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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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뒤이어, 착오없이 귓속을 뒤흔드는 거대한 총성과 함께 '팍!' 소릴 내며 튀어오른 바닥의 돌부스러기들이 일순 눈가를 뒤덮는다 느끼는 사이, 지속적으로 발목에 가해졌던 묘한 압박감이 삽시간에 사라져버렸음을 알아챈 한서준은 뱀인 양 스멀대며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 밧줄의 모습을 멀거니 쳐다보다, 곧 퍼뜩 몸을 뒤집어 한줄기 연기를 피워내는 소총의 총구를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옮기었다.
생각보다 창연히 울려퍼진 총성은 싸늘한 거리와 텅 빈 집들 사이를 날렵한 길고양이처럼 넘나들며 확산되갔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색깔' 밖에 존재하지 않는 기형적인 장소에서 만들어진 단 한 차례의 발걸음 소리가 모든 공간을 지배하듯, 어쩐지 묘하고도 넋이 나가버릴 법한 공허함이 뒤섞인 쓸쓸하기 그지 없는 소리가 영원할 것만 같은 도시의 정적을 깨고 흐릿한 전등빛처럼 묽게 퍼져나갔단 것이었다.
하지만 Juggernaut 급 몬스터가 절대 듣지 못했을리는 없었다. 귓청이 떨어져나갈 것만 같은 시끄러운 소음을 대놓고 발생시켰으니, 아마 이 때 쯤이면 소음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대로, 가지고 놀던 몬스터도 뿌리친 채 일어나 툭 튀어나온 입술만큼이나 툭 튀어나온 콧등을 벌렁거리며 주위를 홱홱 훑어보던 몬스터는, 이내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귀신 같이 한서준이 있는 장소를 쳐다보며 '쿵쿵'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발자국 씩 거리가 좁혀질 때마다, 서서히 그 세기와 횟수가 늘어나는 땅의 진동과 더불어 주체할 수 없이 촉박해지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흡사 뿌연 흙먼지에 가려진 시야처럼 청각을 점점 아득히 멀어지게 했고, 오로지 빨라지는 심장 박동만이 그의 귓속을 먹먹하게 뒤덮어갔다.
마치 눈 앞을 쉴세없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지하철의 전조등과도 같이, 그렇게 줄다리기 마냥 깜빡거리는 심장의 고동은 어느새 그가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소리의 영역을 침범한 상태였다. '쿵쿵' 귓가를 울리는 묵직한 발걸음조차 이젠 그의 귓속에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싸늘하게 내려앉은 정적과, 오직 몸이 스스로 흘려내는 소리만이, 현재 그가 인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소리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한서준은 Juggernaut 급 몬스터에게 위치를 걸려버린 이유를 비교적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아니, 지금껏 알아채지 못한게 되려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당연한 이유인지라, 오히려 늦게 알아챘다고 해야 좀 더 옳다고 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총을 사용한다면, 자연스레 따라붙는 진한 '화약냄새' 가 바로 그것이었다. 안그래도 계속해서 코를 벌렁거리는 모습이나 주위를 끊임없이 둘러보는 모습에서, Juggernaut 급 몬스터가 단지 진하게 퍼져나가는 화약냄새만을 맡고 이곳까지 왔음은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아직 한서준이란 인간의 존재는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몬스터는 그저 우두커니 돌무더기 앞에 서서 커다란 콧구멍만 반복해서 벌렁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한서준은 이 역시 화약냄새 덕분이라는 사실을 퍼뜩 깨달을 수 있었다. 진하게 퍼져나간 화약냄새가 자신의 체취를 덮어준 탓에 Juggernaut 급 몬스터가 정확한 위치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다소 멍청하게 비춰지는 모습으로 멀뚱멀뚱 후각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몬스터의 발끝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보던 터라, 거의 확정적으로 알아챈 것이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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