저 깔치가 아니라 문석민입니다.”

“웃기는 녀석.”

관범이 사라지고 박치수가 그동안 모은 네온의 자료를 출력해서 들고 왔다.

“여기 있습니다. 형님.”

자료를 확인하던 문석민이 박치수에게 말했다.

“나랑 미령이가 네온에 들어가 있는 동안 근처에서 이중 지원해.”

“저도 오랜만에 코에 바람이나 넣고 와야겠습니다.”

그때 문석민의 핸드폰으로 천재민이 보낸 문자가 들어왔다.

[내일 오후 3시 30분. 역삼동 범우 빌딩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


다음날, 범우 빌딩에 문석민과 송미령이 도착했다.

송미령은 깔끔한 정장과 안경까지 쓰고 어제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오빠. 여기 건물 죽인다. 이거 다 네온 꺼야?”

“시끄러워. 밖에서는 오빠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쳇. 아직 호구는 나타나지도 않았는데 되게 그러네.”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와 김승기 이사가 함께 나왔다.

김승기 이사는 아무것도 모르고 진짜로 투자자가 찾아온 줄 알고 나를 따라 나왔다.

사실 지금 네온은 그 어떠한 투자자의 문의도 받고 있지 않다.

네온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차고 넘치지만, 지금은 돈을 보고 달릴 때가 아니라는 남영철 사장이 모두 거절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는 말에 남영철 사장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김승기 이사의 얼굴이 송미령의 안경을 통해 밖에서 대기 중인 박치수의 노트북으로 전송됐다.

박치수는 김승기 이사의 얼굴을 확인하고 바로 배우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네온 김승기 이사 확인.]

귀에 감추고 있는 초소형 이어폰으로 박치수의 연락을 들은 문석민과 송미령이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자. 들어가시죠. 제가 학교 끝나고 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됐습니다.”

“예. 갑시다.”

문석민과 송미령은 자신들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웃으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도원경입니다.

어제 공지에도 썼듯이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건물상속자는 앞으로 비정기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비록 비정기 연재이지만 목표는 이야기 끝까지 달리는 것입니다.

부족한 글인데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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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재의 유산 +3 21.03.20 5,173 9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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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갑질당하는 청춘 21.03.19 5,532 96 13쪽
1 프롤로그: 건물상속자 +2 21.03.19 5,889 8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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