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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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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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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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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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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04-

DUMMY

예원이 상자에서 전투 식량 하나를 꺼내며 꺼내며 말했다.


“타카야. 이건 따로 조리가 필요 없어요. 여기 옆에 보면 마개가 있죠? 아이스크림 꼭지 따듯이 이걸 딴 다음에.” 그러면서 상자 안에 들어있던 부식과 식기를 쏟아내고 주식이 들어있는 봉투를 그 안에 넣었다. “봐요. 방금 마개 뗀 곳에서 김이 올라오죠? 손을 델 정도로 뜨거우니까 상자 안에 넣고 기다리는 거예요.”

“아하, 그렇군요. 그럼 저도….”


자신 있게 손을 가져간 그녀였지만 웬일인지 마개를 따는데 애를 먹었다. 처음에는 손톱으로 마개를 건드리다가 괜히 상처만 냈고, 다음에는 손가락으로 비틀었지만 힘이 모자랐는지 마개가 늘어나기만 했다. 태민은 그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자신이 대신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타카야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앗, 됐다.”


타카야가 기쁜 목소리로 말하면서 뜨거워지기 전에 서둘러 봉지를 종이 상자 안에 넣었다. 그리고 예원이 한 것처럼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태민은 그녀가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일을 마치자 그제서야 안심하고 자기 몫을 챙겼다.


예원이 종이 상자 안에서 포크 숟가락을 꺼내 접시 위의 고기를 조금 뜯어 먹었다. 그녀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전문가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맛을 음미하더니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이거 꽤 맛있네요.”


그 말에 타카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다행이네요. 이 지방 음식은 처음 먹는 사람들 입에 잘 맞지 않는 편인데.”


태민은 예원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섬에서 지낼 때 홀로 오지에 떨어질 때를 대비해 서바이벌 훈련도 동시에 진행했었다. 그 훈련에서 가장 괴로웠던 때는 일상생활이라면 절대 먹지 않을 것들을 일부러 구해 먹어야 했을 때였다. 태민은 그때 예원이 상당히 독특한 미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들 것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런 것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보면 “너도 다른 애들하고 똑같은 소리를 하네” 라고 말하면서 익숙해진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 미각을 가진 예원이 맛있다고 해봐야 일반적인 범위 내에서 통용되는 수준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태민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고기의 살점을 떼어내 입에 넣고 씹었다. 처음에는 소고기 장조림 같은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런데 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맛이 점점 진해지더니 살짝 기침이 나올 정도로 독해졌다. 태민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면서 물을 마시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를 먹는 예원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예원이 고기를 먹다 말고 물었다.


“그나저나 타카야는 여기 왜 온 거예요? 봉사활동?”

“봉사활동…. 일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사업으로 왔어요.”

“사업? 무슨 사업인데요?”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타카야는 숟가락을 멈추고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복잡한 사업은 아니에요. 이곳에서 수제 가방을 만들어 일본에 가져가 파는 거예요.”

“그게 사업성이 있어요?”

“몇 년 전부터 안전한 지역에 머물고 있는 마을을 중심으로 해오고 있어요. 큰 이익은 나지 않아요. 하지만 가방을 만든 마을 분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확신해요.”


시끄러웠던 오두막이 잠시 동안 조용해졌다. 빛을 보고 모여든 날벌레들이 램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예원이 상자 위에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굉장하네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아프리카에 와서 몇몇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집을 지어주는 활동을 하다 보니 집만 가지고는 부족하겠다 싶겠더라고요. 생각하다가 저희 동네에서 수제가방을 팔던 가게를 떠올렸고, 일행들을 설득해서 시작한 거죠. 다행히 모두 저에게 힘을 보태주었고 현재까진 순조로워요. 신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이에요.”


타카야는 목에 걸고 있던 나무 십자가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쌌다.


상자 안에 넣어두었던 전투식량이 모두 데워졌다. 예원이 자신의 봉지로 윗부분을 잘라내는 시범을 보이고 그 안에 숟가락을 꽂았다. 이번에는 타카야도 한 번에 성공했다. 그녀는 봉지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더니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먹자.”


예원이 상자째로 손에 들고 한 숟가락 퍼먹으려 할 때, 바로 눈앞에서 태민이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키며 눈치를 줬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타카야가 두 손을 모은 채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시선을 교환하며 어떻게 할까 의논하던 두 사람은 결국 타카야가 기도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아멘.”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뜬 타카야는 두 사람이 자신을 위해 기다려 준 걸 보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다음에 또 이런 자리가 생기면 그때는 기다리지 말아 주세요. 제 종교 때문에 다른 분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거든요.”



※ ※ ※



식사가 끝나고, 타카야는 접시와 쓰레기를 챙기고 마을로 돌아갔다. 그녀가 안전하게 돌아가는 걸 확인한 태민은 오두막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착한 사람이네요.”

“그러게.” 식사 때문에 빼놓았던 상자를 제자리로 옮기던 예원이 말을 받았다. “그런데 가방 만들어서 파는 게 돈이 되는지는 의문인걸?”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만요. 전 그것보다 왜 타카야가 일행과 함께 있지 않고 혼자 여기 있는지 궁금하네요.”

“사람마다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타카야도 왜 우리가 가이드도 없이 다니는지 궁금할 걸?”


예원의 말에 태민은 웃으면서 일렬로 모아둔 상자 위에 올라가 몸을 눕혔다. 딱딱했고, 짧아 발목 부분부터 공중에 떴지만 땅바닥보다는 훨씬 나았다. 기름 램프를 끌 준비를 하던 예원이 태민의 얼굴 위로 모포를 던졌다.


“우린 그것 것보다 더 집중해야 할 일이 있잖아?”


예원은 기름 램프를 껐다. 오두막은 바로 눈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졌다.



※ ※ ※



해가 하늘 높이 뜬 시간, 예원은 지도를 펼쳐 든 채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지도를 보며 생각했던 것과 실제 지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근처에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작은 강이 흐르는 곳이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예상과 일치한 것을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을 때, 트럭이 크게 덜컹거렸다. 타이어가 땅 위에 솟아난 돌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밟은 것이다.


예원은 한쪽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돌멩이가 앞에 보이면 피해 가야지!”


운전대를 잡고 있던 태민도 만만찮게 소리 질렀다.


“저 면허 없거든요!”

“괜찮아. 나도 면허 없어!”

“엑? 누나 무면허 운전이었어요?”


트럭은 힘차게 덜컹거리며 앞으로 달렸다.


지도에 표시한 위치에 다다르자 태민은 트럭을 나무 밑에 멈췄다. 브레이크를 잡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나무에 부딪힐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예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트럭에서 내려 주변을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태민은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예원이 다가와 가볍게 머리를 치면서 말했다.


“왜 그래? 공짜로 운전 교습까지 받았으면 좀 더 힘이 넘쳐야지.”


태민은 고개를 들어 꿍한 표정으로 대꾸하려다가 관두고 운전석에서 짐칸으로 옮겨갔다. 식량이 들어있는 상자 사이에 미리 챙겨온 장비가 들어있는 상자를 지나 아프리카에 와서 구한 AK-47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었다. 태민은 그 안에서 상태가 좋은 두 자루를 꺼내 트럭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낡은 총을 써요? 지부에서 가져온 장비가 훨씬 최신식이잖아요.”

“이유는 두 가지.” 예원은 태민에게서 AK를 받아 총알이 장전된 탄창을 결합했다. “첫째, AK는 웬만해선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 둘째, 이제 막 실전에 배치된 철부지에게 좋은 장비를 주고 싶지 않다.”

“두 번째는 왠지 그냥 심술이잖아요.”


태민도 투덜거리며 탄창을 결합했다. 예원은 AK를 어깨에 메고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 주변을 조사해보자. 먼저 강을 건너야겠다.”


태민은 고개를 들어 방금 차를 주차한 나무와 그 뒤를 봤다. 가로수 크기만 한 나무들이 드문드문 있었고,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녹색 풀들이 땅을 메우고 있었다. 그 사이를 흐르는 작은 강은 깨끗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식수로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강 건너편으로 나무가 자라지 않는 돌산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제까지 지평선을 보고 달려와서 그런지 산이 반갑게 느껴졌다.


강은 작은 편이었지만 한 번에 건너기에는 폭이 넓었다. 예원은 메고 있던 AK를 강 건너편으로 던지더니 멀리서부터 달려와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강 건너편에 안착했다. 그녀는 풀 위에 떨어진 AK를 다시 어깨에 메면서 말했다.


“자, 봤지? 똑같이 건너오면 돼.”


태민은 자신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면서 먼저 AK를 건너편으로 던졌다. 그리고 강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충분히 심호흡을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어림도 없을 도전이었지만 훈련을 받고 난 지금은 가능하다고 스스로 격려하면서 뛰어올랐다. 몸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자 생각한 대로 잘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으악!”


하지만 현실은 땅에서 약간 모자랐다. 물 위의 돌을 밟고 넘어지려던 태민은 예원이 내민 손을 잡고 겨우 건너편에 도착했다. 발목 아래가 모조리 젖어버렸다.


예원이 킥킥대고 웃으며 먼저 건너와 있던 AK를 건넸다.


“이놈! 아직 수련이 부족하구나!”

“뛰기 전에 잠시 머뭇거려서 그래요.”

“변명은 죄악이라는 걸 몰라?”


강을 건넌 두 사람은 산이 땅을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강을 벗어나면서 무릎까지 올라왔던 녹색 풀이 적어지더니 마침내는 아무것도 없는 마른 땅이 나타났다.


“태민아. 저기 봐봐.”


예원이 턱을 들어 가리킨 곳에는 들소로 추정되는 동물들이 맑은 하늘 아래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동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들소 떼는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벌써 저 멀리 사라져갔다.


태민은 만약 들소들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상상해봤다. 온 힘을 다해 옆으로 구르기, 재빨리 참호를 파서 피신하기, 강에서 물을 길어와 진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바리케이드 만들기, 달려오는 들소의 위로 올라가 그 위를 달리기. 처음 생각 외에는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들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산은 그냥 보기에는 굉장히 가까워 보였지만 아무리 걸어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녹색 잎을 자랑하고 있는 나무가 평원에 홀로 서 있을 뿐이었다. 태민은 예원에게 리엔을 사용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리엔이 이 근처 지형을 조사해주면 산 밑까지 갈 필요도 없이 바로 이곳에서 조사를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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