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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불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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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iedbleu
작품등록일 :
2015.04.06 21:49
최근연재일 :
2015.05.23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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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0,880

작성
15.05.21 23: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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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 마법사 제이드

DUMMY

폭우가 내렸던 것은 단 30분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스푸젠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기껏 싹튼 마니오크 나무들이 무참히 꺾여 쓰러졌고, 목조 건물들이 파괴되었으며 돌로 지은 집들마저도 벽과 지붕에 손상을 입었다.

하천이 범람하여 밭과 주거지를 덮쳤다. 피신할 지붕이 없었던 동물들의 사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화살비에 꿰뚫린 듯한 참혹한 몰골들이었다.

부상자는 많았고 사망자들도 나왔다.

하지만 몇 달 전의 화재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이해 불가능한 신벌이 아니라 수십 년에 한 번쯤은 있는 재해였다.

아베스크의 시신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영주관 사람들은 그의 유품을 모아 놓고 장례를 치렀다. 오래 알지는 못했어도, 다정하게 대해 주었던 늙은 마법사를 떠올리며 라스카는 눈물을 흘렸다. 라스카의 영혼은 세척된 것 같은 상태여서 감수성도 민감해져 있었다. 그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세는 장례식에도 참석했고 라스카를 걱정해 주기도 했으나 대개는 미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끊임없이 마리엔 어로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을 주변과 격리시켰다. 라스카는 어느 때보다도 카세에게 거리감을 느꼈다.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배신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 만난 가장 소중한 친구라더니 결국 이 세계는 그에게 별 의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라스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사실 배신감만 드는 건 아니었다. 화도 나고 짜증도 났다. 라스카는 신발을 벗어 던지며 다른 생각을 하기로 했다. 사실 걱정거리는 많이 있었다.

장례식에서조차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괜찮으신 걸까?

괜찮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개월 간 단 하루도 그가 마음 편히 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동안 그는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잃었다. 같은 길을 걷던 마법사 동료들을, 아끼던 후배를 잃었고 그 스스로 구원의 일부라고까지 말했던 여동생과 결별했다. 스승의 죽음 앞에서 그는 결정적으로 흔들렸다.

괜찮을 리가 없어.

라스카는 용기를 냈다. 내가 간다고 설마 쫓아내시지는 않을 거야. 아니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날 쫓아낼 리가 없잖아. 난 왜 이렇게 매사 자신감이 없을까.

소녀는 다시 신발을 찾아 신고 나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즉각 반응이 돌아왔다.


“누굽니까?”

“선생님, 전데요.”

“라스카?”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허락이 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들어와라.”


방안은 밝았다. 그는 편안한 차림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라스카는 그가 읽던 책을 덮어 두는 것을 보았다.


“저, 책 읽고 계셨어요?”

“응. 나도 쉬어야지.”


아, 예.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역시 어른은 걱정해 주는 게 아냐.

이런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제이드는 빙그레 웃었다.


“거기 서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앉아.”


라스카가 시키는 대로 맞은편 탁자에 와서 앉자 그는 읽던 책을 들어 표지를 보여주었다.


“시를 읽어 본 적이 있니?”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학교는 다녔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뭘 많이 배우지는 못했다.


“미르센의 장서 중엔 시집도 꽤 있더군. 사실 나도 문학에는 취미가 없었는데, 읽다 보니 좋더라고.”


라스카는 시집을 넘겨받아 그가 읽던 페이지를 펼쳐 보았다.





......내가 소리쳐 부른들, 천사의 서열에서 어느 누가

그 소리를 들어 주랴? 설혹 어느 천사 하나 있어

나를 불현듯 안아 준다 하여도 나는 그의 보다 강력한

존재에 소멸하리라,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아직은 견뎌 내는 두려움의 시작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우리가 그처럼 찬탄하는 것도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일 따위는 멸시하는 까닭이다. 모든

천사는 두렵다.

그리하여 나는 암울한 흐느낌이 섞인 유혹의 소리를

억누르고 삼켜 버린다.

......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이 지상의 세계에 더는 살아 있지

않다는 것은,

간신히 익힌 관습을 따라 하는 일도 없이,

장미꽃, 그리고 그 밖의 특별히 희망을 언약하던 사물에게,

인간적 삶의 미래의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끝없이 불안한 손안에 들어 있는 존재가 더 이상 아니고,

스스로의 이름마저

부서진 장난감처럼 내버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세상의 소망을 더는 소원하는 일도 없이,

서로 얽혀 있던 모든 것들이 나뭇잎처럼

흩날리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천사들은 살아 있는 자들 사이에

있는지

혹은 죽은 자들 속에 있는지를 모른다고 한다.

영원한 흐름이 삶과 죽음의 두 영역에 걸쳐 온 세대를

휩쓸어서는

모두를 굉음 속에 삼켜 버린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두이노의 비가> 중 제1비가에서 발췌






라스카는 고개를 들고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왜 이런 시를 읽으시는 거예요?”

“왜냐니? 그냥 읽는 거지.”


태연히 대답하면서도 제이드는 찔끔했다. 그의 어린 제자는 생각보다 똑똑했고 예감마저 날카로웠다.


“......”


잘못 온 것이 아니다. 라스카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소녀는 팔짱을 끼었다. 마음의 준비를 거쳐, 평소와는 다른 단단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 어울려요.”

“안 어울린다고?”

“감수성 예민한 분 아니잖아요. 별생각 없이 읽으시는 거죠?”

“뭐라고?”


얘가 정말 존재의 동일성을 상실했나.

라스카는 평소처럼 목소리가 작아지지도 않고 소녀의 쨍한 음조로 계속 말했다.


“선생님 그거 아세요? 선생님 엄청 무심하세요.”

“내가?”

“남의 마음 관심 없으시잖아요.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신경도 안 쓰시죠? 본인 생각한 대로 다 하시죠? 사람 진짜 무식하게 부려먹어요.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로티스 님도 맨날 뒤에서 욕해요. 완전히 잘못 걸렸다고. 모르셨죠?”

“음. 정말 몰랐는데.”

“부려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엄청 몰아붙여요. 할 수 있지? 그럼 해. 여기까지 되겠지? 그럼 그것보다 조금 더. 이거 몰라? 왜 몰라?”

“부정할 수가 없군.”

“저 그 ‘왜 몰라?’ 표정 싫어요. 사람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 모를 수도 있지. 레나 언니가 예전에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완전 웬수같대요. 저도 그 말 맞는 것 같아요. 주변사람들이 다 이렇게 말하면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안 되는 거예요.”


쉼표 하나 없이 쏟아놓은 명연설이었다. 이 준열한 질타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으며, 제이드는 실로 오랜만에 유쾌해졌다. 라스카는 심적 부담감 때문에 숨을 몰아쉬며 말을 맺었다.


“앞으로도 그러실 거예요?”

“글쎄.”


라스카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럴 거야’ 라고 대답해야 되는 건데! 제이드는 두 손으로 뒤통수를 받치며 몸을 뒤로 기대었다. 그의 눈가에 분명한 웃음이 떠올랐다.


“다 너 때문이다.”

“예?”

“반년 전만 해도 내가 제자를 거둘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너는 내가 남의 마음 모른다고 말하지만 정말 확신을 담아 말하건대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했을 거다. 나는 남 거둬 먹이는 데 진절머리가 나서 도망친 사람이거든. 그런데 정말 누구 말대로 천성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지. 제자가 딸렸는데 어쩌겠니? 빨리 사람구실 하게 가르쳐서 나 없이도 먹고 살게 만들어야 내가 또 한량 노릇하지 않겠니? 그러니 공부 할 거야 안할 거야?”

“......”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에 나가 출세할 때쯤이면 나도 늙어서 만사 다 귀찮아지지 않겠니? 그럼 피 같은 젊은 날을 들여서 가르쳐 놓은 제자 뒷바라지도 받아봐야 하지 않겠니? 은혜 갚을 거야 안 갚을 거야?”

“......”

“이왕이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모셔줬으면 좋겠구나. 그때쯤이면 도시도 싫증나겠지. 강가가 좋겠어. 송어나 낚으며 유유자적 살아야겠다. 내가 이렇게 원대한 노후 계획을 세워놨는데 그 전에 세상이 온통 불타버리면 곤란하지 않겠니? 그러니 일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지금 고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니? 제자된 도리로, 도울 거야 안 도울 거야?”

“당연히 돕겠......”

“됐어, 부려먹지 말라며? 필요 없다. 네 할 일이나 잘 해라.”


라스카는 울화통이 치밀었다.


“뭐라는 거예요!”


소리를 빽 지르고 나니 다시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이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드는 피식 웃었다.


“애쓴다. 어른을 놀리려고 들어?”

“놀리려고 한 게 아니라......”

“나는 서른네 살이야. 너만한 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딸뻘의 제자한테 위로까지 받았다가는 끝장이거든.”

“......”


하나부터 열까지 의도를 간파당한 라스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곧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선생님.”

“왜?”

“.......안...... 안돼요.”

“뭐가?”


이번에는 평소의 라스카였다. 라스카는 도저히 그 다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제이드가 도와주었다.


“죽지 말라고?”


라스카는 거의 원망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진짜 무심하다. 어떻게 저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제이드는 자신이 딱히 무심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자기 하기에 따라서는, 어쩌면 레나나 알렌이 덜 상처받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동생을 찾는 것도 미루고 도와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면 시르첸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남의 감정에 좀더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라자루크와의 관계는 틀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베스크를 몰아붙이지 않았다면 그도 살아있을지 모른다.

이상한 건 후회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지. 인간이 어떻게 모든 것을 내다보며 살 수 있단 말인가.


“라스카, 이리 와라.”


라스카는 그를 한껏 노려보고 있었다. 본인은 원망이라 생각하겠지만 아까 말대로 거의 아버지뻘인 그의 눈에는 애원으로 보였다. 그는 속으로만 낄낄 웃었다. 대놓고 웃으면 또 소녀답게 상처받겠지.

제자란 게 참 귀엽단 말이야.


“왜...... 왜요?”

“안 때려.”


이번에는 정말로 원망의 기색을 보이며 라스카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제이드는 빙그레 웃으며 라스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녀의 얼굴에 여러 가지 감정들이 떠올랐다.


“어른들한테 귀엽단 말 좀 들어 봤어?”

“그게 무슨 소리세요?”

“내 제자라서 귀여운 것 같거든.”


칭찬인가 욕인가. 라스카가 무어라 항변하려는 순간 제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를 안아주었다.


“걱정하지 마라. 쉽게 죽지 않을 테니까.”

“......”

“너만큼 오래 살 거다.”


그는 열 살 차이가 나는 막내동생 알렌조차도 이렇게 달래 준 적이 없었다.


“쉿, 울지 말고.”

“아, 안 울어요.”

“그래, 알았다. 안 울겠지.”

“또 그걸 보신 거죠......?”

“뭘?”

“멸망을 본 것처럼...... 이번에는......”

“......”

“그거...... 못 믿을 거죠?”

“그래. 안 믿으면 그만이지.”

“다 틀린 거죠?”

“그래.”


그 말을 정말로 믿는지는 알 수 없으나 라스카는 일단 진정했다. 말라 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오늘은 참 많이 나왔다.


작가의말

훈훈하군요. *^^*

두이노의 비가 쩔지 않나요. 제가 괴발개발 잘라서 올린 버전 말고 풀버전으로 보시면 한층 쩝니다. (릴케 홍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방영
    작성일
    15.07.14 23:36
    No. 1

    아효 훈훈 라스카없으면 어쩔뻔...두이노의 비가가 어째 prochen과 lamnness의 영감의 기원같은 느낌입니당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pi******
    작성일
    15.07.15 10:06
    No. 2

    ㅋㅋ그렇진 않고 시집들과 시인들을 존내 뒤져서 그나마 어울리는 걸로 찾아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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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20. 마법사가 먼저인가 인간이 먼저인가 +2 15.05.18 504 9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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