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09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5.24 22:52
조회
4,833
추천
100
글자
8쪽

< #7. 사막 3-2 >

DUMMY

별을 바라보며 천천히 나아가는 행렬은 아름다웠다.


밤길을 밝힌 횃불이 차양 옆에 솟은 나무에 붙어 반짝이며 타오르고 있었다. 가끔 타닥거리며 흠뻑 젖은 기름 덩어리가 불붙은 채 떨어졌다. 곁에 떨어지는 불덩이에 낙타가 화들짝 놀라기는 했지만, 자주 있었던 일인 듯 곧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모래언덕의 능선을 따라 불빛이 길게 이어졌고, 밤하늘의 별은 행렬을 비춰줬다. 마냥 꿈속을 거니는 그런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살짝 고개를 돌려보니, 아버지는 흔들거리며 졸고 있었다. 낙타들은 훈련이 잘됐는지 서로 뒤꽁무니를 물고 기분 좋은 흔들림을 선사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연이는 하늘을 쳐다보고 작게 웃었다.


얼마 만에 본 미소인지 모른다. 아니면 언제나 미소 짓는 아이였는데 내가 외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형한테도 미안하고, 연이한테도 미안하다.


난 언제나 미안할 짓만 골라 했구나.


바람 소리에 서역인들의 노랫소리가 섞여 들린다. 그들은 사막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예전 야초오가 초원에 느끼던 감정을 이들은 사막에서 느끼나 보다.


좋은 곡조가 귀를 즐겁게 했다. 눈이 스르륵 감긴다.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시원한 밤바람마저 몽마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뭔가 기분 나쁜 소리가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불쾌하다.


점점 커지는 소리, 말들의 헐떡임. 흥분한 사람들의 욕설. 고요를 깨기 시작했다.


"찾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말 탄 인영들이 언덕을 넘어 내려꽂히기 시작했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습격에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




"불을 꺼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이 불을 끄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어느새 어둠에 싸여버렸다. 다만 주변을 돌며 들려오는 기분 나쁜 소리는 점점 다가왔다.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 피어났을 것이다.


뒤늦게 불을 끈 류는 아직 당황해 어찌할 줄 모르는 연이 곁에 다가가 횃불을 움켜쥐었다. 귓가를 스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들었다. 녀석들이 불을 목표로 하고 무작정 활을 당기는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횃불을 던져 꺼버리자 주변을 날아들던 화살이 이내 잦아들었다.


"이봐, 서역인들. 너희와는 상관없다. 고려인들만 내놓으면 조용히 물러나겠다."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 사이로 고함이 들려왔다. 고람의 잔당들인가? 류는 당황했다. 하마드와 이들이 싸움을 피하려 승낙해버린다면 어떻게 되는가? 곁을 돌아보니 어둠 속에 숨은 아버지도 표정이 좋지 않다. 겨우 분간을 해주는 달빛 때문인지 창백한 표정이다.


"나, 하마드 알 아신. 나와 우리 일족은 말이다. 함께 음식을 나눈 손님을 버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겁쟁이가 아니라면 덤벼라!"


대열 어디선가 하마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마드의 일행들은 일제히 동의하며 함성을 질러댔다. 고요는 깨졌고 후끈 달아오른 사막의 사람들은 적을 잦으려 눈을 부릅떴다.


"쳇, 분명히 말은 했다. 너희들이 자초한 일이니 후회는 말아라."


그때 장 씨는 갑자기 낙타의 등에서 일어서더니 활을 당겼다. 연달아 당긴 활이 세 개째이었을 때 '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대의 입이 다물어졌다.


"입이 건 녀석은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법이지."


"맞추신 건가요?"


"글쎄다. 그래도 내 실력이면 어디 한 놈이라도 맞췄겠지."


서로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이에 이리저리 화살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화살 세례를 뚫고 하마드가 달려왔다. 손님들이 무사한지 궁금하였다고 웃는다.


"별로 당황하지 않는군. 난 여차하면 우릴 버릴 거로 생각했네."


"서운하군요. 필요하다면 버리겠지만 우리 일족의 명성이란 게 그런 식으로 쌓인 게 아닙니다."


"뭐, 버리지 말아 달라는 넋두리일세.“


장 씨는 머쓱한지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더니 다시 활을 움켜쥐고 매서운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때 하마드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던 사내가 얘기를 듣고는 부리나케 옆에 붙었다. 알마릭이었다.


"족장, 몇을 데리고 녀석들을 찾아 요절내겠습니다. 아직 적의 본대는 아닌 거 같습니다. 몇 안 되니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면 곧 흩어질 겁니다."


"너무 깊게 쫓지는 말고 흩어지면 바로 돌아오게. 우리도 지체할 수는 없으니 계속 길을 가겠네. 따라잡기 힘들면 바로 수원지에서 만나세. 반나절 거리에 있는 그곳 말이야."


알마릭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의 사내들에게 자신을 따르라 말했다. 싸움에 능한 서역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알마릭의 곁으로 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마드, 저도 돕겠습니다."


류도 봇짐 속에서 사슬갑옷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때 연이의 눈이 흔들린다. 또 두려워하는 게 틀림없다. 손가락 끝에 매만져지는 사슬이 차갑다. 아니 연이의 눈빛을 본 마음이 차갑다. 갑자기 갑옷이 무겁게 느껴졌다.


"하마드! 저도 알마릭을 도와 나가겠습니다."


앗산이 친구들인듯한 몇을 끌고 달려왔다. 갑옷을 입고 있는 류를 보더니 더 마음이 급한 듯 말만 던지고 달려나가려 하는 게 아닌가?


"앗산, 서라."


하마드는 묵직한 목소리로 앗산을 다그쳤다. 하지만 앗산은 못 들은 척 낙타를 돌려버리고 있었다.


"앗산! 서라."


그제야 낙타를 세우고는 가득 불만이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 앗산이었다. 하마드는 조용히 한숨을 쉬더니, 류와 앗산을 번갈아 보았다.


"앗산, 이 분과 함께 대열의 후미를 맡아라. 행렬의 끝이 제일 위험한 곳인 건 너도 알겠지? 더불어 손님이 다치지 않게 하는 일도 쉽지는 않을 거다."


하마드의 눈빛에 주눅이 들어가던 앗산은 그 말에 신이 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류에게 손짓했다. 그러며 기다리지도 않고 친구들과 함께 대열의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류, 저 녀석을 잘 부탁하네. 어두운 데다가 알마릭이 잘 정리할 테니 아마 더는 습격 당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뛰쳐나가려 하면 잘 말려주게."


하마드는 그리 말하고 대열을 급히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알마릭이 달려나간후 가끔 주변 능선에서 고함과 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더는 습격은 없었다. 다만 몇 번이나 소리 나는 곳으로 뛰쳐나가려는 앗산을 말리느라 류는 곤욕을 치르고 말았다.


"체···. 자네도 내가 우습게 보이나? 어떻게든 눈에 띄어보려고 안달이 난 어린애처럼 보여?"


떠오르는 해를 쳐다보며 앗산이 말을 걸었다. 터덕터덕 낙타가 내딛는 소리만 들릴 뿐 모두 피곤함에 절어있는 상태였다. 침묵을 뚫고 뜬금없이 들린 말에 류는 뭐라 대답할지 고민했다.


"하마드 숙부는 아버지가 죽은 후에 날 너무 아끼는 게 탈이야. 사실 숙부도 아이가 없거든. 그래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우리 앗신 일족에선 도둑이라도 하나 목을 베어야 어른 취급을 하거든. 보나 마나 프랑크 놈들하고 전쟁터에 내보낼 생각도 없어 보이고 말이야. 젠장.“


얼굴 가득 수염이 더부룩한 앗산이 투정부리듯 말하자 좀 어울리지는 않았다.


"그런 아이, 어른 취급이 뭐가 중요하죠. 남이야 그렇게 생각하라고 하세요. 원하지 않아도 끌려들어 가는 게 더 곤욕입니다."


앗산은 고개를 돌려 차분히 말하는 류를 보았다. 잠시 고민하더니 부러운 듯 말했다.


"넌 어른이구나. 그러니 그렇게 말하지."


작가의말

글을 쓰다 정신차려보니 3권째 분량이군요.

큰 세개의 챕터중, 하나가 끝났고 이제 두번째 초입입니다.

중원, 중동, 유럽으로 생각중이죠. 이러다, 10권 분량정도는 될거 같습니다. 허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사, 기사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4 < #8. 맘루크 5-2 > +7 18.06.08 4,377 108 8쪽
93 < #8. 맘루크 5-1 > +24 18.06.07 4,292 108 7쪽
92 < #8. 맘루크 4-2 > +13 18.06.06 4,463 110 8쪽
91 < #8. 맘루크 4-1 > +13 18.06.04 4,594 94 8쪽
90 < #8. 맘루크 3-2 > +18 18.06.03 4,623 98 8쪽
89 < #8. 맘루크 3-1 > +22 18.06.02 4,836 102 8쪽
88 < #8. 맘루크 2-2 > +16 18.06.02 4,709 107 8쪽
87 < #8. 맘루크 2-1 > +15 18.06.01 4,792 97 7쪽
86 < #8. 맘루크 1-2 > +13 18.05.31 4,799 104 7쪽
85 < #8. 맘루크 1-1 > +34 18.05.29 5,307 106 9쪽
84 < #7. 사막 5-2 > 사막편 끝 +12 18.05.28 4,812 100 8쪽
83 < #7. 사막 5-1 > +14 18.05.27 4,656 100 8쪽
82 < #7. 사막 4-2 > +17 18.05.26 4,685 102 7쪽
81 < #7. 사막 4-1 > +14 18.05.25 4,717 97 8쪽
» < #7. 사막 3-2 > +16 18.05.24 4,834 100 8쪽
79 < #7. 사막 3-1 > +12 18.05.23 4,850 109 7쪽
78 < #7. 사막 2 > +8 18.05.22 5,312 113 13쪽
77 < #7. 사막 1-2 > +33 18.05.20 5,501 115 7쪽
76 < #7. 사막 1-1 > 수정편 +31 18.05.19 5,929 115 7쪽
75 < #6. 검귀(劍鬼) 14 > 수정편 +9 18.05.18 5,748 129 13쪽
74 < #6. 검귀(劍鬼) 13 > +24 18.05.17 5,326 126 12쪽
73 < #6. 검귀(劍鬼) 12-2 > +12 18.05.16 5,141 137 8쪽
72 < #6. 검귀(劍鬼) 12-1 > +8 18.05.15 5,182 128 7쪽
71 < #6. 검귀(劍鬼) 11-2 > +10 18.05.14 5,189 120 8쪽
70 < #6. 검귀(劍鬼) 11-1 > +9 18.05.14 5,124 116 8쪽
69 < #6. 검귀(劍鬼) 10 > +6 18.05.13 5,290 123 13쪽
68 < #6. 검귀(劍鬼) 9-2 > +6 18.05.11 5,228 118 8쪽
67 < #6. 검귀(劍鬼) 9-1 > +2 18.05.10 5,298 137 8쪽
66 < #6. 검귀(劍鬼) 8 > +8 18.05.09 5,294 122 11쪽
65 < #6. 검귀(劍鬼) 7 > +23 18.05.09 5,473 13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