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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티아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Minato
작품등록일 :
2012.11.18 15:07
최근연재일 :
2014.01.07 11:4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42,300
추천수 :
10,579
글자수 :
50,893

작성
10.02.03 00:13
조회
10,919
추천
47
글자
9쪽

# 1. 제국의 영애 (8)

후기와 질의응답은 서재의 공지란에 올라갔습니다.

이북으로 출간됩니다.




DUMMY

황자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 꽤 많은 이들이 결혼 할 상대를 찾았다. 어쩌면 이때다 싶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을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파트너가 없으면 나갈 수 없다던 하인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에, 메르노아는 이때다 싶어 후다닥 연회장을 나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친해지자고 마음먹었는지, 몇몇 커플들은 조용한 정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괜히 눈치 없이 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메르노아는 곧바로 자신의 방에 가기로 했다.

언제나 방으로 돌아갈 때면 하인이 따라붙어 길을 안내해 주었지만, 이번에는 아직 연회가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은 때에 나와서 그런지 주변에 하인이 없었다. 하인이 안내해주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걷던 메르노아는 맞은편에서 오는 정체불명의 그림자에 걸음을 멈췄다. 왕궁이 함락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왕족들은 지금 황궁에 가 있어 왕궁의 경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수상한 녀석들이 혼란을 틈타 왕궁을 털러 침입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도둑?”


메르노아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상대가 발끈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도둑이라니요!”

“아니면 말고.”


아닌가보지, 하고 어깨를 으쓱하는 사이 어둠에 가려졌던 정체불명의 사람이 좀 더 가까이 걸어왔다.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메르노아가 조금 놀란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파란 머리칼에 기사 복을 입은 그는 아까 황자의 곁에 있던 사람이었다. 황자의 호위기사인 줄 알았는데, 어째서 이런 곳에서 오고 있었지? 메르노아의 의문을 눈치 챘는지, 그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영애가 혼자 나가는 걸 보신 전하께서 에스코트를 명하셨습니다.”

“그렇군요.”


그 황자는 스토커라도 되는 건가,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이 나가는 것 까지 보다니. 자신의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기사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메르노아가 이내 입매를 비스듬히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런데, 저를 에스코트 해 주러 나온 분이 어째서 제 맞은편에서 걸어오나요?”

“그건……”


기사는 말문이 막힌다는 듯 입을 다물고 침묵을 지켰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응시하던 메르노아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설마, 하는 눈으로 기사를 보던 메르노아가 애써 웃음을 억누르며 물었다.


“저보다 늦게 나온 와중에 길까지 잃어버려서?”

“…….”

“게다가 한밤중이라 방향도 헷갈리고 말이죠?”

“…….”

“주변에는 장래에 결혼을 약속한 커플들이 밀어를 속닥이고 있으니 무작정 그들을 피해 걷는다는 게 알 수 없는 샛길로 빠진 거로군요?”


어째서 자신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눈앞의 영애는 그렇게 콕콕 집어서 알아낼 수 있는지, 기사는 진정 이해할 수 없었다. 울컥하고 있는 본인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리던 메르노아가 멈췄던 걸음을 옮겼다.


“에스코트를 해주러 나왔다더니, 안 해줄 건가요?”


메르노아의 물음에 기사가 마지못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억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기사는 꽤나 귀여웠다. 메르노아를 탐탁지 않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에도 메르노아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꿍꿍이를 알 수 없는 황자보다야 이렇게 겉으로 드러내는 기사가 낫지 않겠는가.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체스휘 나이트 하티아스 입니다.”

“그렇군요, 하티아스 경. 전 메르노아 룬입니다.”

“네, 메르노아 영애.”

“룬, 이요.”


느긋하게 옮기는 걸음만큼이나 태연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단호했다. 체스휘가 조금 놀란 눈으로 메르노아의 뒷모습을 보았다.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성으로 상대방을 부르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요즘 젊은 귀족들은 애써 그러한 관습을 지키지는 않았다. 의외라는 눈으로 메르노아를 보던 체스휘는 이내 본연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군요. 룬 영애.”


황자의 호위기사라는 입장이라서 그런지, 체스휘는 종종 여성들의 의도적인 접근을 받고는 했었다. 본인도 잘난 인물이긴 했지만 황자의 눈에 들려는 몇몇 영애들로 인해 체스휘는 연회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데 멋대로 이름이나 애칭을 부르는 여자가 수두룩했다. 눈앞의 이 영애 역시 자신이 황자의 호위기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데, 크게 놀라거나 동요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황자의 얘기를 꺼낼 법도 한데 말이다. 황위를 이을 후계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결혼이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불현듯 튀어나온 물음에 열심히 길을 되새기고 있던 메르노아가 걸음을 멈추고 체스휘를 돌아보았다. 질문의 의미는 뻔히 알고 있었지만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어서였다. 메르노아의 눈빛에도 체스휘는 덤덤하게 그녀를 마주보았다. 특별히 의도를 알려줄 생각이 없어보여서, 메르노아는 조금 떨떠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물론 걱정 되죠.”

“걱정되는 눈치는 아니신 것 같습니다.”

“그야, 그 난리를 보고도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은 하게 될 테니까요.”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체스휘의 물음에 메르노아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전쟁터를 피해간 영지를 지참금으로 들고 왔으니 잘만 버티면 보다 높은 값을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괜히 조급해 하다가 헐값에 팔려 가느니, 인내를 하자는 쪽으로 선택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대놓고 으스대면, 메르노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메르노아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으리라 생각하겠지.


“없으면, 하티아스 경이 저를 구제해주시렵니까?”

“네?”

“……농담입니다. 그렇게 정색하실 것 없어요. 그저 어차피 팔리는 거면 좀 더 높은 값으로 팔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혹스러움으로 물드는 청안을 확인한 메르노아가 작게 실소를 흘리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물음에 다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연회장에서 나서셨습니까?”


메르노아가 체스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연회장에서는 꽤 떨어진 곳까지 왔기 때문에 연회장의 떠들썩함은 아련하게 들려왔다.


“어쭙잖은 귀족들은 걸러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였습니까?”


기사라는 직위는 엄연히 남작보다 낮았다. 귀족을 모독하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는 기사라면, 설사 황자의 호위기사라고 해도 처벌을 면하기 힘들 텐데. 자신을 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가, 고민하던 메르노아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거창하게 말하니 엄청나게 대단한 것 같지 않은가. 메르노아는 그저, 귀찮게 달라붙는 하루살이들을 떼어 버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말단 작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결혼인데 말단과 결혼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황자 전하께서도 현재 미혼이십니다.”

“아, 그래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는 마음이 드러나는 메르노아의 눈을, 체스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더 이상 별다른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메르노아는 그가 무슨 소릴 하고 싶어 하는지 대강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르노아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황자 전하를 유혹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걱정 마세요.”

“하지만 황자라는 직함은 꽤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황자라는 직함이 제 것은 아니잖아요.”

“전하께서는 영애께 관심이 있으신 것 같던데요.”

“황공하네요. 감사하다고 인사라도 드릴까요?”


메르노아는 패전국 남작가의 영애일 뿐이었다. 애초에 황자와의 혼인이 허락되는 위치가 아닌 것이다. 후작가의 영애 쯤 되어야 노려 볼 법한 게 황자비라는 자리였다. 깔끔하게 선을 긋는 메르노아의 대답에 체스휘가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단순히 주제 모르고 자존심만 센 영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본인을 앞에 두고 그런 소리를 하면 상처받아요.”


메르노아가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멈추었던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 말로 진짜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하면서. 한참을 침묵 속에서 걷던 메르노아가 묵묵히 뒤따라오는 체스휘에게 문득 물음을 던졌다.


“그런데 이따 잘 돌아갈 수 있나요? 오고 있던 길은 기억하고 계시겠죠?”

“…….”

“하티아스 경?”


한참을 침묵하던 체스휘가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갈 수 있습니다.”

“아마도?”

“…….”

“……?”

“……네.”

“…….”

“……아마도.”

“……풉.”


그 후 방에 도착할 때까지 메르노아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느라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겪어야 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드디어 카테고리를 받았네요! 와, 혼자 자축 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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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1. 제국의 영애 (7) +20 10.02.02 10,790 38 8쪽
7 # 1. 제국의 영애 (6) +9 10.02.01 11,277 45 10쪽
6 # 1. 제국의 영애 (5) +42 10.01.31 11,743 56 14쪽
5 # 1. 제국의 영애 (4) +30 10.01.30 11,954 54 11쪽
4 # 1. 제국의 영애 (3) +11 10.01.29 12,426 53 12쪽
3 # 1. 제국의 영애 (2) +16 10.01.28 13,311 43 13쪽
2 # 1. 제국의 영애 (1) +11 10.01.27 15,705 44 12쪽
1 [1부∥패전국의 영애] # 0. 프롤로그 +28 10.01.26 25,105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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