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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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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78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5.16 23:50
조회
5,141
추천
137
글자
8쪽

< #6. 검귀(劍鬼) 12-2 >

DUMMY

"원래 다른 나랏일에 나서지 않더니 이번엔 웬일입니까?"


"조건이 좋았잖아. 게다가 그냥 돌아가기엔 좀 무료했고 말이야."


요새의 총안에서 내려다보는 하마드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옆의 사내는 아직도 몸에 배어있는 술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서 있었다.


"와. 그런데 하루 동안이나 술통에서 어떻게 버틴 거야 들? 술 냄새에 취해버릴 텐데 말이야.“


”알면서 그랬습니까? 전 코에 종잇조각을 구겨 넣어서 버텼습니다. 모두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핫산 녀석은 인사불성이더군요. 입으로 숨을 쉬다가 잠결에 계속 들이켰나 봅니다.“


”음. 역시 전해지는 얘기대로는 안 되네. 음유시인 녀석이 부르는 노래 중에 재미있는 얘기가 있어서 따라 해본 거네. 도둑이 술통에 숨어 주인집의 보물을 가지러 들어갔는데 예쁜 계집종이 알아채고는 뜨거운 물을 부어 죽이지.“


”그럼, 작전이라고 생각해낸 게. 거리에 떠도는 이야기를 딴 겁니까?“


사내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티그리트 12 부족 중 하나를 맡은 하마드 알 아신. 그는 살라흐앗딘의 꾀주머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크 인들은 ‘사기꾼 아신’이라고 불렀지만 말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후드득 무너지는 게 보이는군. 아! 그 뒷얘기 궁금하지 않아? 계집종의 총명함에 반한 주인이 아내로 삼지. 참 훈훈한 얘기 아니야?“


”예···. 예···. 재미있네요. 전 문이나 지키러 가겠습니다.“


사내는 손을 흔들며 방을 나서 계단을 내려섰다. 하마드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는 돌아가는 상황을 유심히 바라봤다. 일이 꼬여 류가 죽고 요새가 포위된다면 적당히 서로 물러나는 상황에서 넘기고 떠날 참이었다. 고람은 적지 않은 하마드의 일족을 적으로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부들거리다 그냥 보내주겠지. 하마드는 그리 생각하며 음유시인의 얘기 끝부분이 생각나 씁쓸했다.


”하지만, 늙은 부인이 시기해 양아들과 눈이 맞았다고 누명을 씌우지. 결국, 계집애는 죽어. 희극인 줄 알았더니 비극이더라고.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야.“


조용히 혼잣말하며 싸움 구경에 빠져들었다.



***


경비 대장은 미친 듯이 웃는 고람을 버리기로 했다. 그도 바보는 아니었다. 난전이 시작돼서 고람에 따져 묻지는 못했지만,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단위의 병사들은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닥을 기고 있다. 잔뜩 흥분한 백련의 수하 하나가 단위에서 뛰어내리며 검을 휘둘러댔다. 물론 살짝 피한 경비 대장의 칼에 허리가 동강이 나버렸지만 말이다.


시간이 없는데, 고람은 계속 여유를 부린다. 경비 대장은 북문에 남은 오십 명을 데리고 성 밖으로 피할 생각이다. 후에 천곡진의 군대와 합류하는 게 신상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문책은 피하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 그는 발을 돌렸다.


”이봐, 천곡진의 군대는 아직도 사흘 거리가 맞나?“


”맞습니다. 기병이 달린다고 해도 내일, 보병이 쉬지 않고 걸어도 사흘입니다. 척후가 기병 수는 그대로라고 보고해왔죠.“


”이상하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면 이 요새는 누가 점거를 한 것이지···. 아, 그런 방법도 있겠군. 아. 숨겨진 여분의 말이 있으면 숲 같은 델 지날 때 보병을 태우고 기병인척하면 되겠군. 기병은 좀 돌더라도 숨어서 달린다면 말이야······. 아, 그러면 색목인 녀석이···. 하하하, 꾀가 대단한 놈이구나.“


고람은 그제야 고민하던 문제가 풀렸다는 듯 껄껄대며 웃는다. 대로를 가로질러 성문 쪽에서 먼지가 일어난다. 거칠게 달려드는 말들이 보인다.


”아, 한 방 먹었군. 그럼······. 다른 패를 꺼내야 하는 건가.“


고람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단 쪽으로 걸어갔다. 한 백성이 고람을 보더니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고람의 눈과 마주치자 내려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찢어 죽이고 싶은 녀석이지만 그동안 너무 위세 등등했던 그가 어려웠다. 그의 곁에 다른 사람들이 와 욕설을 하며 침을 뱉었지만 다를 바 없었다.


”도망치지 않는다. 그러니 길을 터라. 너희들의 백련과 할 이야기가 있느니라.“


고람은 사람들을 가르며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지금쯤이면 류가 토막이 난 채 쓰러졌을 것이다. 백련의 손에 목을 바칠 때가 된 것이다. 고람의 목을 치켜든 백련이 외치면 오백 명의 성난 군중들은 저 기병들과 싸울 것이다. 그리하면 백련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왕이 되지는 못해도 영웅이 된 채로 말이다.


영웅은 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계단을 오른 고람은 당황했다.



***



백련이 비틀거린다. 그래도 한 수 위의 실력이니 쉽게 밀리지는 않는다. 비등하게 맞서지만, 류는 몸을 생각하지 않고 달려든다. 백련의 검이 살을 한 움큼 도려내면 류도 베어낸다.


치명상만 피한 채 죽자고 달려드는 류에게 백련은 혀를 내둘렀다. 그의 하얀 장삼이 여기저기 찢긴 채 피에 물들어가고 있다. 어떻게든 목을 단칼에 베려고 휘둘렀지만, 류는 팔을 들어 막아내며 허벅지에 칼을 꽂아버렸다.


누가 득을 봤는지는 모를 일이다. 류는 칼을 비틀어 근육을 뜯어내 버렸다. 휘청거리며 쓰러질뻔한 백련은 다른 다리에 힘을 주고 칼을 꽂아 버텼다. 류도 사슬갑옷을 가르고 가죽조차 날카롭게 베였다. 뼈가 보일 정도로 상처가 드러났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팔은 추욱 처져버렸다.


서로 오래 검을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고람은 생각지도 못한 일에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 병신아! 애송이 하나도 죽이지 못하면서 무슨 꿈을 꾸느냐?“


고람의 일갈은 장 씨의 화살로 마무리되었다. 무릎을 꿇은 장 씨가 낮게 날린 살이 바닥을 긁다가 치솟아 고람의 양쪽 무릎뼈를 부수고 지나쳤다. 뚱뚱한 고람은 고목이 넘어가듯이 앞으로 쓰러졌다. 무릎뼈는 뒤로 꺾인 채 말이다.


”아아앗“


고람의 돼지 멱따는 비명과 함께 둘의 신영은 마지막 힘을 다해 움직였다.


‘와라, 한 번에 베봐라.’


류는 탐스러운 먹이를 던졌다. 덜렁거리는 왼팔 때문에 훤히 드러난 목덜미. 상처 입은 백련도 어서 끝내고 싶으리라. 백련은 유혹에 못 이겼는지 다리와 검을 밀어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류는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백련의 검이 목덜미를 스치며 류의 등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쳤다. 입으로 피를 토할 정도로 호되게 당했지만 상관하지 않고 달려들어 백련을 안았다.


당황해 뿌리치려는 백련을 꼬옥 잡은 류는 백련의 뒷목에 검을 대고 톱질하듯 갈라버렸다. 처음에는 녀석이 바르르 떨다가 손에서 검을 놓쳤다. 다시 갈랐더니 피가 터져 분수처럼 흩날렸다. 마주 본 류의 얼굴에도 피가 튄다.


백련의 얼굴이 순식간에 납빛으로 변해간다. 세상이 조용해졌다. 다시 갈랐다. 힘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백련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피범벅 속을 같이 뒹굴며 미친 듯이 가른다.


조용했던 세상에 비명이 가득 찼다. 놀란 백성들의 비명과 울음소리가 가득찼다. 그래도 어찌할 것이냐? 이놈은 내 원수다. 너희들은 상관하지 마라. 바들거리며 움찔거리는 백련의 위에 이제는 올라탔다. 녀석의 목에 검을 대고 찔러넣었다. 손잡이 끝에 온몸을 실어 내리눌렀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녀석의 광기 어렸던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류가 일어섰다. 손에 만신창이가 된 백련의 목을 들었다. 사람들의 비탄 섞인 울음에 류 혼자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제 두편정도면 검귀 에피소드가 마무리 되겠습니다.

자아, 중동으로 가즈아!!


PS) 내일은 개인 사정으로 인해 휴재이거나, 오늘처럼 아주 늦게 올릴듯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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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 #8. 맘루크 1-2 > +13 18.05.31 4,800 104 7쪽
85 < #8. 맘루크 1-1 > +34 18.05.29 5,307 10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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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 #7. 사막 5-1 > +14 18.05.27 4,656 100 8쪽
82 < #7. 사막 4-2 > +17 18.05.26 4,685 10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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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 #7. 사막 3-1 > +12 18.05.23 4,850 10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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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 #7. 사막 1-2 > +33 18.05.20 5,501 115 7쪽
76 < #7. 사막 1-1 > 수정편 +31 18.05.19 5,929 115 7쪽
75 < #6. 검귀(劍鬼) 14 > 수정편 +9 18.05.18 5,748 129 13쪽
74 < #6. 검귀(劍鬼) 13 > +24 18.05.17 5,326 126 12쪽
» < #6. 검귀(劍鬼) 12-2 > +12 18.05.16 5,142 137 8쪽
72 < #6. 검귀(劍鬼) 12-1 > +8 18.05.15 5,182 128 7쪽
71 < #6. 검귀(劍鬼) 11-2 > +10 18.05.14 5,190 120 8쪽
70 < #6. 검귀(劍鬼) 11-1 > +9 18.05.14 5,125 116 8쪽
69 < #6. 검귀(劍鬼) 10 > +6 18.05.13 5,290 123 13쪽
68 < #6. 검귀(劍鬼) 9-2 > +6 18.05.11 5,228 118 8쪽
67 < #6. 검귀(劍鬼) 9-1 > +2 18.05.10 5,298 137 8쪽
66 < #6. 검귀(劍鬼) 8 > +8 18.05.09 5,294 122 11쪽
65 < #6. 검귀(劍鬼) 7 > +23 18.05.09 5,473 13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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