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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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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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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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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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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4.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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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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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5쪽

ESP

DUMMY

하지만 기억이라 함은 결국 과거의 지나간 일. 그게 좋았던 일이든 좋지 않았던 일이든 쉽게 들춰내는 건 그다지 신중하지 못한 선택이었다. 더구나 그 상대가 그렇게 사이가 좋지만은 않았던 미군이었음에야, 더욱더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야 될 이유는 없었다.

거기다 분명 십 년 전엔 군복을 두르고, 어깨 위엔 장난감처럼 보이는 소총을 매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정장을 걸치고 있었다. 필시 강대곤처럼 능력자 집단으로 넘어간 군인일 게 분명한 과거의 동맹을 지금 와서 확인한다 한들, 그게 둘 모두 군인이었던 시절과 동일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Juggernaut를 때려 잡은 공적과, 별 다른 제지 없이 맨해튼에 들어왔다는 점만 미루어 봐도 한서준이 충분히 제 몫은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긴 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 폴 베클이 일반적인 상식을 가졌을 경우의 이야기.

만약 십 년 전과 똑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그의 눈에 한서준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을 터였다.

"거기다··· 꽤 반가운 얼굴도 보이는군요. 저 사람은 무슨 일로 여기 온 겁니까?"

하지만 이런 한서준의 기대 아닌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존 위트니와 악수를 나누며 빠르게 일행을 훑어보던 폴 베클은 정확히 한서준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한서준을 힐끗 돌아본 존 위트니가 여전히 어깨 위에 널브러져 있는 베니 에거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보다, 얼른 치료사나 좀 부르게. 이러다간 죽게 생겼어."

"흠, 알겠습니다."

베니 에거드의 상태를 확인하며 잔뜩 눈살을 찌푸린 폴 베클이 서둘러 등을 돌려 흩어진 공깃돌처럼 서 있는 요원들에게 외쳤다.


《재밌네, 저 사람. ···당신한테 큰 질투심을 가지고 있어.》


권지아의 말이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때문에 폴 베클의 외침이 귓속으로 파고들지 못했지만, 한서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쉽게 추측이 가능한 폴 베클의 외침과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권지아의 말은 그 의미부터가 천지차이였던 까닭이었다.


《말 그대로. 저 사람은··· 상당한 우월주의자야. 그런데 아시아에서 온 당신이··· 음, 전쟁에서 공을 세우는 게 보기 싫었던 모양인데···? 지금은··· 왜 당신이 여기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고···. 한마디로 삐뚤어진 질투심이지.》


"···쓸데없는 인간이었군."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비스듬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 여태껏 수만 개의 시선이 날카롭게 할퀴었을 거대한 벽의 위용에 한 줄기 시선을 보태 보다 견고하게 보이도록 다져 준 한서준이 중얼거리다시피 말을 토해 내자, 폴 베클의 목소리가 기다렸다는 양 귓속을 파고 들어왔다.

"고작 그런 이유로 한서준 중사를 이곳에 불어들인 겁니까? 저런 병신 같은 몸을 지닌, 전력에 한 점 도움도 안 되는 인간을?"


《제법··· 쌓인 게 많은가 본데?》


한서준이 고개만 슬쩍 돌려 폴 베클을 바라보았다.

과연, 권지아의 부연 설명 따위 없어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그의 두 눈은 현재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한서준을 눈앞에서 치우지 않으면 그대로 터져나갈 것같이, 마치 용암을 들이부은 듯 부글부글 끓는 건 눈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에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폴 베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존 위트니가 문득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게 끝인가?"

"예?"

"할말은 그게 끝이냐고 물었네, 폴 베클 요원."

"아, 그, 그렇습니다."

그제야 자신이 누구의 앞에서 이토록 뻗대고 있었는지 깨달은 모양인지, 폴 베클이 눈에 띄게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존 위트니가 다시 한 번 한서준을 흘끗 훔쳐보다 거듭 폴 베클을 돌아보았다.

"언제부터... 생존자의 구출이 '고작 그런 일'이 된 건가, 폴 베클?"

그리곤 여전히 무심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존 위트니가 말을 이었다.

"언제부터 네가 국장과 지부장을 무시해도 좋다는 권한을 가지게 된 거지, 폴 베클?"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를 파악한 건지, 황급히 달려와 아무렇게나 내던진 것처럼 존 위트니의 발치에 축 퍼져 있는 베니 에거드를 단숨에 들것에 올려 놓고, 흡사 줄행랑을 치듯 재빨리 건물 안으로 달아나는 두 명의 보조역을 잠시 말없이 지켜보던 존 위트니가, 재차 하얗게 질린 폴 베클을 무감동하게 내려다보았다.

흉터가 있는 탓에 폴 베클도 제법 심상찮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존 위트니는 그것을 잡아먹을 엄청난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폴 베클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어린아이처럼 비춰지고 있었다.

존 위트니의 입이 다시 움직였다.

"다시 한 번 묻겠네, 폴 베클 요원. 자네는··· 국장과 지부장이 하는 말은 못 믿겠다는 소신을 갖고 있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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