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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님의 서재입니다.

건물상속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도원경]
작품등록일 :
2021.03.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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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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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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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갑질

DUMMY

킹덤 타워로 돌아온 나는 곧바로 남영철에 대해 검색했다.


[남영철 35세.

서연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MIT 기계공학과 박사학위 수료.

한국으로 돌아와 드론업체인 네온(Neon) 창업.]


기사를 확인하던 내 눈이 커졌다.

기사 속에서 제국이란 두 글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라? 작년에 제국 전자랑 기술 협약했었네.

그런데 왜 아직도 회사가 그렇게 작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디오티마가 물었다.

[상속인. 왜 그런 얼굴을 합니까? 드론업체에 간 일이 뭔가 잘못되었나요?]

‘아니. 잘 됐어.’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왜 네온을 검색하고 있죠?]

‘야. 나 좀 그만 스토킹 해. 너 때문에 무서워서 인터넷 검색도 못 하겠어.’

[딴말하지 말고 말해봐요. 대체 뭐죠?]

디오티마가 보채자 나는 결국 오늘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해줬다.

모든 걸 들은 디오티마가 쿨하게 말했다.

[방금 제국 전자로 검색해보니 무슨 일인지 알만하네요.]

‘뭘 알만하다는 거야?’

[제국 전자가 중소기업 기술 빼가는 게 예전부터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중소기업 업체 사장이 유서를 쓰고 죽은 적이 있어서 기사가 많이 남아있군요. 기사 댓글도 여론이 나쁘고요.]

‘미쳤네. 제국 전자가 뭐가 아쉬워서 중소기업 기술을 빼가?’

[원천 기술을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다면 빼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죠. 아니면 갑을 관계가 바뀌는 거잖습니까? 제국 전자는 언제나 본인들이 갑이길 원하는 회사인 것 같습니다.]

디오티마의 말을 들은 내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니 아무래도 이번에도 제국 전자가 제국 전자 하려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남영철 사장님은 필 형님의 대학교 후배다.

심지어 동아리 시그마의 직속 후배가 아닌가?

나는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다음날 수업이 끝난 나는 이진호와 함께 네온에 갔다.

이진호는 가족들에게 독립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집안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라서 최대한 늦게 들어갈 거라며 나를 따라왔다.

“너희 형제들이 아무 말도 안 해?”

“안 하긴. 나 어제 커피잔에 맞을 뻔했잖아.”

“그게 정말이냐? 다친 곳은 없고?”

내가 황급히 이진호의 몸을 살피자 이진호가 수상한 동작을 펼치며 말했다.

“내가 또 어렸을 때 운동을 좀 했잖니. 날아오는 커피잔을 요렇게 요렇게 피했지.”

나는 쿵후 영화에 나오는 동작을 따라 하는 이진호를 보며 웃었다.

“미친 새끼.”

“미친 새끼랑 같이 다니는 너는 안 미친 거 같지?”

“그런데 너 돈은 있어? 독립하려면 집 구해야 하잖아. 요즘 서울 집값 미쳤다. 월세도 장난 아니야.”

“다행히 사장님이 주신 돈이 있어.”

“얼만데? 전세 정도는 구할 수 있겠어?”

“당연히 구하지. 한 20억 정도 있을걸.”

“뭐? 20억?”

역시 서자라도 재벌이라는 건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20억을 말하는 이진호를 보며 혀를 찼다.

“어떻게 스물한 살이 20억이 있을 수 있는 거냐? 넌 그게 안 이상해?”

“이상할 것도 없어. 제국 전자 주식 받은 건데 나 그거 받고 떨어지라고 주신 거야.”

“정말?”

“응. 난 제국 일가 유산상속에서 제외될 거야. 이미 계약서도 작성하고 공증까지 했어.”

“어휴. 미쳤네. 소름이 다 돋는다.”

수다를 떠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는 네온이 있는 공유 오피스 앞에 도착했다.

“게스트는 바로 못 들어가. 여기 카드 키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거든.”

“와. 요즘은 오피스도 공유해서 쓰는구나. 신기하네.”

그때 내 연락을 받고 내려온 김승기 이사가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오늘도 오셨네요.”

“죄송합니다. 물건 하나 주문해 놓고 너무 자주 들리죠?”

“아닙니다. 재민 씨는 기술적인 것도 많이 알고 있어서 대화할 때 즐거워요. 그런데 이분은?”

김승기 이사는 그제야 내 옆에 선 이진호를 발견하고 눈이 커졌다.

“얘는 제 친구예요.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요.”

“그럼, 한국 대학교 학생이겠네요.”

이진호가 앞으로 나서더니 싹싹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재민이 친구 이진호라고 합니다. 갑자기 말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재민 학생 친구면 저희도 좋습니다. 들어와요.”

김승기는 웃는 얼굴로 나와 이진호를 엘리베이터로 이끌었다.

“늦게 연락을 받아서 회의실을 예약 못 했어요. 공용 공간으로 가서 이야기하죠.”

“공용 공간도 있나요?”

“예. 회의실처럼 닫힌 곳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란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회의를 진행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나와 이진호는 생전 처음 와보는 공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층 전체가 카페처럼 꾸며져 있던 것이다.

사람들이 의자를 가져와 자리를 만들어 서로 토론하거나, 홀로 창가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하는 한마디로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그때 연락을 받고 남영철 사장, 윤혜련 주임, 박민호 주임이 함께 내려왔다.

공용 공간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며 드론 이야기를 했다.

해킹 대회 때문에 드론에 관해 공부를 많이 한 이진호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대화에 참여했다.

“설계안보다 조금 더 작게 만들어 주실 수는 없나요?”

“아. 그건 좀.”

“왜요? 힘든가요?”

“초소형으로도 만들어 봤는데 그렇게 되면 비행에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날씨가 안 좋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경로대로 날아가지 않아요.”

“그런 문제가 있겠군요.”

나는 최대한 드론을 작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디오티마의 의견을 전한 건데 아무래도 지금 기술로는 어렵나 보다.

그때 김승기 이사가 남영철 사장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그거 레고 기술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레고 기술이라니?

내가 남영철 사장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남영철이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우리 이사님이 회사 기밀을 자꾸 말하고 다니네요.”

“기밀이요?”

“아닙니다. 기사도 난 거라서 기밀은 아닙니다. 농담이었어요.”

남영철 사장이 웃으며 레고 기술에 관해 설명했다.

“내가 방금 초소형 드론을 만들었는데 실패했었다고 했죠?”

“예. 방금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레고 기술은 작은 드론을 여러 개를 만들어서 쏘는 기술이에요. 각기 다르게 움직이다가 기상 이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초소형 드론이 서로 합체하죠.”

“아. 그래서 레고인가요?”

“네이밍이 좀 단순하죠?”

“아뇨. 직관적인데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요? 여러 개를 동시에 움직이는 거면 수동은 아니라는 건데. 자동으로도 말이 안 되잖아요. 사전에 드론 경로를 프로그래밍해 놓을 텐데 위기의 순간에 그 경로를 이탈해서 서로 합체한다는 게 말입니다.”

“그래서 기술인 거죠.”

“아.”

나는 그제야 이해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정해진 경로를 잠시 해제하고 근처에 있는 드론과 통신해서 합체하는 거군요.”

“역시 바로 알아채시는군요.”

“대충 이해만 한 거죠. 그런데 대체 그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말이야 쉽지. 드론이 그걸 인지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내가 놀라서 묻자 남영철 사장은 뿌듯한지 광대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건 회사 기밀이라서 말씀드릴 수 없죠. 하하하.”

“하긴 그렇겠네요. 하하하.”


**


그 시각, 제국 전자 배송 로봇 회의실에 이진상이 난입했다.

이렇게 회의 도중에 난입하는 걸 즐기는 이진상은 자신을 보고 놀란 직원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실장님. 갑자기 여기엔 왜 오셨습니까?”

연구소 팀장이 놀란 얼굴로 이진상을 보며 말했다.

“왜 내가 못 올 데라도 왔나?”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시죠.”

연구소 팀장이 자신이 앉아 있던 상석을 이진상에게 내주고 자신은 옆자리로 갔다.

상석에 앉은 이진상이 모니터에 펼쳐진 배송 로봇 회의록을 보며 말했다.

“네온 건은 어떻게 됐어? 기술 양도하겠대?”

“저. 그게···.”

연구소 팀장은 바로 답을 못하고 어물거렸다.

“그냥 여기서 말해. 괜히 아버지께 보고하다가 혼나지 말고. 다음 달이 아버지께 중간보고하는 날이지?”

“예. 다음 달 15일입니다.”

“어이구. 20일이나 남았나? 그때까지 네온 기술 먹어야 체면치레는 하는 거 아닌가?”

“네온 측에서 절대 기술 양도는 불가하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주제에 까불고 있네. 제국 전자가 좋은 값에 기술 사준다고 할 때 받아들여야지.”

“그렇지 않아도 그걸로 설득하고 있습니다.”

“설득은 통하고?”

“잘 안 먹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무슨 방법?”

“아예 네온을 인수합병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네온 직원이 사장까지 네 명밖에 안 돼서 충분히 가능할 거 같더군요. 지금 재무 쪽에서 인수 비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참. 어렵게 일을 하네.”

“예?”

“네온 자금 사정 별로라며? 그냥 자금줄을 당장 끊어버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연구소 팀장이 이진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진상이 김 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온이랑 거래하는 은행 수배해서 당장 대출 거둬들이라고 말해. 혹시 자금으로 압박할 거 있으면 가지고 있는 수단 총동원해서 압박 넣고.”

“예. 알겠습니다. 실장님.”

이진상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문으로 걸어갔다.

나가려던 이진상이 멍한 얼굴의 연구소 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주쯤에 연락해봐. 아마 당장 기술 팔겠다고 할 테니까 말이야.”


***


한참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드는데 남영철 사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좀 받고 오겠습니다.”

남영철 사장이 전화를 받으러 화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저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나도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서서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문 앞에 선 내게 남영철 사장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출금을 당장 갚으라니요?

....

담보가 잘못 잡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은행에서 제출하라는 서류 다 넣어서 심사 통과한 건데 갑자기 이러는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는지 안에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다시 남영철 사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 사장님. 제가 은행이랑 급하게 전화할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 제가 다시 걸겠습니다.

...

예? 뭐요? 지금 당장 물건값을 내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돈을 송금하라니요?

...]

화장실 문 뒤에서 남영철의 대화를 듣던 나는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급하게 그곳을 빠져나와 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웃고 떠드는 김승기 이사에게 물었다.

“이사님. 혹시 제국 전자랑 함께 일하세요?”

제국이란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이진호가 깜짝 놀랐다.

“작년에 같이 배송 로봇 연구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안 하려고요.”

“왜요?”

“자꾸 기술을 넘기라고 해서요. 기술 팔면 돈방석에 앉는 거 아니냐면서 꼬드기는데 저희가 생각하기엔 그건 기회가 아니라 기술을 빼앗기는 거거든요.”

“아. 그렇군요.”

나는 그제야 어제 본 인터넷 기사와 댓글을 떠올렸다.

제국은 원하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기 위해 자금 압박부터 한다고 했었다.

궁지에 몰린 중소기업은 어쩔 수 없이 기술을 양도하는 것이다.

나쁜 놈들.

있는 놈들이 더하잖아.

그때 흙빛이 된 얼굴로 남영철 사장이 돌아왔다.

어깨가 축 늘어진 그의 모습에 나는 뭐라 할 수 없이 분노에 휩싸였다.

그때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간 남영철 사장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사장님. 제가 주문한 드론도 레고 기술을 적용해서 만들어 주세요.”

“예?”

남영철을 비롯한 네온 식구들이 모두 놀란 얼굴이 됐다.

남영철은 넋이 나간 상태에서도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레고 기술을 적용하려면 최소 2개가 있어야 하는데요?”

“2개는 너무 부족할 거 같아요. 다섯 개로 부탁드려요.”

“다섯 개라고요?”

놀란 남영철이 큰 소리를 냈다.

공용 공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힐끔 쳐다봤다.

“우리도 다섯 개는 만들어서 붙여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이번에 해보는 거죠.”

“하지만 그러려면 자금이 만만치 않게 필요할 텐데요. 지금, 그 돈을 구할···.”

남영철은 떨리는 입으로 말을 끝내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저랑 얘가 이 회사에 투자할 겁니다. 그러니까 돈 걱정은 마세요.”

멍하니 있던 이진호가 놀라 소리쳤다.

“내가?”

“응.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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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천재의 유산 +3 21.03.20 5,173 9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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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건물상속자 +2 21.03.19 5,888 8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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