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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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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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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78
추천수 :
3,418
글자수 :
1,9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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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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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추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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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사냥꾼들(2) - 칼부림

DUMMY

#1


속도와 속도의 싸움은 끝에 다다랐다.

날카로운 칼바람과 함께 뒤를 잡은 산이 카르마 나이프를 길게 펼치며 힘껏 찔렀다.


등을 뚫고 들어온 칼날이 단번에 가슴을 관통했다. 울컥하며 피를 토한 진은 가슴팍을 꿰뚫고 나온 새까만 칼날을 내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진짜 더럽게 빠르네..”

“말해봐. 너희 고용한 것도 그 티엔이라는 연방의 부자 아저씬가? 아니면 크루아틀? 마피아?”

“쿨럭..! 글쎄다..”

“흠.”


카르마를 비틀어 뽑자 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의 몸이 앞으로 쓰러지기도 전에 산의 나이프가 움직였다.

철퍽, 하며 피 웅덩이 위에 쓰러진 건 진의 몸뚱이였다. 웃고 있는 머리는 산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이어서 가볍게 바닥을 찬 산은 곧장 저격수가 있던 건물 옥상까지 달렸다. 1분이 채 걸리지도 않아 건물에 도달한 산은 계단을 올라 옥상 문을 걷어찼다.

이곳저곳 피가 튄 옥상에선 바닥에 주저앉아 담배를 태우는 야차가 산과 눈을 마주쳤다.


“왔냐?”

“...”


야차의 뒤로는 피투성이가 된 저격수 시라가 몸을 축 늘어뜨린 채 고개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의 팔다리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곤봉이 야차의 옆에서 피를 식히고 있었다.


“아까 뭐 터지던데. 폭탄녀겠지?”

“저쪽에 있는 폭탄마는 시카가 잡는다고 했으니 시카겠지. 그보다 살려두라고 했는데, 왜 저 꼴이야?”


산이 턱짓하자 힐끔 시라를 돌아본 야차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는 다시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팔다리 멀쩡하게 살려두라곤 안 했잖아. 숨은 붙어있어.”

“..넌 신사다움이란 걸 좀 배울 필요가 있겠어.”

“쥐잡이에 남자 여자가 어딨냐. 칼 들고 총 들고 설치는 살인 청부업자들인데, 늘 뒤질 각오는 해야지.”

“하긴.”


산이 뚜벅뚜벅 시라를 향해 다가왔다. 바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던 시라는 산이 가까워질수록 호흡이 더 빨라졌다.

마침내 그녀의 코앞에서 멈춰선 산의 구두가 지그시 그녀의 등을 밟았다.


“커흑..”

“하나만 묻자. 의뢰는 혹시 티엔이라는 연방의 부자 아저씨가 걸었어?”

“.....”

“대답해주면 남자친구는 살려줄게.”

“지... 진.. 진이 살아있어..?”


등 뒤로 잘린 머리를 숨긴 산이 끄덕였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던 야차가 인상을 구겼다.


“티엔.. 맞아... 류호 공업의.. 티엔 회장..”

“역시.”


산은 손에서 대롱거리던 머리를 시라의 앞에 내려놓았다. 시라는 그 머리를 보곤 눈을 부릅떴다.


“진..?”

“미안. 사실 죽었어.”

“너.. 너... 죽여버릴 거야..! 내가 널..!”


카르마가 번뜩이자 시라의 머리도 뚝 끊어졌다. 산은 칼날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내며 돌아섰다.

담뱃재를 털며 머리가 잘려 죽은 남녀를 바라보던 야차가 입맛을 다셨다.


“내 생각인데, 나보다 네가 더 신사다움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아니, 사회성을 배워야 하나?”

“하, 쥐잡이에 남녀가 어딨어? 칼 들고 총 들고 설치는 살인 청부업자들인데.”

“..짜식.”

“그보다 게르파 군단이 코앞까지 왔어. 아마 슬슬..”


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지 않은 곳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번지기 시작하는 비명과 불꽃에 산이 아베스타를 조작했다.


아베스타의 영상엔 게르파 군단의 전차 중 2대가 폭발해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남은 한 대는 우회해서 이동하고 있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쪽도 폭탄이니까.’


또다시 터진 폭발에 남은 전차마저 날아갔다. 산은 야차를 향해 눈짓했다.


“전차는 치웠으니 남은 거 정리해봐.”

“나보고 다 잡으라고? 저것들을?”

“지금이라면 되지 않겠어? 시카도 보낼 테니 해봐.”

“..귀찮게.”


담배를 밟아 끈 야차가 투덜거리며 옥상 계단을 내려갔다. 산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망가진 저격총에서 스코프를 떼어내 옥상 가장자리로 향했다.

아베스타의 영상으로 야차와 시카를 띄워놓은 산은 팔짱을 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는 스코프를 가져다 대며 확인했다.


‘시카의 초재생이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어. 게다가 이젠 옷까지 재생하고.’


재생에 시간이 걸리고 날아간 옷은 재생되지 않던 예전과는 확연한 차이였다. 분명히 그녀의 능력이 이전보다 강력해졌다는 의미였다.


곧, 산은 야차에게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걸 확신했다. 게르파 군단과 충돌하기 시작한 야차는 게르파 군단의 노련한 사냥법에도 멈추는 일이 없었다.

상처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지치지도 않는다. 곤봉으로 사람 머리를 터뜨리는 비상식적인 괴력까지 뿜어냈다.


“흠..”


헤이카의 말대로 노페이스의 팀원들에게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산은 손에 쥔 나이프를 허공에 몇 번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재빠르게 번졌다. 몸이 훨씬 가벼웠고 낼 수 있는 속도도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가속을 능력으로 하는 감응자와의 싸움에서도 전혀 꿇리지 않았다. 이미 산 본인이 감응자나 다름이 없었다.


다만 감응자들처럼 파장을 터뜨리는 현상은 없었다. 관측되는 파장도 없이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은 것. 힘의 차이는 분명하나 현상만 보자면 델라리온 머스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당장은 좋을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강자와의 싸움을 앞둔 지금이라면 분명히 그러하다.

허나 이후의 일은 여전히 미지였다. 늘 대가 없는 베풂은 없다고 배워왔던 산이다. 강력한 감응자들조차 ‘감응’ 이라는 이름의 대가로 심각한 환청이나 환각, 정신 불안을 느낀다.


인간으로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이상, 분명 대가가 있을 것이다. 산이 신경 쓰고 있는 건 그 점이었다.


“여기 있다!”


상념에 잠겨 있던 산은 옥상으로 우르르 몰려온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사냥꾼들이었다.

서른 명에 가까운 검은 옷의 사내들이 기관단총의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뭐야?”

“우린 바그다르 패밀리다.”

“아, 그 떨거지들?”

“죽여!”


투다다당!

쏟아지는 총탄에 펄쩍 뛴 산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5층에서 맨몸으로 뛰어내린 그의 모습에 사냥꾼들은 서둘러 아래로 되돌아갔다.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다니,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산은 확신이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이런 것쯤은 간단한 일이라고.

건물의 벽을 찬 산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그 엄청난 도약력에 반대편 건물이 가까워지자 산은 또다시 벽을 찼다.


그렇게 두 건물 사이를 오가며 지상에 착지한 산은 긴 호흡을 내뱉었다. 뿌연 입김이 흘러나와 흩어지는 동안, 사냥꾼들이 또다시 다가왔다.


검은 궤적이 지상을 훑으며 먹물의 꼬리처럼 긴 잔상을 남겼다. 순간의 칼부림이 목을 떨궜고, 그 익숙한 동작이 재빠르게 반복됐다.

날아드는 기관단총의 총알까지 피하며 수십 명의 목을 베는 데까진 분 단위의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뒤쪽에서 도망치라는 겁에 질린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처형인에겐 자비가 없었다. 새까만 나이프가 도망치는 이들의 등을 가르고 목을 끊었다.


그때, 공기가 일그러지며 파장이 터졌다. 바그다르 패밀리의 마지막 머리를 베어낸 주변을 훑었다.

기습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등 뒤의 건물 벽을 관통하며 사람의 팔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


산의 나이프가 섬뜩한 궤적을 터뜨렸지만 벽에서 튀어나온 팔은 멀쩡했다.


‘베는 감촉이 없어.’


팔에 이어 건물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남자가 눈을 부라렸다. 유령처럼 벽과 벽 사이를 넘나드는 그의 주변 공기가 일그러진 채 진동했다.

산의 나이프가 또다시 날았다. 남자는 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아무리 빨리 휘둘러도 카르마의 칼날엔 무언가를 베는 감촉이 없었다.


‘칼을 그냥 통과시키는 건가?’


산의 칼부림에도 멀뚱히 있던 남자가 손을 휘둘렀다. 손에 닿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거리를 벌린 산은 다른 방향에서 들어온 기척에 지면을 걷어차며 펄쩍 뛰었다.


높이 뛰어오른 산이 지상을 살폈다. 이상할 정도로 짙게 깔린 안갯속에서 권총을 쥔 남자가 혀를 차더니 다시 안갯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 일대에 짙게 깔린 안개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감응자가 둘.’

‘한쪽은 물체를 통과시키고 한쪽은 안개로 시야를 차단한다.’


쥐잡이로선 무서운 능력이다. 게다가 그들은 확실한 프로였다. 몸놀림도 그렇고, 산을 상대로 침착하게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러했다.


지상에 착지한 산은 안개에 꽉 막힌 시야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속도를 낸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적과 칼로 벨 수 없는 적은 상성이 좋지 않았다.


“사무엘.”


고민 없이 아베스타로 사무엘을 호출한 산은 건물 벽을 박차고 다시 한 번 뛰어올랐다. 그리곤 코트 안쪽에서 검은 방독 마스크를 꺼내 썼다.

동시에 세 번째 파장이 터졌다. 맞은편 골목에서 걸어나오는 사무엘이었다.


“!?”


안개 속에 숨어서 움직이던 두 쥐잡이는 난입한 또 다른 감응자에 반응했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뒤집혀있었다.


“커헉!”


안개를 뿜어내던 남자가 목을 부여잡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커억! 켁!”

“이봐!”


벽을 통과하던 남자가 재빨리 그를 향해 달려왔지만, 그보다 빠르게 산의 칼날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순식간에 동료의 머리가 바닥에 데굴데굴 나뒹구는 광경에 남자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서둘러 벽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뒤에서 날아든 사무엘이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벽을 통과하려던 남자는 사각에서 들어온 공격에 반응하지 못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보지 못하면 통과시키지 못한다.. 능력의 한계군요.”


마스크를 고쳐 쓴 사무엘이 말했다. 그의 냉담한 눈초리를 마주 보던 남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목을 잡고 몸을 구부렸다.


“컥! 케헥! 컥.. 컥..!”


무언가가 숨통을 틀어막은 듯한 감각에 남자는 몸부림쳤다. 목구멍이 갈라지며 피를 토한 그는 조금 뒤, 축 늘어졌다.


그렇게 쓰러진 남자의 머리를 치는 것으로 마무리한 산이 어깨를 으쓱하며 사무엘을 돌아보았다. 능력을 해제한 사무엘이 마스크를 벗었다.

뒤따라 마스크를 벗은 산이 조심스럽게 호흡하며 물었다.


“대체 능력이 뭡니까? 아직도 모르겠네.”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처형인들이 왔습니다.”

“벌써?”

“콜레타 처형인들이 탄 기차가 아까 전 도착했다고 합니다.”


산은 다시 아베스타로 시선을 돌렸다. 탐색 범위 내에선 여전히 게르파 군단의 잔당과 쥐잡이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시카의 폭탄이나 날뛰는 야차에게 묵사발이 나고 있었다.

어떻게든 부두로 진입한 쥐잡이들은 크롬벨과 콥스 바탈리온에 의해 구멍이 숭숭 뚫린 벌집이 되었다.


계속해서 아베스타의 화면을 훑어보던 산은 수상쩍은 차량을 발견하고 영상을 확대했다.


이곳저곳에서 터져대는 폭탄에 거리는 난장판이었지만 그런 거리에 겁도 없이 들어선 검은 차량이 한 대.

시라비아 마피아들이 사용하는 차량. 틀림없이 콜레타의 처형인들이 타고 있을 터였다.


“...?”


처형인들을 확인하기 위해 아베스타의 영상을 조금 더 확대하던 산은 눈살을 찌푸렸다.

세밀하게 조작해 영상을 더 확대하자 차량 안쪽 탑승자의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잡혔다.


“설마 쿠스카가 보낸 처형인이 얘네야?”


산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2


검은 차량의 뒷좌석엔 한 명의 소년과 두 명의 소녀가 타고 있었다.


고작해야 10대 초반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어린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입고 있는 건 이곳에선 마피아들이나 입는 검은 정장이었다.


가장 오른쪽 창가에 있던 소년, 코핀이 불안한 눈으로 연신 창 밖을 살폈다.

사람 하나 없이 휑한 거리와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는 폭음이 점점 잦아지자 코핀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졌다.


“우, 우, 우리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


결국 겁에 질린 코핀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똑같이 창문 밖을 내다보던 소녀 니키타가 히죽 웃더니 코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히악!”

“장난치지 마. 니키타.”


가운데 앉은 소녀 마야가 말했다. 그래도 니키타는 멈추지 않고 코핀의 옆구리를 몇 번이나 더 찔러댔다.


“그, 그만해! 미안! 미안해! 니키타!”

“긴장 좀 풀어주려고. 코핀. 그렇게 무서워?”


코핀은 입술을 오물거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소년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우, 우리 여기 온 거.. 쿠스카 님이 보낸 거잖아..?”

“응? 그렇지?”

“에콰 님은 우릴 반기지 않을 것 같아.. 선생님도 그렇고..”

“음..”


손가락으로 턱을 꾹꾹 눌러대던 니키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빛이 깃들지 않는 유난히 검은 눈동자가 가운데에 묵묵히 앉아 있던 소녀 마야를 향했다.


“마야. 에콰 님이 우릴 혼낼까?”

“몰라.”


무덤덤한 대답에 니키타의 시선은 앞쪽의 운전석을 향했다.


“운전수 아저씨. 에콰 님이 우릴 혼낼까요?”

“...”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남자는 뒤쪽의 아이들을 철저히 무시했다. 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던 니키타는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브레이크!”


운전석의 남자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급정거에 소년 소녀들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코핀이 땀을 삐질 흘리며 물었다.


“왜, 왜 그래? 니키타?!”

“이 앞에 폭탄이 있어.”


니키타의 검은 눈이 아무것도 없는 앞쪽을 노려보며 말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는 그녀가 가리킨 길을 노려보다 숨을 삼켰다.

건너편 골목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낯선 남자가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내려라.”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말했다.

니키타는 히죽거리며 재빨리 차에서 내렸고, 코핀과 마야도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 내렸다.


“죽이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올 생각은 마라.”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냉랭한 눈초리를 보내며 말했다. 겁에 질린 코핀이 고개를 숙였지만 니키타는 거침없이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다.


“엿 먹어요! 아저씨!”

“..짜증나는 애새끼들.”


남자는 재빨리 차량을 돌려 현장을 되돌아나갔다. 멀어지는 차량을 히죽거리며 바라보던 니키타가 작게 중얼거렸다.


“셋.. 둘.. 하나!”


되돌아가던 검은 차량이 폭발과 함께 하늘로 치솟았다.

코핀과 마야는 뒤집혀 불타는 차량에 조금 전까지 자신들이 타고 있었다는 걸 믿고 싶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거기도 폭탄이 있었거든요. 꼴 좋다. 꼰대.”


니키타는 불타는 차량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홱 돌아선 니키타가 아까부터 기다리던 남자, 산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모르스 웅골라.”

“..너네 뭐냐?”


카르마 나이프를 까딱거리며 세 명의 아이들을 훑어보던 산이 물었다. 니키타는 히죽거리며 손가락으로 ‘V’ 자를 해 보였다.


“콜레타에서 온 처형인이에요! 전 니키타고 얜 마야, 그리고 얜 겁쟁이 코핀이에요.”


산은 헛웃음을 흘렸다. 오코넬이 말했던 ‘후배’ 가 설마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라비아의 처형인들은 대부분 어릴 때부터 길러진다. 산도 열 살의 나이에 벌써 현장에서 처형인으로 활동했었으니, 그다지 이상할 건 없었다.


“오코넬한테 졸업장은 받았냐?”

“그럼요. 수석으로 졸업했죠. 참, 우리도 축복의 아이들이에요.”


어리다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니키타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산은 익숙했다.


“축복의 아이들이라니.. 그럼 너희 설마 씨앗을...”

“씨앗이요? 먹었죠. 까만 콩 같은 씨앗.”

“...”


세 아이가 조금씩 간격을 벌렸다. 산은 카르마 나이프를 내밀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니키타의 새까만 눈동자가 위험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오른쪽 눈동자에 금색의 빛의 고리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마야는 여러 자루의 폴딩 나이프를 하나씩 펼쳐 머리 위로 휙휙 던져댔다. 그렇게 허공에 둥둥 뜬 나이프가 핑그르르 돌았다.


코핀은 덜덜 떠는 손으로 넓적한 식칼을 말아쥐었다. 눈에는 잔뜩 눈물이 고인 채로.


“머리 가져갈게요! 너무 원망 마세요!”

“...너희도 원망 마라.”


산이 바닥을 차는 것과 동시에 세 아이들이 움직였다.


메마른 칼부림 소리가 거리에 울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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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잿빛의 고향(8) - 중재자(Peacemaker) 22.10.10 235 12 16쪽
117 잿빛의 고향(7) - 두 여인 +1 22.10.07 265 13 19쪽
116 잿빛의 고향(6) - 희미한 그리움 속에서 +1 22.10.06 230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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