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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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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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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9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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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0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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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4장 [불운을 넘어서] -05-

DUMMY

태민은 예원에게 돌아가기 전에 밤하늘에 시선을 한 번 더 던졌다. 저 멀리 있는 지상에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빛이 뭉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홍콩이란 단어를 듣고 기대했던 풍경이 그 불빛 너머에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보고 싶다는 기분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예원이 스티븐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을 선회하면서 나머지 대원들이 도망갈 때까지 기다려야 해.”

“저기 캣. 우리가 타고 있는 건 단순한 비행기거든? 우리가 남아있는다고 해서 도움이 될 리가 없잖아.”


예원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등의 상처가 또 아려오는 모양이었다. 혹은 지금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중일 수도 있었다. 태민은 예원의 손에 들려져 있는 휴대폰을 바라봤다. 아까처럼 리엔이 나서서 스티븐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주길 기대했지만 휴대폰은 조용했다.


“이건 잘 썼어.” 예원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면서 스티븐의 휴대폰을 돌려줬다. “그럼, 5분이야.”


스티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조종실로 되돌아갔다.


객실과 조종실 사이의 문이 닫히자 예원은 창문을 통해 비행기가 속속 이륙하고 있는 활주로를 내려봤다. 폭약이 설치되어 있던 창고는 대부분 폭발한 듯했다. 불길에 가려져 비행기도 크로노스의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씩 불 속에서 튀어나오는 파편들이 크로노스가 아직 그곳에 있음을 가르쳐줬다.


사람이 탄 경비행기 1대가 아직 활주로에 남아있었다. 빨리 움직이라는 마음속의 외침과는 달리 이륙은 늦어졌다. 초조하게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데 불길 속에서 크로노스가 그 큰 몸을 드러냈다. 그 순간, 괴물에 손이 들린 물건이 이렇게 높은 곳에서도 확인 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낫임을 달았다. 아까 전에 자동차를 두 동강 냈던 바로 그 무기의 정체였다.


크로노스는 아직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경비행기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공격하기 위해 낫을 든 팔을 번쩍 들어올린 순간, 바로 옆에서 다른 경비행기가 불꽃을 뚫고 튀어나와 크로노스에게 부딪혔다. 그것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았다.


‘리엔?’


하지만 크로노스는 그 자리에서 넘어지지도 잠시 동안 균형을 잃지도 않고 여전히 단단하게 서 있었다. 괴물은 자신의 옆구리로 돌진한 경비행기를 내리치기 위해 한쪽 주먹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 사이 활주로에 있던 경비행기가 이륙했다. 그것을 본 크로노스는 주먹에 분노를 실어 자신을 방해한 경비행기를 내려쳤다. 크로노스를 잠시 저지한 경비행기가 주먹 한 방에 고철이 되어 바닥에 찌그러졌다.


[남아있는 자원은 DF-4 한 대와 W-7 한 대 입니다.]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들린 것이 아니었다. 태민은 창에서 떨어져 예원을 바라봤다. 예원은 난리 속에 액정이 깨져버린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며 물었다.


“W-7은 포기해야 하나?”

[마지막 폭발을 위한 도화선 역할을 할 것입니다.]

“어쩔 수 없지. 터트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기가 강제로 밀려나는 소리와 함께 눈이 부실 정도로 붉은빛이 지상에 내려왔다. 어두운 밤임에도 비행장이 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바라보니 비행장은 물론, 그 주변의 숲까지 대부분 사라져 있었다. 연기 아래에 비행장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운석이 떨어진 듯한 움푹 파인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태민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지금 지상에서 일어난 폭발이 창고 하나가 터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단 것을 느낄 뿐이었다.

예원이 창 밖을 내다보면서 리엔의 보고를 들었다.


[DF-4는 3번 비행장으로 이동시키겠습니다.]

“지금 자폭으로 크로노스를 멈출 수 있는 시간은?”

[쓰러졌냐고는 묻지 않으시는군요.]

“그런 걸로 쓰러질 놈이 아니니까.”


그 말에는 아래에는 분한 감정이 진하게 깔려 있었다. 태민은 리엔이 예원을 이해하고 위로의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리엔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예상 시간으로는 앞으로 8분 23초 입니다.]

“8분? 비행장 하나와 교환했는데 그것밖에 안 돼?”

[그렇지만 복귀하지 못한 대원들이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은 벌었습니다. 그들의 목숨을 구하고, 홍콩 지부의 현 위치에서 크로노스를 떼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작전은 성공적입니다.]

“성공적이라….” 예원은 태민을 바라봤다. “태민아. 상황 종료야. 이제 쉬어도 돼.”

“아, 예.”


예원은 아직도 얼어있는 태민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다음, 침대로 걸어가 등을 위로하고 몸을 눕혔다. 그리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눈을 천천히 감았다. 태민이 보기에 예원은 잠이 든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나 그녀가 깨지 않도록 최대한 멀리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일행이 탄 전용기는 이제 머물러 있던 곳을 벗어나 원래대로라면 훨씬 전에 출발했어야 했던 한국을 향해 날고 있었다. 비행장은 이미 뒤로 넘어가 창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태민은 아무것도 없는 밤하늘을 보며 도대체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문득, 의문점이 떠올라 입을 열고 조그만 목소리로 말한다.


“리엔. 듣고 있어?”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리엔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태민은 안심하고 말을 계속했다.


“크로노스가 8분 정도 멈췄다고 했잖아. 그 동안 생포할 수도 있지 않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쪽으로는 전혀 손도 대지 않은 거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크로노스는 보통 공격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방어복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이 방어복은 대전차 탄환까지 막아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인이므로 그 이상의 충격도 막아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어복을 착용하지 않은 노출된 부위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가능하나, 레가니움 활성화를 이용한 빠른 자기회복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회복?” 태민은 잠시 생각했다. “리엔이 처음 말 걸었을 때, 내가 힘이 났던 것처럼?”

[아닙니다. 그것은 레가니움의 활성화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그렇구나….”

[우리가 사용할 수 있었던 모든 자원을 사용해서 벌어낸 시간은 8분입니다. 그것은 곧 크로노스가 상처를 회복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것 또한 치명상은 아니었던 걸로 판단됩니다.]

“그럼 뭐야. 그걸 잡으려면 핵폭탄이라도 날려야 하는 거야?”

[시도해 볼 가치는 있습니다.]

“아니. 가치는 무슨. 그냥 해 본 말이야.”


태민은 대화를 그만하고 고개를 위로 들었다. 목 살이 포개지면서 기분 좋은 통증이 온 몸으로 퍼졌다. 조금이나마 피곤이 풀리고 나자 그제서야 중요한 질문이 생각났다.


“그런데 말이야. 크로노스란 건 대체 뭐길래 레가니움을 쓰는 거야? 사람은… 아니겠지?”

[체구는 비정상적으로 크나 불행하게도 인간으로 판단됩니다.]


그 말에 손이 절로 얼굴을 향해 올라왔다. 태민은 손가락으로 눈을 적당히 압박했다.


“레가니움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거야?”

[한재하와 당신의 사례로 볼 때, 자연적인 현상은 아니라 판단됩니다. 현재 레가니움 원석을 가지고 있는 단체는 블랙 레벨을 제외하고 28군데입니다. 이 중에 한 곳에서 실험으로 인한 돌연변이를 만들어낸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험한 거구나.”

[걱정 마십시오. 저는 당신에게 해가 되는 방법은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혹시 그런 방법을 사용하게 되더라도 당신의 의견을 먼저 물을 것을 약속 드립니다.]


태민은 고맙다고 대답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이상하지는 않은가 생각해봤다. 부러진 왼팔은 마취가 점점 풀리는지 감각과 함께 통증이 돌아오고 있었다. 괜찮았다. 몸이 거대화 되려는 증상은 전혀 없었다. 힘이 세진 것 같지도 않고 체력이 더 붙은 것 같지도 않았다. 몸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자신의 몸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고 있는 지금의 기분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총격전과 폭발을 경험했다. 그런데 지금, 여전히 흥분한 상태긴 해도 의외로 냉정하게 자신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도 감정에 이리저리 떠밀리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묘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차분했다.


‘약간 비정상적인 것 같지만. 뭐, 좋은 방향인 것 같으니까 괜찮겠지.’


태민은 그렇게 자신을 설득시키고 창 밖을 내다봤다. 멀지 않은 곳에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잠시 동안은 그것에 눈이 팔렸지만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더 이상 야경 따위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작가의말
5장 [대화의 밤]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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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7장 [비록 신을 믿진 않지만] -01- +12 13.06.29 8,687 121 13쪽
32 외전 [고고학의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나] +17 13.06.27 8,474 112 11쪽
31 6장 [결심] -05- +20 13.06.25 9,607 133 12쪽
30 6장 [결심] -04- +12 13.06.22 9,137 135 17쪽
29 6장 [결심] -03- +7 13.06.20 9,602 123 13쪽
28 6장 [결심] -02- +12 13.06.18 10,007 138 12쪽
27 6장 [결심] -01- +10 13.06.15 10,631 136 12쪽
26 5장 [대화의 밤] -05- +11 13.06.13 11,298 139 10쪽
25 5장 [대화의 밤] -04- +17 13.06.11 12,373 161 10쪽
24 5장 [대화의 밤] -03- +8 13.06.08 12,023 132 13쪽
23 5장 [대화의 밤] -02- +8 13.06.06 10,239 132 11쪽
22 5장 [대화의 밤] -01- +7 13.06.04 30,860 142 12쪽
» 4장 [불운을 넘어서] -05- +10 13.06.01 14,836 159 9쪽
20 4장 [불운을 넘어서] -04- +7 13.05.30 10,143 132 11쪽
19 4장 [불운을 넘어서] -03- +8 13.05.28 10,470 1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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