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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조회수 :
84,672
추천수 :
3,418
글자수 :
1,9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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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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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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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6쪽

포석(布石)

DUMMY

#1


“항복.”


주춤거리던 샤토는 체념한 듯, 콧바람을 뿜으며 두 손을 들었다.


그의 항복 의사에도 루저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능력을 사용한 채 손가락을 꿈틀거렸다.


샤토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그도 루저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저 손가락에 털끝 하나만 스쳐도 몸이 산산조각이 날 테고, 그건 힘의 차이로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흠.”


루저가 손을 휘휘 젓자 수십 명의 경찰 특수 기동대가 우르르 몰려와 키란 샤토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새까만 총구가 당장에라도 불을 뿜을 기세였다.


“...”


그는 윈터와 조엘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방 안에 널브러진 머리 없는 시체와 흥건한 피 웅덩이에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루저는 이 자리에서 키란 샤토를 사살하는 것과 살려두는 것을 두고 저울질했다.


감성과 이성.

두 후배를 납치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키란 샤토를 여기서 없애버리는 건 간단했다.

그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 일이며, 굳이 루저 본인이 나설 필요도 없이 특수 기동대에게 한마디만 해도 키란 샤토는 벌집이 될 터였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본다면 여기서 키란 샤토를 죽이는 건 득보다 실이 더 컸다.

무엇보다 불법 감응자 범죄라면 몰라도, 키란 샤토는 감응자로 취급되지 않았다. 여기서 루저가 그를 제거하면 분명 책임을 묻게 될 게 뻔했다.


‘여기선 어쩔 수 없군.’


루저는 다시 검은 장갑을 꼈다.



#2


{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사건치고는 꽤 스케일이 크구만. 루저. }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차장의 목소리에 루저는 담배 연기를 훅 뿜었다.


“월교가 정부 에이전트에게 손을 댔습니다. 당연히 움직여야 했고, 누가 봐도 긴급 사태였습니다.”


{ 먼저 월교를 들쑤신 게 자네라는 건 왜 쏙 빼놓고 얘기하지? }


“증거라도 있습니까?”


{ 음.. 아니? 자네에겐 없지. 하지만 윈터와 조엘에겐 있을 것 같아. 그 둘은 술집에 직접 갔으니까. }


“...”


루저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도로 삼켰다. 누군가는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만 했고, 루저가 회피하더라도 윈터와 조엘은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예. 제가 시켰습니다. 그러니 제가 모든 책임을 지죠.”


{ 어떻게? }


“키란 샤토를 캐보겠습니다.”


휴대전화 너머로 기가 찬다는 듯, 실실거리는 웃음이 들렸다.


{ 월교 사도를 쥐어짜 뭐라도 캐내 보겠다? 자네 지금 미쳤나? 월교는.. }


“압니다. 높으신 분들이 월교를 아주아주 사랑하고 있다는 거. 그럼 역시 다른 걸로 책임을 져야겠군요.”


{ 뭐로? }


“제가 그만두죠.”


{ 허. }


이젠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는 듯, 휴대전화 너머에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많은 에이전트를 보유했는가.

냉전은 기본으로 깔린 지금 같은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것이다.


버튼 하나로 날아가 빌딩을 날리는 미사일. 명령 하나로 뭐든지 하는 감응자.

여러가지 요소를 따져도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면 당연히 후자였다. 능력에 따라서 감응자는 미사일이 아니라 핵폭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렌의 에이전트 전력은 얼마 전 반 토막이 났다.

이런 상황에 마지막 남은 베테랑 에이전트까지 떠나게 된다면 코렌 정부로선 돌이킬 수 없느 손실이었다.

루저의 협박 아닌 협박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 ...그냥 키란 샤토를 쥐어짜게. 위에는 내가 잘 둘러대지. }


“감사합니다.”


{ 기왕 할 거 제대로 해주게. 솔직히 나도 그 사이비 놈들은 영 내키지가 않았으니까. }


“예.”


휴대전화를 집어넣은 루저가 담뱃재를 털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탓인지 벌겋게 충혈된 눈이 따끔거렸다.


터덜터덜 걸어 병원 내부로 돌아온 루저는 복도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두 후배를 바라보았다.

그의 인기척에 조엘이 먼저 벌떡 일어났다. 일자로 선 조엘이 입을 꾹 다물고 루저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루저 선배님!”

“뭐가?”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좀 더 확실하게 경계를 했더라면..!”


루저는 까슬까슬한 턱을 긁으며 끄덕였다.


“음. 그건 그렇지. 근데 경계에 문제가 있었다면 널 탓할 게 아니라 겨울이를 탓해야 하는데.”

“아, 아니! 그건...!”

“막내야. 넌 막내다. 뭔가를 책임질 수 없는 자리라는 뜻이야. 네 잘못은 네 선배 잘못이고. 네 선배의 잘못은 내 잘못이 된다. 결국은 내가 책임을 져야 해.”

“.....”


조엘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윈터의 눈치를 살폈다. 여전히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윈터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얘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 형사에게 도움을 구한 건 저니까요. 의심조차 하지 않았었죠.”


쉰 목소리로 말하는 윈터였다. 루저는 코를 훌쩍이곤 복도 벽에 등을 기댔다.


“선배. 역시 제가 책임을 져야..”

“책임. 책임. 시끄럽다. 뭘 책임진다고 난리들이야? 일이나 잘해.”

“그치만 선배..”

“너희한테 키란 샤토의 뒤를 캐보라고 지시한 건 나였다. 쥬티카 잠입 계획을 보고받고 허가한 것도 나였고. 책임을 논할 거면 날 먼저, 그다음으론 우리 모두를 탓해야겠지.”


고개를 든 윈터는 거의 울먹이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조엘도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이제 와서 지나간 실패를 곱씹는 건 나중에 해도 상관없어. 오히려 실패냐 성공이냐를 논한다면 이번 작전은 성공이다. 키란 샤토를 확보했으니까.”

“..어차피 금방 풀려나잖아요?”

“그렇긴 하지.”


윈터의 말대로였다. 키란 샤토를 일단 붙잡긴 했지만, 그의 특수한 신분을 생각하면 코렌 정부가 그를 구속해놓을 수 있는 건 길어봐야 며칠 정도에 불과했다.

이미 지금도 윗선에서 뜨거운 압박이 내려오고 있었다. 월교는 코렌에 너무나 깊숙이 뿌리를 내린 상태였다.


“그래도 그 전에 뭐든 캐내면 돼. 너희 둘은 쉬어. 한 일주일 정도 휴가 줄 테니까.”

“..저 멀쩡해요.. 다친 곳도 없고..”

“상대는 월교의 사도였다. 너흰 지금 큰 데미지를 받은 상태야.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만 부상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감응자인 이상 멘탈 케어는 무엇보다 중요해.”


루저가 내리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떨궜다.


“겨울아. 그리고 너 능력 썼냐?”

“..네.”

“네 능력은 극비 중의 극비다. 이 나라의 히든카드야.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건 알고 있지?”

“안 썼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윈터는 떠올리기도 싫은 그때의 기분이 뜻하지 않게 떠올라 몸서리쳤다.

그런 윈터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루저였다. 그녀의 떨림이 뚝 멈췄다.


“그래. 그러니 옳은 판단이었다.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에서 쓴 거니까.”

“선배..”

“가본다.”


루저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뚜벅뚜벅 병원 복도로 멀어졌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보던 윈터가 작게 웃었다.


“막내야.”

“옙. 선배님.”

“밥 먹으러 갈까?”


조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3


“오셨습니까.”


껄렁한 인상의 젊은 청년이 루저를 향해 경례했다. 루저는 대충 그의 경례를 받아줬다.


에이전트 캐쉬퍼.

코렌 정부의 에이전트 본부 소속 2년 차 에이전트인 그는 대충 걸친 정장 안쪽으로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 묘한 차림새를 물끄러미 보던 루저가 턱을 긁적였다.


“너 학교 안 가냐?”

“예? 새벽부터 불러서 일 시켜놓고 학교요?”

“..쩝.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공부도 안 하는데요. 뭐.”


단순히 ‘능력 좋은 감응자’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성년자까지 에이전트 본부에 쑤셔 넣는 정부의 방침은 썩 이해하기 힘들지만, 캐쉬퍼의 능력이 상당한 가치를 지녔다는 건 루저도 부정할 수 없었다.


탐지형 능력인 그는 자신을 기준으로 일정 반경 내에 있는 모든 걸 탐지할 수 있었다.

인원수, 복장, 숨겨둔 무장, 그리고 상대가 감응자인지의 여부도 단번에 알아채는 게 가능한 캐쉬퍼는 수십억을 때려 부어도 시원찮은 과학 기술보다 효율이 좋았다. 정부에선 놓치기 아까운 인재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가 진로를 정하기도 전에 정부는 아직 학생에 불과한 소년을 ‘특별 전형’ 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에이전트로 편입했다.

그에겐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겠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나쁜 점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에휴.”


루저의 깊은 탄식에 캐쉬퍼가 그를 흘겨보았다.


“왜 그러세요?”

“어른의 죄책감을 느껴서 말이다. 너도 그렇고, 이번에 내 쪽 애들도 꽤 피해가 크거든.”

“..겨울 누나는 좀 어떻대요?”

“겉으론 멀쩡해. 머릿속이 문제지.”


그의 대답에 캐쉬퍼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취조실에서 한참을 머무르던 형사가 나왔다. 그는 루저를 발견하곤 살짝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루저.”

“상황은?”

“별다른 소득은 없습니다. 재미없다느니, 더 재밌는 사람을 불러오라느니. 그런 말만 하고 있습니다. ...전 재미없는 남자였나 보군요.”

“재미없긴 하지.”


형사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는 잊은 게 생각났다는 듯 서류를 집어들며 말했다.


“아, 그 시신은 예상하신 대로 최만석 형사였습니다. 목격자 증언대로라면 키란 샤토가 살해한 걸로 보입니다만, 본인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상관없어. 코렌의 공무원 살해 혐의를 받는 거니 이걸로 물고 늘어지면 발을 더 묶어놓을 수 있을 거야. 내가 들어가지.”


형사는 끄덕이며 루저에게 총 한 자루를 건넸다.


“에이퍼로스 두 발이 들어있습니다. 이게 저 괴물한테 통할진 모르겠지만.. 조심하십시오.”

“그러지.”


권총을 받아 코트 안쪽에 넣은 루저는 곧장 취조실로 들어섰다.

뚱한 얼굴로 앉아 있던 키란 샤토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루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드디어 재밌는 사람이네.”

“미안하지만 별로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그 유명한 굴착기가 눈앞에 있는데, 보기만 해도 재밌는걸요?”

“좋은 평가 감사하군요.”


루저는 서류철을 툭 던져놓고 샤토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샤토를 물끄러미 관찰했다.

호리호리한 체형. 근육질이랑은 거리가 먼 모습이지만 최 형사의 머리를 뽑아 죽인 건 키란 샤토였다. 겉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였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취조실에서 빠져나가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다만, 키란 샤토가 이렇게 순순히 잡혀줬다는 건 그도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라고 루저는 생각했다.


“근데 아까 전이랑 대우가 좀 다르네요. 아까는 날 잡아먹을 기세였던 것 같은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쪽이 월교의 높으신 분이란 건 변함이 없으니까. 그에 맞는 예의를 갖추는 것뿐입니다.”


샤토의 빨간 입술이 히죽 웃었다. 루저는 담배 하나를 꺼내물곤 불을 붙였다.

빨갛게 달아오른 담뱃불. 희뿌연 연기가 취조실 한가운데서 천장으로 올라갔다.


“뭐, 귀찮은 건 넘어가고 서로 솔직해집시다. 키란 샤토. 당신은 제 후배들을 납치했습니다. 누구를 시켰든 간에, 결국 코렌 정부의 에이전트가 당신 앞까지 끌려갔다는 건 변함이 없죠.”

“아아, 그 두 명? 그렇죠.”

“그리고 에이전트에겐 추적기가 심어져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을 납치한 거라면.. 처음부터 다른 속셈이 있었다는 뜻이겠죠.”


샤토의 눈이 가느다랗게 루저를 주시했다. 루저도 퀭한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당신은 그냥 약이나 팔려고 코렌에 들락거리던 게 아닙니다. 최근 세 달간 당신은 코렌에 여섯 번이나 입국했더군요. 대체 이유가 뭡니까?”

“소중한 동포를 찾기 위해서?”

“동포?”

“빈집털이죠.”


샤토의 대답에 루저는 눈살을 찌푸렸다. ‘빈집털이’ 가 의미하는 바를 어렴풋이 느끼던 그였다.


“공업이 하늘 탈환을 선포했고, 세상 모두의 시선이 공업과 빈 하늘에 쏠려 있어요. 그리고 세계 연합은 여전히 헤이카 미켈런을 쫓고 있고요. 그래서? 지금 그녀는 어디 있을까요?”

“..무슨 뜻입니까?”

“지금 헤이카 미켈런은 코렌에 돌아올 수 없어요. 빈집이란 거죠. 이 코렌은.”


길쭉한 손가락이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사도를 찾고 있거든요. 헤이카가 납치해간 두 명의 사도.”


루저의 머릿속에서 곧바로 떠오른 것이 있었다.


식인 도시의 알산나.

아시리아의 키아룬 모타벨.


월교의 두 사도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그리고 그 시기는 모두 공업과 충돌한 직후였다.


“그 사도들이 코렌에 있다는 겁니까?”

“코렌이야말로 헤이카의 본거지잖아요? 이클립스 공업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땅. 이 나라 어딘가에 그녀들이 있어요. 전 그걸 찾으러 왔거든요.”

“...그것 때문에 세계 연합이 침묵한 겁니까? 당신들이 압박해서?”


샤토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이 오해하는 걸 하나 정정해주자면, 세계 연합과 우린 대등한 관계였다는 거예요.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한 적이 없었죠. 그리고 지금은..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우리와의 관계를 끊었어요.”

“끊었다고..?”

“세계 연합이 지금 공업을 향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건 우리랑 관계가 없다는 뜻이에요. 연합의 총장도 꽤나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거든요.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루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반면에 샤토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우리랑 세계 연합은 지금 아무런 관계도 없답니다. 오히려 우린 지금 연합을 경계하고 있어요. 연합에서 우리 계획을 눈치챈 것 같거든요.”


‘계획?’ 루저가 되물었다. 길쭉한 손가락을 깍지낀 그의 미소가 소름 끼치는 냉소로 바뀌었다.

그런 샤토의 손가락 사이로 무언가가 빠져나와 테이블 위를 굴렀다. 별사탕처럼 하얗고 작은 알갱이였다.


“그거 알아요? 어떤 강인한 사람도, 깨끗한 사람도 그저 달콤하게 살짝 밀쳐만 주면 끝도 없이 추락해요. 멈추는 건 불가능하죠.”

“...이게 뭡니까?”

“그렘린이라고 불리는 거예요. 정말 시답잖은 아이디어였는데, 모타벨과 크루아틀이 꽤나 잘 써먹더군요. 그래서 아이디어 제공자로서 저도 손을 좀 보태줬죠.”

“약..?”

“하하. 평범한 약이 아니랍니다. 슬슬 시간이 됐을 텐데.”


루저는 굳은 표정으로 샤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 밖에서 취조실 문을 벌컥 열고 형사가 들어왔다.

형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뭔가 일이 터진 게 분명했다.


“무슨 일..”

“도시에 갑자기 괴물들이 나타난다는 신고가..!”


루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의 불같이 타오르는 눈이 샤토를 노려보았다.

샤토의 얼굴이 상기되며 부르르 떨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키란 샤토.”

“난 원래 이런 약은 취급하지 않았어요. 이건 근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욕망과는 다르니까.”


별사탕 같은 알갱이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굴리며 말하는 샤토였다.


“하지만 이번엔 특별히, 친우의 부탁이니 들어줬죠. 재밌지 않아요? 진심으로 세계 정복을 꿈꾸는 짐승이라니.”

“뭐..”

“아하하! 늦었어요! 그렘린은 전 세계로 뻗어 나갔고, 크루아틀은 이미 전쟁 준비를 마쳤으니까!”

“무슨.. 말해! 무슨 짓을 한 거야!?”


샤토의 멱살을 쥔 루저가 소리쳤다. 그럼에도 샤토는 웃기만 했다. 그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취조실에서 메아리칠 정도였다.


“젠장!”


루저가 취조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형사도 그를 허겁지겁 뒤따랐다.

홀로 남은 샤토는 느긋하게 의자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조금 뒤, 밖에선 사람의 비명과 짐승의 울음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쿵, 쿵, 하는 무거운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취조실 문이 거칠게 잡아 뜯겼다. 수북한 털과 툭 튀어나온 발톱을 본 샤토가 가볍게 수갑을 끊었다.


“모, 시러, 왔습니다. 사도님.”


발톱의 주인인 짐승이 어눌하게 사람의 언어를 흉내 냈다. 샤토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을 빛내며 몸을 일으켰다.


“해방의 날이 오리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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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사냥은 끝으로 +2 22.12.12 247 8 17쪽
162 사냥꾼들(4) - 녹슨 칼 +3 22.12.09 238 10 15쪽
161 사냥꾼들(3) - 축복의 아이들 +1 22.12.08 223 10 14쪽
160 사냥꾼들(2) - 칼부림 22.12.07 230 10 17쪽
159 사냥꾼들(1) - 역공(逆攻) +1 22.12.06 232 10 16쪽
158 저울질 22.12.05 217 10 17쪽
157 정복자의 유예 22.12.02 235 7 14쪽
156 방황(彷徨) +1 22.12.01 269 9 18쪽
155 올드 아일랜드(8) - 바라는 세상 +1 22.11.30 235 8 16쪽
154 올드 아일랜드(7) - 황제 기사 +1 22.11.29 232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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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올드 아일랜드(5) - 무한(無限)의 눈을 가진 마법사 22.11.25 220 10 23쪽
151 올드 아일랜드(4) - 마법사의 숲 +1 22.11.24 228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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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올드 아일랜드(1) - 망향(望鄕)의 나라 +1 22.11.21 217 10 16쪽
147 의수(義手) +1 22.11.18 216 10 16쪽
146 식사 접대 22.11.17 224 10 19쪽
145 추앙받는 자, 추앙받던 자 +1 22.11.16 219 10 15쪽
144 권유 22.11.15 200 10 17쪽
143 선전포고 22.11.14 231 12 13쪽
» 포석(布石) 22.11.11 207 9 16쪽
141 환락주(歡樂主) 키란 샤토 22.11.10 217 9 16쪽
140 굴착기 22.11.09 216 11 16쪽
139 잠입 작전 22.11.08 207 11 17쪽
138 환상통 22.11.07 216 9 20쪽
137 터닝 포인트(14) - 혼란의 시대 +1 22.11.04 241 11 24쪽
136 터닝 포인트(13) - Last Man Standing +2 22.11.03 219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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