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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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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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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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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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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저울질

DUMMY

#1


시라비아 미다스 항구에 도착한 우릴 기다리고 있던 건 이곳 미다스의 주인이었다.


솔직히 예상 밖의 사태였다. 뭐든 대기 타고 있을 거란 생각은 했는데, 최종 보스가 문지기가 서 있을 곳에 툭 튀어나온 셈이다.

레그날의 습격도 그렇고, 헤이카의 몸 상태도 알기에 나와 클레멘타인은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총구부터 내밀었다.


그러자 저쪽에서도 재빠르게 수십 개의 총구가 올라왔다. 시라비아 놈들이 즐겨 쓰는 구닥다리 기관단총이었다.


정적이 깔린 부둣가.

에콰는 여전히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였지만 난 에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없네?’


오코넬이 보이지 않는다. 처형인들도.

지금 이 부두에 나와 있는 건 에콰와 몇몇 머리 큰 놈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방아쇠나 당길 줄 아는 게 전부인 놈들이었다.

그렇담 실력으로 보나 화력으로 보나 우위에 있는 건 우리였다.


{ 산 팀장님. 대응하겠습니다. }


귀에 꽂은 통신기로 클레멘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대기.”


{ 전력으로는 이쪽이 우위입니다. 먼저 선수를 치는 편이.. }


“압니다. 그리고 저쪽도 그건 알겠죠.”


{ ..그렇군요. 아베스타를 띄우겠습니다. }


“옙. 조용하게.”


역시 프로는 다르다. 클레멘타인은 내 말귀를 알아듣고 대응 방식을 바꿨다.


지금 구도는 누가 봐도 우리가 유리하다.

하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에콰가 모를 리도 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 사지에 뛰어들 여자도 아니다.


싸울 생각이 없는 건가? 아니면 숨겨둔 전력이 있나? 숨겨둔 전력이 있다면 곧 아베스타의 탐지에 발각될 것이다.

안전에 안전을 더하는 것. 지금의 우린 신중해야 했다.


{ 추가 병력 없습니다. 건물 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


잠시 뒤 들려온 클레멘타인의 보고에 난 가능성을 하나로 좁혔다.

저 여자는 처음부터 싸울 생각이 없었다.


“제가 얘기해보죠.”

“산아.”


뒤에 있던 헤이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불렀다. 난 헤이카에게 웃으며 끄덕여줬다.


물론 그냥 쏘면 이쪽이 이긴다. 어쩌면 에콰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시라비아가 이미 크루아틀에게 굴복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에콰에게 이겨봤자 시라비아 마피아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괜히 크루아틀의 시선만 끌게 될 수도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력을 등에 업고 나타난 셈이다.


그렇게 내가 앞서 나오자 예상대로 상대 쪽도 에콰가 혼자 걸어나왔다.

우리의 거리는 금세 좁혀졌다.


“어서 오렴. 아가.”


에콰의 첫 마디였다.

역시 그때와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얼굴도, 저 차가운 눈빛도, 칙칙한 잿빛의 머리카락도. 나이를 먹지 않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내 어린 시절의 기억과 똑같은 얼굴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난 예전처럼 벌벌 떠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일단 키는 내가 더 커졌으니까.


“우리 바쁜데 그냥 지나가게 해주십쇼.”

“안 돼.”

“지나가게 해주세요. 어머니.”


일단 비위를 맞춰보자. 어머니 소리라도 들으면 기뻐할지도?


생각 외로 효과가 있었다. 에콰가 총을 내리라는 지시를 보낸 것이다.

조직 녀석들은 재빨리 총구를 치웠다. 나도 눈치를 살피다 통신으로 총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아가. 잠시 얘기 좀 할까?”

“저 시라비아에 안 돌아옵니다. 그리고 바르바로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건 누구한테...”

“오코넬이 말해주던데요. 스토커도 날 차기 바르바로사로 밀려고 하는 눈치고. 참나, 남의 인생을 왜 지들 멋대로 설계하는지.”


말해놓고 실수란 걸 깨달았다. 비위를 맞추긴커녕 바로 이런 소리부터 해버리다니.

에콰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이러다 다시 총이라도 올라오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우선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몸은 좀 어때요?”


멍청한 놈. 굳이 화제를 돌린답시고 생각해낸 게 이딴 거라니. 이러면 누가 봐도 어머니를 걱정하는 착한 아들로 볼 것 아닌가?

망할. 차라리 불효자가 낫다.


“솔직하게 말하길 원하니? 아니면 선의의 거짓말을 원하니?”


에콰가 물었다. 보통 선의의 거짓말을 할 거면 저런 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에콰는 원래 이런 식이었다.


“솔직하게요.”

“많이 좋아졌어.”

“그럼 선의의 거짓말은요?”

“그것도 같은 대답이야.”


에콰는 자기 몸을 걱정해준 내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따라오렴. 나머지는 여기 남고.”

“저 아까도 말했지만 바쁜..”

“한 시간. 그 정도는 괜찮겠지?”


에콰와 내 얘기는 통신기로 들리도록 해놨다. 슬쩍 돌아보자 귀에 꽂은 통신기를 만지작거리던 헤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한 시간. 대신 조건 있어요.”

“말해봐.”

“한 시간 어울려준 뒤엔 시라비아를 나갈 때까지 우리한테 손대지 마세요.”

“그 정도쯤이야.”


미소를 지은 에콰가 앞장서 걸었다.



#2


나와 에콰. 단둘이 마주 보고 앉은 테이블에 깔린 건 화려한 음식도, 술도 아닌 어색함과 침묵이었다.


미다스에 있는 한 술집으로 날 데리고 들어온 에콰는 한 마디도 없이 10분째 날 바라보기만 했다.

어렸을 때도 종종 자기 방에 불러 이렇게 쳐다만 볼 때가 있었다. 눈싸움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때와 달리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나로선 숨이 턱턱 막혀오는 분위기였다.


어떻게든 저 시선을 견디며 버릇처럼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끔찍하게도 아직 12분밖에 안 지났다. 설마 한 시간 내내 이러고 앉아있을 생각은 아니길 바란다.

다행히 에콰가 먼저 입을 뗐다.


“밖에선 뭘 하고 지냈니?”


설마 진짜로 그런 게 궁금해서 묻는 건가?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보니 질문에도 한 번씩 더 생각하게 됐다.


“보시다시피 공업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시라비아를 떠나고 8년간 어디서 뭘 했는지 궁금해서.”

“...”


이거라면 시간 좀 때울 수 있겠다 싶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시라비아를 도망쳐 나온 내가 코렌에 정착하기까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쥐잡이 짓도 하고, 도둑질도 많이 했고, 돼지나 소, 닭대가리 치는 일도 해봤다. 시라비아를 나와도 세상은 딱히 아름답지 않았고 먹고 살기 위해선 온갖 더러운 일을 해야 하는 건 똑같았다.


그때는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되돌아보면 끔찍하고 더럽게 긴 8년의 생존 일기였다.

에콰는 말없이 그런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기만 했다.


“즐거웠니?”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온 질문이었다. 즐거웠냐고? 퍽이나 즐거웠겠다.


“아뇨. 전혀. 그래도 시라비아에서 구를 때보단 나았죠.”


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어느새 30분이나 지났다. 앞으로 30분만 더 버티면 끝이다.

그때, 에콰의 손이 소리 없이 불쑥 다가왔다. 아차 싶었을 땐 이미 차가운 손이 뺨을 만지고 있었다.

뺨을 만지던 손이 조금 올라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하얀 머리칼을 보던 에콰의 얼굴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하긴 지난번에 봤을 땐 이 정도로 백사병이 드러나진 않았으니 관심을 둘 만도 하다. 괜한 걱정이겠지만.


“..혹시라도 마음을 바꿀 생각은?”

“시라비아에 돌아올 생각 없습니다. 바르바로사? 그딴 것도 관심 없고요. 어차피 저 아니어도 할 사람 많잖아요? 지금 제 앞에도 있고.”

“그 자리는 내가 널 위해 준비한 자리야.”


역시 오코넬의 말이 맞았다. 에콰는 날 보스로 만들기 위해 길을 닦아놓고 있었다.

조직을 도망쳐 8년 만에 나타난 놈에게 보스 자리를 넘겨? 그런 놈을 따르는 머저리가 있을 리도 없고, 물론 나도 보스 자리엔 관심도 없다.


“저 대신 앉으시죠. 모르스 에콰라는 이름이면 시라비아 마피아의 보스로는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요.”

“네가 그 여자에게 속고 있는 거라고 해도?”

“헤이카? 음.. 요즘은 다들 속고 속이면서 사는 게 당연한 시대 아닌가요?”


에콰가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돌아온 날붙이 같은 살벌한 눈빛에 전신의 근육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이런 쓸데없는 얘기나 하려는 거라면 관두죠. 서로 고집 센 거 잘 알잖아요. 전 이제 겁에 질려서 고개만 끄덕이는 애가 아닙니다.”

“그래. 쓸데없는 논쟁이었어. 이런 대화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느새 미소를 되찾은 에콰가 갑자기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뚜벅거리는 구두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술집 문이 벌컥 열렸다.

찬 바람이 훅 들어오며 함께 나타난 건 놀랍게도 오코넬이었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머니 속 카르마를 잡았다.


“서른아홉 명 전원 정리했습니다.”


오코넬이 무언가를 휙 내던졌다. 그러자 술집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던 것이 내 발치에서 멈췄다.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죽은 남자의 잘린 머리. 창백한 얼굴은 겁에 질려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비명을 지를 것도, 놀랄 것도 없었다. 잘린 머리는 지겹도록 봐왔으니 말이다.


“이건 내 선물이란다.”

“이 머리가요? 누군데요?”

“레그날의 두목.”


처형인이 두목의 머리를 가져왔다. 그리고 오코넬은 서른아홉 명 전원이라고 했었다. 즉, 조직원 전원을 처형했다는 말이다.


“..내버려뒀어도 저희가 알아서 했을 텐데.”

“총알도 아까운 놈들이야.”


서른아홉. 아까 우리가 바다에서 날려버린 보트나 조직원들까지 더하면 꽤 규모가 있는 조직이다.

그 정도면 꽤 긴 시간 시라비아 마피아에게 굽실거리며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얘긴데, 그런 휘하 조직을 하루아침에 통째로 없애버렸다. 참으로 시라비아다운 무자비함이었다.


“그리고 니키타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차가 이미 런던을 지났다고 합니다.”

“...”

“런던? 니키타는 뭔데요?”

“네 후배.”


오코넬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에콰는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가. 대화는 여기까지 해야겠구나. 내가 봐줄 수 있는 편의는 이게 한계야. 더 막을 순 없겠어.”

“무슨 말이죠?”

“시라비아가 너희를 사냥할 거야.”

“...한 시간 어울려주면 손 안 대기로 했잖아요?”

“물론 나는 손대지 않을 거야. 하지만 쿠스카는 다르지. 미다스에 들어온 콜레타의 처형인까지 어떻게 할 순 없어.”


시라비아 남부 콜레타에 박혀 있던 쿠스카가 에콰의 영역까지 자기 사람을 보냈다는 건 분명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왜 내버려두죠? 여긴 쿠스카의 영역도 아닌데..”

“입장이 있으니까.”

“...”


에콰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온다는 건 아마 크루아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쿠스카는 그걸 이용하고 있는 걸 테고.


“왜 크루아틀의 휘하에 들어간 겁니까? 빈틈을 찌르려고?”

“...”

“압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누설할 순 없겠죠. 하지만 시라비아가 그 짐승한테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는 건 말이 안 돼요. 크루아틀을 잡을 셈이죠?”

“어서 가렴.”


에콰는 대답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곧장 몸을 돌렸다. 이 여자의 입에서 들을 수 없다면 스토커에게 들으면 될 뿐이다.


“잠깐.”


그런 날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멈춰 섰다. 내 쪽으로 손을 뻗은 에콰는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


“뭐예요?”

“혹시 괜찮다면....”

“..?”

“...아니야. 어서 가보렴.”


시원찮은 태도가 어째 수상쩍다. 하지만 이제 와서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난 서둘러 술집을 빠져나갔다.


‘시라비아가 우리를 사냥해?’


어쩌면 마피아뿐만 아니라 시라비아에 있는 조직 전체가 움직일 수도 있었다. 마피아가 허가했다면 외부에서 들어온 쥐잡이들도 분명 있겠지.

한시라도 빨리 스토커와 만나서 시라비아에 남겨둔 닐라와 혜니 같은 공업 직원들까지 빼내야 했다.


“산.”

“하, 또 뭡니까?”


이번엔 오코넬이 날 불러세웠다. 혀를 차며 돌아서자 오코넬은 자신의 오른쪽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혹시라도 니키타를 마주치면 녀석의 이쪽 눈만 막아라. ‘볼 수만 없으면’ 네가 이겨. 절대 얕보지 말고.”

“..알아서 하죠.”

“싱거운 녀석.”


말은 이렇게 했어도 오코넬이 조언을 할 정도라면 성가신 상대란 건 알 수 있다.

그래. 기억은 해두자.



#3


{ 세계 연합 니로퍼에선 연방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연방 정부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조용히 귀담아듣던 루저는 캔맥주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는 캔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로 젖은 손을 문질렀다. 그리곤 테이블 귀퉁이에 굴러다니던 담뱃갑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창 밖에선 여전히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루저는 멍하니 그런 창 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때, 부우웅- 하며 울리는 진동에 그는 휴대전화를 재빨리 집어들었다. 그리고 도착한 메시지를 살피던 그의 미간이 조금씩 찌푸려졌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루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질문이라도 있나? }


휴대전화 너머로 익숙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눈썹을 긁적이다 담배 연기를 훅 내뿜은 루저가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차장님. 이 작전은 대체 뭡니까?”


{ 위에서 내려온 거야. 보르단 연합 본부에서 들어온 지원 요청이라 뺄 수도 없어. }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 이클립스의 헤이카 회장이 올드 아일랜드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연합도 공세로 나서려는 거겠지. 게다가 그 짐승 놈이 그런 수를 둘 거라곤 누구도 예상 못 했으니까. 우리도 과감한 수를 둬야만 해. }


“우리가 아니라 연합이겠죠.”


{ 동향이 심상치 않아. 연방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지. 게다가 시라비아는 이미 돌아섰어. }


“망할 마피아 놈들.”


{ 동감이야. 더 위험한 건 이제부턴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피스칼 정부는 붕괴했지, 암레드와 빅토리아도 심상치 않지, 아시리아는 여전히 개판이지. 전 세계에서 여론이 들끓고 있어. }

{ 짐승과 전쟁을 선택하면 엄청난 피해가 벌어질 거라고, 차라리 지금은 그 짐승의 비위를 맞춰주고 자국민들을 지키는 게 맞지 않느냐면서 말이야. }


지금도 TV에서 떠드는 이야기였다. 쯧 하며 혀를 찬 루저는 TV 전원을 꺼버렸다.


“위험하긴 하군요.”


{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이지. }


짐승과 인간의 전쟁이라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크루아틀이 둔 수는 그런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한 수였다.


7일의 유예. 이것은 본격적인 침공 개시까지 남은 시간이기도 하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크루아틀에게 굴복하는 나라가 나오기 시작하면 이 전쟁은 더 이상 짐승과 인간의 전쟁이라 부를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미 세상은 크고 작은 전쟁으로 피폐해졌다. 아가레스의 재해도 있었고, 아시리아의 수도가 궤멸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던 레니드 금융가까지 통째로 날아갔다.

이와중에 벌어진 짐승 테러는 상상 이상의 피해를 낳았고 전세계에 확실한 공포를 각인시켰다.


더군다나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다 못해 당장 쓰러져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당장 먹고 살 길도 막막한데 전쟁이라니. 그것도 도시 몇 개는 가뿐히 날려버리는 괴물들과의 전쟁이라니.

여기서 크루아틀이 던진 추파는 혼란을 극으로 치닫게 했다.


여론이 들끓는 건 당연하다.

크루아틀이 속한 월교의 탄압을 요구하는 이들도 나왔고, 반대로 월교와 크루아틀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여기에 공업과 헤이카 미켈런을 옹호하는 자들과 반 공업파의 충돌도 점점 격렬해졌다.

크루아틀과 그렘린, 그 그렘린 중독자들을 이미 며칠째 격리하고 있는 공업이다. 전쟁의 원인을 이클립스 공업에 떠미는 자들도 있었다.


유예까지 남은 6일의 시간.

그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모두가 저울을 꺼내 들었다.

피로 물든 투쟁과 자존심을 버린 평화.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진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루저는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래서 이 작전입니까?”


{ 그래. 이건 사람 간의 전쟁으로 변질되어선 안 돼. 자네도 알잖아? }


“...”


{ 어서 준비해. 시간이 많지 않아. 오늘 새벽 기차로 바로 움직여야 할 테니까. }


“알겠습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루저가 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 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휴대전화 속 메시지의 서두를 확인했다.


- 블라다카 체포 작전


“..망할 광신도 놈들.”


루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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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잿빛의 고향(8) - 중재자(Peacemaker) 22.10.10 235 12 16쪽
117 잿빛의 고향(7) - 두 여인 +1 22.10.07 265 13 19쪽
116 잿빛의 고향(6) - 희미한 그리움 속에서 +1 22.10.06 230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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