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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이윤후

민간군사기업 블랙 레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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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윤후
작품등록일 :
2013.04.16 12:56
최근연재일 :
2014.02.18 12:00
연재수 :
1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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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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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02
글자수 :
790,195

작성
13.05.30 06:30
조회
10,139
추천
132
글자
11쪽

4장 [불운을 넘어서] -04-

DUMMY

“거기. 잠시 이쪽 좀 봐주겠어?”


창문에서 떨어져 뒤를 돌아봤더니 구급대원이 필요한 조치를 마치고 자신의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걸려있는 소총이 유난히 빛나 보였다.


“지금 관리자님께서 잠시 주무시고 계시니까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배려해드려. 아, 영어는 잘 모르나? 그러니까…. 이 분, 깨우지, 마.”


쉬운 단어를 알아듣기 쉽게 천천히 말해주는 그의 배려는 헛되지 않았다. 태민은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의도가 전해졌음을 확인한 구급대원은 창문으로 밖의 상황을 확인하더니 서둘러 비행기에서 내렸다.


“저 녀석은 자기 목소리 때문에 내가 깰 줄은 생각 못 했나 봐.”


예원이 불평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원과 한 약속이 10초도 넘기지 않아 깨져버렸다는 생각에 태민은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좀 더 자지 그래요.”

“이런 상황에서 5분의 수면은 8시간 수면하고 동일해.”

“상처도 심하잖아요.”

“예전에는 이것보다 심한 상처를 입고 며칠 동안 쉬지도 않고 걸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확실히, 몸의 강인함 만큼은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갑작스런 리엔의 난입에 태민은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번 말은 머릿속에서 울린 말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리엔의 목소리를 들은 예원은 눈을 크게 떴다.


“방금 누가 말한 거야?”

[안녕하십니까. 캣. 리엔이라고 합니다.]


리엔의 목소리는 예원이 벗어놓은 정장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예원을 대신해 태민이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스티븐이 지도 프로그램을 열어서 건네준 그 휴대폰이었다. 리엔이 휴대폰과 연동해 길을 가르쳐줬던 일이 떠올랐다.


“뭐야. 그거 내 게 아닌데?”


예원의 물음에 태민이 대답했다.


“아까 헤어질 때 스티븐 아저씨가 지도로 사용하라고 줬어요.”

[캣에게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 잠시 이 휴대폰의 자원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고 하는데요.”


예원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얼굴 옆에 내려놓으라고 손짓했다. 시키는 대로 하자 그녀는 마치 귀여운 애완동물이라도 보는 듯이 휴대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우리 이쁜이께서는 뭐가 궁금해?”

[현재 크로노스를 잠시 무력화시키기 위해 폭약이 배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된 양으로 크로노스가 무력화될 시간은 최대 5초입니다. 도주에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입니다.]


예원은 눈을 감았다. 분명 그 말대로였다. 대원들을 대피시킬 유일한 방법이면서 모두를 구할 방법은 아님을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예원은 마음속의 고민을 들킨 부끄러움과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을 짧은 한숨에 뱉어냈다.


[그렇기에 만일의 경우, 이곳에 있는 모든 기체의 조종권을 제가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뿐인데.”

[아마 그게 맞을 겁니다. 저는 여러분이 대피할 수 있을 시간을 벌기 위해 기체를 희생시킬 계획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태민은 창 밖에 보이는 비행기의 숫자를 세어봤다. 일단 눈에 띄는 건 4대였다. 전투기 1대와 오래된 경비행기 3대. 시야 밖으로 몇 대의 비행기가 더 있을 것 같았지만 억지로 그것들을 찾지는 않았다. 리엔이 조종권을 가지게 된다 해도 실제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현대화된 비행기는 그 수가 적어 보였다.

정적 동안 생각을 하고 있던 예원이 말했다.


“태민아. 나 좀 나갔다 와야겠다.”

태민이 깜짝 놀라 물었다.

“예? 그 몸을 하고 또 어딜 나가요?”

“괜찮아. 아까 전에 얘기했던 아저씨하고 말만 조금하고 바로 올 거야.”

“그런 거면 제가 가서 그분을 모셔 올게요.”

“아니.” 예원은 고개를 저으면서 침대 위에 몸을 일으켰다. “금방 끝날 거야. 걱정하지 마.”


예원은 침대 위에 놔뒀던 스티븐의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옆에 있던 모포를 정장 재킷대신 몸에 두르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휴대폰을 가져갔다는 것은 리엔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대령에게 말해주기 위해서라고 생각됐다. 창 밖을 내다보니 간이의자에 앉아있는 대령에게 다가가는 예원의 모습이 보였다. 대령은 예원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지만 곧바로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콜린트 대령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캣을 상당히 아끼는군요.]

“리엔? 예원 누나하고 같이 간 거 아니었어?”

[저는 항상 당신과 함께 있습니다. 휴대폰은 스피커 이용을 위해 사용했을 뿐입니다.]

“그래. 그런데 방금 그 말은, 얘기가 잘 풀렸다는 뜻이지?”

[그렇습니다. 콜린트 대령은 크로노스가 접근했을 시, 저에게 조종권을 저에게 넘기는 데 합의했습니다.]

“다행이다.”


태민은 창으로 예원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했다. 얘기가 잘 풀린 것보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빨리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어 생긴 감정이었다.


예원이 비행기로 오르는 계단에 첫발을 내디딜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총성이 뒤따랐다. 계단을 오르던 예원이 발을 멈추자 답답한 마음에 태민이 소리쳤다.


“누나! 뭐해요! 빨리 올라와요!”


예원은 머뭇거리다가 단번에 계단을 올라와 여분의 소파에 몸을 앉혔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는 듯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직후, 비행장 바깥쪽에서 폭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다. 10초 정도가 지나자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도로 위에서 크로노스를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강한 폭발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행장으로 험비들이 속속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험비 윗 뚜껑을 열고 몸을 내밀어 기관총을 잡고 있는 대원도 있었다. 콜린트 대령이 기관총이 설치된 험비를 향해 지시를 내려 다시 비행장 밖으로 내보냈다. 그 외에는 다른 명령을 내렸는지 대원들은 격납고에 대기 중이던 비행기를 향해 달려갔다. 태민이 타고 있는 전용기를 향해서도 달려오고 있는 대원 두 명이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스티븐이 전용기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캣! 무사하냐!”

“그래. 무사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우리가 시간을 끌었을 때 출발했어야지!”

“내가 가면 너희들은 열심히 총알 낭비나 하다가 변사체로 발견될 게 뻔했거든. 그럴 바에야 한 놈이라도 더 살리는 게 낫지.”


얘기를 듣고 있던 긱이 렌즈 없는 선글라스를 고쳐 쓰며 기내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뭐야. 조종사도 없잖아! 캣. 너 정말….”

“아.” 예원은 입을 벌리고 잠시 생각했다. “조종사 없었어?”


긱과 스티븐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거기에 맞춰 예원이 웃었고, 태민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긱이 조종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스티븐! 조종은 우리 몫인 것 같다!”

“우리? 난 비행기 면허증은 가지고 있지 않은데.”

“네 면허가 세발자전거용이란 건 나도 아니까 잠자코 옆에 앉아 시키는 대로만 해!”


그때 땅이 크게 흔들렸다. 이제까지 있었던 그 어느 폭발보다 강력했다.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발이 한 순간 공중에 떠오를 정도였다. 창 밖의 어둠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커다란 불길이 보였다. 그 불길 너머로 크로노스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소파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아 간신히 버틴 예원이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이쁜아. 지금 네가 사용할 수 있는 비행기가 총 몇 대지?”

[DF-4 1대와 W-7 3대가 있습니다.]

“W야 경비행기니까 괜찮다 쳐도 DF는 전투기인데. 가격이…. 후우.” 예원은 눈가를 찡그리며 고민을 표시했다. “그걸로 모두 탈출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겠어?”

[계산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알았어. 네 계획대로 움직여. 그래도 DF는 최대한 회수할 수 있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격납고 안에 있던 전투기 한 대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활주로에 나와 있던 대원들이 손을 흔들며 정지 신호를 보냈지만 전투기는 멈추지 않았다. 엔진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대원들은 서둘러 활주로에서 벗어났다. 그 와중에도 비행장 외부에서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DF-4는 그런 것을 무시하듯 활주로를 가로질러 밤하늘을 날아올랐다.


DF-4의 이륙을 시작으로 비행장 내에 있던 비행기 대부분이 이륙을 준비했다. 콜린트 대령은 조종사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남겨야 할 W-7 세 대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긱! 우리 차례야!”


예원이 조종실 문 너머에도 들릴 정도로 커다랗게 소리쳤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용기가 천천히 격납고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격납고 벽에 반 이상 가려져 있던 비행장의 모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있던 창고 뒤로 붉은 불길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비행기 엔진 소리를 상대로 자신을 드러내려 애쓰고 있었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람의 비명도 들렸다.


전용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올라왔을 때였다. 전방에서 천둥 비슷한 소리가 들리더니 모습이 보이지 않는 빠른 무언가가 전용기 바로 위를 지나갔다. 거의 동시에, 비행장 바깥에서 또 다른 불길이 솟아올랐다.


“와우! 어느 미친놈이 저런 비행을 하는 거지?”


긱의 감탄은 조종실 밖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컸다.


전용기가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창 밖을 스쳐 지나가는 전등들과 폭약으로 가득한 창고와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대원들을 보면서 태민은 생각했다. 제일 먼저 하는 도망은 결코 유쾌한 짓이 아니라고.

전용기는 밤하늘을 떠올랐다. 기체가 상승을 멈추고 안정적인 곡선에 접어들었다. 비행장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을 제외하면, 지상은 거의 완전한 어둠이었다.


“태민아.” 간신히 짜낸 목소리로 예원이 말했다. “조종실에 가서 스티븐 좀 불러와 봐.”


그녀의 부탁에 태민은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종실 문을 열었다. 긱과 스티븐이 갑작스런 방문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예원이 부른다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조종실 전면으로 보이는 끝없는 밤하늘에 시선을 빼앗길 뿐이었다.


“무슨 일이야?”


스티븐이 묻자 그제서야 입이 열렸다.


“스, 스티븐. 캣 콜 유.”

“캣이? 알았어.”


스티븐이 머리에 쓰고 있던 헤드셋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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