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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천재 투수가 윔블던을 제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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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작품등록일 :
2023.08.04 18:57
최근연재일 :
2023.08.18 01:12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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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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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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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첫 대회(2)

DUMMY

단 1승 만에 준결승전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단식 1번을 맡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상대는 어제의 시합 결과를 들었는지 박찬수와 달리 방심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경험치로는 더 큰 도움이 되었다.


단식 2번은 이전 경기에서 활약할 기회가 없었던 강한 선배의 몫이었다.

강한은 파워풀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그만큼 실수도 잦지만 흐름을 타면 걷잡을 수 없이 기세가 올라 막아내기 힘들었다.


파워풀한 건 광현도 비슷하지만 그 느낌이 사뭇 달랐다.

광현이 강한 스트로크를 중심으로 밸런스 잡힌 플레이를 한다면 강한은 대체로 공격 일변도였다.

테니스부의 그 누구보다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고, 웨이트 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다.


“하이얏!”


가뜩이나 덩치도 큰데, 위협이 느껴지는 기합까지 외치니 상대는 금세 주눅이 들었다.

아무리 선수라고 해도 그래봐야 스무 살도 안 된 어린애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의연하게 넘길 수 있으려면 그만큼 깡다구가 좋든지, 나처럼 회귀했든지 둘 중 하나겠지.

물론 그랬다면 애초에 이런 술수에 말려들지 않았겠지만.


결국 의욕을 잃은 상대는 매치를 내주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니 기권하지 않은 게 용했다.

저렇게 심력이 약해서 선수는 어찌했을꼬···.


“우하하. 나도 이겼다, 막내야.”

“선배. 제 뒤로 들어온 후배들이 몇 명인데 아직도 제가 막내예요?”

“그런 건 난 모르겠고. 내가 인정한 애들 중에서는 네가 제일 마지막이야.”

“에휴.”


나는 내 어깨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하는 강한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면에서는 말과 표정이 없는 기현보다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마이페이스여도 정도가 있지.


“그 눈빛 뭐야? 너 나 보고 안 좋은 생각 했지?”

“아닌데요.”

“맞잖아.”

“와아, 브레이크 포인트 땄다!”


그 순간, 광현과 기현 페어가 상대방의 서비스 게임을 따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시합을 응원하며 강한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강한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고는 의자에 앉아 마찬가지로 시합을 응원했다.


“나이스 서브!”


귀청 떨어질 듯한 응원 덕분일까?

우리는 준결승에서도 3-0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결승행 티켓을 얻어냈다.

결승 상대는 가람고의 오랜 라이벌인 배진고등학교로 정해졌다.


“역시 또 이 그림이네요.”

“아카데미 빼면 테니스부 있는 학교가 얼마 없으니 항상 똑같지, 뭐.”

“우하하. 드디어 복수할 수 있겠네!”


뻔하게 결승 상대가 정해지자, 말 없는 기현과 부장을 제외하고 다들 한 마디씩 얹었다.

작년에 국내 고등부 그랜드슬램으로 불리는 5대 전국대회 결승에서 배진고와 붙어 1승 4패를 거둔 까닭에 벌써부터 전투모드에 돌입한 모양이었다.

그 장면을 나도 관중석에서 목격한 터라 남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제가 1승 확실히 가져올게요.”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모두가 나를 돌아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소리를 왜 해?”

“하핫. 확실히가 아니면 애매하게 가져오게?”

“푸하하하. 막내가 역시 귀엽네.”


이거 일부러 이러는 거지?

오랜만에 분위기 좀 잡아봤는데 초치기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동료들의 조리돌림을 무시했다.

결승전은 다음 날에 바로 진행되었다.


“야, 왠지 내 상대가 날 엄청 째려보는 거 같지 않냐?”

“그런가? 그냥 강한 선배처럼 기선제압하려고 그러는 거 아냐?”


호영과 함께 공을 주고받으며 잠시 몸을 푼 나는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편 벤치에서 한 선수가 나를 노골적으로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시합을 앞두고 상대를 관찰한다기에는 적의가 물씬 풍기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볼 때까지도 이어졌다.

누가 보면 부모님의 원수라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라이벌 학교라도 이럴 필요까지 있나?


“하압!”


매치는 상대방의 서비스로 시작되었다.

같은 학년인 배성찬은 강한 서브와 번뜩이는 네트 플레이로 서브 앤 발리 플레이를 하는 선수였다.

중학생 때 테니스를 시작한 성찬은 작년 하반기부터 배진고의 단체전 멤버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미 플레이를 본 덕에 대처는 어렵지 않네.

플레이가 더 정교해지기는 했지만 크게 달라진 부분도 안 보이고.


“헛!”


성찬의 기합에 질세라 나도 크게 소리를 내뱉으며 공을 리턴했다.

그걸 코트 중앙의 서비스라인 부근에서 받아낸 성찬은 어느새 네트 앞까지 도달해 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백핸드를 노리고 깊은 구석까지 공이 들어오는 탓에 패싱샷을 날리기도 쉽지 않았다.


“게임, 배성찬.”


결국 첫 게임은 쉽게 성찬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번 시합은 아무래도 성찬의 발리를 공략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을 듯했다.


시합은 이제 시작했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나는 우선 내 서비스 게임에 집중했다.


“후우···.”


손가락에 한차례 바람을 불고 라켓을 쥐었다.

투구를 하기 전에 로진을 바르고 불던 것에서 시작된 습관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이걸 하고 나서 서브의 위력이 증가한 이후로 루틴으로 삼고 있는 중이었다.

그 덕에 퍼스트 서브는.


“아자!”


T존에 정확히 걸치며 서브 에이스를 만들어 냈다.

다음 서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록 서브 에이스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리턴하기 어려운 곳을 노려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그 이후에는 좌우로 강한 스트로크를 보내 앞으로 나올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게임은 계속 해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발리로 승부를 보는 상대와 스트로크로 움직임을 막아내는 나.

안타깝게도 중요한 순간에 실수해 첫 세트를 상대가 가져가며 승기가 넘어가나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상대편 감독이 시합 중에 코칭을 할 수 있었다면 상대도 알아차렸겠지만, 경기 중에는 개입이 불가능했다.

내게 이유 모를 적의를 뿜어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걸 스스로 알아차릴 리 만무했다.

녀석은 그저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며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그렇게 2세트도 중반에 다다랐을 때였다.

덜컥. 내 스트로크를 받아내려 움직이던 상대의 무릎이 꺾였다.

다리가 풀려 공을 따라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것이다.

성찬은 입술을 깨물며 겨우 일어났지만 이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도 성찬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치를 이어 나갈 의지를 표했다.

적이지만 감탄할 만한 의지였다.


성찬은 언더서브와 문 볼(moon ball)을 날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나는 존경을 다 하는 의미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프랑스 오픈에서 마이클 창에게 말려 패배한 이반 렌들처럼 되리란 보장도 없었고 말이다.


그렇게 2세트를 따내고 3세트.

직전 세트에서 무리한 움직임을 자제해 어느 정도 회복한 성찬이 안간힘을 다했으나, 만전이 아닌 몸 상태로는 한계가 있었다.

단체전 결승의 첫 번째 매치는 내 승리였다.


“좋은 시합이었습니다.”

“좋은 시합이었어요.”

“저기, 근데···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내게 왜 그렇게 강한 적의를 보낸 건지 물어보려 했으나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닌 듯해 질문을 거뒀다.

사실 이유가 그렇게 궁금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는 내가 무슨 질문을 하려고 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듯 먼저 답했다.


“중1때까지는 야구를 했어. 대회에서 너도 많이 만났었고. 만날 때마다 삼진당하기 일쑤여서 재능의 차이를 느끼고 야구를 그만뒀거든. 그 와중에 코트에서 널 만나니 예전 기억이 나서 그만. 설마 여기서도 지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내게 담담히 이유를 말해준 성찬은 마지막에 웃음을 보였으나, 그게 진심이 아니란 건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다.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애써 쓴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성찬에게 해줄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기만밖에 되지 않고, 또 승부의 세계에서는 나도 언제든 성찬의 입장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 끝날 거라 생각하지마. 오늘은 졌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압도적인 실력 차로 이겨줄 테니까.”

“그때가 되면 나도 지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거다.”


나는 성찬이 내민 손을 마주 잡아 악수하고는 코트를 빠져나왔다.

이번 대회에서 시합을 거듭하며 느낀 점이 많았다.

특히 아직 상대방의 방심에 기대지 않으면 승부를 가져오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겠어.”


어느새 대회 결승전보다는 강해질 방법을 떠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나였다.

그 순간에도 시합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결승전은 치열하게 흘러가서 어느새 2-2 동점 상황이 만들어졌다.

마지막 매치는 가람고 테니스부 부장인 이석현과 배진고 테니스부 부장인 임가람의 경기였다.

두 사람은 중학생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던 사이였다.


타고난 머리를 바탕으로 수비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석현과 타고난 반사신경을 이용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가람의 매치는 마치 창과 방패를 연상케 했다.

두 사람 모두 광현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 국제 주니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장래가 기대된다는 평을 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관중석에 앉아 있는 원삼에게는 두 사람의 긴 인연보다 환희가 더 눈에 띄었다.

인맥을 총동원해서 환희에 대한 정보를 긁어모은 원삼이었다.

전국에서 활약하며 최연소 야구 국가대표로도 뽑힐 게 확실시되던 환희가 별안간 무슨 바람이 불어 테니스를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이미 한계가 보이는 이석현과 임가람에 비하면 이쪽이 더 키울 맛이 나지.’


석현과 가람이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지만 원삼이 생각하기에 두 사람은 이 정도가 커리어의 끝이었다.

전성기라 할 만한 시기가 올지는 모르겠으나, 온다고 해도 퓨처스 대회 우승 정도일 터였다.

그런 면에서 아직 재능이 만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퓨처스 우승을 일궈낸 광현은 자신이 발견한 최고의 유망주였는데···.


원삼은 아쉬운 생각을 하며 입맛을 다셨다.

광현이 망가진 건 아쉽지만 이미 흥미가 떨어진 선수에게 미련을 둘 필요는 없었다.

지금 부상을 딛고 재기하는 중이라지만 이전에 비해 임팩트가 확연히 떨어진 데다, 이미 새로운 원석이 발견되었으니까.

광현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다면 그때 가서 계약서를 들이밀며 마땅한 권리를 요구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환희를 제 품에 두는 게 우선이었다.

이미 잘 갖춰진 체격에, 반반한 외모. 게다가 야구에서 테니스로 전향한 지 일 년도 안 돼서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실력과 스토리까지.

국내에서는 딱 좋아할 만한, 즉 스폰이 붙기 좋은 이력이었다.


“일단 부모부터 만나봐야겠지.”


아직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결정에 휩쓸리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운동선수를 둔 부모만큼 휘두르기 쉬운 존재도 없었다.

자식이 재능 넘친다는 말을 싫어할 부모는 없으니까.


원삼은 협회에 있는 인맥을 통해 빼낸 광현의 선수 등록 정보에서 주소만 복사해 메모에 저장했다.

제 아들을 부탁하기 위해 계약서도 제대로 안 읽어보고 받아들이는 부모의 모습이 원삼의 눈에 선했다.

온갖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까지. 잠깐 훑어본 건데도 말도 안 되는 조항이 많이 보이네요?”

“예?”

“10년 넘게 에이전시를 운영하셨으니 실수일 리는 없겠죠? 돌아가시죠. 우리 아들 앞길 막지 말고.”


방원삼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환희의 어머니인 최주화는 안식년을 맞이해 휴직 중인 변호사라는 걸.

그저 길가에 떨어져 있는 황금에 눈이 멀어 사전 조사도 없이 집까지 방문한 탓이었다.


주화의 날 선 눈빛에 원삼은 팔뚝에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분명히 조용하게 말하고 있는데도 염라대왕이 호통을 치는 듯한 기세였다.

결국 원삼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핑계조차 대지 못하고 부랴부랴 환희의 집을 나서야 했다.


“이, 이대로 포기할 거 같냐!”


차에 올라타서야 당당하게 호통을 치는 원삼이었다.

표적을 바꾼 원삼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이튿날 환희의 하굣길에서였다.

원삼은 영업으로 다져진 혀를 환희를 향해 쉴 새 없이 놀렸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감언이설이었지만.


“예, 안 사요. 안 사.”


환희는 원삼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대규모 에이전시를 끼고 협상만 여러 차례 진행한 전문가였다.

당연히 얕은 수작에 넘어갈 리 없었고, 원삼을 향해 파리 내쫓듯이 손사래를 쳤다.

이 일이 나비 효과가 되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줄도 모르고 말이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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