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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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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687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6.03 19:21
조회
138
추천
4
글자
6쪽

맨해튼, 그 다음의 목적지.

DUMMY

"···팔은 안 자라는군."

한서준이 나직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곤 권지아의 말이 미처 들려오기도 전에 즉각 몸을 움직여 몬스터에게 오른팔을 내밀었다.


《아니, 자라날 거야. 확실하게.》


콰직!

과연, 권지아의 말처럼 몬스터는 상당히 굶주려 있던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과 대화를 하다 느닷없이 자신의 팔을 뜯어 내는 인간에 대해선 전혀 의구심 같은 게 들지도 않는 건지, 별다른 의심 하나 없이 눈앞에 내밀어진 신선한 고기를 게걸스럽게 뜯어 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도 그나마 자유로운 양손을 죄다 사용하며 몬스터는 사람과 비슷한 치열을 가진 입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름 경계를 한답시고 틈틈이 한서준을 노려보기도 했지만, 그건 정확히 세 번의 시도가 끝이었다.

눈앞의 인간이 움직이는 걸 보고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첫 번째와, 슬금슬금 가까워지는 인간을 발견하고도 약간의 경계심만 갖췄을 뿐 전혀 대비를 하지 않던 두 번째를 넘어 마지막 세 번째가 되었을 때, 비로소 가까워진 한서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자세 그대로 으깨진 머리가 사방으로 분할된 것이었다.

오른팔을 직접 뽑아내고, 열심히 몸을 움직이던 한서준의 왼팔이 만들어 낸 광경이었음은 물론 말할 것도 없었지만, 아쉽게도 그 당사자인 몬스터는 이 급작스런 죽음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얌전하게 한서준의 오른팔을 잡고 있던 몬스터의 두 팔이 순간 빳빳하게 경직되는가 싶더니, 이어 무대의 장막처럼 올라가 기습적인 발광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건 마치 다 갈라진 붓을 억지로 한 번 사용한 것처럼, 일관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마구잡이식의 발작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더욱더 다가가기가 힘들다는 부가적인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그런 묘한 불규칙성이 있는 난해한 몸부림은 그리 성과 있는 발악이 아니었다.

약 6초.

한서준의 머리가 내놓은 몬스터의 발버둥 시간은 고작해야 6초가 전부였다. 그 시간 동안, 몬스터의 두 팔은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잽싸게 뒤로 몸을 뺀 한서준을 제외하면 애초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으니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그 아래에 놓인 한서준의 오른팔을 아예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로 짓이기기는 했으나, 몬스터의 그런 마지막 단말마적 창광은 그리 위협적인 난동은 아니었다.

겉모습만은 꼭 생떼를 부리는 어린아이와 다름이 없었던 탓이었다.


《좋아. 그럼···, 그래. 담서은이란 아이처럼··· 우선 상황을 정리해 볼까?》


한서준이 다시 왼팔을 움직여 몬스터의 시체가 있는 널찍한 왼쪽 공간으로 이동했다.


《우선 이 건물.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이 건물은 낮은 건물이 아니야.》


그리고 간신히 자세를 잡고 앉았다. 잇따라 한서준은 몬스터의 손길이 거쳐간 고깃덩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건 더 이상 '오른팔'이란 단어를 쓸 수 없을 만큼 뭉개져 있었다.

그것을 잠시 멍하니 쳐다보던 한서준이 거듭 주변을 훑어보았다.

몬스터의 하체를 잡아먹은 콘크리트 샌드위치들에게 조금의 틈도 없이 등을 기대야만 겨우겨우 앉을 수 있는 생명의 삼각지대는, 시각적인 위치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풍성한 먼지와, 풍족한 피 웅덩이, 그에 따른 풍만한 피비린내가 이 한정된 공간을 차지한 감각적인 자극의 전부였다.

물론 상하좌우에 나 있는 틈이란 틈은 모조리 비집고 들어오는 극한의 냉기와, 그로 인한 하얀 서리, 마치 페인트를 흩뿌린 것처럼 군데군데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몬스터의 육편, 그리고 분쇄기에 넣었다 꺼낸 것 같은 고깃덩이가 그나마 주변을 꾸며주고 있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그건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이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광경은 이미 대구에서 흔하게 보아 온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까닭에 다 말라 버린 대구의 시체와는 달리 오히려 싱싱하다란 증거가 되는 따뜻한 피 웅덩이와 비린내는 꽤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단지 금방 질린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한서준이 말했다.

"그럼··· 무게가 상당하겠군."

권지아의 말도 즉각 이어졌다.


《맞아. 그렇겠지. 당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무게 말이야. ···능력을 쓰는 것도 위험하고.》


레드의 능력인 빛 모으기.

딱히 명칭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기에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이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이걸 쓰는 건 권지아의 말처럼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못 해도 수백 톤은 나갈 법한 돌무덤 안에서 간신히 잡힌 무게의 중심을 아무 대책 없이 무너뜨린다?

이보다 화려하게 자살하는 방법은 또 없었다.

더욱이 그곳에 깔려 터져 나간 몸뚱이에게 이전 같은 자가 회복 또한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심장, 혹은 뇌, 혹은 몸통.

이처럼 몸의 중심이 되는 주체가 하나도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했기에, 혹시라도 재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까닭이었다.

거기다 지금은 오른팔도 없었다. 아무래도 능력을 사용하기엔 영 마뜩잖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다리도 한쪽이 없는 탓에, 팔 하나와 다리 하나만으로 운신을 하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팔이 다시 자라날 때까지는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한서준은 머릿속을 덧칠한 레드의 능력과, 그것의 가능성을 대충이나마 점쳐 보던 상념을 흔적도 없이 지워 버리고 휘휘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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