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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티아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Minato
작품등록일 :
2012.11.18 15:07
최근연재일 :
2014.01.07 11:43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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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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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93

작성
10.01.2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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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2쪽

# 1. 제국의 영애 (1)

후기와 질의응답은 서재의 공지란에 올라갔습니다.

이북으로 출간됩니다.




DUMMY

* 읽으시기에 앞서, 양해를 구합니다. 아래 내용은 퇴고 후 수정된 내용으로, 퇴고되지 않은 뒷 내용에서 나오는 명칭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은 이후 수정된 모든 퇴고본에서도 동일합니다. (퇴고본은 소제목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후기는 당시의 것으로 수정되지 않았습니다.

* 소설을 읽으시는 중간에 댓글로 오타나 비문 지적해주시면 다 확인하고 수정한답니다:) 걱정마시구 지적해주셔요!






저택은 겉보기에도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몇몇의 병사들이 일층을 둘러보았다. 억지로 문을 열 필요도 없이, 모든 문들은 열려 있거나 아예 문짝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하인들은 이미 다 도망간 것 같습니다.”


값비싼 것들이 있었을 게 분명한 자리에는 부서진 가구의 잔해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병사의 외침에 총책임자로 추정되는 기사가 서류를 확인했다. 저택의 주인이었을 남작은 전쟁 중에 사망했다고 쓰여 있었다. 서류를 눈으로 쭉 훑어보던 기사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외동딸이 있다! 이 저택 어딘가에 있을 테니 찾아라!”









소란스러운 바깥의 소리를 들었는지, 가만히 앉아 창밖을 응시하던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지나치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지도 않은 드레스에, 틀어 올린 붉은 머리칼 몇 가닥을 흰 목 아래로 늘어뜨리고, 꼿꼿이 세운 등이 오만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여인이 문을 돌아보았다. 콰앙. 누군가의 발차기로 문이 거칠게 열렸다. 두세 명의 병사들이 여인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여기 계십니다!”


멀리서 ‘모시고 와라!’ 라고 외치는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이 여인을 끌고 나가기 위해 다가왔다. 여인의 표정에 불쾌감이 스쳤다.


“내가 걸어 나갈 것이다.”


병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여인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을 스쳐 언제나 걸어 다녔던 익숙한 복도를 지나니, 우악스러운 병사들이 모여 있는 1층이 보였다. 잠시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던 여인이 드레스 자락을 움켜쥐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패전국의 귀족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당당한 자태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기사가 애써 헛기침을 했다.


“드레이 룬 남작의 영양, 메르노아 룬 영애 맞습니까?”

“패전국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귀족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최소한의 예우는 갖춰주었으면 해요.”


기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싶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들의 황제는 패전국의 영애들을 제국의 귀족들과 혼인시키고는 했다.

전쟁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가문의 대표로 여성만 남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 여성은 가문의 작위를 이어받을 수 없다는 법령에 따라 작위는 반납되었다. 신분을 유지하려면 제국의 귀족과 결혼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패전국의 영애들 중 가문에 자신밖에 남지 않은 이들은 제국의 귀족들과 결혼하려 했고, 황제 역시 패전국을 보다 평화롭게 흡수하기 위해 그들의 결혼을 적극 권장하는 추세였던 것이다. 혼자 남은 영애들은 가문의 영지를 지참금으로 가지고 결혼했기 때문에 제국의 귀족들도 크게 거부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남작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한 가문의 대표로 남게 된 영애였으니 제국의 귀족과 결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알겠습니다, 영애.”

“고맙군요. 그만 갈까요.”


보통의 영애들이 울고불고 실신하는 것을 생각해볼 때, 눈앞의 여성은 상당히 침착한 편이었다. 못 가겠다고 울고 때 쓰는 영애들을 끌고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래도 마지막은 운이 좋다고 중얼거리며 기사가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왕궁으로 돌아간다!”












언제나 타던 푹신푹신한 마차가 아니라서 그런지 몸이 불편했지만 메르노아는 꾹 참았다. 자신의 방에서 액세서리까지 몽땅 챙겨서 도망가 버린 하인들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짓던 메르노아가 마차 밖을 응시했다. 마차라고 하기보단, 거의 짐수레에 가까웠다. 아니, 분명 짐수레였다. 패전국의 귀족이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백작이나 후작도 아니고, 남작가의 영애가 아니던가. 짐수레라도 타는 게 다행이었다.


“저기, 너는 어디서 왔어?”


멀거니 밖을 내다보던 메르노아가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메르노아가 짐수레에 오를 때 까지도 펑펑 울고 있던 영애들 중 하나였다. 눈이 퉁퉁 부어서 볼썽사납게 변한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메르노아가 짧게 말을 내뱉었다.


“싱폰 영지에서 왔습니다.”

“싱폰? 그런 곳도 있어?”


싱폰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지리적으로 중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구석진 곳에 위치한 데다, 룬 남작도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고, 뭐 하나 특징이라고 할 게 없었다. 룬 남작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게다가 메르노아마저도 스무 살이 넘도록 사교계에 데뷔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못 알아보는 것은 당연했다. 아마 같은 나라 귀족들도 메르노아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일 터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메르노아는 기사가 그녀를 데리러 올 것이라 확신하지 못했었다.


“네. 룬 남작가에서 다스리고 있는 영지입니다.”

“그래? 난 처음 듣는데…….”


정말 인접한, 옆 영지가 아니고서는 알지도 못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메르노아는 새삼스럽게 서운함을 느끼진 않았다. 영지라고 하기엔 너무 작았고, 제대로 된 발달도 되지 않은 곳이었다. 소위 말하는 촌구석이었으니, 오히려 몰라주는 게 그것대로 편할 노릇이었다.


“아버님께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거든요.”


담담한 메르노아의 목소리에 영애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난 르피아 소유르야.”

“소유르 자작가의 영애셨군요. 메르노아 룬입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메르노아의 행동에 르피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같은 처지에 깍듯이 예의 차릴 것 없어. 놀리는 게 아니라면 그만 둬.”


르피아의 말에 메르노아가 잠시 당황한 듯 그녀를 응시했다. 르피아가 진심으로 하는 말임을 깨달은 메르노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는 사교계에 데뷔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런 관계에 익숙하지 않아.”

“아, 어쩐지. 그래서 내가 못 알아 봤구나. 그래, 그렇다면 지금 그렇게 어색한 것도 이해할 수 있겠다.”


고개를 끄덕이던 르피아가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르피아의 말에, 메르노아가 잠시 멈칫 했다.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메르노아가 르피아를 물끄러미 보았다.


“……어색?”

“응. 굉장히 어색해 보이거든. 불편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야…… 지금 우리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으니까.”


메르노아의 말에 다시 현재의 상황을 인식했는지, 르피아가 울상을 지었다. 대열을 유지하며 따라오는 병사들을 겁에 질린 눈으로 보던 르피아가 울먹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노예가 되는 거야? 평생 하녀로 살아야 하는 거야?”


스스로 내뱉은 말에 화들짝 놀라 더욱 겁에 질리는 르피아의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짓던 메르노아가 힐끗 병사들을 내다보았다. 그래도 명색이 자랑스러운 제국군이라 그런지, 병사들 하나하나가 다부진 얼굴로 대열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군대 앞에서, 크레니아 왕국이 버텨낼 수 있었을 리 없었다. 크레니아 왕국은 훌륭하고 좋은 나라가 아니었으니까. 굳이 구분하자면 망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흔들리던 나라였다. 결국 반절이 넘는 귀족들이 전쟁에서 죽고 나서야, 왕은 황제에게 투항했다.


“그 정도는 아닐 거야. 노예는 대륙적으로 불법인데다, 제국의 황제폐하는 아무리 패전국 출신이라고 해도 귀족들의 대우는 어느 정도 해주는 분이시라니까.”


전쟁이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었지만, 몇 번 제국에 대항했다가 크레니아 왕국처럼 굴복했던 왕국이 있었다. 어지간히 반항적이지 않고는 제국에서도 크게 압박하지 않는 편이니, 이미 투항하고 설설 기는 크레니아 왕국의 귀족들이라면 크게 타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미혼 여성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없었다. 때문에 외동딸만 있는 집안에서는 양자라도 들여서 가문의 명맥을 이으려고 했다. 하지만 명맥을 이을 정도로 대단한 집안이 아닌 경우, 집안의 이름과 영지를 외동딸의 지참금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메르노아의 집안도 그러한 경우에 속했다.


“집안의 남자들이 모두 전쟁으로 죽은 경우, 집안의 마지막 여성은 제국에서 거두어 준다고 알고 있어.”


보다 평화적인 융화를 위해, 황제는 가문을 공식적으로 잇지 못하는 미혼 여성들을 제국의 귀족들과 결혼시켜주었다. 어디까지나 전쟁으로 가문의 남성을 잃은 경우에만 해당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배려였다. 지금 이 짐수레에 타고 있는 영애들은 아마 그 조건에 충족하는 여성들일 것이다. 메르노아 또한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지 않았던가.


“우리는 아마도, 제국의 귀족과 혼인하게 될 거야.”


점령한 나라를 보다 쉽게 흡수하고, 귀족들에게 영지를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 황제는 혼인이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패전국의 귀족영애를 받아들이는 대신 영지도 함께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좋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영애의 경우 제국의 높은 귀족과 결혼할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 애초에 영지를 가지고 있다면 결혼은 보장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메르노아의 말에 르피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보면 제국의 귀족과 결혼하는 편이 더 좋은 미래를 위한 것일 수도 있었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는, 남성처럼 정계에 진출을 할 수도 없고, 특별히 능력을 인정받는 일도 없으니. 하물며 귀족 여성이라면 더더욱 그 쓸모가 한정되어 있었다.


“차라리 잘 된 걸까.”

“……글쎄.”


지금 이 수레에 타고 있는 여자들은 제국의 칼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아버지를, 형제를 잃고 홀로 남은 여성들이었다. 아무리 무능력하다고 해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은 여성들 중 제국에 분노할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황제는 어쩌면 그런 것들까지 고려했을 지도 몰랐다. 여자들을 제국의 귀족들과 결혼시킴으로써 복수조차 하지 못하도록 제국에 가정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표정이 복잡해지는 르피아를 물끄러미 보던 메르노아는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왕국은 크지 않으니 수도로 가는 길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보아하니 메르노아가 마지막 여성이었던 듯, 더 이상 다른 여성을 태우는 일은 없었다. 생각보다 혼자 남은 여성들은 적었다.

전쟁으로 반절이 넘는 귀족들이 죽었으니 아마 그중 일부는 혈족이 전멸했을 것이다. 가문에 남은 혈족이 없으면 그 가문의 작위와 영지는 자동으로 국가에 반환 되었다. 전쟁에는 남성들이 나갔었으니 아마도 대부분의 가문들이 아들만 키우다가 전쟁으로 몰살당한 거겠지. 아니면 부인만 겨우 남았다던가. 이렇게 영애나마 남은 집안은 작위가 낮으면서 결혼을 잘 시키려고 딸을 키우던 집안일 것이다.


“어머니는 어떻게 되실까.”


르피아가 우울한 눈으로 밖을 응시했다. 다행이도 이미 한 번 결혼을 한 여성의 경우는 남편이 죽어도 그 지위를 박탈당하지 않았다. 다만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생활이 소박해질 뿐이었다. 전쟁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돈을 지급해주긴 했지만 그 돈은 노후를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이름뿐인 지위를 이을 뿐, 생활은 평민들과 같게 변하는 것이다.


“네가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면, 어느 정도 생활은 유지하실 수 있을 거야.”

“그럴까?”

“응. 사돈집이 평민 같은 삶을 사는 걸 좋아하는 귀족집안은 없을 테니까.”


메르노아는 적당한 곳에 몸을 기댔다. 긴장하고 있는 정신과는 다르게 몸은 아까부터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조금은 자 두는 게 나중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프롤로그 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너무 놀랐습니다! 감사드려요ㅠ.ㅠ 오랜만에 연재를 하고 댓글을 받으니 정말 두근두근 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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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1. 제국의 영애 (2) +16 10.01.28 13,311 43 13쪽
» # 1. 제국의 영애 (1) +11 10.01.27 15,705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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