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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티아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Minato
작품등록일 :
2012.11.18 15:07
최근연재일 :
2014.01.07 11:43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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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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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893

작성
10.01.30 01:06
조회
11,953
추천
54
글자
11쪽

# 1. 제국의 영애 (4)

후기와 질의응답은 서재의 공지란에 올라갔습니다.

이북으로 출간됩니다.




DUMMY

르피아의 말을 듣고 나서 본 연회장은 어제와 사뭇 다르게 보였다. 영애들의 웃음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는 게 보였고, 남성들의 시선이 그저 호감뿐인 시선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서로 간에 어떠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상대만 보고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는 서로를 관찰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들은 겉이 번지르르한 이 남자가 과연 높은 위치에 능력 좋은 남자인지를 관찰했고, 남성들은 예쁘장한 이 여자가 과연 얼마나 좋은 영지를 가진 여자인지를 품평했다. 서로를 관찰하고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관찰당하고 평가받는 쪽은 영애들이었다.

메르노아는 자신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에 두 손으로 드레스를 꼭 쥐었다. 흰 면장갑 안으로 땀이 차는 것 같았다. 누군가 자신을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그러한 시선들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느껴졌다. 어제도 자신은 이렇게 평가받고 있었던 건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메르노아의 눈에, 수군거리는 남자 무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메르노아, 심심했…… 메, 메르노아?”

“아, 르피아 왔구나?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너, 너 지금 웃고 있잖아?”


르피아의 놀란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메르노아가 엷게 지었던 미소를 조금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한번 결심하고 나니, 생각보다 웃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거울을 보며 몇 번이고 연습했던 표정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보았는데, 르피아의 반응을 보니 나쁘지는 않아 보이는 모양이었다.


“당연하지, 나도 사람인걸. 웃을 수 있는 게 당연하잖아?”

“역시, 메르노아는 웃으니까 예쁘잖아!”


르피아도 활짝 웃었다. 주변에서 술렁임이 느껴졌다. 한발자국 물러서서 가만히 관찰한 결과, 르피아는 꽤 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아마도 몇몇 남성들은 르피아를 찍어 놓고 있겠지. 아직 연회가 끝나려면 삼일이나 남았지만 메르노아도 얼른 분발해야 했다. 르피아에게 춤 신청을 하러 다가오는 남성을 발견한 메르노아가 한발자국 물러났다. 자신을 관찰하던 남성도 몇 있었으니, 웃음을 흘리다보면 누군가 걸리겠지.


“한곡 추시겠습니까?”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메르노아가 놀란 눈으로 상대를 돌아보았다. 르피아에게 춤 신청을 하러 온 줄 알았는데. 처음 받아보는 춤 신청에 잠시 얼떨떨해 하는데, 르피아가 옆에서 옆구리를 찔러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메르노아가, 아까 표정연습을 할 때 가장 마음에 들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표정을 지었다.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조금은 도도하게, 그러나 너무 어려워 보이지 않게 턱을 치켜들고 입매를 살짝 올려 웃었다. 과연, 효과가 좋았던 모양인지 눈앞의 남자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또다시 술렁임이 느껴졌다.


“좋아요.”


사교계에 데뷔하지 않았다는 메르노아는, 초보자치고는 춤을 제법 잘 췄다. 덕분에 그녀는 춤 신청을 연달아 두 번이나 더 받아야 했다. 세 번 연속으로 홀을 빙글빙글 돌고 오니, 머리가 어질어질 한 게 금방 피곤해졌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줄기차게 춤 신청을 받고 그것을 승낙하는 르피아가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메르노아가 와인 잔을 집어 들었다.

춤을 추는 내내, 메르노아의 파트너들은 입을 쉬지 않았다. 이름이 무어냐, 성은 왜 안 알려주느냐, 영지는 어디냐, 전쟁으로 짓밟히지는 않았느냐 등등. 그들은 메르노아의 조건에 대해 알아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비단 메르노아의 파트너들 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다른 커플들이 춤추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들 안보이게 하려고 하면서 입을 달싹이고 있었다.

메르노아는 더 이상의 춤은 추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아까와 같은 상황의 연속일 게 뻔했다. 아직 어떤 이들에게도 자신에 대한 정보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메르노아 주변의 남성들은 조심스럽게 그녀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애써 피하지 않으며, 메르노아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메르노아에게 춤 신청을 했던 세 명의 남성 중 둘이 남작, 한 명이 자작이었다. 애초에 공작이나 후작을 기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심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과하고 있던 것을 깨닫는 건 금방이었다. 애초에 이곳은 보통 연회장과는 다르지 않던가.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던 스스로의 무지함에 혀를 차며, 메르노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국의 영애들을 두고 굳이 패전국의 영애들과 결혼하겠다며 찾아온 남자들이었다. 제대로 된 가문이 있을 리 만무하지! 어느 지방에서 세월이나 죽이고 있던 하위귀족들이 영지를 받아보겠다고, 혹은 영지를 넓혀보겠다고 덤벼든 게 틀림없었다. 재수가 없으면 이들 중 빚에 시달리는 이가 있을 수도 있었다.


“메르노아는 이제 더 이상 춤을 추지 않는 거야?”


처음에 세 번 춤을 춘 뒤로는 모든 춤 신청을 거부하는 메르노아의 모습에 르피아가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남성들이 춤으로 영애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만큼, 영애들도 춤을 추며 남성들의 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조건의 남성을 만나면 그때부터 집중적으로 한 사람만 공략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연회에서는 춤을 추지 않고서는 거의 정보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굳이 춤을 추지 않고 모여 서서 이야기를 나눌 만큼 서로 간의 감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춤이란 일종의 매개체였던 것이다.


“힘들어서 못해먹겠어.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출 수 있는 거야?”


투덜거리는 메르노아의 모습에 르피아가 작게 키득거렸다.


“사교계에 진출하고 일 년만 지나봐. 나보다도 더 체력이 좋아질걸?”

“설마.”


메르노아가 한껏 미소를 지었다. 춤을 추지 않는다고 해서 웃음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메르노아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당히 자신 있는 표정을 섞어가며 스스로를 꾸미고 있었다. 그녀가 상황을 이해했다는 사실을 눈치 챘는지, 르피아도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메르노아와 대화를 하고 있는 르피아에게 누군가 춤을 신청했다. 연회에 오고서부터 계속 춤을 추었던 르피아였기 때문에 잠깐 쉬고 싶었는지, 그녀는 상대방의 신청을 거절했다. 거절을 당할 줄 몰랐다는 듯, 남성은 불쾌한 눈으로 르피아를 노려보았다.


“이제껏 창녀처럼 웃으면서 꼬리치던 주제에, 감히 누굴 거부하는 거야?”


남성의 목소리는 의외로 컸다. 덕분에 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은 싸하게 변했다. 순식간에 돌변한 연회장의 분위기에 남성은 잠시 당황하는 듯싶었으나, 곧 의기양양하게 르피아를 노려보았다. 예상치 못한 모욕에 르피아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남성이 방금 한 말은 비단 르피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애들에게도 모욕적일 말이었다. 스스로를 아름답게 밝히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던 영애들이 조금씩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남성을 보았다. 그 시선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성은 동조를 구하는 듯 다른 남자 귀족들을 돌아보았다.


“결국 이 자리에 온 건 데려가 달라고 사정하기 위해서잖아? 패전국의 영애 주제에, 가장 기름진 영지를 가지고 와도 받아줄까 말까라고. 그렇다면 미래의 남편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하지 않겠어? 안 그래?”


몇몇 귀족들이 그에 동의한다는 듯 키득거렸다. 영애들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특히나 직접적으로 모욕을 받고 있는 르피아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연회장의 분위기는 이제 전쟁터를 방불케 할 만큼 살벌했으나, 남성의 조롱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나 어떤 영애도 선뜻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하지만 저 남성의 말대로 자신들은 ‘데려가 달라고 사정’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여기서 나섰다가 찍히면, 결혼도 못하고 신분이 추락해버릴 지도 몰랐다. 이날 이때까지 결혼을 잘 하기 위해 신부수업을 받아온 영애들의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흥, 아무 말 못하는 걸 보……”

“교양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저런 저속한 언행이라니.”


막 비웃음을 터뜨리려던 남성이 어디선가 튀어나온 목소리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새빨개진 얼굴의 르피아를 달래던 메르노아가 무표정하게 남성을 응시하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이란 다 이런가요? 참으로 무례하기 짝이 없네요. 의도야 어찌 되건 이 자리에 나온 영애들은 임시로나마 가문을 대표해 참석한 것입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저속함을 자랑인양 드러내다니, 어느 정도의 가문일지 알만하군요.”


조롱이 가득한 메르노아의 말에 이번에는 남성이 붉어진 얼굴로 씩씩댔다. 비단 남성 뿐 아니라, ‘제국의 귀족들’로 통칭되는 이들은 저마다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레이디에게 직접적인 무례를 저지른 것은 한사람이었지만, 다들 마음속에 승전국의 여유와 우월감이 조금씩은 있었던 탓이었다.

영애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에 반해 남성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한심하다는 눈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노려보던 메르노아가 한껏 질책을 담아 말을 이었다.


“어찌 제국의 귀족이라는 자가 영애를 모욕하고 기뻐한단 말입니까? 가정교육은 제대로 받은 건가요? 혹시 어느 뒷골목에서 평민과 부대끼며 살다 온 무뢰한은 아닙니까?”

“이, 이! 패전국의 영애 주제에!”


남성이 분노를 터뜨릴수록 메르노아는 더욱 더 싸늘하게 표정을 굳혔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낼수록 이성적으로 따지는 게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신경을 더 긁는 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메르노아는 슬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신을 보고 있는 다른 남성들에게 시선을 던진 메르노아가 나지막하게 혀를 차며 말을 했다.


“게다가 앞뒤 분간도 못하는 망나니가 날뛰는데도 구경만 하는 꼴이라니. 애초에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한 수준이네요.”


대놓고 제국의 귀족들을 싸잡아서 비웃은 메르노아가 이제는 벙찐 눈으로 자신을 보는 르피아에게 씩 웃어주었다. 언제 비웃었냐는 듯, 화사하고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난 기권하겠어, 르피아. 역시 이런 수준 떨어지는 자들 중에서는 도저히 내 남편을 고를 수 없어. 지나가는 평민도 이보다는 낫지 않겠어?”


상큼하게 웃으며 르피아의 어깨를 토닥여준 메르노아가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르피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잔뜩 굳어서, 미처 돌아서는 메르노아를 잡지 못했다. 비단 르피아 뿐만 아니라, 연회에 참석한 여성들은 대부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모욕 받았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큰 충격이었는지, 남성들은 정신을 못 차렸다. 그들을 뒤로 한 채 메르노아는 유유히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정말 속이 후련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작가의말

조회수 1이 생각보다 심한 충격을 주더군요.
그래도, 한 분이라도 제 소설을 봐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연재한담에 홍보를 하는 건 연재를 10편 이상 해야 한다고 어떤 분이 알려주시더라구요(..) 나름대로 공지를 잘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몰랐네요, 요 글을 읽으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알려주신 분 정말 감사해요(..) 홍보글은 우선 삭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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