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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불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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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piedbleu
작품등록일 :
2015.04.06 21:49
최근연재일 :
2015.05.23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40,774
추천수 :
1,024
글자수 :
490,880

작성
15.05.17 10:00
조회
474
추천
8
글자
6쪽

#18. 눈보라 왕국

DUMMY


“제이드, 괜찮나?”


아이언이 물었다. 마리엔 어였다. 제론드가 역시 마리엔 어로 되물었다.


“뭐가 말이지?”

“동료를 잃어서 말이야.”


제론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외교적인 미소가 걷혀 나갔다.


“괜찮아 보여?”


마리엔 어는 밀렌다 어와 존대말 체계가 달랐다. 친소관계에 따라, 먼 관계에서는 더 격식을 차렸지만 친구 사이에서는 훨씬 격의 없었다.


“별로 안 괜찮아 보이는데. 네 영혼이 회색으로 물들었군.”

“주술사 같은 소린데, 그건.”

“그렇게 보이는 걸 어쩌겠어.”

“아냐. 바로 봤어. 회색이지. 우울해. 사실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그는 재능 있는 청년이었고, 곧은 사람이었어. 동료라고 했나? 그보다는 가까웠지. 아끼는 후배였어. 10년이나 지켜봤다고.”

“슬프겠군.”

“그런 말은 할 필요도 없어. 나는 그렇다 치고 내 동생은 어떨지.”

“레미나스 양이?”

“그래. 그는 후배였을 뿐 아니라...... 이제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군. 나는 그가 언젠가 내 매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둘 다 다른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야.”

“......”


아이언은 잠시 말을 하지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레미나스 양에게 가 봐야 하는 것 아니야?”

“갔지. 쫓겨났어.”

“......”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제론드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버겁군. 모든 게.”


약한 소리를 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이 순간 그도 견디기 어려웠다. 아이언은 서툰 위로는 하지 않기로 했다. 벽난로가 타오르는 방에서 그들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메타, 거기에 있나?”


아이언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제론드도 따라 일어났다. 그는 그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문이 열리고 검은 머리의 소년이 들어왔다. 제스카르 왕자였다. 모피 외투를 벗고 그저 자수가 놓인 검은 로브 차림이었다.


“아니, 왕자님, 어인 일로 혼자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싶어서.”


늦가을 밤의 냉기 때문인지 소년 왕자의 얼굴은 낮보다 조금 더 창백해 보였다. 그는 두 마법사에게 당장 앉으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친선 사절단장과 우리나라의 국정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러나,”


아이언의 표정이 굳었다. 좋은 때가 아니라고 여기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왕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했다.


“이미 모든 보고를 받았소. 밀렌다와 스필레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하여. 마법사들이 사망하고 자연 재해가 일어난다는 것을. 또한 그 배후에 신으로 의심되는 존재가 있다는 것까지도.”

“그렇습니까?”


제론드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다.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 그는 진심으로 그저 쉬고 싶었다.

어째서 쉴 수가 없는 것인가.


“나는 그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소.”

“실제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제스카르라고 부르라.”


이 말에 아이언과 제론드가 모두 놀라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흰 얼굴엔 이렇다 할 표정이 없었다. 있다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단호함뿐이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법사의 힘이 필요하다. 여기 두 사람보다 더 큰 전력은 없을 것이다. 최대한의 조력을,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 신뢰의 증거로 서로 이름을 부르도록 하지.”

“아니, 그래도......”


제스카르는 무자비하게 말을 잘랐다.


“물론 공석에서는 허용치 않겠다. 아이언, 그대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본론을 말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나 싶었다. 두 마법사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스카르 왕자는 들고 온 보고서 몇 묶음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대단히 유창하게 우리나라 말을 하더군. 읽을 수도 있나?”

“가능합니다.”

“읽어 보라.”


제론드는 보고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아이언에게 국정의 요인으로서 자각이 좀더 있었다면 읽지 못하게 말렸을 것이다. 보고서 표지의 붉은 인장은 그것이 기밀 사항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제론드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눈가가 떨렸다. 그는 곧 내용에 몰입했다.


“심하군요.”


그는 순식간에 보고서를 전부 읽었다. 그 후 그 한 마디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하지.”


그는 당연히 보고서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모두 그의 검토를 거쳐 올라간 보고서였다. 문자와 친하지 못한 아이언에게는 중노동이었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세 개의 내륙 도시를 잃었고, 광산과 항구를 잃었다.”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그런 말은 할 필요도 없다.”


아까 자기가 했던 말이 소년 왕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들으며 제론드는 서글픈 심정이 되었다.

사는 일이 어쩌면 이렇게 참혹한가.

사는 것은 어려운데 죽기는 너무나 쉽다. 왕자의 간단한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축약되어 있는가. 그런 말은 할 필요도 없다니, 어린 왕자는 얼마나 긴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인가.

제스카르는 검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두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반드시, 사건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 더 이상의 희생을 감수할 수 없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하는 자가 신이든 악마든 혹은 어떤 마법사든, 나는 용서할 수 없다.”


아이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커다란 덩치가 벽난로의 불꽃을 가리며 제스카르의 몸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는 소년 쪽으로 허리를 조금 굽히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럴 참이다, 제스카르 왕자.”


제론드는 팔걸이를 움켜쥐었던 손을 놓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불꽃을 등진 그의 얼굴은 온통 어두웠다. 그 가운데 마리엔에서는 볼 수 없는 푸른 눈동자만이 희미하게 빛을 뿜었다.


“좋습니다, 왕자님. 아니, 제스카르.”



작가의말

3,000자 못 넘으면 제재받나요?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방영
    작성일
    15.07.10 14:13
    No. 1

    시르첸은 이렇게 뒤로 물러가고 갑자기 제스카르가 뚜둩!! 전면에 등장하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pi******
    작성일
    15.07.10 16:51
    No. 2

    따...딱히 전면에 부각까지는..ㅋㅋㅋㅋ어려 가지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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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9. Identity Crisis +2 15.05.17 627 9 12쪽
67 #19. Identity Crisis +2 15.05.17 574 9 7쪽
66 #18. 눈보라 왕국 +2 15.05.17 518 10 9쪽
» #18. 눈보라 왕국 +2 15.05.17 475 8 6쪽
64 #18. 눈보라 왕국 +2 15.05.16 341 8 9쪽
63 #17. 청춘의 불꽃 +4 15.05.16 497 8 11쪽
62 #17. 청춘의 불꽃 +2 15.05.15 363 8 11쪽
61 #17. 청춘의 불꽃 +2 15.05.15 469 9 11쪽
60 #17. 청춘의 불꽃 +4 15.05.14 452 9 8쪽
59 #17. 청춘의 불꽃 +2 15.05.14 419 8 9쪽
58 #17. 청춘의 불꽃 +2 15.05.13 539 9 10쪽
57 #17. 청춘의 불꽃 +2 15.05.13 528 8 18쪽
56 #16. 억류 +4 15.05.12 446 9 8쪽
55 #16. 억류 +4 15.05.12 541 7 12쪽
54 #16. 억류 +4 15.05.12 523 8 13쪽
53 #15. Innocent +4 15.05.12 554 10 7쪽
52 #15. Innocent +4 15.05.11 624 9 11쪽
51 #15. Innocent +2 15.05.11 569 9 10쪽
50 #14. 마법사들의 밤 +6 15.05.10 452 10 7쪽
49 #14. 마법사들의 밤 +4 15.05.10 45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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