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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천재 투수가 윔블던을 제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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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작품등록일 :
2023.08.04 18:57
최근연재일 :
2023.08.18 01:12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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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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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수 :
79,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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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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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방콕 오픈 챌린저(1)

DUMMY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표팀 승선에 대한 조처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당연히 주위에서는 나만큼이나 기뻐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퓨처스에서 우승을 거듭하며 간간이 기사가 나간 덕에, 갑작스러운 대표팀 교체에도 논란이나 의문은 제기되지 않았다.

물론 애초에 테니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나만큼 해주는 선수가 나와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텐데, 그치?”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현택이 말했다.

지금 열심히 활동 중인 정연부터 이후에 등장할 권선우까지, 미래에 성적이 어땠는지까지는 관심 없던 나로서는 모르지만, 그래도 세계에서 활약할 선수들은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테니스 붐이 일어난 건 그것보다는 SNS 인증샷으로 적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하얀 PK티에, 하늘하늘한 테니스 스커트, 앙증맞은 색으로 꾸며진 코트, 그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

골프보다 입문하기 저렴하기도 하고, 솔직히 인증샷으로 이만한 것도 없었다.

언젠가 레슨장을 차리고 나서 호영이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일단 코트를 핑크색이나 보라색으로 꾸며놓으면 사람 안 올 걱정은 없어. 거기에 이제 내가 딱 나서서 테니스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여주는 거지.’


그래도 호영은 레슨장의 성공으로 나름대로 큰돈을 벌면서도,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노력했다.

유입되는 테니스 인구에 비해 코트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니, 입문자들은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었다.

대부분의 코트는 클럽에서 차지하고 있는데, 기존 회원들과 실력 차가 있다 보니 입문자들이 가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레슨장의 코트를 테린이들에게만 무료 개방하고, 사비를 들여 대회를 여는 등 테니스가 대중 운동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썼다.


그걸 떠올리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는 데에서 오는 책임감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더는 다른 사람 몫의 책임감까지 떠안기 싫어 시작한 테니스지만, 적어도 대표팀으로 시합에 나가는 동안에는 그런 생각을 잊을 필요가 있을 듯했다.


“별말 안 했는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챌린저 대회는 처음이라 떨리냐?”


그런 내 상념을 깨고 현택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현택의 말처럼 나는 방콕 오픈 챌린저를 앞둔 상황이었다.

당장 며칠 뒤에는 상하이 챌린저, 데이비스컵,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예정되어 있어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국가대표로서 첫 시합을 뛰기 전에 강한 상대와 싸우며 조금이라도 더 경험을 쌓기 위해 정한 스케줄이었다.


“너 이 대회 따내면 국내 최연소 챌린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다.”

“부담 주시는 겁니까, 코치님?”


나는 장난스럽게 현택을 향해 눈을 좁혔다.

어느새 현택을 부르는 내 호칭은 선배님에서 코치님으로 바뀌어 있었다.

은퇴를 결정한 현택이 내 코치 제의를 수락한 덕이었다.


유망한 해외 코치들은 이미 맡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애매한 코치를 영입할 바엔 말도 잘 통하고 세계에서 활약했던 현택이 더 나을 거란 생각에서 제의한 것이었다.

아마 그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이번 대회에서 증명될 터였다.


“부담 가질 필요 뭐 있어? 그래도 정연이가 중국 난창 챌린저에서 4강까지 갔으니까, 정연이 이긴 너도 그 정도는 해야지?”

“부담 주는 거 맞는 거 같은데요.”

“내가 보기에 너는 부담 가질수록 오히려 더 잘 움직여. 첫 챌린저에서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고.”


어라?

이거 데자뷔인가?

분명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말을 대구 퓨처스에서도 들었던 거 같은데.

그 후에 만났던 사람이···.


“The best of three sets match. Mr.Vanni to serve, Play!”


ATP 싱글 랭킹 170위, 이번 대회 3번 시드를 받은 루카 반니가 바로 내 1회전 상대였다.

이탈리아 국적의 반니는 신장이 198센티에 이르는 장신이었다.

나처럼 퓨처스 대회로만 포인트를 쌓긴 했지만, 랭킹도 높고 나와 12살이나 차이나는 만큼 경험도 더 많을 게 분명했다.


현택이 입을 열면 강한 상대를 만나는 징크스에 걸린 듯했다.

물론 상대가 시드 선수인 만큼, 여기서 이기면 다음 라운드는 훨씬 수월하겠지만 말이다.


상대의 오른손에서 강서브가 뿜어져 나왔다.

큰 키에서 나오는 예리한 각과 빠른 스피드가 예술이었다.


“15-love.”


긴장을 놓치지 않았음에도 상대의 서브 포인트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내가 받아낸 공은 아쉽게도 네트를 넘기지 못하고 떨어졌다.


덕분에 기세 오른 상대는 다시 한번 더 힘이 실린 서브를 보내왔다.

다만 코스가 너무 정직하다는 게 문제였다.

같은 공에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안 당한다.


나는 코트 빈 공간으로 포핸드 리턴을 찔러 넣었다.

설마 내가 두 번째 포인트만에 서브에 반응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반니는 우두커니 서서 공을 향해 고개만 돌렸다.


“Fifteen all.”


키가 크면 서브나 스매시의 각도가 날카로워지고, 공에 실리는 힘과 스피드도 좋아지며, 높은 공에 대한 대처도 쉬워진다.

하지만 강점이 명확한 만큼, 약점 또한 명확하다.

움직임이 둔해지고 밸런스가 좋지 않으며, 무릎 아래로 깔리는 낮은 공에 쉽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 점을 철저히 물고 늘어졌다.


반니의 세 번째 서브를 리턴하는 데 성공하고, 다시 돌아온 공을 한 손 백핸드로 쳐냈다.

크로스로 빠르게 날아간 공은 슬라이스가 걸려, 바운드 이후에 뜨지 않고 낮게 깔렸다.

반니는 가까스로 라켓 헤드를 갖다 댔지만, 공이 붕 뜨며 코트 근처로 날아오는 바람에 내 찬스볼이 돼버리고 말았다.


나는 반니의 위치를 확인한 후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빈 곳으로 스매시를 꽂아 넣었다.

굳이 그럴 거까진 없지만,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목적이었다.


“아자!”


물론 주먹을 쥐며 포효하는 행동까지도 그 일환이었다.

내 의도가 잘 맞아들어갔는지 상대의 표정은 처음보다 어두워졌다.

상대 입장에서는 시드로 출전한 대회의 첫 라운드, 첫 게임에서 이름도 잘 모르는 동양의 어린 선수에게 밀리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제 경기의 흐름은 반니가 이 중압감을 빠르게 이겨내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흐름이 바뀌지 않은 채, 어느덧 도달한 2세트 중반.

반니는 끝끝내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발이 멈추고 말았다.

거기서 승부의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Game, Set, Match, Mr.Jung.”


시드 선수에게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나는 가뿐히 숨을 골랐다.

중간에 상대가 의욕을 잃으면서 쉽게 얻은 승리였기에 체력을 충분히 아낄 수 있었다.

앞으로 빡빡한 일정이 예정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체력 관리가 중요했다.


그렇게 짐을 챙겨 나오던 나는 경기장 앞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칠 수 있었다.

상대는 먼저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오, 정환희. 너도 이겼나 보네. 이번엔 결승에서 만나려나?”


우연히 마주친 정연은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연의 경기 결과는 나오면서 확인해 이미 알고 있었다.


정연은 홈 어드밴티지를 안고 있는 태국의 다나이 우돔초케를 두 세트만에 완벽히 누르며, 2회전 진출을 결정지었다.

우돔초케는 2006년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에서 현택을 이기고, 금메달까지 딴 태국의 테니스 스타였다.


“만난다면 그렇게 되겠지.”


정연의 말대로 토너먼트에서 우리의 이름은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 위해서는 둘 다 결승까지 올라가야 했다.

내 대답을 들은 정연은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얼마나 준비했길래 그래? 무서워 죽겠네.”

“꼭 올라와라. 이번엔 반드시 이길 거니까.”

“나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서로를 향해 웃고 있었지만, 그 뒤에 끓어오르는 투지를 숨기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새도 없이 서로에게 등을 돌린 우리는 각자 갈 길을 갔다.

더 이상 긴말은 필요 없었다. 대회는 이미 시작됐으니까.



***



2회전도, 3회전도 예상한 대로 무난하게 흘러갔다.

아니, 첫 챌린저 대회인데 오히려 예상보다 더 무난했다고 보는 게 맞을 터였다.

세 경기 전부 두 세트 만에 승리했으니 말이다.


정연은 나보다 더 심했다.

2회전에서 상대가 기권하고, 3회전에서는 베이글 스코어까지 만들면서 체력을 온전히 지켜낸 것이다.

물론 준결승 상대가 이번 대회 1번 시드인 까닭에 이제 쉽지 않은 경기를 하게 되겠지만, 체력의 우위를 점할 수 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반면에 내 상대는 노시드의 선수였다.

하지만 반니보다 쉽게 볼 수 없는 게, 준결승 상대인 조던 톰슨은 2번 시드와 6번 시드를 차례로 꺾으며 여기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올해 윔블던에서 나달을 꺾고 8강에 진출한 닉 키리오스와 2년 전에 복식 페어를 이룬 전적이 있고, 와일드카드로 호주 오픈에 참가해 그랜드슬램 데뷔전도 이미 치른 선수였다.


“여러모로 반니보다 상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겠어.”


큰 경기에 출전하는 건 그 자체로 경험이 된다.

그곳에서 무언가 배워왔다면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매치처럼 쉬운 승리를 바라는 건 어렵겠지.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에 엄파이어의 콜과 함께 드디어 준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첫 시작은 내 서브였다.


“하앗!”


나는 깊게 꽂히는 서브를 보냈다.

상대는 예리한 코스로 꽂는 강서브와 함께 공격적인 네트 플레이를 펼치는 전형적인 서브 앤 발리어이므로 아예 네트 앞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내 예상대로 리턴을 해내고도 상대는 까다롭게 들어오는 스트로크로 인해 쉽게 전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톰슨은 잔발을 열심히 굴리며 어떻게든 두, 세 발씩 앞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마침내 내가 멀리 들어오는 공을 잡아내기 위해 시간을 소요하는 틈을 타 네트까지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

톰슨은 네트 앞에서 거의 철벽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보낸 패싱샷마저 잡아내며 등 뒤로 공을 하나도 흘리지 않는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걸 수월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건 길게 잡은 그립과 라켓의 큰 헤드였다.


결국 먼저 실수한 건 무리해서 패싱샷을 시도한 내 쪽이었다.

톰슨의 라켓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공은 단식 라인 밖으로 나가고 말았다.

팔을 더 뻗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을 걸 보면 톰슨은 이 공이 아웃될 거라는 걸 궤적을 보고 미리 파악한 듯했다.

지금까지 상대한 서브 앤 발리어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상대임이 분명했다.


“쉽지 않겠는걸.”


결승에서 만나기로 한 정연과의 약속을 머리에 담아두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머릿속에서 결승전에 대한 걸 싹 지우고 눈앞에 있는 상대에 집중했다.

현택의 코칭으로 새롭게 장착한 무기를 선보일 타이밍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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