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그거야··· 당신이 인간이었을 때의 이야기지.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아니잖아. ···그렇지? 애초에 비교가 안 되는 것들이란 소리지.》
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몬스터는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 한서준은 몬스터로 변이가 되었다.
비록 아직까지 '한서준'이란 생명체의 탈을 쓰고는 있지만, 그 내부나 겉피부는 확실히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인간이었을 시절의 몸과 비교를 하는 건 마치 컴퓨터와 냉장고 중 뭐가 더 맛있는가를 따지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처음부터 전혀 비교를 할 수가 없는 문제란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비교를 한다면 인간과 몬스터, 이 두 가지의 생명체 중 누가 더 식욕이 많은가라는 문제로 비교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답은 간단했다.
"···난 배가 고픈 것 같군."
몬스터의 대부분은 이성이 없다. 때문에 본능에 의해 움직이며, 본능에 의한 본능적인 사고를 한다. 그 사이에 이성이 끼어들 틈 따위는 없다. 아니, 애초에 '이성'이란 단어는 몬스터에게 무척 낯설기만 한 단어다.
그렇기에 몬스터의 배고픔은 곧 본능의 배고픔이다. 가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이성이 아닌 절대적인 본능의 메세지란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한서준은 배가 고팠다. 물론 인간의 시절과 변한 게 없는 이성은 전혀 배가 고프지 않다라 말하고 있었지만, 더이상 인간이 아닌 몬스터의 본능은 두말할 것도 없이 먹을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육체의 감각을 보다 날카롭게 다듬어 놓은 후였다. 청각과 촉각으로 미세한 소리와 진동을 빠짐없이 잡아낸 것만 봐도,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좀 더 빨리 먹잇감을 잡기 위해, 좀 더 빨리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몬스터의 유전자가 일시적으로나마 육체의 능력을 극대화시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육체적인 감각이 말도 안 되게 날카로워졌다 한들 그게 정신이 행하는 '순간 계산 능력'에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순간 계산 능력'은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능력인 탓이었다.
헌데 머리는 스코프가 없음에도 능력을 발휘했다. 단지 눈으로만 보고 있음에도 머리는 보이는 모든 것들을 분석하고 계산했다.
다시 말해 육신의 배고픔이 몸의 감각에 예리한 서슬을 세우는 한편, 엄연히 '육체' 중 하나인 뇌의 성능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발달시켰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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