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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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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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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사냥은 끝으로

DUMMY

#1


“찾으셨다고요?”

“응. 보고 싶어서.”


기껏 선실까지 왔더니 헤이카는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발을 동동 굴리며 말했다.

공업의 회장님께서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서 불러내는 건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난 만전을 기하고 싶었다.


“얼굴 봤으니 다시 갑니다.”

“여기 있으면 안 돼?”

“밖에 쥐잡이에 마피아에 별별 것들이 다 깔렸어요. 다 우리 잡으려고 온 놈들이죠.”

“산이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야?”

“앞일이란 건 늘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음. 내 몸 상태 때문에 더 그러는 거지?”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랬다.


머스칼은 크루아틀에게 잡혀갔다. 헤이카의 몸 상태는 지난 아가레스전 이후로 말이 아니다.

공업이 가장 취약할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바로 지금이었다. 우릴 잡으려는 놈들은 다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미안해. 원래는 내가 지휘해야 했는데. 보호만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네.”

“그건 미안해할 일이 아니죠. 아가레스랑 싸우다가 그렇게 된 거잖아요.”

“심지어 그 아가레스도 나와 머스칼이 아니라 네가 잡았잖아?”

“그건 그렇지만..”

“겸손 떨 거 없어. 어쩌면 영웅에 어울리는 건 내가 아니라 산일지도 모르겠네. 하늘을 되찾았잖아.”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헤이카였다.

영웅이라니, 나 같은 놈에겐 정말 안 어울리는 고상한 이름이다.


“미안. 사실 이런 얘길 하려던 건 아니야. 조금 전 보르단에서 연락이 왔었어.”

“보르단이면 세계 연합이요? 뭐랍니까?”

“자기네들이 어떤 극비 작전을 진행할 거래. 작전 일정에 맞춰서 크루아틀의 주의를 좀 끌어달라네.”

“그걸 말이라고.. 맹수한테 우리 피 냄새를 맡게 하자고요? 대체 무슨 작전이길래?”


잠시 머뭇거리던 헤이카는 대답 대신 빙긋 웃기만 했다.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나한테 말해줄 순 없다는 뜻이겠지.

이젠 이런 것도 익숙하다. 세상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다는 걸 공업에 들어와서 몇 번이나 다시 배웠다.


“디코이를 쓸 거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산이 너는 시라비아 일에 집중해줘. 스토커를 통해서 시라비아를 장악해둬야 해.”

“장악까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일부만이라도 괜찮아. 정말 시라비아 마피아가 크루아틀의 빈틈을 노리고 그 휘하에 들어간 척을 한 거라면 우린 필요할 때 마피아의 칼에 독을 발라줘야 해.”

“음.. 최대한 해볼게요.”

“겸사겸사 시라비아로 사업 확장까지 하면 좋지. 마피아들 고집 때문에 여기선 우리 기술을 많이 못 팔아먹거든. 이 기회에 마피아들 돈을 좀 빨아내야지.”


역시 대기업의 회장님답다. 돈 나올 구석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 박사님. 산 팀장님. 수송기가 15분 뒤 도착 예정입니다. }


“응. 고마워. 클레멘타인.”


{ 네. }


“슬슬 준비해야.. 앗..”


자리에서 일어난 헤이카가 갑자기 기울어졌다. 재빨리 쓰러지는 몸을 부축하자 헤이카 본인도 놀란 얼굴로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뒤, 헤이카는 날 향해 괜찮다는 듯 웃어 보였다.


“웃을 때가 아니잖아요.”

“잠깐 현기증이 난 거뿐이야.”

“혹시 그 계획이란 거 다 끝내면 헤이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마음 속에 꾹 담아두고 있던 것을 물었다. 사실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고, 헤이카의 대답도 예상은 간다.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직접 대답을 듣고 싶었다.

이렇게까지 몸을 망가뜨리면서 머스칼과 나눈 계약은 뭐고, 세상을 전부 바꾸고 나면 헤이카는 어떻게 되는지.


“글쎄. 그건 모르겠네.”

“...”

“정말 몰라. 네가 그랬잖아. 앞일이란 건 늘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나도 그래.”

“살 순 있는 거죠?”

“최대한 노력해볼게. 어쩌면 평생 휠체어 신세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휠체어 밀어줄 테니 죽지만 마요. 월급 줄 사람은 있어야죠.”


헤이카가 피식 웃었다. 날 안심시키기 위한 미소란 건 알고 있다. 나도 마주 웃어주고 싶었지만 굳은 얼굴에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고마워.”



#2


수송기에 올라타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수송기가 항구 상공에 나타나자마자 이때를 노렸다는 듯이 숨어 있던 놈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열에 여덟은 시카의 폭탄에 날아갔다. 덕분에 항구는 아주 개판이 됐지만 싸움을 걸어온 건 시라비아고 우린 그에 대응했을 뿐이다. 에콰도 내게 책임을 묻진 않겠지.


나머지 남은 놈들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예 내빼거나, 마지막 객기를 부려 부두로 들어온 놈들은 콥스 바탈리온와 크롬벨로 처리했다.

완전 무장한 두 부대의 화력은 고작 쥐잡이나 마피아가 뚫을 수준이 아니었다. 총알 샤워를 받은 놈들이 걸레짝이 되고 나서야 적들의 공세는 멈췄다.


그렇게 수송기에 올라탄 우리는 곧장 베르몬드로 이동했다.

본래 플뤼테의 구역이었으나 현재는 스토커의 관할 구역이 된 베르몬드였기에 롬 스토커가 번듯하게 있는 한 쥐잡이나 마피아는 베르몬드에서 날뛸 수 없다.


올드 아일랜드에서부터 쭉 긴장하고 있던 난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뒤늦게 근육통이 몰려왔다.


“어서 오게. 우리의 바르바로사.”


과거 플뤼테의 거점이었던 술집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우릴 맞이한 건 롬 스토커였다.

안 그래도 신사라는 단어가 착 달라붙는 남자인데, 평소보다 한껏 멋을 부린 스토커는 모자를 벗고, 한 손의 지팡이를 거두며 정중하게 날 맞이했다.


오래된 연극에서나 나올 법한 환영 인사에 당황하기도 잠시, 스토커의 뒤로 늘어선 사람들이 날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시라비아 마피아 특유의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녀석들은 모두 스토커의 부하였다. 그리고 내가 요청했던 이들이며, 이후 시라비아에서 공업의 스파이로 활동해줄 인력들이다.

부디 쓸만하길 바란다.


“아직 바르바로사는 아닌데요.”

“아직? 오호. 그럼 곧..”

“아니, 말실수. 바르바로사 아니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하하! 여전하군!”


기분 좋다는 듯 스토커가 웃었다. 에콰나 쿠스카와는 다른 면으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내게 충성 비스무리한 걸 맹세하긴 했지만, 여전히 저 시커먼 속내를 읽어낼 수가 없었다.


“미다스에선 큰일이었겠지. 여긴 안전하니 다들 쉬도록 하게. 그리고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군요. 이클립스의 회장님.”

“네.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롬 스토커.”

“소문? 하하. 이런 보잘것없는 늙은이 소문이 회장님 귀에도 들어가나요?”

“‘다리를 건너는 남자’ 로 유명하시잖아요?”


헤이카의 말에 스토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그가 적잖이 놀랐음을 증명했다.


‘다리를 건너는 남자?’


시라비아의 거물들에겐 늘 온갖 별명이 따라붙지만, 스토커의 저런 별명은 나도 처음 들었다. 그런데 저 정도로 놀라는 걸 보면 아마 아는 사람이 적은 별명일 테고, 무엇보다 알아서도 안 되는 별명일 것이다.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길 잠시,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끼어들기로 했다.


“얘기는 2층에서 할까요?”

“응. 그러자.”

“..먼저 올라가겠네.”


스토커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늘 여유롭던 스토커만 봐왔기에 저렇게 초조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뭡니까? 다리를 건너는 남자? 무슨 영화 제목 같네요.”

“흐흥. 그런 게 있어. 다들 1층에서 쉬고 있어. 혹시 모르니 경계는 유지하고. 산아. 그리고 사무엘을 같이 데려가자.”

“사무엘을요?”


헤이카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있던 사무엘이 이미 끄덕이고 있었다. 머리 좋은 사람 하나가 더 끼면 손해 볼 건 없겠지.


내가 앞장서 2층으로 향했다. 지난번 시라비아에 왔을 때, 스토커와 이야기를 나눴던 방에 들어서자 스토커가 데려왔던 조직원들이 벽을 등지고 주르륵 서 있었다.

먼저 소파에 앉아 술잔의 술을 채우고 있던 스토커가 편한 곳에 앉으라는 듯 눈짓했다. 우린 각자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회장님. 그 별명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역시 스토커는 가장 먼저 헤이카에게 그걸 물어왔다. 헤이카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다 아는 법이 있죠.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요?”


헤이카의 능숙한 흘리기에 스토커는 착잡한 얼굴로 술잔을 기울이더니 끄덕였다. 스토커의 시선이 날 향했다.


“자네가 요청한 ‘정보’ 와 ‘인력’ 은 모두 준비했네. 간단한 인력부터 먼저 하지. 저기 모인 여덟 명일세.”


벽을 등지고 있던 조직원들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말 잘 듣고 빠릿빠릿하고, 나름 실력도 좋은 친구들이지. 자네가 원하는 만큼 굴려도 좋아. 다들 차기 바르바로사의 임무를 수행한다며 잔뜩 기합이 들어가 있으니까.”

“...별 걸 다 기합을 넣네요. 너무 기합 들어가서 실수라도 하면 곤란한데.”

“그건 걱정 말고. 내가 직접 고른 친구들이니 다들 쓸모가 있을 걸세. 뭐, 보나 마나 스파이로 굴릴 것 아닌가?”


역시 스토커답게 눈치가 빨랐다. 난 그를 향해 끄덕였다.


“예. 시라비아에서 제 수족으로 움직여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에콰와 쿠스카가 심상치 않아서.”

“그렇군.”

“그럼 이제 정보로 넘어가죠. 제가 요청한 정보가 뭔진 알고 있죠?”

“지금 자네가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겠지.”


스토커는 테이블 위에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재빨리 내부의 문서들을 확인했다.


“우선 가장 앞쪽은 크루아틀 정복군에 대한 정보라네. 그렘린 중독자를 제외하고 현재 확인된 정복군의 대략적인 규모는 약 1만일세.”

“수인병이 1만..?”


그 괴물 같은 짐승이 최소 1만. 만일 공업이 격리시킨 그렘린 중독자까지 짐승화가 시작되면 그 이상으로 불어난다.


마하카리타에서는 이제 막 짐승이 된 놈들 고작 몇백 마리가 도시 하나를 작살냈다. 1만이라면 도시가 아니라 전 세계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 규모였다.


“그리고 케르베로스 열차포가 4대.”

“4대라고요? 그 정신 나간 열차포를 4대나?”

“확인된 것만 4대라는 걸세. 어쩌면 숨겨둔 게 더 있을지도 모르지.”


헤이카도 좋지 않다는 듯 내게 눈짓했다. 마운틴 클리너를 가진 헤이카조차 케르베로스 열차포를 경계했는데, 그런 게 4대라면 마운틴 클리너를 훨씬 압도하고도 남는다.

굳이 쏘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 있다.’ 라는 사실 하나로 열차포는 전략적 가치가 높다. 갈기면 도시가 날아가 버리는 수준이니까.


“여기 스레바탄이니 케인이니 하는 건 뭡니까?”


서류의 한구석에 있는 리스트엔 그런 게 있었다. 스토커가 말했다.


“스레바탄. 케인. 쥴라카. 머론. 크루아틀의 정복군 내부에서도 지휘관들일세. 장군들이란 거지.”

“네임드 보스란 거네요. 고작 짐승 무리에 그런 지휘관 계급이 있을 줄이야.”

“1만이나 되는 짐승 무리를 크루아틀 혼자서 통솔하기엔 역시 무리가 있던 모양이지. 저 네 마리와 우두머리 크루아틀을 제외하면 나머진 잡짐승들이네. 물론, 그 잡짐승마저도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걸 알고 있겠지만.”


서류를 넘기자 다음은 크루아틀 정복군이 아닌 월교에 대한 것들이 쓰여있었다. 내가 눈을 마주치자 스토커가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혹시 그건 원하던 정보가 아닌가?”

“아뇨. 이런 정보까지 준비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해서..”

“싸움에선 적에 대해 아는 게 제일 중요하네. 크루아틀과 그의 정복군도 결국 뿌리는 월교야. 월교를 조사하지 않을 수 없잖나.”


하긴 그렇다. 크루아틀은 자기 좋을 대로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크루아틀의 짐승 테러나 정복 전쟁을 완전히 방관만 하는 걸 보면 월교의 고위층도 사실상 크루아틀의 전쟁에 동의한 셈이다.


월교의 큼직큼직한 지부와 주요 사업, 고위층 성직자들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한 서류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정보를 어디서 입수했나 궁금해질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은 시라비아에 관한 걸세.”


서류의 마지막 장.

큰 내용은 없었다. 시라비아 마피아의 최고 간부 셋이 모두 크루아틀에게 적대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는 게 전부였다. 한 마디로 굴복했다는 뜻이다.


“마피아가 굴복한 건 크루아틀을 찌를 기회를 노리는 거 맞죠?”

“음...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나도 잘 모르는 일일세.”

“..그쪽 최고 간부 아닙니까?”

“크루아틀에게 굴복하기로 한 건 맞는데, 쿠스카가 주도한 거거든.”


크루아틀에게 항복한 게 에콰가 아니라 쿠스카라는 건 의외였다. 바르바로사의 빈자리를 대신해 가장 세력이 넓은 에콰가 조직을 꽉 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쿠스카라니?


“쿠스카는 ‘생각이 있으니 지금은 따라와 달라.’ 라고만 했지. 사실 나도 내 박물관이 짐승들한테 짓밟히는 건 볼 수 없어서 따른 것뿐이야.”

“그럼 에콰는요?”

“에콰도 조용히 동의했지. 쿠스카에게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 확실한데, 에콰는 잘 모른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에콰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까.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거든.”

“...”


항복을 주도한 건 쿠스카. 그리고 쿠스카는 날 잡으려고 처형인에 온갖 놈들을 다 움직였다.

시라비아에 쥐잡이들이 들어온 건 연방의 한 부자 아저씨 때문이다. 둘이 기가 막히게 타이밍이 겹쳤을 리도 없고, 쿠스카와 합을 맞춘 게 틀림없다.

난 벽을 등지고 있던 조직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친구들 바로 써도 되죠?”

“물론.”

“쿠스카와 연방의 티엔 회장이 접촉한 적 있는지 확인해보고, 쿠스카와 월교와 접촉이 있는지도 확인. 마지막으로 에콰의 움직임도 계속 지켜봐 주시고요. 특이사항 있을 시 즉시 보고하고.”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인 조직원들은 우르르 방을 나갔다. 일단 행동은 빨라서 좋다.


“내가 준비한 건 이 정도일세. 필요하면 더 찾아다 줄 순 있어. 말만 하시게. 바르바로사.”

“거참 그거 안 한다니까. 되게 질기시네.”

“늙을수록 질겨지는 법이지.”

“전에 남겨두고 간 우리 쪽 사람들은 아직 라가토니아에 있죠?”

“그렇지. 그 혜니라는 아가씨는 다 나아서 내 박물관을 매일같이 들락거릴 정도야. 그 비서실장 아가씨는 호텔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고.”


혜니가 다 나았다니 다행이다. 닐라는 닐라대로 헤이카의 지시에 대응하고 있으니 여기서도 바쁜 모양이다.


“참, 그쪽 사람들도 남아있는데. 뭘 시켰길래 매일 죽을상을 하고 다니나?”


스토커는 사무엘을 향해 물었다. 사무엘이 뭔가 남겨둔 사람이 있던가?

생각해보니 전에 시라비아에 왔을 때 레베스타 에이전트 하나랑 주란을 데려온 게 떠올랐다.


“밑작업을 좀 시켜놨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사무엘은 둘러대듯이 말했다. 그다지 명쾌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스토커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끄덕였다.


“그럼 이야기도 끝났으니 먼저 일어나지. 내 구역에서 날뛰는 놈은 없으니 편히 쉬게.”

“고마워요. 스토커.”


헤이카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스토커는 입맛을 쩝 다시며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 헤이카는 곧바로 사무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용히 스토커가 넘긴 정보들을 들여다보던 사무엘은 나와 헤이카를 향해 끄덕였다.


“뭔데요? 나만 모르게 둘이 뭐 얘기했어요?”

“사무엘이 확인할 게 있대서.”

“확인할 거? 뭘 확인해요?”

“역시 시라비아 마피아가 캔들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설마 감응자를 만드는 그 캔들?”


사무엘이 끄덕였다.


“그리고 스토커는 그 사실을 알면서 우리에게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습니다.”

“어떻게 스토커가 안다고 확신했죠?”

“얼마 전에 봤습니다.”


자기 눈을 가리키는 사무엘이었다. 이번에도 그 미래 예지인 모양이다.


“지난번 연방에서 시라비아 마피아 손에 넘어갔던 캔들 샘플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죠. 마피아들이 돈벌이로 쓰지 않을까 했는데.”

“제가 보는 미래는 단편적이라 검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전에 데려왔던 피노와 주란에겐 시라비아에 남아 스토커에게 ‘일부러 들키도록’ 캔들의 행방을 조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런데도 스토커는 그 두 사람이 뭘 하는지 모른다는 듯 말했죠.”

“일부러 모른 척을 한 거다? 넌지시 떠본 거네요.”


역시 내게 충성한다고 해놓고 숨기는 게 있었다. 마피아는 결국 마피아다. 애초부터 믿을만한 놈들은 아니었지.


“일단 경계는 늦추지 말고 계속 지켜보죠. 스토커의 부하들한테 스토커를 캐보라고 할 수도 없으니 이건 사무엘한테 맡겨야겠네요.”

“예.”


얻을 건 얻었다. 이젠 상황을 조금 지켜볼 때였다.


크루아틀이 준 유예.

누가 그 짐승에게 넘어가고 누가 연합의 편에 남는지를 신중하게 지켜보며 우리도 판을 짜야 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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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올드 아일랜드(4) - 마법사의 숲 +1 22.11.24 22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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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잿빛의 고향(8) - 중재자(Peacemaker) 22.10.10 235 12 16쪽
117 잿빛의 고향(7) - 두 여인 +1 22.10.07 265 13 19쪽
116 잿빛의 고향(6) - 희미한 그리움 속에서 +1 22.10.06 231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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