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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천재 투수가 윔블던을 제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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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작품등록일 :
2023.08.04 18:57
최근연재일 :
2023.08.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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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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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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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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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십

DUMMY

“정환희 선수, 첫 퓨처스 대회 우승 축하합니다. 소감 한 번만 말씀해 주세요.”


우승 트로피를 들고 사진 촬영을 마친 나는 이어진 기자의 물음에 잠시 말을 고르고 대답했다.

숱하게 해본 인터뷰지만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에 하는 건 처음이었다.

비록 과거로 오기 전에 그토록 열망하던 우승 반지는 아니었지만, 지금 내게는 그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네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에 우승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노력해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그 후로도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인터뷰를 잘 끝마쳤다.

그렇게 경기장을 벗어나니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진짜 우승했네, 이 자식.”

“나한테 깨지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치?”


호영과 광현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뒤늦게 시작한 내가 대회에서 우승한 걸 안 좋게 볼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진심으로 기뻐해 줘서 고마웠다.

나도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돌려주었다.


“그래, 넌 좀 고마워하긴 해야 돼. 나 아니었으면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했을 텐데.”

“아니지. 내가 그때 입부 테스트 볼 때, 진심으로 했으면 아마 입부 못 했을걸? 나한테 더 고마운 게 맞지.”

“에이, 선배 그때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진심으로 한 거 다 알거든요?”

“누가 그래?”


나는 별안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떼어놓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도 웃긴 지 서로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내가 고기 쏠게.”


내 말에 호영과 광현이 환호했다.

마치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변에 있는 맛집을 읊는 것도 함께였다.


이것들··· 이러려고 축하해 줬네.

너희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



김천 퓨처스 1, 2, 3차 단식 우승.

홍콩 퓨처스 1차 단식 준우승, 2차 단식 우승.

가오슝 퓨처스 1, 2차 단식 준우승.

안성 퓨처스 1, 2차 단식 우승.


7월 말까지 내가 올린 성과였다.

나는 한동안 공격적으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퓨처스 대회에 참가해, 그 모든 대회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다.

덕분에 ATP 싱글 랭킹도 대구 퓨처스에서 우승한 이후로, 놀라울 정도로 올라 무려 329위에 안착했다.

당연히 국내 테니스 업계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신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함께였다.


이쯤 됐으면 이제 미뤄왔던 일을 처리할 시기가 왔다.

나는 미리 약속한 만남을 위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띵 소리와 함께 13층에 도착하자, 직원은 싱긋 웃으며 이사실이라고 써진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후원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대구 퓨처스에서 우승했을 때부터 후원 제의는 계속해서 들어왔으나, 일부러 미뤄두고 있었다.

내 가치를 충분히 더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나는 이전보다 더 나은 제의를 받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정환희 선수.”


방에 들어가자 호방하게 생긴 한 중년인이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반겼다.

남자의 손짓에 따라 푹신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니, 곧이어 테이블에 다과 또한 차려졌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간단히 인사를 나눈 우리는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사내의 이름은 박경철, 미래자동차그룹의 이사를 맡고 있는 재벌 3세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미래자동차그룹은 내게 단기적인 개인 후원을 제의했다.

국내 선수를 후원한 전적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게 제의가 온 건 상당히 의외였다.

게다가 이사가 직접 계약을 제의할 줄은 상상도 못 했고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계약서에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경철은 후원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며 내게 계약서를 건넸다.

그걸 확인한 나는 계약을 위해 얘기 나누는 자리임에도 잊고,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후원금부터 우승 인센티브, 대회 출전권 등 상당히 많은 금액과 혜택이 책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저 외람되지만···.”

“말씀하세요.”

“제게 후원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경철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럴 때는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받는 게 상책이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금액을 이유도 모르고 받는 것도 찝찝했다.

아직 퓨처스보다 더 높은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미래자동차그룹의 가이아자동차에서 나달 선수를 후원하는 건 알고 계시죠? 10년 전에 그걸 적극 추진한 게 저희 아버지셨습니다.”


가이아자동차는 호주오픈의 메인 스폰서로 오랜 시간 활동 중인 것은 물론, 세계 정상급 테니스 선수인 라파엘 나달을 2004년부터 후원해 오고 있는 기업이었다.

당시에 나달은 17세의 나이에 페더러도 잡은 초특급 유망주긴 했으나 부상 중이었기에 후원에는 위험부담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이아는 과감하게 후원을 감행해 전성기를 맞이한 나달과 함께 널리 브랜드를 알렸다.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저도 사람 보는 눈은 아버지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 눈에 정환희 선수가 꽂힌 거구요.”


정확히 말하면 나달을 계약하던 때보다 위험부담이 더 큰 후원 계약이었다.

나달은 당시에도 이미 보여준 게 많은 선수였고, 나는 아니니까.


물론 내 쪽에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난 내 일만 열심히 하며 결과로 보여줄 뿐이었다.

그거 하나만큼은 충분히 자신 있었고 말이다.


“정환희 선수의 경기를 봤습니다. 국내 선수의 주된 약점인 피지컬 문제도 전혀 없고, 서브도 투어에서 충분히 통할 정도더군요. 무엇보다 그 성장력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어느새 키가 188센티까지 자란 나였다.

이전과 같다면 내 신장은 여기가 끝이었다.

그리고 이 키는 테니스를 하기에 딱 적합한 범위에 속하는 키였다.

조코비치도 나와 동일한 신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프로 테니스 선수 중 상위 500명의 대다수가 183~188cm 주위에 몰려 있다고 하니 데이터로 봐도 딱 괜찮은 신장이었다.

너무 작으면 리치가 작아 코트 커버력이 부족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크면 기동성이나 밸런스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이 정도가 선수 하기에 적합한 키로 언급되는 것이었다.


“부디 세계에서 활약해 제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세요.”


이번 후원에 많은 직원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설명한 경철은 내게 좋은 활약을 부탁하며, 투어에서 성과를 올리면 장기 후원도 추진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이걸로 내년 1월에 열릴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호주 오픈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는 확정이었다.

물론 그 전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랭크에 이름을 올린다면 더 좋겠지만.



***



“앞으로 정환희 선수를 위해 필요한 업무를 전담할 매니저 송현화예요. 시키실 일 있으시면 부담 갖지 말고 말씀해 주세요.”


계약을 마치고 이사실을 빠져나오니 앞에 대기하고 있던 정장 차림의 여성이 내게 명함을 건네면 인사했다.

여러 편의를 봐주겠다더니 이런 것도 포함인 듯했다.

현화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였다.


나도 마주 인사하고 돌아가려고 하니, 건물 로비까지 현화가 따라붙었다.

매니저라더니 배웅도 참 길게 한다 싶었다.

잘 가라는 인사까지 했는데, 가는 방향이 같아서 어색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현화는 날 배웅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정환희 선수? 타시죠.”


현화는 건물 입구에 주차된 고급 세단의 뒷문을 열며 손짓했다.

건물을 오가는 사원들의 이목이 내게 쏠려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건 덤이었다.


“전 그냥 버스 타고 가도 되는데요.”

“이제 그룹의 후원을 받기로 하셨으니 이런 것도 익숙해지셔야죠. 제게는 정환희 선수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답니다.”


나는 현화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랐다.

가만히 서서 실랑이하면서 얼굴 팔리느니 얼른 타는 게 나을 듯했다.


차는 고급 세단답게 넓은 내부와 푹신한 시트를 가지고 있었다.

현화는 자연스럽게 운전석에 올라 핸들을 잡았다.


“어디로 가실 예정이세요?”

“음··· 학교로 가주세요. 위치 모르시면 제가 운전할까요?”


내 말에 현화는 고개를 돌려 뒷자리에 앉은 나를 잠시 보더니 이내 옅은 웃음을 흘렸다.


“생각보다 농담도 잘하시네요. 운전은 면허 따오시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럼 출발할 테니 안전벨트 매세요.”


아, 맞다. 나 아직 운전면허 없지.

어쩐지 계약서에 개인 차량 제공이 없더라.

가끔 하위권 경쟁하던 가이아 타이거즈 애들은 차 선물 받고 하던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트에 몸을 묻었다.

눈을 감고 있으니 학교까지는 금방이었다.

당장 그저께까지도 대회에 출전했던 탓에 오랜만에 오는 기분이었다.


내가 학교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교무실이었다.

담임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래, 네 소식은 계속 전해 듣고 있었어. 아쉽지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전력으로 도전해 봐야지. 학교는 그만두더라도 선생님은 계속 응원하고 있으마.”


나는 백발이 성성한 담임 선생님께 자퇴 신청서를 제출하고 90도로 인사드리고 나왔다.

야구부터 테니스까지. 정말 많은 걸 알려준 고등학교지만, 지금 내게는 걸림돌이었다.

투어 때문에 장기간 해외에 체류할 텐데 출석 일수 못 맞출 거야 뻔했고 말이다.


정말 다행인 건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도 야구부 생활에만 매진하느라 친한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그 덕에 원래의 인연이 끊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래도 왠지···.”

“시원섭섭하신가요?”

“아잇 깜짝이야! 아직 안 가셨어요?”


내 상념을 깨고 현화가 방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간만에 분위기 잡으려고 했던 나는 깜짝 놀라 몇 번이나 뒷걸음질쳤을 정도였다.


“집까지 모셔다 드려야 제 업무가 비로소 끝나죠.”

“여기서 도보로 10분밖에 안 돼서 괜찮아요.”

“가다가 사고라도 나면···.”

“차 타고 가면 사고 안 난 답니까?”

“맨몸보다는 살 확률이 높죠?”


그 시점에서 나는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현화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란 걸 깨닫고 이 의미 없는 대화를 중단했다.

어차피 계속 이럴 텐데 내가 익숙해지는 게 더 빠를 듯했다.


나는 졸졸 따라오는 현화를 뒤에 두고 이번에는 테니스장으로 향했다.

테니스장에서 연습 중이던 부원들이 모두 나를 발견하고 소리 내 인사했다.

무슨 금의환향이라도 한 모양새였다.


“완전 금의환향이네요.”


현화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조용한 목소리로 내 귀에 읊조렸다.

나는 연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대충 손을 흔들고 부원들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감독님께 향했다.


“왔냐?”

“네, 감독님. 자퇴서 제출하고 오는 길입니다.”

“고생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와라.”


자퇴에 대한 건 감독님이 먼저 내게 제안한 것이었기에 가타부타 말할 필요는 없었다.

감독님은 고생했다는 짧은 인사를 하고, 다시 훈련에 집중했다.

어차피 다시 못 볼 사이도 아니고, 집 근처에 있어서 오려면 언제든 올 수 있기에 나도 고개 숙여 인사하고 테니스장을 나왔다.

본격적으로 선수를 꿈꾸게 해준 가람고 테니스부는 이제 안녕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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