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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37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5.31 19:03
조회
4,799
추천
104
글자
7쪽

< #8. 맘루크 1-2 >

DUMMY

"자아, 우리는 삼백 명이야. 저 녀석들은 겨우 오십이나 될까 말까야. 그렇지? 너희들 손가락이 삼백 개가 안 돼서 셈이 안되나? 간단하잖아.“


하지즈는 병사들을 모아놓고 부들거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의 졸전에 실망을 거듭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어제는 그 오십도 안되는 녀석들이 역습을 가하는 바람에 진지를 잠시 버리기까지 했었다.


”그냥 우르르 가서 사다리를 걸치고 말이야. 우르르 넘어가서 덤비는 녀석들은 죽이고 문을 열면 우르르 들어가면 되잖아? 그게 어렵나?“


하지즈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류는 혀를 끌끌 찼다. 류도 배움이 크지는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병법을 알기도 했고, 전쟁터를 겪어본 적도 있었다. 지금 되새겨보니, 태평루에서 일어났던 회전이 얼마나 차원 높은 전투였는지 알 수 있었다.


”자아. 그러니 정석대로 간다. 우리는 숫자가 힘이야. 천천히 힘으로 밀어붙인다. 맘루크들은 준비하도록 해. 밤새 만들어놓은 사다리로 벽을 넘으란 말이다.“



***



하지즈의 말에 다시 요새를 공략했다. 요새의 벽은 사람의 두 배는 됨직한 높이. 게다가 요새가 크지 않아, 문 양쪽에 새워진 망루는 요새 곳곳에 화살을 날려댈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꽂는 쇠뇌는 매서웠다. 아마도 망루마다 서너 명의 궁수가 쇠뇌를 날리는 게 분명했다.


하늘을 가득 메우는 화살도 겁났지만, 쇠뇌는 그 격을 달리했다.


쇠뇌는 천천히 하지즈의 병사들을 도륙 내고 있었다. 물푸레나무로 만든 방패를 꿰뚫고 병사의 몸마저 지나쳐 땅에 꽂히고는 했다. 조그만 요새였지만 공격할만한 곳은 정면의 해자를 건너야 했고 시간을 지체할 때마다 차근차근히 한 명씩 죽어 나갔다.


사다리를 짊어진 몇 명이 벽에 도착해 걸쳤지만, 벽을 오른 맘루크는 없었다. 긴 창을 내지르는 병사들의 공격을 겨우겨우 막아내다가 상처를 입고는 떨어져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건기라 해자에 물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지. 아니면 더 큰 피해가 났을 것이다.


퇴각 나팔이 울려 퍼지자 해자 반대편을 다시 기어오르다 몇 명이 등에 쇠뇌를 맞고는 죽었다.


류는 적당한 거리에서 공격하는 척만 하다가 돌아서 진지로 돌아왔다. 공을 세울 생각에 앞서나가던 맘루크들만 죽어 나갔지. 류는 그럴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



"네 이 녀석! 넌 멀뚱멀뚱 싸울 생각도 안 하고. 너의 가슴에 용기란 건 없는 거냐?"


진지로 돌아오는 병사들의 몰골은 처참했고, 그사이에 끼어 돌아오는 류는 땀 한 방울 안 흘렸으니 서로 얼마나 비교되겠는가? 그 모습에 하지즈의 분통이 터졌다.


"나한테 날아온 쇠뇌가 네발, 적어도 세 명은 더 살렸으니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게다가 이런 방패로는 힘들지 않겠어?"


가운데가 커다랗게 구멍 뚫린 방패를 들어 보였다. 방패의 구멍 사이로 마주 본 류는 싱긋 웃었다. 그 모습에 하지즈는 손을 들어 부관을 불렀다.


부관은 하지즈의 뜻을 알고는 채찍을 손에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지즈는 꾹 눌러 참고는 그만두라 말했다. 지친 맘루크들의 눈빛이 그리 순종적이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즈, 저 요새를 갖고 싶나?"


"당연하지. 내가 보기엔 그냥 돌덩어리에 조그맣고 초라한 요새지만, 내 아미르가 원하신다. 그러면 나한테는 필요한 거지."


하지즈는 겨우 가라앉혔던 속이 부글거리는 걸 느꼈다. 류의 말투는 여전히 하지즈의 노예라는 걸 인정하지 않는 말투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하지즈는 배우지 못한 녀석이라 치부하며 류의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하지즈, 난 매우 궁금하다. 설마 지금처럼 공격하다 보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이봐, 부관!"


더 참지 못한 하지즈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정도로 건방지다면 다른 맘루크도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부관은 다시 채찍을 들었고 다른 맘루크들에게 눈짓으로 공터의 기둥을 가리켰다.


류는 양팔을 잡는 맘루크들을 뿌리치고는 하지즈를 향해 외쳤다.


"내가 가지게 해주지."



***



하지즈는 손을 들어 다른 이들을 물러나게 했다.


"어떻게?"


"우선 내가 묻는 말에 답해다오. 저 성문을 연다면 이길 수 있겠지? 그렇다면 성문만 열어내며 큰 공을 세우는 게 맞지?"


류의 말에 하지즈의 고개는 조금씩 끄덕여졌다.


"큰 공을 세우면 날 풀어줄 건가?"


하지즈는 체면도 잊은 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하지만 어느새 굽혀진 고개에 민망했는지 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건을 걸었다.


"네놈이 도망친 게 몇 번이지?"


"세 번이다.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야지. 도망친 게 아니라, 원래 난 자유인이니. 갈 길을 가려 한 거지."


"세 번, 그리고 넌 말 세 마리를 주고 샀지. 게다가 오늘은 건방지게 수많은 부하 앞에서 나에게 대들었다. 모두 합해 일곱. 내가 원하는 걸 일곱 가지를 해내면 널 풀어주마."


류의 대답은 무시한 채 하지즈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류의 눈빛이나 가끔 보이는 검술 실력. 탐나는 인재였다. 사막을 미친 듯 달리는 준마였다. 다만 말을 듣지 않는다는 흠이 있을 뿐.


하지즈의 말에 류는 잠시 고민했다. 일곱 번. 많다. 많은 건 둘째치고 어이없는 조건을 달아 공을 못 세우게 할 게 뻔하다. 깨지지 않을 약속을 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일곱 가지. 받아들인다. 그 대신 나도 조건을 달지."


"조건?"


"첫째, 내가 떠날 때 티크리트까지 갈 여비와 안내인을 주선해줄 것."


"뭐 그 정도야. 나머지도 얘기해 보아라."


"둘째, 일곱 가지의 공. 말도 안 되는 걸 나한테 해내라고 할 수 있어. 예를 들면 수 백 명 적군 사이로 들어가 누굴 죽이고 오라던지. 아니면 너희들의 술탄을 죽이라던지······."


류의 말에 주변의 병사들과 맘루크들이 당황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예를 든 것이라지만 감히 술탄을 죽인다는 얘기라니. 어느 병사는 불경한 얘기를 들은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넙죽 엎드려 메카를 향해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류는 상관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여섯 번 공을 세운 후에 무작정 시간을 끌고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즈의 얼굴은 벌게졌다. 속마음을 그대로 들킨 게 얼굴에 드러나 버렸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두 번째는 사람이 해낼 수 있을 만한 일을, 하지즈와 나 류가 서로 동의한 것만을 치고, 기한은 육 개월 안에 이 일곱 번을 다 쓸 것."


류는 사람이 해낼 수 있을 만한 일이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내심 불안해서 하지즈와 류가 서로 동의해야 한다는 사족까지 달았다. 사람이 해낼 수 있을 만한 일이라는 걸 가지고 다르게 해석해 발목을 잡으려 할 게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도 또 있냐?"


하지즈는 류의 계속된 말에 짜증 나듯이 쏘아붙였지만, 류는 거침없었다.


"이 모든 걸 지키겠다고 신에게 맹세해라. 지금 여기 너의 병사들 모두 앞에서.“


작가의말

하루 푹 쉬고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글 봐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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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 #8. 맘루크 5-2 > +7 18.06.08 4,377 108 8쪽
93 < #8. 맘루크 5-1 > +24 18.06.07 4,292 108 7쪽
92 < #8. 맘루크 4-2 > +13 18.06.06 4,463 110 8쪽
91 < #8. 맘루크 4-1 > +13 18.06.04 4,594 94 8쪽
90 < #8. 맘루크 3-2 > +18 18.06.03 4,623 98 8쪽
89 < #8. 맘루크 3-1 > +22 18.06.02 4,836 102 8쪽
88 < #8. 맘루크 2-2 > +16 18.06.02 4,709 107 8쪽
87 < #8. 맘루크 2-1 > +15 18.06.01 4,792 97 7쪽
» < #8. 맘루크 1-2 > +13 18.05.31 4,800 104 7쪽
85 < #8. 맘루크 1-1 > +34 18.05.29 5,307 106 9쪽
84 < #7. 사막 5-2 > 사막편 끝 +12 18.05.28 4,812 100 8쪽
83 < #7. 사막 5-1 > +14 18.05.27 4,656 100 8쪽
82 < #7. 사막 4-2 > +17 18.05.26 4,685 102 7쪽
81 < #7. 사막 4-1 > +14 18.05.25 4,717 97 8쪽
80 < #7. 사막 3-2 > +16 18.05.24 4,834 100 8쪽
79 < #7. 사막 3-1 > +12 18.05.23 4,850 109 7쪽
78 < #7. 사막 2 > +8 18.05.22 5,312 113 13쪽
77 < #7. 사막 1-2 > +33 18.05.20 5,501 115 7쪽
76 < #7. 사막 1-1 > 수정편 +31 18.05.19 5,929 115 7쪽
75 < #6. 검귀(劍鬼) 14 > 수정편 +9 18.05.18 5,748 129 13쪽
74 < #6. 검귀(劍鬼) 13 > +24 18.05.17 5,326 126 12쪽
73 < #6. 검귀(劍鬼) 12-2 > +12 18.05.16 5,141 137 8쪽
72 < #6. 검귀(劍鬼) 12-1 > +8 18.05.15 5,182 128 7쪽
71 < #6. 검귀(劍鬼) 11-2 > +10 18.05.14 5,190 120 8쪽
70 < #6. 검귀(劍鬼) 11-1 > +9 18.05.14 5,124 116 8쪽
69 < #6. 검귀(劍鬼) 10 > +6 18.05.13 5,290 123 13쪽
68 < #6. 검귀(劍鬼) 9-2 > +6 18.05.11 5,228 118 8쪽
67 < #6. 검귀(劍鬼) 9-1 > +2 18.05.10 5,298 137 8쪽
66 < #6. 검귀(劍鬼) 8 > +8 18.05.09 5,294 122 11쪽
65 < #6. 검귀(劍鬼) 7 > +23 18.05.09 5,473 1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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