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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님의 서재입니다.

건물상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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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작품등록일 :
2021.03.06 17:38
최근연재일 :
2021.04.09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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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029

작성
21.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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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1초 승부

DUMMY

나는 재빠르게 이진호의 손을 막아섰다.

이진호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이래? 시간 없다고.”

나는 이진호의 의자를 아예 내 앞으로 돌려놓고 말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

“뭔데?”

“뚫어야 하는 방화벽이 이제 6개 남았지?”

“어. 남은 시간이 30분이라서 한두 개나 더 뚫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숨에 6개 다 뚫어보자.”

이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너 정신이 나갔냐? 이걸 어떻게 한 번에 다 뚫겠다는 거야?”

“잘 들어봐.”

그때였다. 다시 천둥 번개가 내리치며 강의실이 번쩍였다.

나는 손가락을 들어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전.”

“뭐라고?”

“번개가 칠 때 이곳의 전원을 차단할 거야. 그때 방화벽도 내려갈 테니까. 그때를 뚫고 들어가.”

“뭔 소리야? 정전이 어떻게 된다는 건데. 그리고 정전이 되면 나도 접근 못 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냐.”

“전원이 돌아오고 방화벽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그 타이밍을 노리자는 말이야.”

의자를 돌리려던 이진호가 멈춰 섰다.

나는 이진호의 곁에 딱 붙어서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방화벽 뚫는 프로그램 짜서 돌리고 있지? 그걸 고쳐서 단숨에 방화벽 뚫고 다음 방화벽으로 진입하는 걸로 바꿔줘.”

“가능할까? 부팅시간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될 텐데. 간신히 첫 번째 방화벽 뚫는다고 해도 여섯 개까지 다 뚫는다는 보장이 없어.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전원을 내리는 건 가능해? 여기 국방부야. 국방부 시스템을 해킹해서 전원 내리는 게 더 어렵겠다.”

이진호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약간의 가능성을 본 것인지 두 눈이 반짝거렸다.

“30분 남았으니까 남은 25분 동안 프로그램 만들어보자. 할 수 있겠어?”

“시간 내에 못 만들면?”

“어차피 30분 내내 매달려도 방화벽 다 못 뚫어. 이럴 바엔 내 계획을 따르는 게 맞지 않겠어? 그냥 몰빵하자.”

고민도 잠시 이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하며 낭비할 시간도 아까웠다.

나는 빠르게 이진호의 옆자리에 앉아 국방부 전원을 내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국가사이버안전센터 박창기 사무관이 TEAM KOREA가 제출한 문제를 다시 채점했다.

“다 만점이 맞습니다. 심지어 알고리즘 문제는 답을 맞힌 것도 모자라 알고리즘을 새로 보완한 추가 답까지 내놨습니다. 이 정도면 점수를 더 줘야 할 정도인데요.”

“그 정도란 말이야?”

“여기를 한번 보세요.”

박창기 사무관이 윤학 팀장에게 채점표를 건네려고 하자 윤학이 손사래를 쳤다.

“내가 무슨 박 사무관처럼 천재인 줄 알아? 코딩 안 한 지 벌써 20년도 넘었어. 박 사무관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뭐가 또 있어?”

“TEAM KOREA에 제국 그룹 후계자가 끼어 있답니다.”

“제국 그룹 후계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21살이라고 했잖아. 제국 그룹 후계자 중에 21살이 어디에 있어? 다 30대 아니었나?”

“그 소문의 주인공이요.”

“아.”

윤학 팀장도 한참 떠돌던 찌라시를 들었던지 두 눈이 커졌다.

“진짜 걔야? 제국 그룹의 숨겨진 아들?”

“그런 거 같아요. 이번에 수능 보고 한국대 컴퓨터공학과 들어갔다고 소문 돌았었잖아요.”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

“동문회 모임 안 나가세요? 안가도 단톡방에서 한번 보셨을 텐데요. 제국 이만복 회장님도 한국대 컴공 선배신데, 그 손자가 후배로 들어왔다고 말이에요.”

“뭐야? 나 모르는 단톡방도 있었어?”

“같은 학번끼리 판 단톡방이요. 아마 팀장님 학번도 단톡방이 있을 거예요. 초대 좀 해달라고 하세요. 아웃사이더처럼 외롭게 살지 마시고요.”

박창기 사무관의 팩폭에 윤학 팀장이 뒷목을 잡았다.

“그나저나 마지막 문제는 어떻게 돼가는지 모르겠네요.”

“마지막 문제는 관심 꺼. 누가 성공할 수 있겠어? 새로 구축한 서버 보안 테스트할 겸 모의 해킹하는 거니까 해커들이 어떻게 해킹을 시도하려는지 정보나 모아보자고.”

그때 시험 종료까지 5분이 남았다는 알람음이 울렸다.

“이제 끝나겠네요.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윤학 팀장과 박창기 사무관은 채점표를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방문을 나서려는데 대지가 울리며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국방부 사무실의 전등이 잠깐 꺼졌다가 커지며 깜박거렸다.

“참, 요란하기도 하네.”

“올해는 유독 이런 날씨가 많을 거라네요.”

“늦었어. 어서 가세.”

“예. 팀장님.”

그들은 서둘러 참가자들이 모여있는 강의실로 발길을 돌렸다.


***


방금의 천둥 번개가 치기 5분 전.

국방부 시스템을 해킹할 준비를 끝낸 내가 이진호를 돌아봤다.

이진호는 아직도 땀을 뻘뻘 흘리며 노트북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직 안 끝났어?”

“거의 끝나긴 했는데 이게 잘 동작할지 모르겠네.”

“이리 줘봐. 내가 확인해 볼게.”

나는 이진호가 내민 노트북을 들고 프로그램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진호가 작성한 프로그램은 단일 프로세스가 아니라 여러 개의 해킹 프로세스가 연달아 수행되는 구조였다.

“방화벽 내려가자마자 프로세스를 일제히 깨워서 동시에 뚫고 들어가려는 거지?”

내 질문에 이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 순차적으로 하나 뚫고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거 같아서 작전을 변경했어. 그냥 좀비처럼 밀고 들어갈 거야. 저 중에 하나라도 성공하겠지.”

“그래. 좋은 생각이야. 대신 한가지는 바로 수정해 줘.”

“뭘 수정할까?”

“프로세스가 계속 살아 있으면 진짜 좀비가 되는 거니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죽게 만들어줘.”

“얼마나 살아있게 할 건데?”

“5초.”

“겨우 5초? 그렇게 빨리 죽인다고?”

“어차피 우리 계획은 시간 싸움이야. 부팅하는 순간을 노리는 거기 때문에 초 단위로 끝나는 승부라고.”

“아. 그렇긴 하네.”

“시간 없으니까 빨리 프로그램 수정해 줘.”

“알았어. 기다려 봐.”

이진호는 다시 얼굴을 노트북에 파묻고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그때 강의실 안에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종료 시각이 5분 남았다는 알람이었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아. 망했네.”

“야. 너희 팀은 몇 개나 뚫었냐?”

“간신히 하나 뚫었다. 이번 문제 왜 이렇게 어렵냐.”

“드론 해킹한다고 해서 드론만 들입다 팠는데 실수했어.”

“이건 1년 내내 파도 못 풀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팀은 시험을 포기했는지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내가 이진호를 돌아보며 말했다.

“준비됐어?”

“어. 난 준비 완료.”

“그럼, 이제 기다리자. 하늘이 주는 신호를.”

나와 이진호는 집중하며 창밖을 쳐다봤다.

시커먼 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때 구름을 뚫고 새하얀 뇌전이 번쩍였다.

지금이다.

나는 뇌전을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해킹 프로그램을 돌리기 시작했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 강의실을 뒤흔드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찰나의 순간, 전원이 다운되고 전등이 꺼졌다.

번개 때문에 강의실이 번쩍였기에 전원이 꺼진 것인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바로 전원을 복구한 내가 이진호를 돌아보며 외쳤다.

“지금이야.”

“알았어.”

이진호가 부팅하고 있는 서버에 방금 만든 해킹 프로그램을 투척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참가자들은 갑자기 터미널이 먹통이 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버가 재부팅 하며 미리 연결되어 있던 터미널이 끊어진 것이다.

그 사이 이진호가 뿌린 프로그램은 좀비 프로세스를 양산하며 올라오기 전인 방화벽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진호가 보낸 프로세스는 죽기 전에 시그널을 보내고 죽었다.

이진호의 노트북 모니터에 해킹 프로세스가 남긴 다잉 메세지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각자 어디서 죽었는지 정보를 남기고 죽었기에 어디까지 뚫렸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진호의 모니터에 눈으로 쫓기도 힘든 수천 개의 메시지가 주르륵 올라가다가 드디어 마지막 다잉 메시지가 뜨고 더는 아무런 메시지도 올라오지 않았다.

5초.

인간의 시간으로는 아주 짧지만, 컴퓨터의 시간으로는 억겁의 시간이다.

5초 동안 이 모든 것이 끝난 것이다.

나는 이진호와 함께 프로세스들이 죽으며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제일 마지막에 온 메시지를 확인한 내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대박. 성공했어.”

“어. 진짜네. 이거 마지막 서버에 도착해서 보낸 거 맞지?”

“맞아. 7번 방화벽 통과하고 뿌린 거 맞다고. 미쳤네.”

“와. 이거 대박이다. 6번이랑 7번이랑 0.1초밖에 차이가 안 나. 이게 말이 되나?”

“컴퓨터가 거짓말하는 거 봤냐? 인간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아도 컴퓨터는 절대 거짓말 같은 건 안 한다고.”

내가 불변의 진리를 말하자 이진호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찌 됐든 만세다. 우리가 일등이야.”

“짜식. 좋아하는 거 보소. 대체 할아버지께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렇게 좋아하냐?”

“그런 게 있어. 인마.”

“궁금하다. 나한테만 살짝 알려줘.”

“차차 다 알게 될 거다.”

“으이구. 치사한 자식. 암튼 이거 다 나 때문이니까 나중에 한턱 내.”

“알았어. 그만 생색내.”

나와 이진호가 신나서 떠들고 있는데 강의실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의 윤학 팀장과 박창기 사무관이었다.

박창기 사무관이 단상에 오르더니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22회 사이버 해킹 방어대회가 종료되었습니다. 참가자분들은 오른쪽에 설치된 현황판을 봐주십시오.”

참가자들이 일제히 현황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황판에는 지금까지 받은 점수들이 팀명과 함께 기재되어 있었다.

1등은 다섯 개의 문제에서 만점을 받은 TEAM KOREA.

2등은 한 문제에서 8점을 맞고 나머지는 모두 만점을 받은 데프콘이다.

“마지막 문제는 푼 사람이 없으므로 저 점수로 최종 우승팀이 결정될 겁니다.”

박창기 사무관의 말을 들은 나와 이진호가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아직 모르나? 우리가 마지막 문제 풀었는데.”

“아무도 못 풀 거라고 가정하고 확인도 안 해본 거 아냐?”

“그런가 본데. 안 되겠다. 내가 말할게.”

나는 상금에 관해 이야기하는 박창기 사무관의 말을 끊고 손을 번쩍 들었다.

박창기 사무관은 나를 보고 잠시 의아해하더니 내가 TEAM KOREA 멤버라는 것을 확인하고 물었다.

“뭡니까? 무슨 할 이야기라도 있습니까?”

나는 벌떡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TEAM KOREA의 천재민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대체 왜 그러시죠?”

“저희 팀이 마지막 문제를 풀었습니다.”

“예? 뭐요?”

박창기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나를 쳐다봤다.

박창기뿐만 아니라 주위의 참가자들도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네 왜 저러냐? 어차피 1등인데 왜 저런 억지를 부리지?”

“그러게. 관종인가?”

사람들이 수군대는 말을 무시한 나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모의 해킹한 서버 확인해 보세요. 저희 팀이 해킹 성공한 거 맞으니까요.”

박창기 사무관은 내 말을 듣고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에서 쎄한 기분이 들었다.

박창기 사무관이 손짓하자 직원이 달려왔다.

“가서 서버 확인해봐요. 진짜로 해킹했는지.”

“예. 사무관님.”

직원이 사라지고 박창기 사무관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로 모의 해킹에 성공했다고 생각합니까?”

“예. 성공하고 우리 흔적도 남겨 뒀습니다.”

박창기 사무관은 너무나도 당당하게 말하는 나를 보며 긴가민가했다.

이윽고 서버실에 보냈던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박창기는 단상에서 고개를 돌리고 전화를 받았다.

[사무관님. 서버에 들어가 봤는데 터미널에 이상한 게 뜹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상한 게 뜬다니?”

[제가 터미널 접속 화면 찍어서 보내 드릴게요.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윽고 직원이 보낸 사진이 도착했다.

메시지를 클릭하고 첨부된 사진을 보던 박창기 사무관의 눈이 커졌다.

서버에 접속한 터미널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출력되어 있었다.


[Hello World by TEAM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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