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시작_1%

마담 티아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Minato
작품등록일 :
2012.11.18 15:07
최근연재일 :
2014.01.07 11:4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42,292
추천수 :
10,579
글자수 :
50,893

작성
10.02.01 01:08
조회
11,276
추천
45
글자
10쪽

# 1. 제국의 영애 (6)

후기와 질의응답은 서재의 공지란에 올라갔습니다.

이북으로 출간됩니다.




DUMMY

다른 영애들도 황자의 명이라는 말을 들었는지,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연회장에 모였다. 그에 비해 제국의 귀족들은 짐짓 의기양양하게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괜한 짓 했다가 다 함께 평민으로 신분하락하고, 원망만 죽어라고 듣는 거 아닌가 싶어서, 메르노아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겉으로나마 제법 의연하게 홀을 둘러보았다.

비교적 덤덤한 메르노아의 모습에 힘을 얻었는지, 르피아도 애써 불안한 기색을 몰아내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던 홀에 누군가의 구두소리가 울려 퍼졌다. 홀 안 가득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일부러 힘주어 걸음을 내딛는 것 같았다.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홀의 양 옆으로 확연하게 갈라서 있는 영애들 무리와 귀족들의 무리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문가에 서서 방문자의 신분을 알려주는 하인은 외칠 타이밍을 놓쳤는지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은발을 휘날리며 걸어 들어온 남자는 예복이 잘 어울리는 미남이었다. 그는 앞쪽에 위치한 단상에 올라가 홀을 한번 훑어보았다. 모두들 자신에게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남자가 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반갑네. 그대들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에이런드라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절차는 생략하도록 하지.”


메르노아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째서인지 저 황자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언뜻 자신에게 닿았다고 느낀 탓이었다. 에이, 기분 탓이겠지. 분명 찔려서 괜히 그런 것이다. 괜히 시선을 외면하고 혼자 딴청을 피우는 메르노아를 아는지 모르는지, 에이런드가 입가에 띠웠던 웃음기를 거두고 말을 이었다.


“듣자하니 연회장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더군.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영애들께 자국의 귀족들과의 혼인을 ‘권유’하는 것은 지엄하신 황제폐하의 뜻인데, 어찌 거부를 하는가?”


말이 좋아 권유지, 이건 웃으면서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메르노아의 표정이 불만스럽게 변했다. 넣어 놓으려면 좀 제대로 된 귀족들을 넣어 놓던가. 어디서 처치 곤란한 것들만 데려다 놓고 위세냔 말이다. 아니, 성격이 나쁘면 작위라도 좋아야 할 것 아닌가.


“혈기왕성한 자국의 귀족들이 아름다운 영애들을 앞에 두고 마음만 앞선 나머지 실수를 한 것 같은데. 제국의 귀족들이여, 자네들은 마음이 고우신 영애들께서 용서를 해주실 거라 믿지 않나?”


아까부터 고의적으로 에이런드를 외면하고 있던 메르노아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차피 이 많은 영애들 중 자신하나 인상 찌푸린다고 보이겠느냐,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


“물론, 레이디를 존중하는 제국의 귀족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영애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겠지.”

“저, 전하!”


고개 숙여 사과하라는 소리에 누군가 반사적으로 에이런드에게 반발했으나, 곧 황자의 무서운 눈초리에 기도 못 펴고 꼬리를 말았다. 언뜻 미소를 짓고 있긴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은 에이런드가 즐거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자국의 자랑스럽고 신사다운 귀족들은 레이디에게 사과도 못 할 만큼 옹졸한 사내들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네.”


결국 반강제적으로 영애들에게 사과를 한 귀족들이 떨떠름하게 표정을 굳혔다. 영애들 역시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받고 모욕을 받을 것을 용서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황자의 말을 무시할 만큼 대단한 자들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보던 에이런드가 즐겁다는 듯 웃음 지었다.


“자, 이제 서로간의 사소한 오해도 풀렸으니, 다시 인생의 짝을 찾는 즐거운 연회를 시작해야겠군.”


이런 식으로 능구렁이 담 넘어가듯 연회를 진행시킬 작정이었나. 아예 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서 자신을 동 떨어뜨리고 있던 메르노아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연회 자체에는 크게 거부감이 없었으나, 이런 구성인원으로 즐거운 연회를 즐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남편을 찾는 연회라면 더더욱.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짝을 찾아 나서는 영애들과 귀족들을 보며, 메르노아가 슬그머니 몸을 뺐다.


“이름을 알려줄 수 있겠는가?”


슬금슬금 벽을 타고 문가로 향하던 메르노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췄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응을 해야 할지, 못들은 척 걸음을 옮겨야 할 지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반응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홀 안을 가득 채우던 그 능글맞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무시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빠르게 표정을 관리하고 뒤를 돌아본 메르노아의 눈에 생글거리는 은발의 황자가 눈에 들어왔다.


“메르노아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하.”

“그렇군, 메르노아 영애. 나도 만나서 반갑다네. 한데 영애는 아까 귀족들의 사과를 받지 않는 것 같던데.”


재수 없게도 딱 걸린 모양이었다. 귀족들이 고개를 숙이는 데도 쳐다보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많은 사람들 틈에 있었으니 안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황자라는 사실에 껄끄러움을 느낀 메르노아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 표정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했는지, 에이런드의 한 걸음 뒤에 서 있던 파란 머리칼의 기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냉랭한 청안은 어지간한 영애라면 겁먹을 정도로 차가웠지만, 메르노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를 무시했다. 잠깐 고민하던 메르노아가 이내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저는 그 사과를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째서?”

“제가 받았던 모욕은 당일 날 갚아 드렸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난동을 피운(사실 난동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들 난동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메르노아는 상당히 억울해 하고 있었다.) 인물임을 선선히 인정한 메르노아가 대답이 되었냐는 듯 에이런드를 응시했다. 에이런드는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메르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에게 모욕을 주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

“엄밀히 따지자면 정당방위입니다. 저의 명예를 공식적으로 실추시켰으니 저도 그에 맞는 대우를 해 드린 것뿐입니다만.”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하는 메르노아의 모습에 에이런드가 재미있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눈을 반짝였다. 애초에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모욕을 받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으나, 모욕을 받아도 보통 여성들은 그저 분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 뚜렷한 보복을 하는 건 아니었다. 여성들끼리라면 모를까, 남성에게 모욕을 주는 여성이란 더더욱 드문 케이스였다.

마음 같아선 더 들쑤셔보고 싶었으나, 메르노아는 온 몸으로 불편함을 표출하고 있었다. 게다가 황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긴장과 경계가 뒤범벅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 찔러봤자 경계심만 높이게 될 터였다. 조금은 아쉬움을 느끼며, 에이런드는 선선히 그녀를 놔주었다.


“그렇군, 알겠네. 시간 내주어 고맙군. 아, 춤이라도 한곡 추겠나?”

“춤을 워낙에 못 춰서 말입니다. 전하의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눈물을 머금고 참아야 한답니다.”


전혀 눈물을 머금은 것 같지 않은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해 봤자 설득력은 없었다. 하지만 에이런드는 웃으며 그녀의 거절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의 옆에 서 있던 기사의 표정만 더욱 불쾌하다는 듯 굳어갈 뿐이었다. 자신을 어떻게 보든 말든, 메르노아는 살짝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차피 메르노아는 이 연회에서 신랑 찾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난 백작이 저 영애를 선택한다는 데에 황궁을 걸겠어.”


뒤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메르노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사소한 일에 일일이 반응할 만큼 메르노아는 예민한 성격이 아니었다. 메르노아는 다시 문가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슬금슬금이 아닌 당당한 걸음이었다. 그러나 문을 지키고 있는 하인에 의해 그녀는 다시 제지를 받아야 했다.


“파트너가 없으시면 나가실 수 없습니다.”

“뭐라고?”

“황자님께서 명하셨습니다.”


어쩐지 순순히 보내준다 싶더니, 이런 짓거리를 해 놓았던 건가. 울컥 치미는 감정을 억누르며 메르노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 연회에도 분명 끝이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끝날 때까지 연회를 구경하고 있던가, 어딘가에서 시간을 죽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갈라서 있던 남자와 여자들이 점점 섞이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메르노아는 한숨을 내쉬며 테라스로 걸음을 옮겼다. 르피아는 대체 언제 저 무리에 끼었는지,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몇 번 갔던 테라스에 있으려던 메르노아가 걸음을 멈췄다. 문이 닫혀있는 걸 보니 누군가 안에 있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일부러 문까지 닫아 놓은 테라스에 들어가는 건 먼저 들어간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다른 사람과 공기를 공유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던 터라 메르노아는 주저 없이 돌아섰다. 그 후 몇 번이나 다른 곳을 찾았으나 비어있는 곳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냥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메르노아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홀 가장 끝에 있는 테라스로 향했다.

구석진 곳이라서 그런지 인적이 없는 것 같았다. 열려있는 문 너머로 고개만 살짝 내밀어 테라스를 살피던 메르노아가 슬며시 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밤공기가 뺨을 감싸왔다. 갑갑한 연회장의 공기 속에 있다가 이렇게 나오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누구?”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담 티아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1부 이북 출간되었습니다! +6 14.01.07 1,136 20 1쪽
11 이북 출간에 따른 비공개 전환 +6 13.10.21 1,340 47 1쪽
10 # 1. 제국의 영애 (9) +17 10.02.04 10,919 57 10쪽
9 # 1. 제국의 영애 (8) +15 10.02.03 10,919 47 9쪽
8 # 1. 제국의 영애 (7) +20 10.02.02 10,790 38 8쪽
» # 1. 제국의 영애 (6) +9 10.02.01 11,277 45 10쪽
6 # 1. 제국의 영애 (5) +42 10.01.31 11,742 56 14쪽
5 # 1. 제국의 영애 (4) +30 10.01.30 11,953 54 11쪽
4 # 1. 제국의 영애 (3) +11 10.01.29 12,425 53 12쪽
3 # 1. 제국의 영애 (2) +16 10.01.28 13,310 43 13쪽
2 # 1. 제국의 영애 (1) +11 10.01.27 15,704 44 12쪽
1 [1부∥패전국의 영애] # 0. 프롤로그 +28 10.01.26 25,105 6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