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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천재 투수가 윔블던을 제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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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롤랑
작품등록일 :
2023.08.04 18:57
최근연재일 :
2023.08.1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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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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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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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입부 테스트(2)

DUMMY

별안간 나타난 입부 희망자 덕분에 지루한 오전 훈련을 건너뛸 수 있겠다고 생각한 광현은 이제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특이한 이력을 가졌을 뿐, 주목할 만한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시간을 끌며 상대해 주려 했다.

그야 한 달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재능을 타고 났어도 무언가 이루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환희는 예상과 달랐다.

그걸 처음 느낀 건 첫 서비스에서 고등부 선수 못지않은 리턴을 보내 포인트를 빼앗겼을 때였다.

그건 테니스에 입문한 지 고작 한 달밖에 안 된 녀석이 칠 만한 공이 아니었다.

물론 처음부터 진심으로 상대했다면 그 포인트도 뺏기지 않았겠지만, 그 정도의 공이 날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이후에도 공 한 구 허투루 치는 법이 없었고, 조금 부족한 기본기는 제 신체 능력을 한계까지 발휘하며 아득바득 커버해 냈다.

두 번째 게임에서는 선수나 할 법한 놀라운 서브를 보여주더니 잠깐이지만 대등하게 스트로크 싸움까지 했다.

그때는 광현도 반쯤은 진심으로 환희를 상대해야 했다.


‘어설픈 생각만으로 온 건 아니란 말이지? 그럼 나도 진지하게 상대해 주는 게 예의겠지.’


그 잠깐 새 환희는 광현에게 작지 않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자신의 뒤를 바짝 쫓아오게 될 거란 게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제 광현의 머릿속에는 이 새싹을 거칠게 지르밟아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찼다.

재능만 믿고 자만하다 나자빠지는 비운의 천재는 아무래도 재미없으니까 미리 기를 죽여 열심히 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다 잘되라고 이러는 거니까 원망하기 없기다.”


멀리 떨어져 있는 환희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읊조린 광현은 토스를 올렸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빨라진 서브를 네트 위로 넘겼다.

첫 게임의 잔상이 남아있던 환희는 차마 손도 대지 못하고 그대로 서브 에이스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포인트 세 개면 테스트는 끝이었다.

여기서 자신이 남은 포인트를 모조리 서브 에이스로 끝낸다 하더라도 환희의 재능과 가능성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광현은 다시 한번 공을 띄우고 자세를 잡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팔은 언제든 쏘아질 준비가 끝났다.

이제 눈을 감고도 정확히 맞힐 수 있는 타이밍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광현은 팔을 휘둘러 이제까지 중에 가장 빠른 서브를 환희에게 보냈다. 하지만.


“따라잡았어?”


환희는 광현이 전력을 다해 보낸 서브를 따라잡았다.

비록 리턴에는 실패했지만 서브 에이스만은 당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드러났다.

압도적인 실력 차이에도 환희의 눈만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광현은 아직 환희의 리턴이 점점 코트와 가까운 곳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음에도 등골이 서늘했다.



***



고작 3게임짜리 연습경기인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압력이 상당했다.

더군다나 기본기가 부족한 나로서는 한 발이라도 더 움직여야 코트 커버가 가능했으니 스프린트를 반복하며 쌓인 몸의 부하가 상당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광현의 서브를 공략하지 못한 채로 벌써 한 점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세 번째 게임에서 충분히 방비했음에도 당한 서브 에이스와 그 후로 이어진 두 번의 리턴 실패.

이번이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였다.


“와라!”


나는 일부러 크게 소리치며 마음을 다잡았다.

비록 한 번도 제대로 된 리턴을 보내지 못하긴 했으나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거듭된 서브에 눈이 익어 점점 타이밍이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한 달 된 초심자가 겨우 두 게임 만에 선수의 서브를 받아낸다면 아마 테스트는 무난하게 통과하겠지.

하지만 그건 이미 내 관심사를 벗어났다.

지금 머릿속에 있는 건 오로지 ‘오는 공을 받아친다’. 이것뿐이었다.


광현의 토스가 올라갔다.

게임 중에 단 한 번도 다른 높이로 올라가는 걸 본 적이 없는 데서 광현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면 언제든 비슷한 템포로 공이 온다는 걸 뜻했다.


야구를 배운 지 얼마 안 된 초등학생 때는 몇 학년 위 선배들의 빠른 공에 반응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냥 삼진을 당했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눈으로는 보여도 몸이 미처 반응하지 못할 때는 지금처럼 템포를 기억하고.

빠르게 하나, 둘, 셋.


파앙!

바라 마지않던 기분 좋은 소리가 울리고, 이내 철창을 맞힌 테니스공이 바닥을 굴렀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똑똑히 보았을 거다. 테니스공은 광현의 발밑을 정확히 찍고 지나갔다는 걸.

서브와 위력과 별개로 코스 자체는 상체의 방향을 따라 정직하게 뻗어져 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40-15···.”


누군가 외친 스코어가 정적을 깨고 코트에 들어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래봐야 한 점일 뿐인데도 누가 보면 시합에서 이긴 듯한 기세였다.


그 후로 바로 점수를 빼앗겨 게임은 3-0으로 싱겁게 끝났지만, 지금이 과거로 다시 돌아와서 겪은 최고의 순간이었다.

선수와의 정면 대결에서 승리해 얻어낸 점수.

고작 한 점이지만 내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는 점수였다.


덕분에 테니스장의 온도는 또다시 낮아졌다.

오늘 나 때문에 테니스장이 몇 번이나 얼어붙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먼저 정적을 깬 건 광현이었다.


“좋은 게임이었어.”


나는 네트 위로 내민 광현의 오른손을 마주 잡았다.

게임에서 이긴 덕인지 광현의 표정은 후련해 보였다.

지금 내 표정 역시 저것과 다르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결과는요?”


나는 정리를 마친 후에 감독에게 다가가 물었다.

감독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중이었다.


혹시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나로서는 충분히 재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지만, 이 시기에 받아줄 정도는 아닐지도.

난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감독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배운 지 한 달밖에 안 됐다고?”

“네, 그렇습니다.”

“더 배워야 할 게 산더미니 오후 훈련부터 바로 참가하도록.”

“네! 감사합니다!”


나는 할 말을 마치고 쿨하게 떠나는 감독의 등 뒤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감독의 말처럼 배워야 할 게 산더미였지만 걱정보다는 기대가 컸다.

잃었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즐거움은 이제 테니스로 옮겨져 내 가슴을 충만하게 만들고 있었다.



***



가람고등학교 테니스부 감독을 맡고 있는 이충헌은 얼굴에 띤 미소를 숨기며 환희로부터 등을 돌렸다.

처음 환희가 입부를 희망한다고 나타났을 때만 해도 잘 타일러 취미부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그였지만, 어느새 그런 생각은 흔적도 없이 지워진 상태였다.

그만큼 환희의 재능은 지금까지 충헌이 봤던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한 달 만에 이 정도라면 제대로 된 훈련을 받게 되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히는군.’


환희의 포핸드와 백핸드는 조금만 더 다듬어 준다면 지금 당장 주니어 대회에 나가도 통할 수준이었고, 신체 능력과 운동 신경은 이미 그 누구 못지않게 완성되어 있었다.

초심자 주제에 광현의 서브를 정확히 보고 맞받아칠 정도니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서브.

분명히 보완은 필요하지만 충헌이 어림짐작하기에 시속 170km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이미 서브를 넣는 메커니즘을 확실히 알고 있고, 거기에 필요한 근육도 선수 수준으로 발달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선수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충헌의 마음에 들었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습경기 내내 보여주었던 투지와 공에 대한 집념, 그리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지와 인내심까지.

이런 건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니, 지금 당장 서브를 잘 넣고 발리를 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질이었다.


‘단순히 국내에서만 활약할 녀석이 아니야.’


충헌 역시 한 때는 세계무대에 도전하던 테니스 선수였다.

비록 재능의 한계와 부상이라는 벽에 부딪혀 큰 실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아직 남아 있었다.

운 나쁘게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를 대회에서 만난 적도 있고 말이다.


그런 충헌의 눈에 환희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물론 실력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잠재력만큼은 그렇게 보였다.

본인의 의지도 있으니 분명 1, 2년 정도 착실히 경험을 쌓으면 어엿한 선수로 성장할 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그런 충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때는 어느덧 환희가 테니스부에 입부한 지 반년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가람고 테니스장에서는 한창 3월에 열릴 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정하는 내부 대항전이 열리고 있었다.


“게임, 정환희.”


서브 에이스로 게임을 따낸 환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환희의 서브는 반년 전에 몸소 겪었던 광현의 서브보다 더 강하고 날카로웠다.

고작 반년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환희는 충헌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는 환희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잠재력도 큰 몫을 했지만,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 겪었던 수많은 경험과 지식 덕분이 컸다.

제 신체에 대한 이해, 멘탈 관리법, 경기를 운영하는 노하우까지.

종목이 다를지언정, 그간의 기억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었다.


“작년까지 1승도 못 올리던 애 맞냐?”

“그러니까. 사람이 완전히 변한 느낌이야.”


환희의 경기를 지켜보던 부원들이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말처럼 환희는 테니스부에 와서 넉 달 동안은 연습경기에서 내리 지기만 했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는 했으나 그게 끝이었다.

그래서 부원 중에 환희가 지금 이렇게까지 활약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나, 그때도 환희는 조바심 내지 않았다.


‘전부 기초를 쌓아 올리는 과정이었을 뿐이야.’


환희는 충헌의 지도하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평균 능력치를 묵묵히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특출난 부분이 없어 경기를 해도 게임을 자기 주도로 끌고 오지 못했다.

좋게 말하면 올라운더, 나쁘게 말하면 애매한 능력의 선수.


하지만 그것도 작년 12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변했다.

충분히 올라온 능력치는 환희의 경험과 어우러져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고, 환희가 테니스부의 부원들을 연습경기에서 하나둘씩 깨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


“저딴 초보자 새끼한테 내가···.”


아직 매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환희의 상대인 3학년 김윤찬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이를 악물고 참아내고 있지만 붉어진 얼굴은 숨기지 못했다.

자신보다 아래로만 생각하던 환희가 어느새 자신을 위협하는 걸 넘어서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당황과 짜증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올해는 윤찬에게도 중요한 해였다.

이름 있는 대학이라도 가야 실업팀에 못 가더라도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그러려면 꾸준히 대회에 출전해 실적을 쌓아야 했다.

작년에도 끝끝내 단체전 멤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단식으로 나간 대회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니까 제발 좀 여기서 나가떨어져라!’


윤찬의 서브가 크게 휘어져 들어갔다.

플랫 서브는 이미 이전 서비스 게임에서 환희에게 전부 막혔기 때문에 슬라이스 서브를 선택한 것이었다.

파워에서 밀릴지는 몰라도 컨트롤만큼은 윤찬도 자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환희의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윤찬의 서브에 맞춰 몸을 띄운 환희는 발바닥이 지면에 닿자마자 공을 향해 달려가, 바운드 된 공이 미처 다 튀어 오르기도 전에 공을 다시 넘겨버렸다.

그로 인해 타이밍을 뺏긴 윤찬은 발도 움직이지 못하고 공이 자신과 먼 쪽 코트에 찍히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도저히 이길 방안이 생각나지 않는 윤찬이었다.

결국···.


“게임, 세트 앤 매치, 정환희.”


자신감을 잃은 윤찬을 상대로 환희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대회 단체전 멤버로 뽑히게 되었다.

환희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기쁨을 표출했다.

선수로서 첫 활동이 시작되려 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더위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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