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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티아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Minato
작품등록일 :
2012.11.18 15:07
최근연재일 :
2014.01.07 11:43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1,442,291
추천수 :
10,579
글자수 :
50,893

작성
10.02.02 01:06
조회
10,789
추천
38
글자
8쪽

# 1. 제국의 영애 (7)

후기와 질의응답은 서재의 공지란에 올라갔습니다.

이북으로 출간됩니다.




DUMMY

힘차게 걸음을 옮기던 메르노아가 흠칫 놀라며 옆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음침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실례했습니다.”


결국 여기도 글러먹었구나. 예의바르게 인사말을 내뱉고 돌아서는 메르노아의 모습에 누군가가 당황한 듯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아, 그냥 여기 있으셔도 됩니다. 안의 공기가 답답해서 나오신 게 아닙니까?”


메르노아가 멈칫 했다. 누군가는 조금 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혹시라도 제가 있어서 그러신다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확실히 존재감은 없는 사람인 것 같아 신경은 안 쓰일 것 같긴 했다. 그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던 메르노아는 결국 테라스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저 안의 낯선 분위기보다야 여기가 훨씬 낫겠지. 테라스의 반원 모양을 따라 자리한 의자의 적당한 부분에 앉은 메르노아가 어두컴컴한 밖을 내다보았다. 달빛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회장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너무 강해서, 풍경은 잘 보이지 않았다.


“연회장 안의 분위기는 좋습니까?”


너무 조용히 있어서 존재감이 잊혀 진다 싶을 즈음, 메르노아와 멀리 떨어져 서 있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누군가가 서 있는 곳으로 힐끔 시선을 준 메르노아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전혀 좋지 않습니다. 당장 살인이 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살벌하죠.”


황자의 협박 때문이긴 하지만 영애들과 귀족들이 어울리고 있는 연회장의 분위기는 별로 살벌한 것 같지 않았지만 메르노아는 굳이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연회장의 분위기를 설명 했다기보다는 자신의 기분을 설명한 것 같았다. 누군가도 메르노아의 말투에서 그것을 느꼈는지, 조금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무섭네요.”

“네. 그러니 지금 들어가시면 목숨이 위태로우실 겁니다.”


한없이 진지한 메르노아의 조언에 누군가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럼 제가 이곳에 있는 것을 허락하신다는 건가요?”

“먼저 와 계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허락을 받아야죠.”

“저와 함께 계시는 게 불편하신 것 아니었습니까?”

“불편합니다.”

“솔직하시군요.”


누군가는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여전히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그를 물끄러미 보던 메르노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 지었다. 형식적이라는 게 확연히 티 나는 홀 안의 다른 귀족들보다는 훨씬 편한 사람이었다.


“크레니아 왕궁의 영애이십니까?”

“홀에 있는 여성들은 패전국의 영애들이니 홀에서 막 나온 저 역시 그에 속하겠죠.”

“그렇다면 신랑감을 찾아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기준은 상당히 까다로워서요. 걸 맞는 인물이 없군요.”


누군가는 의아하게 그녀를 보았다. 의문이 섞인 눈빛을 느낀 메르노아가 도도하게 웃으며 눈을 치켜떴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을 알 수 있을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질문을 받고도 한참을 말없이 밤풍경만 응시하던 메르노아가,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아버지 잘 만나서 높은 작위를 이어 받았지만 매력이란 찾으려야 쥐뿔도 없고, 그런 주제에 여자나 밝히는 그런 멍청하고 막돼먹은 놈.”

“……예?”

“입니다.”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참 어려운 주문이었기 때문에, 메르노아는 누군가의 침묵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놀라움에서 벗어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녀는 밤풍경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러나 생각보다 침묵이 길어지자, 슬그머니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어둠에 많이 익숙해진 덕분에, 아깐 보이지 않았던 누군가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누군가는 테라스 난간을 두 팔로 집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응?


“저기요?”


혹시 어디 아픈 건가 싶어서 넌지시 그를 불렀다. 메르노아의 부름에 그가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었다.


“……큼.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조건이라 잠시 당황했습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조금 떨떠름하게 그를 보던 메르노아가 이내 관심을 끊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풍경을 감상하던 메르노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보았다. 누군가는 아직도 테라스 난간을 잡고 있었다.


“추가하자면 명줄이 짧았으면 좋겠네요.”


상큼하게 덧붙이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메르노아의 모습에 누군가가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



그녀는 많이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만 말해달라고 했다. 사실, 깊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그녀의 시중을 드는 일을 다 끝내고, 위시안은 자신의 방을 가는 대신 휑하게 비어가는 저택을 가로질렀다. 고용인들이 하나 둘씩 저택의 물건을 들고 사라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제지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주인도 죽었고 아가씨는 도망갈 궁리나 하고 있었다. 몇 가지 들고 나가는 건 퇴직금 대신으로 생각해도 좋았다.

저택의 가장 바깥쪽 구석에 자리 잡은 방에 도착하자, 위시안은 문 앞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십 년이 넘는 세월을 살면서도 이 방에 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똑똑.

노크는 짧고 강하게 두 번. 아버지가 언제나 강조하던 것이었다. 이젠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기도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들리지 않았지만 위시안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귀족의 방은 아니지만 하인의 방 치고는 꽤나 크고 쓸 만한 방이었다. 방안을 슥 둘러보다가, 이불이 볼록하게 올라온 것을 발견했다. 위시안은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창백한 안색의 집사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주인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집사는 정말 오랜 시간 주인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주인의 부고를 듣는 그 순간부터, 이렇게 앓아누웠다. 죽음마저 함께하고 싶다는 대단한 충성심인가요? 위시안은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긍정의 대답이 나올까 두려웠다.


「언제나 저를 못마땅해 하셨죠.」


주제를 알아라. 자신을 보면 할 말이 그렇게 없는가, 싶을 정도로 아버지는 똑같은 소리만 해댔다. 주제를 알라고. 그놈의 주제.

이제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집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끈질기게 버티고 있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라고 불렀지만, 아버지라고 느껴본 일은 별로 없었다. 새삼스럽게 그의 죽음이 목전이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었다.


「평생 억누를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까.」


의식이 거의 없는 집사를 내려다보던 위시안이 점차 기묘한 미소를 띠웠다. 딱히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묻어났다. 때때로 못마땅함을 넘어서, 자신을 경멸어린 눈으로 보던 집사의 눈이 떠올랐다. 경멸, 자식에게 보이기엔 그리 가벼운 감정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나 지키고 싶어 하던 아가씨가, 저에게 어떤 제안을 했는지 아십니까?」


순간, 미소에 한 가지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분명한 조소였다.


「아버지.」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제가 이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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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1. 제국의 영애 (9) +17 10.02.04 10,919 57 10쪽
9 # 1. 제국의 영애 (8) +15 10.02.03 10,919 47 9쪽
» # 1. 제국의 영애 (7) +20 10.02.02 10,790 38 8쪽
7 # 1. 제국의 영애 (6) +9 10.02.01 11,276 45 10쪽
6 # 1. 제국의 영애 (5) +42 10.01.31 11,742 56 14쪽
5 # 1. 제국의 영애 (4) +30 10.01.30 11,953 54 11쪽
4 # 1. 제국의 영애 (3) +11 10.01.29 12,425 53 12쪽
3 # 1. 제국의 영애 (2) +16 10.01.28 13,310 43 13쪽
2 # 1. 제국의 영애 (1) +11 10.01.27 15,704 44 12쪽
1 [1부∥패전국의 영애] # 0. 프롤로그 +28 10.01.26 25,105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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