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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님의 서재입니다.

건물상속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도원경]
작품등록일 :
2021.03.06 17:38
최근연재일 :
2021.04.09 09: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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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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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029

작성
21.03.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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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산을 상속받으셨습니다

DUMMY

전용기?

추락?

영화에서나 보던 단어에 놀란 나는 빠르게 기사를 클릭했다.

방송국에서 낸 기사인지 뉴스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는 영상을 클릭하자마자 황급히 멈춤 버튼을 눌렀다.

나 데이터 없는데. 어쩌지.

발을 동동 구르던 나는 황급히 공원을 빠져나가 대로변으로 갔다.

지하철역 근처로 가자 그제야 무료 인터넷이 잡혔다.

나는 상단 아이콘이 바뀌자마자 재빨리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뉴스 앵커의 속보 멘트가 이어졌다.

[방금 들어온 속보를 전해 드립니다. 킹덤 타워 준공식을 위해 한국에 방문했던 클라이밍 사단이 탄 전용기가 오늘 오후 7시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추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클라이밍 사단에는 한국계 미국인인 필 그레이브가 속해 있어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국에 있는 김현성 특파원을 통해 듣겠습니다.

김현성 특파원···.]

화면 속에서 앵커가 사라지고 대낮의 밝은 햇빛을 받는 특파원의 얼굴이 떴다.

특파원의 뒤로는 수많은 방송 차량과 기자들이 즐비했다.

그때 와이파이가 끊기며 영상이 멈췄다.

상단 아이콘에 데이터 표시가 뜨자 나는 황급히 브라우저 앱을 닫았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필 그레이브에게 받은 명함이 만져졌다.

그 순간 3년 전 웃으면서 내 방을 나가시던 어머니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이 방문을 나가면 다시는 못 돌아오신다는 것도 모르고 나를 향해 이따 보자고 하시며 외출하셨다.

그리고 오늘.

내게 다시 보자며 말하고 떠난 이상한 남자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났다.

갑자기 기분이 이상했다.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이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그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비틀거리며 원룸으로 돌아갔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


“야! 너 뭐 하는 거야? 내가 너 또 한 번 늦으면 월급에서 깐다고 했어? 안 했어?”

나는 멍한 표정으로 내 핸드폰을 확인했다.

정시였다.

“딱 맞게 왔는데요. 지금 6시 맞잖아요.”

“저기 보라고. 편의점 시계는 6시 5분이잖아.”

나는 편의점 벽에 매달린 벽시계를 바라봤다.

내가 정시로 맞춰놔도 이 양반이 계속 5분 앞으로 당겨놓는다.

“저건 사장님이 빠르게 돌려 놓으신 거고요. 진짜 시간은 6시 맞잖아요.”

“이게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답이야?”

나는 요 며칠간 정신없이 보냈다.

나를 찾아왔던 필 그레이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내 속에 묻어놨던 트라우마를 헤집어 놨다.

살기 위해 일을 한다지만 제발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월급날이다.

오늘 월급을 받으면 모아놓은 돈도 있으니 이 거지 같은 편의점은 당장에 때려치울 거다.

지금 당장은 내가 살고 봐야겠다.

나는 눈앞에서 지랄발광하는 사장을 보며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사장님. 제가 잘못 했습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다 잘못했어요. 이제 말대답 안 할게요.”

사장은 풀이 죽은 나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물건 왔으니까 깨끗이 정리해.”

“예. 사장님.”

나는 계산대 위에 올려진 장갑을 손에 끼고 사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낀 사장은 그제야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저러는게 한두 번이 아니다.

사장이 내 눈앞에 봉투를 내밀었다.

이체해 주면 좋을 텐데 매번 이렇게 돈 봉투로 준다.

나는 봉투를 받고 그 자리에서 돈을 확인했다.

깜박했다며 1, 2만 원을 빼고 넣은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조건 사장 앞에서 돈을 세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무슨 억지를 부리며 돈을 안 줄지 모른다.

돈을 다 센 내 얼굴이 일그러졌다.

또 돈이 모자란다. 심지어 이번에는 5만 원이나 빈다.

나는 사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5만 원 비는데요?”

사장은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뻔뻔하게 말했다.

“내가 돈이 자꾸 빈다고 했어? 안 했어?”

“그게 왜 제 탓인데요? 제가 있을 때는 돈 다 맞잖아요.”

“이게 어디서 큰 소리야? 내가 말했잖아. 너 뒤 타임이 인수인계받을 시간도 제대로 안 주고 가니까 자꾸 돈이 비는 거라고.”

내 인내심에도 한계란 게 있다.

내 뒤 타임이 누구냐? 사장 아들이다.

이건 누가 봐도 사장 아들이 삥땅 치는 건데 그 아들놈이 대체 사장한테 뭐라고 했길래 나한테 화살이 돌아오냔 말이다.

나는 봉투에서 알바비를 꺼내 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서 포스기를 오픈했다.

그 안에서 5만 원을 꺼내 주머니에 넣은 나는 당당히 편의점 문으로 걸어 나갔다.

“야. 이 새끼야. 너 뭐 하는 거야?”

“집에 갑니다. 인수인계 잘할 놈으로 다시 뽑으시던가요.”

“야! 너 이리로 와봐.”

“내가 미쳤습니까?”

내가 생각해도 미친 거 같다.

난 원래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이 아닌데 요 며칠 잠을 못 잤더니 사람이 바뀐 거 같다.

“너 내가 경찰에 신고할 거야.”

“신고하세요. 이참에 CCTV 뒤져보고 누가 돈 훔쳐 갔는지 확인해 봅시다. 아마 아저씨 찐따같은 그 아들놈이 범인일걸요.”

“이. 이게.”

주인도 속으론 찔렸는지 반박을 못 했다.

내 사정을 다 알고 있는 주인은 내가 이렇게 막 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내가 편의점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사장이 달려와 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알바비를 꺼냈다.

“뭐 하는 겁니까?”

“경찰 부르라며? 경찰 불러서 확인하고 돈 가져가.”

나는 얼굴이 시뻘게진 사장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정말 너무 하시네요.”

내가 사장의 손에 들린 돈다발을 찾으려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편의점 문이 열렸다.

바로 문 앞에 서 있던 나는 들어오는 사람들에 치여 뒤로 물러났다.

“아.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두 사람이 나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이 편의점에서 오랜만에 보는 진상이 아닌 멀쩡한 손님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사장은 어느새 카운터로 가서 검은 양복의 사내들을 맞이했다.

그런데 그들은 물건을 사러 온 것이 아닌지 카운터로 곧장 다가가더니 물었다.

“천재민 씨가 여기서 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내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천재민? 그거 난데?

사장도 놀랐는지 검은 양복 사내들과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검은 양복 사내는 사장의 눈빛을 보고 당황하더니 이내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사장은 이내 뭔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이래서 너 같은 놈들은 믿는 게 아니야. 야. 이 새끼야. 너 어디서 일 만들었지? 인생 망가진 김에 빨간 줄이라도 그으려고?”

사장이 아무래도 미친 거 같다.

원래도 양아치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본성을 드러낼 줄 몰랐다.

그때 검은 양복 사내들이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말했다.

“필 그레이브 씨를 아시나요?”

필 그레이브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내 눈이 커졌다.

검은 양복 사내 중, 나이가 있는 중년인이 놀란 나를 보며 미소 짓더니 들고 있던 가방 안에서 서류를 펼쳤다.

“저는 필 그레이브의 유산을 집행할 대리인입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유산이요?”

“필 그레이브씨에게 혹시 뭔가 받으신 게 있으신가요?”

내 눈이 커졌다.

“혹시 그 빛나는 명함만인가요?”

“그레이브 씨가 또 명함이라고 장난치셨나 보네요. 명함은 아니고 키입니다.”

“키라고요?”

“지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 잠시만요.”

나는 매고 있던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너저분한 것들이 잔뜩 들어 있다.

나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낡은 카드 지갑을 꺼냈다.

나는 그 지갑 안에 고이 모셔둔 빛나는 카드를 꺼내 중년 남자에게 건넸다.

중년 남자는 서류 봉투 안에 들어있는 작은 다이어리를 꺼내더니 표지에 그 카드를 넣었다.

그러자 다이어리가 탁하고 풀렸다.

“맞네요. 한국 상속자가 맞으십니다.”

“한국 상속자요?”

“전 세계를 돌아다니시는 그레이브 씨가 나라마다 유산 상속자를 정하셨거든요. 상속자는 이 키로 확인이 가능하고요. 다른 나라는 몇 명씩 있는데 한국에서는 천재민 씨가 유일한 상속자이십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내가 상속자라고?

그 유명한 필 그레이브의 상속자?

나는 모든 것이 얼떨떨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돈 5만 원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는데 유산이라니.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던 내게 갑자기 하늘에서 동아줄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편의점 사장이 검은 정장 사내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유산이라니요? 이놈이 유산을 받았대요?”

중년 사내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정중하게 물었다.

“혹시 가족이십니까?”

“가족은 무슨요.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지금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가실까요?”

“지금요?”

“필 그레이브 씨의 유언이 유산 상속은 본인이 사망한 뒤, 일주일 이내에 이뤄지고 나머지 재산은 사회에 환원한다 입니다. 저희도 시간이 빠듯합니다.”

“이렇게 갑자기요?”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재정관리자도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재정관리자요? 그렇게 유산이 많나요?”

내 질문에 중년 사내가 잠깐 멈칫했다.

“이게 많다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물이라서 천재민 씨 예상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실물...?”

순간 내 눈앞에 금고에 가득 찬 금괴가 떠올랐다.

내가 아는 실물은 그런 그거밖에 없다.

나는 너무 기뻐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 지금 가시죠. 밖에 차를 대기해 놨습니다.”

나는 놀란 토끼 눈을 한 사장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던지고 검은 정장 사내를 따라 바깥으로 나갔다.

“나중에 알바비 받으러 다시 올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사장은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나를 바라봤다.

편의점 바깥으로 나가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멋진 외제차가 서 있었다.

“타시죠.”

함께 온 젊은 남자가 차 문을 열어줬다.

항상 손님들에게 편의점 문을 열어주던 나다.

이런 대접을 처음 받아본 나는 모든 것이 얼떨떨했다.

차에 타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사는 원룸보다 넓고 편한 거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편의점 바깥으로 나와서 나와 내가 탄 차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사장이 보였다.

사장은 놀라움과 황당함이 반반 섞인 표정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사장을 잘 안다.

지금은 놀라기만 했겠지만 아마 내가 떠나고 나면 부러워서 미칠 거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지만, 사장은 사촌이 동전 500원을 주워도 배 아파하는 사람이다.

외제차에 시동이 걸리고 우아한 엔진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양복의 남자는 운전도 기가 막히게 했다.

거대한 외제차가 그 좁은 골목길을 우아하게 빠져나갔다.


***


내가 탄 차가 한강을 지나고 있다.

나는 돌려받은 필 그레이브의 키를 손에 꼭 쥐고 내 옆에 앉은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저, 아저씨.”

“예. 말씀하십시오.”

“아저씨라고 불러도 되죠?”

“저는 최윤건 변호사입니다. 최 변호사라고 불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 변호사님. 혹시 제가 뭘 상속받았는지 미리 알려주실 수 있나요?”

“궁금하십니까?”

“예. 아까처럼 바보같이 굴까 봐서요.”

최윤건 변호사는 내가 귀엽다는 듯 웃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기 저 건물이 보이시죠?”

나는 최 변호사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강을 배경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멋진 빌딩 숲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군계일학은 얼마 전에 세워진 킹덤 타워였다.

제국 그룹이 세운 132층 마천루.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초고층 건물이다.

순간 인터넷에서 봤던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필 그레이브가 건설에 참여한 킹덤 타워.]

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최윤건을 돌아봤다.

“설마. 킹덤 타워요?”

“예. 킹덤 타워 일부분을 유산으로 받으시게 될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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