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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님의 서재입니다.

건물상속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도원경]
작품등록일 :
2021.03.06 17:38
최근연재일 :
2021.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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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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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2)

DUMMY

지하철에서 이진호를 발견한 나는 깜짝 놀랐다.

이진호?

제국 그룹 걔?

나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진호의 존재를 몰랐다.

오늘 오리엔테이션에 가서야 이진호가 누군지 알게 됐다.

휴식 시간이 되고 화장실로 갔는데 내가 안에 있는지도 모르고 신입생들이 나와 이진호에 대해 떠들었다.

나에 대해서는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였다.

그냥 이번 수능 만점자가 컴퓨터공학과 신입생이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진호는 달랐다.

“제국 그룹 후계자가 신입생이라고?”

“후계자는 무슨. 막내라던데?”

“막내도 후계자지. 뭐 하나 물려줄 거 아냐?”

“아냐. 걔는 안 물려 줄 거야.”

“왜?”

“서자라던데? 지금 인터넷 검색해도 제국 그룹 하면 삼 남매밖에 검색이 안 돼. 수능 친 고등학생은 아예 기록이 없어.”

“정말? 그럼, 너는 어떻게 아는데?”

“인터넷 좀 하고 살아라. 넷상에 찌라시가 가득하다. 걔 이름 나온 뒤로 주식도 한번 요동쳤다고.”

“헐. 대박이네.”

“공부 기막히게 잘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긴가민가했더니 진짜긴 했나 봐. 한국대 온 걸 보니.”

“와. 부럽다. 뭐가 되든 제국에서 나 몰라라 하진 않을 거잖아.”

“그렇긴 하지? 가자. 십분 다됐어.”

“응.”

한참을 떠들던 신입생들이 빠져나가자 나도 그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이진호라.

그럼, 그때 나한테 뭐라고 했던 이진상 동생이라는 건데.

이진상에 대한 인상이 극악을 달리고 있어서 그런지 이진호에 대해서도 좋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뒤에 자리로 돌아와서야 내 옆에 앉았던 사람이 이진호란 사실을 알았다.

이진호는 키도 크고 잘생긴 얼굴로 한눈에도 눈에 들어오는 신입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하철에서까지 만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재벌인데 기사 딸린 차 타고 다니지 않네?

나는 이진호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꺼냈다.

몇 달 전부터 타워링 시스템의 소스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타워링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든 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는 핸드폰에 담아온 타워링 시스템의 소스를 보며 삼매경에 빠졌다.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와 이진호가 나란히 탔다.

나는 당황하는 이진호를 보며 입주자 카드를 찍었다.

내가 카드를 찍자마자 130층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진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카드를 댔다.

살펴보니 입주자 카드는 아니고 게스트 카드였다.

78층이라. 어디로 가는 거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딴생각에 빠졌다.

이진호도 뻘쭘한지 마찬가지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1층에서 한번 타면 중간에 절대 서는 일이 없는 엘리베이터가 13층에서 멈췄다.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이진상.

그리고 그 옆에 이진상과 무척이나 닮아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이진호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허리를 푹 숙이고 인사를 했다.

“진상 형님. 진양 형님. 안녕하세요.”

식구끼리 이렇게까지 깍듯하게 인사를 해야 하나?

심지어 저들은 이진호의 인사를 받지도 않았다.

이진호는 놀라서 구석으로 이동해 자리를 만들었다.

딱 봐도 상하관계가 훤히 보이는 가족이었다.

다른 신입생들은 이진호가 서자든 뭐든 제국 그룹 자식이라고 부러워했지만 내가 지켜보니 그것도 아닌 거 같다.

그때 엘리베이터로 들어오던 이진상이 나를 보며 멈칫했다.

나는 이진상을 보며 씩 웃으며 간단히 눈인사를 건넸다.

이진상은 내가 인사를 하자 얼굴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참. 사업한다는 양반이 그렇게 감정을 못 속여서야.

그때 내 머릿속에 디오티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속인. 늦었군요.]

‘안 늦었어. 이때쯤 끝날 거라고 했잖아. 이런 행사는 지체될 게 뻔하다고 말이야.’

[다음부터는 코리안 타임을 염두에 둬야겠네요.]

나와 디오티마는 지금까지 130층 시스템실에서만 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킹덤 타워 내부에선 어디에서나 통신할 수 있다.

지난주에 디오티마와 함께 코드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트레이닝이었다.

디오티마는 내가 타워링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하자 이것저것 고쳐보라고 문제를 냈다.

물론 나는 디오티마가 낸 문제를 척척 풀었다.

그때였다. 평소와 다른 놀란 듯한 디오티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속인. 지금 당장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서 손잡이를 꽉 잡으세요.]

‘어?’

AI 시스템인 디오티마가 이렇게 놀랄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당장 벽에 붙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내 옆에 붙어 있던 이진호를 보고 그의 손도 잡아끌어서 손잡이를 잡게 했다.

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이진상과 이진양 두 형제는 충격에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엎어졌다.

“어이쿠. 나 죽네.”

나는 황급히 디오티마를 호출했다.

‘디오티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킹덤 타워 사거리에서 대형 트럭과 버스 추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왜 엘리베이터가 멈춰?’

[트럭이 인도로 날아와 킹덤 타워를 들이박았습니다. 타워링 시스템이 이것을 지진으로 간주하고 모든 엘리베이터의 차단기를 내렸습니다.]

‘다친 사람은 없고?’

[지금 CCTV를 분석 중인데 트럭 운전기사가 다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입주 준비 중인 곳을 들이박아서 킹덤 타워 내의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아, 다행이네. 그럼, 내가 탄 엘리베이터도 좀 봐줘.’

[이상하네요. 지진 경고를 바로 껐는데도 복구가 안 되네요.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응. 고마워. 디오티마.’

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고 주위를 돌아봤다.

이진상과 이진양이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지금 일을 이따위로 하고 월급 받는 거야? 빨리 사람 보내.”

화를 내며 전화를 끊은 이진상이 구석에 조용히 서 있는 이진호를 바라보며 큰 소리를 냈다.

“야. 우리가 너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예? 저 때문에요?”

“오늘 아버님이 너 대학 갔다고 같이 식사하자고 하셔서 왔다가 이런 사달이 난 거잖아.”

“아. 예. 죄송합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까지만 해도 똘똘하니 엘리트 냄새를 팍팍 풍겼던 이진호는 진상 형제를 만나자마자 쭈구리가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내 안의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도 부모님이 한날한시에 돌아가시고 난 뒤로는 나도 모르게 쭈구리가 되었었다.

내가 한마디를 하려는데 디오티마가 말을 걸었다.

[상속인. 원인을 찾았습니다.]

‘뭔데?’

[엘리베이터 설계가 이상합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차단기가 작동되어 엘리베이터가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진 경고가 끝나고 자동으로 차단기가 올라가야 하는데 중간에 설계가 변경된 건지 수동으로 차단기를 올려야 하네요. 기술자가 와야 해결될 거 같습니다.]

‘아니 왜 멀쩡한 설계를 변경해?’

[경비 절감이라고 볼 수 있네요. 자동 시스템을 갖추는 것보다는 상시 대기 중인 사람을 쓰는 게 나으니까요.]

‘사람처럼 이야기하지 마. 그러니까 진짜 돈독 오른 것처럼 보인다고.’

[설계를 변경한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변경했을 겁니다.]

‘혹시 누가 변경했는지 알 수 있어?’

[건설 중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다만?’

[납품사가 제국 엘리베이터네요. 제국 건설에 제국 엘리베이터. 사실상 이 킹덤 건물은 모든 게 제국의 기술력을 총동원해서 만든 것입니다.]

‘제국 엘리베이터 사장은 누구야? 책임자 말이야.’

[지금 사장은 김필주라고 하는데 킹덤 타워 건설할 때만 하더라도 사장이 달랐습니다.]

‘그때 사장이 누군데?’

[상속인 앞에 있네요. 이진상 실장이 그때는 제국 엘리베이터 사장이었습니다.]

‘아. 그래?’

디오티마와 대화를 나누던 내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심기 불편하게 서 있던 이진상이 웃는 나를 보며 인상을 썼다.

이진상은 나는 패지 못하겠던지 애꿎은 이진호를 계속 갈궜다.

“너만 보면 되는 일이 없어. 뒤 돌아 서 있어.”

“죄송해요. 형님.”

“시끄러워. 말도 하지 마.”

그때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필 형님이 꿈틀거렸다.

나도 모르게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은 채 이진상에게 말했다.

“조용히 좀 합시다. 엘리베이터를 이렇게 만들어서 납품해 놓고 지금 한가롭게 남이나 갈구고 있습니까?”

“뭐?”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나오자 이진상은 놀랐는지 잠시 주춤했다.

“갑자기 여기서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왜 나와?”

“지금 엘리베이터 멈춘 거 당신이 설계 변경해서 그런 거잖아요. 자동이었던걸 왜 수동으로 바꿔놨어요?”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릴 해?”

“다 알죠. 내가 모르면 누가 알아요?”

“뭐?”

“내가 타워링 시스템의 주인이라는 걸 까먹었나 보죠.”

나는 매고 있던 백 팩 안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디오티마 내 메일로 엘리베이터 도면 바로 보내줘. 설계 변경 전이랑 후랑 둘 다.’

[아까 대화 끝나고 바로 보냈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역시 디오티마. 네가 최고다.’

나는 웃으며 노트북을 열고 메일함을 확인했다.

여기 있구나.

나는 노트북에 설계 변경 전후, 도면을 둘 다 띄워놓고 이진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봐요. 이게 원래 킹덤 타워 설계할 때 받은 도면이고 이건 나중에 제국 엘리베이터에서 변경한 도면입니다. 차이를 아시겠죠?”

“이게 그 도면이라고? 이걸 네가 왜 들고 있는데?”

“왜긴요? 타워링 시스템 주인이라니까요. 타워링 시스템이 킹덤 타워의 모든 설계도와 도면을 열람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진상은 그제야 자신이 설계 변경 서류에 사인한 것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시뻘게졌다.

제국 엘리베이터는 그때 설계를 변경하고 엄청난 이득을 봤다.

그해 제국 엘리베이터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올랐고, 그것을 계기로 제국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제국 전자에 입성한 것이다.

나는 당황하는 이진상을 바라보며 메일을 작성했다.

메일을 다 쓴 나는 엔터키를 치고 노트북을 닫았다.

“제국 건설에 이 도면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뭐라고?”

이진상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제국 건설의 사장이 누구인가?

바로 이진상의 아버지인 이영국이다.

“건설 측에서도 설계 변경 사실을 알아야 할 거 같아서요. 아. 이미 알고 있나요? 제국 식구들끼리 설계 변경을 눈감아 준 걸 수도 있겠네요.”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때였다.

멈춰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보안요원들이 우리를 불렀다.

“괜찮으십니까? 어서 나오십시오.”

보안요원은 제국 후계자인 이진상과 이진양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이진상은 화를 내며 그들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 밖으로 탈출했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바깥에 구급차가 도착했는데 가실까요?”

“됐어. 저리 꺼져.”

이윽고 나타난 김용한 비서가 이진상을 챙겼다.

“아버지 어디에 계셔?”

“78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진짜.”

순간 이진상이 화난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

보안요원들의 손에 이끌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나는 이진상의 눈빛을 받고 움찔했다.

거참. 무섭게도 쳐다보시네.

“늦었어. 빨리 가.”

이진상과 이진양은 바로 대기 중이던 옆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구출된 나는 사라진 이진상과 이진양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그때 제일 구석에 있던 이진호도 구출되어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진호의 표정이 좋아 보였다.

방금 엘리베이터에 갇혔다 구출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즐거운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이진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는 학교에서 보자.”

이진호는 내 말에 놀랐는지 버벅댔다.

“어. 그래.”

나는 이진호에게 미소를 지으며 130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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