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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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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32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5.20 21:02
조회
147
추천
5
글자
6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고개를 끄덕이던 담서은이 화들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대체 언제 이렇게 가까이 온 것인지, 팔 하나가 없는 비쩍 마른 몬스터가 어느새 발치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꼭 누군가가 나무가지를 있는 힘껏 비틀어 다시 접착제를 이용해 붙여 놓으면 꼭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바짝 마른 몬스터의 몸뚱이는 상당히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담서은은 입을 다물고 재빨리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양 콰앙!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담서은의 까만 눈동자 위로, 길쭉한 총열의 길이만큼이나 기다란 화염 기둥이 마치 총에 깃든 영혼처럼 쑥 뽑혀져 나오는 게 비쳤다.

그리고 어김없이 단번에 몬스터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확인한 담서은은, 곧 버릇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이래선 내가 보조를 해주는 게 아니라 보호를 받는 거잖아. 거기다 아저씨는 네이쳐란 사람이 능력은 안 쓰고 총을 쓰고 다녀?"

본격적인 진입에 앞서 새로운 장비들로 무장을 했기에, 한서준의 손에 들린 총은 이전처럼 골판지 덮개의 K2 소총이 아닌 깨끗한 외형의 M16 소총이었다.

물론 허구한 날 만지고 써 왔던 K2 소총과 비교하면 그렇게 손에 익은 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익숙해지기 쉬운 총기인 만큼 간편하게 사용할 수는 있었다.

더욱이 그것말고도 한서준의 왼쪽 어깨엔 바로 얼마 전까지 써 왔던 K14 저격 소총이 매어져 있었다.

물론 이것 또한 십 년 전에 썼던 PSG-1에 비하면 그다지 익숙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능력자에겐 단지 자원 낭비일 뿐이라며 지급을 반대하던 보급관에게서 거의 반강제적으로 뜯어온 물건인 터라, 지금은 그저 감지덕지하기만 한 물건이었다.

한서준은 총구를 살짝 아래로 내리고 거듭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작스레 뛰쳐나와 순식간에 한서준과 담서은을 덮쳤던 몬스터 무리는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였다.

머리가 날아갔음에도 아직 살아 있는 상태의 몬스터 너덧 마리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기는 했지만, 그런 몬스터들을 처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굳이 총을 쓸 필요도 없었다. 하물며 칼을 사용한답시고 괜한 무릎을 굽히는 수고로움까지 들 필요가 없었다.

한서준은 곧장 바닥을 기어다니는 몬스터에게 다가갔다. 한쪽은 K14 저격 소총, 다른 한쪽은 목발을 짚고 있었기에, 마땅히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없는 M16 소총은 우악스럽게 왼손 하나에만 붙잡힌 채 영 불편하게 따라붙고 있었지만, 한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목발을 내딛는 속도를 좀 더 높이고, 첫 번째로 가까워질 사족 보행형 몬스터에게 서둘러 다가갈 뿐이었다.

탁. 탁.

한 차례 휘몰아친 굉음이 몰고 온 소름끼치는 적막감 속에서, 마치 시간을 유형화한 듯한 목발 고유의 소리가 다소 적나라하게 대기를 쿵쿵 두드렸다.

"아저씨."

그리고 그때, 그런 이질적인 소음 사이에서 문득 청아하고 밝은 소녀의 목소리가 퍼져 나왔다.

하지만 한서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순식간에 도착한 사족 보행형 몬스터의 머리 없는 몸뚱이에 대뜸 목발의 끝을 가져다 댈 따름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시를 당한 셈이었으나, 그럼에도 소녀, 담서은은 말을 계속했다.

"원래 총이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 무기였나?"

한서준은 슬쩍 고개만 돌려 담서은을 바라봤지만 단지 그것 뿐, 곧바로 몬스터의 몸뚱이를 찌른 목발에 집중했다.

담서은도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총알 한 발에 원래 몬스터의 머리가 서너 개쯤은 날아갈 만한 무기였냐구."

궁금증과 의아함이 한꺼번에 버무려졌기에 나온 혼잣말 같은 물음이었다.

하지만 한서준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이 바둥거리는 몬스터의 가슴팍을 짓누른 목발에 힘을 주었다.

콰득!

그러자 담서은이 그것 또한 가리키며 머리를 기울였다.

"목발이란 게 몬스터의 몸을 우그러뜨릴 정도로 단단하고 무거웠나?"

한서준은 몬스터의 가슴팍을 뭉개다 못해 아예 창처럼 꿰뚫고 들어간 목발을 거칠게 빼내었다. 그리곤 덕지덕지 묻는 피를 털어낼 틈도 없이 다시 발을 옮겼다.

목표는 변함없이 몬스터. 이번엔 팔도, 다리도, 머리도 없어 그저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펄쩍펄쩍 튀어 오르는 기괴한 몸뚱이가 목표였다.


《어때?》


담서은과는 달리 차분하고, 어쩐지 성숙하게만 느껴지는 권지아의 나른한 목소리가 머릿속에서부터 퍼져 나왔다.

그에 한서준이 살짝 움찔하며 발을 멈췄다. 하지만 곧바로 발을 옮기는 데 집중하며,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힘은 어제보다··· 세진 것 같다."


《같다? ···아니야. ···세상 어느 누가 목발에 힘 좀 줬다고 상체를··· 그것도 몬스터의 상체를 꿰뚫을 수가 있을까? '세진 것 같다.'가 아니라 그냥 '세졌다.'야.》


맞는 말이다.

아무리 힘이 좋은 사람이라도, 거기다 거의 통굽이나 다름없는 무른 목발의 끝으로, 평범한 인간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한 몬스터의 몸뚱이에 구멍을 낼 수는 없다. 충분한 높이를 두고 뛰어내려 강하게 내려찍는 게 아닌 한, 그저 힘만 주는 것으로 큼지막한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말로만 들어왔던 '신체 강화 능력자'라면 또 모를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헌데 한서준은 보란 듯이 그 일을 해내고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콰득! 몬스터의 신체를 엉망진창으로 으스러뜨리면서 다시 한 번 쉽다는 것을 어필할 정도로, 너무도 간단히 상식밖의 일을 행하고 있었다.

또 그것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담서은이 대뜸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천진한 질문을 날렸을 만큼, 한서준의 동작은 제삼자가 보기엔 무척이나 간단하면서도 단조로운 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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