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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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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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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6.11 12:37
조회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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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4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Messorem."

문득, 한서준이 말했다.

그러자 머릿속의 권지아가 즉시 반응했다.


《···그래. 아무래도···.》


한서준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걸로 탈출은 가능하겠군."


《···그렇긴 하겠는데···. 음···.》


권지아가 두루뭉술한 대답을 늘어놓자, 한서준은 제 머릿속의 권지아와 대면이라도 하겠다는 듯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한서준은 권지아가 아니었다. 더욱이 권지아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눈을 감음으로써 볼 수 있는 건 단지 며칠 동안 축적된 새카만 암흑뿐이었다.

거기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안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흔한 빛 번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눈알을 굴려도 특이한 곳은 나타나질 않았고, 마치 맹수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 같은 이질적인 덩어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완벽한, 자칫 빨려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은 어둠만이 선연하게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한서준이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시선을 내려 뼈만 남은 몬스터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런 뒤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쳐다보다 거듭 고개를 들고 삼각지대의 내부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한서준은 이어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장장 사흘이란 시간에 걸쳐 자라난 오른팔은 대체 언제부터 떨어져 있었냐는 듯, 그의 명령에 즉각 반응해 빠르게 움직였다.

오른팔은 먼저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몬스터의 뼈들 가운데 가장 기다란 척추뼈 하나를 주워 들었다. 그리곤 역시 뇌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주인, 하나뿐인 다리로도 양반 다리를 한 채 앉아 있는 한서준의 무릎 바로 앞에 그것을 가져다 놓았다. 그런 뒤 오른팔은 왼팔과 합심해 총 스무 개의 척추뼈를 하나하나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 작업은 무척이나 빨랐다. 새주인을 만난 지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오른팔의 움직임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나아가 군더더기 또한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한서준'이란 이름의 몸뚱이와 평생을 같이 한 왼팔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른팔은 그야말로 로봇처럼 척추뼈를 분리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달리 뇌와 오른팔 둘 중 하나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더욱이 처음 만난 사이치고는 사소한 마찰 하나 빚어내지 않았기에, 그리고 갓 태어난 팔이라고는 보기 힘든 헌신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기에 비로소 맞물린 현상이었다.


《···그거 알아? 가끔 당신 생각을 들여다보면··· 어린애 같아서 재밌어. 대체로 극단적인··· 선택들 뿐이잖아. ···확률에 의지하는 것도 그렇고···.》


때문에 외부의 방해에도 오른팔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오로지 뇌가 내린 명령만을 우직하게 수행할 뿐이었다. 그건 왼팔도 마찬가지였다.

외부의 방해에 반응한 것은 정작 굳게 닫혀 있던 입이었다.

"구조는?"


《나도 모르지. 난 연락만 했으니까. 근데··· 솔직히 5일이나 지난 시점에서··· 이미 포기한 거 아냐?》


구조를 요청한 지 5일이나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각에 걸려드는 외부의 움직임은 몬스터로 추정되는 몇몇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확실히, 구출은 권지아의 말처럼 벌써 며칠 전에 포기한 것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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